연초 국가보안법의 위협속에 역사속으로 사라진 홍콩의 시티즌(眾)뉴스는 지난해 말 <이민분위기속의 홍콩정체성>이라는 토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홍콩에 26년간 거주한 중문(中文)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인 미국인 인류학자 고든 매튜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각기 다른 배경의 중년 홍콩시민들이 홍콩의 정체성에 대해서 차담을 나누는 자리였다. 1841년 영국에 할양된 홍콩은 원주민인 소수의 농민과 어민을 제외하고, 중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다음 장소로 나가기 전 […]
READ MORE기후변화 시대의 인간의 행위 3년 전에 다른백년에서 <개벽파선언>으로 인사를 드렸는데, 이번에는 <K-사상사>라는 제목으로 귀환하게 되었다. 그것도 서신 교환이 아니라 단독 저술이다. 그래서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귀한 기회를 주신 이병한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3년 전의 기획이 ‘개벽학’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면, 이번 연재는 ‘지구학’으로 관심이 확장되었다. 따라서 이번 <K-사상사>는 지난 3년 동안의 지구학의 여정을 소개하는 자리가 될 […]
READ MORE‘숨 막히다.’, ‘기 막히다.’는 놀랍도록 멋진 일에 감탄으로 쓰인다. 거꾸로 ‘숨 막혀 살겠나.’, ‘기 막혀서 할 말이 없다’처럼 강렬한 부정의 탄식으로도 쓰인다. 한국인의 이런 말들은 이치의 성품인 이성이 아닌 영성차원의 말이다. 같은 말로 다른 차원을 표현하는 한국인들이다. 이치를 말한다는 ‘논리’로 즉 이성으로 드러낼 수 없는 차원의 무엇인가를 가르킬 때 ‘영성스럽다’, ‘신령스럽다’고 한다. 신령은 나와 동떨어진 […]
READ MORE미국이 6월 6일로 소집한 제9회 미주 정상회의가 아직 개최도 되기 전에, 주최국인 미국이 체면 깎이는 일을 당하고 있다. 멕시코, 파라과이, 혼도라스 등 10여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이 연속해서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만약 미주정상회의가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를 회의에 배제하는 차별정책을 채택하면, 그들 국가의 정상들은 참석을 거절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미주정상회의는, 1994년에 건립된 이래, 주최국의 체면이 이같이 뭇 이웃국가들에 […]
READ MORE3060 : ‘미려 중국’ 기본과 근본은 다르다. 근본에 이르기 위해 기본을 다지는 것이다. 20세기의 절대가치였던 부국강병 또한 기본에 그친다. 근본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건강이 목표이고, 부강은 방편이다. 마오쩌둥이 강한 나라를 세웠고, 덩샤오핑이 부유한 나라를 만들었다면, 시진핑은 부강 넘어 새로운 문명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집권 2기의 아젠다가 바로 ‘미려중국’(美麗中國)이다.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가 2049년 […]
READ MORE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서방의 동맹국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3000억 달러규모의 외환보유고를 동결했습니다. 정당성 여부를 떠나 이번 동결조치는 미국의 국제적 신용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금융 시스템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중국은 1조 달러 이상의 미국 재무부 채권을 포함하여 3조 3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의 외환보유고 “무기화”는 중국으로 하여금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
READ MORE1) 느낌과 여김 우리말에서 학문적 용어는 한자나 영어 등 외국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뜻을 제대로 음미하기가 어려워. 그래서 한국말 언어학자 최봉영은 학문적 용어를 일상에서 쓰는 토박이 한국말로 번역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신경망의 흐름인 ‘감각-지각-생각-욕망’도 한자야. 이를 토박이 한국말로 번역하면 ‘늧-얼-넋-알’이 되지. 처음엔 ‘늧’과 같은 표현이 어색하지만 자꾸 사용하면 어떤 느낌이 와. 한국사람은 ‘늧’ […]
READ MORE2022년 6월, 나는 횡성 청태산 아래에서 작은 랜턴을 켜놓고 호사스러운 시간을 누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요즘처럼 좋은 날씨가 계속되는 계절에는 집에 있기가 참 아깝다. 그래서 가능한 자주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보내며, 한 주가 멀다하고 숲이나 바다로 가서 작은 집을 짓고 하룻밤을 보낸다. 오늘은 6월 5일 환경의 날, 평소 같았으면 환경의 날을 기념하며 많은 일을 […]
READ MORE양반들의 신보 <바람과 흐름>을 믹스 중이다. 믹싱이란 녹음한 소리를 섞는 일이다. 이번 음반은 지난 여름, 지리산 황토집에서 양반들과 한 주 간 머물며 지은 노래 네 곡을 담았다. ‘흐름’, ‘물놀이’, ‘암자’, ‘가을잎’이다. 말 그대로 풍류를 즐기며 자연스레 만들었다. 중산리 계곡에 가서 놀다가 돌아와 ‘물놀이’를 쓰고 정취암에 가서 명상하다 돌아와 ‘암자’를 썼다. 드럼, 베이스, 기타, 건반, 보컬 […]
READ MORE올해 다보스에서 열린 비즈니스 및 정치 엘리트 모임을 통하여 ‘국경없는 세계화’에 대한 오랜 비전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한다는 것은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인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입니다. DAVOS / 2년여 만에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첫 번째 회의는 필자가 1995년부터 참석해온 이전의 다보스 회의의 내용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단지 과거에 행사가 진행되었던 겨울시즌 1월의 밝은 눈과 맑은 하늘이 이번에는 맨땅 스키장과 초원 그리고 우울한 5월의 이슬비로 바뀌었을 뿐만이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세계화를 옹호했던 포럼이 이번에는 오히려 세계화의 실패, 즉 공급망의 붕괴, 식량 및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수십억 가치의 COVID-19 백신을 방치한 지적재산권(IP) 체제와 관련된 내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소수의 제약 회사가 자신들이 생산한 백신을 임의적으로 폐기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추가 이익을 얻었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제안된 대응책 중에는 생산을 “리쇼어링(reshore)” 또는 ” 프렌드-쇼어(friend-shore) “하고 “국가의 생산능력을 증가시키는 산업정책”을 제정하는 것이 포함되었습니다. 이제 국경이 없는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보였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갑자기 모든 국가들이 최소한 국경방어가 경제발전과 안보의 핵심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제한없는 세계화’를 한 때 옹호했던 사람들에게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인지의 부조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새로운 정책제안의 세트는 국제무역 시스템의 오랜 규칙이 구부러지거나 깨질 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다보스의 비즈니스 및 정치 지도자 대부분은 자유무역과 차별무역의 원칙을 조화시킬 수 없는 탓에 진부한 이야기들에 의존했습니다. 일이 어떻게 그리고 왜 그렇게 잘못되었는지, 또는 세계화의 전성기에 이미 결함이 만연해 있었음을 인식하면서, 그동안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과거의 추론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문제는 세계화에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누려왔던 시장경제 전체가 회복력이 부족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의 인류는 기본적으로 스페어 타이어가 없는 자동차를 만들어 왔습니다. 미래의 긴급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쓰지 않은 채 오늘 당장 사용가능한 몇 달러에 매달렸습니다. 적시–재고(Just-In)시스템은 놀라운 혁신시스템입니다만, 경제의 약간 동요에도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COVID-19 셧다운에 직면하여 공급부족의 연속 캐스케이드를 생성하는 재앙이 되었습니다(예: 마이크로칩 부족이 신차 부족으로 이어지는 경우). 필자가 2006년에 발간한 책 “Make Globalization Works”에서 경고했듯이, 시장은 위험을 “가격으로만 평가”하는 끔찍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초래하는 비용을 무시하듯이). 신뢰할 수 없는 무역 파트너인 러시아의 가스공급에 경제를 의존하기로 선택한 독일의 오늘 현실을 생각해 보십시오. 미리 예측할 수 있었던 결과를 현재 직면하고 있습니다. 18세기에 아담 스미스가 인식했듯이 자본주의는 자급자족의 체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에는 독점을 지향하는 자연스러운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규제완화’ 시대를 연 이후로 전자상거래와 소셜 미디어와 같이 주목받는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일반에서도 시장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이 표준이 되었습니다. 올 봄 미국에서 발생한 참담한 분유의 부족은 그 자체가 독점의 결과였습니다. Abbott라는 분유제조회사가 안전문제로 생산을 중단해야 했던 이후 미국인들은 곧바로 하나의 개별회사가 미국공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세계화 실패의 정치적 파급력은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크렘린궁은 서방세계로부터 즉각적이고 거의 보편적인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분쟁이 3개월이 지난 현재, 이머징-마켓 및 개발도상국들(EMDC)은 매우 모호한 입장을 채택했습니다. 많은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미국에게 2003년 대량살상무기라는 거짓을 구실로 이라크를 침공했던 당시 미국의 위선을 지적합니다. EMDC는 또한 30년 전에 부여된 WTO의 지적재산권IP 조항을 통해 유지되어온 유럽과 미국의 백신 자국주의의 최근 행태를 신랄하게 지적합니다. 당장 높은 식량 및 에너지 가격과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는 EMDC입니다. 역사적 불의와 결합된 이러한 최근의 상황은 민주주의와 국제법의 지배를 주장하는 서구의 제안을 불신하게 합니다. 분명히, 미국이 주장하는 ‘민주주의 동맹’을 거부하는 많은 국가들은 어쨌든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 민주적인 다른 나라들도 거부에 참여하고 있고, 싸움을 주도해야 할 미국은 조직적인 인종차별과 트럼프 행정부 당시 권위주의자들과 희롱에서부터 투표를 억압하고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봉기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공화당의 지속적인 시도에 이르기까지 미국 자신의 실패로 인해 스스로 위치가 약화되었습니다. 미국이 앞으로 주도해나갈 가장 좋은 방법은 급증하는 식량 및 에너지 비용을 관리할 수 있도록 EMDC와 통큰 연대를 보이는 것입니다. 이는 부유한 국가들에게 특별인출권SDR(국제통화기금의 준비금)을 재할당하고 WTO내에서 강력한 COVID-19의 IP 면제를 지원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높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은 많은 빈곤국가들에게 부채의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 전염병의 비극적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다면, 이들 국가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부채를 떠맡도록 유인하는 대형 은행과 채권 조직에 편을 드는 것을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40년 동안 세계화를 옹호한 후, 다보스 참가자들은 사태가 잘못 관리되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다보스는 출범 당시부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번영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에서 북반구의 거대 기업들은 부자가 되었지만 모든 국가들이 잘 살게 만드는 프로세스 대신에 모든 영역에서 많은 적들을 만들었습니다. 부자가 되면 자동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낙수 경제학”은 이론도 없고 근거도 없는 사기였습니다. 올해 다보스 회의는 기회를 잃었습니다. 오늘날 세계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한 결정과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는 기회가 되어야 했습니다(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세계화가 정점에 이른 현재, 우리는 상승세보다 하락세를 보다 잘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셉 E. 스티글리츠, 저명한 컬럼비아 대학교수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세계은행의 수석경제학자(1997-2000), 미국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고등경제위원회 공동의장 등을 역임하였다 출처: 프로젝트-신디케이트, 2022년 5월31일자
READ MORE“70년대 한국의 대표적 저항시인 김지하.” 언론들은 그의 생애를 한 줄로 요약했다. 보도지침이라도 받은 것처럼 한결같았다. 또 다른 버전이 있었지만,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적(五賊)의 시인 김지하.” 1941년생인 그의 생애 전반부 40년만이 의미 있는 삶으로 규정되었다. 1982년 ‘생명의 세계관 확립과 협동적 생존의 확장’이라는 문서를 기초한 이후 생명사상가, 생명시인으로 살아왔던 그의 후반기 생애 40년은 삭제되었다. 그러나, 나에게 […]
READ MORE이제 글을 마무리 해야 할 때가 왔다. 앞선 두 글에서 현대 ‘중화민족’ 개념의 형성과정과 진시황의 천하통일이래 사마천의 사기가 기초를 닦은 중국의 대일통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설명했다. 지금의 현실적 상황을 보자면, 대일통 이념을 우선시하는 (중국공산당)중앙은 지방에 대해 압도적인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이와 결합된 중화와 중국인 정체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여론형성과 전파의 매커니즘이 형성돼 있다. 중국은 한국과 […]
READ MORE미국과 중국의 갈수록 격렬해지는 경쟁은 궁극적으로 양국과 세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양국 간의 경쟁은 불가피하고 일부 영역에서는 경쟁이 심지어 유익하기까지 하지만, 서로의 발전을 방해하려는 일방적이며 적대적인 노력은 성공의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SINGAPORE/LOS ANGELES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이 국제적인 분열에 대한 최근의 원인을 제공하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이 […]
READ MORE현대철학, 사상의 과제는 6차 생물대멸종, 기후위기, 불평등과 억압, 문명우울증(자살, 공황장애, 팬데믹 같은 자연의 역습)에 대응하는 것이다. 멸종 또는 파국이라지만 지구에게는 거대한 6차 전환이고, 현생 문명의 파국일 뿐이다. 특이점은 5차까지는 우주와 지구 자체의 순환이었다면 6차는 인류가 재촉하고 있다는 점이다. 6차 생물대멸종과 기후위기는 우주 자연 지구의 되먹임 과정이다. 멸종, 파국보다는 ‘거대한 전환’으로 불러야 맞다. 거대한 전환이라는 말은 […]
READ MORE“러시아 공격의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우크라는 지난 3월에 협상 테이블에 있었지만 Bucha에서의 잔학행위로 인해 중단된 평화에 대한 탐색을 다시 강화해야 합니다” 전쟁은 종종 서로의 상대적인 힘에 대한 양측의 잘못된 계산으로 인해 발생하고 지속됩니다. 우크라의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의 전투의지와 NATO가 제공하는 무기의 효율성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반대로 우크라와 NATO도 전장에서 러시아를 물리칠 수 있다고 자신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양측은 모두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고 믿지만 이는 결국 모두가 패하는 소모전입니다. 우크라는 지난 3월 말에 협상 테이블에 있었던 방식의 평화에 대한 탐색을 강화해야 하지만 부 Bucha에서 러시아 군대의 잔학행위 증거(?)에 따라 그리고 아마도 군사적 전망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인해 이를 중단했습니다. 지난 3월 말에 논의 중이던 평화의 조건은 우크라에 대한 안보보장과 크림반도와 돈바스의 상황에 대한 논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정표를 제시하며 우크라의 중립화을 요구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의 협상가들은 터키의 중재 덕분에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확인했던 바입니다. 그러나 이후의 협상은 Bucha의 사태로 결렬되었으며 우크라의 협상가는 “우크라는 이제 러시아 연방과 협상에 대해 매우 부정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핵사용의 위험도 현실입니다. 협상의 재개는 여전히 시급하고도 매우 중요합니다. 협상이 없으면 우크라의 승리가 아니라 파괴적인 소모전만이 있을 뿐입니다. 동시에 합의에 도달하려면 양측의 기대치를 재조정해야 합니다. 우크라를 공격했을 때, 러시아는 신속하고 손쉬운 승리를 분명히 예상했습니다. 러시아는 2014년 이후 수년 간 미국, 영국 및 기타 국가로부터 군사지원 및 훈련을 지속해서 받아온 우크라이나 군대의 업그레이드된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NATO 군사기술이 러시아의 대규모 군대에 대응할 수 없을 것으로 쉽게 판단했습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러시아의 가장 큰 오류는 우크라인들이 제대로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 것입니다. 아니면 심지어 러시아의 편을 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우크라와 서방지지자들은 전장에서 러시아를 물리칠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 기반시설(예: 현재 공격을 받고 있는 철도)을 파괴하고 돈바스 지역과 흑해 연안의 영토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군사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인들은 결연히 싸우고 있지만 러시아를 패배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매우 광범위하고 효과적인 서방의 금융제재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베네수엘라, 이란, 북한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이들 국가들의 정치를 바꾸지 못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미리 계산하고 예상한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습니다. SWIFT 국제지불시스템에서 러시아 은행들을 제외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듯 “핵폭탄의 옵션”이 아닙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하듯이 러시아 경제는 2022년에 약 8.5% 위축될 것입니다. 역으로 제재는 미국, 특히 유럽에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고수준이며, 최근 몇 년 동안 연준이 창출한 수조 달러의 유동성 때문에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동시에 미국과 유럽의 경제는 공급망의 붕괴가 확산되면서 경제가 둔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위치는 취약하며 앞으로 몇 달 동안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됨에 따라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쟁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지지도 역시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급격히 줄어들 것입니다. 공화당 내부는 전쟁을 놓고 분열되어 있고, 트럼프 진영은 우크라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대결하는데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중 한두 곳 이상에서 실패하여 과반수를 잃을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시민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점점 더 분개할 것입니다. 지난 3월 말에 협상 테이블에 있었던 조건들을 기반으로 우크라에서 재차 평화를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전쟁과 제재의 체제로 인해 야기된 경제적 여파는 식량과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수십 개 개발도상국가들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입니다. 이들 국가들의 경제적 혼란은 전세계적으로 전쟁과 제재의 체제를 끝내라는 긴급한 요구로 이어질 것입니다. 분쟁 이후 우크라인들은 지속적으로 죽음, 혼란, 파괴 등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IMF는 현재 주택, 산업시설, 철도수송, 재고, 에너지 저장 및 송전 용량, 기타 필수 기반시설들의 엄청난 파괴를 반영하여 2022년에 우크라이나 경제가 35% 위축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것은 전쟁이 계속되는 한 핵사용의 위험이 현실적이라는 점입니다. 바이든과 미국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이 실제 패배를 향해 전개된다면, 러시아는 전술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서방 또는 러시아의 항공기가 흑해 상공을 출격할 때 반대측에서 이를 격추할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언론들이 미국이 실제로 우크라 지상에 은밀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미국정보기관의 내부폭로를 보도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우크라 측에 러시아 장군을 죽이고 러시아의 흑해전함을 침몰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였다는 위험을 강조합니다. 핵위협의 현실은 양측이 협상가능성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60년 전 10월에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의 핵심적 교훈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이 결코 쿠바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쿠바에서 소련미사일을 철수하는 대가로 미국이 터키에서 미사일을 철수시킬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위기를 종식시키는 협상으로 세계를 구했습니다. 이는 소련의 핵협박에 굴복한 것이 아닙니다. 케네디가 아마겟돈의 상황을 현명하게 피한 것입니다. 중립화, 안보보장, 크림반도 및 돈바스 문제해결을 위한 프레임워크, 러시아군의 철수 등 지난 3월 말 테이블에 있었던 협상 조건들을 기반으로 우크라에서 평화를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한 일입니다. 협상을 통한 우크라, 러시아, 그리고 세계를 위한 유일하고 현실적이며 안전한 출구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세계는 그러한 합의를 위해 결집해야 할 것이며, 우크라도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이에 동의해야 합니다. 출처: 프로젝트-신디케이트, 2022년 05월 11일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The Earth Institute 를 이끌었던 Columbia University의 지속가능개발센터 소장이자 경제분야의 교수입니다. 그는 UN의 지속가능개발솔루션네트워크의 의장이자 광역개발위원회(Broadband Commission for Development)의 위원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의 소모전이 매우 위험한 길이라고 말합니다 “우크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며 전투를 중단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보류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은 보다 큰 갈등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미국은 러시아 침공에 대해 동맹국을 방어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 자체를 약화시킨다는 명시된 전략목표의 일환으로 수백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우크라이나에 아낌없이 제공하지만, 평화를 지향하라는 목소리는 그런 정책으로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의 피해는 더욱 확대되고 위험은 커진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뉴욕–타임즈의 논평에서 전쟁 첫 몇 주 동안 우크라 사태를 보도해온 저널리스트 Tom Stevenson은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 “미국의 훨씬 큰 야망: 러시아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는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상식적인 대응으로 제시된 이런 접근의 변화는 실제로 전쟁의 심각한 확산을 가져온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우크라의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투를 중단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보류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은 전쟁지속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이로써 현실적인 전략적 이득과 동떨어진 위험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위험은 본질적으로 군사적인 것 이상입니다. 진보적인 경제학자인 Jeffrey D. Sachs는 Project Syndicate 에 기고한 글에서 “전쟁과 제재의 체제로 야기되는 경제적 여파는 식량과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수십 개 개발도상국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외교적 노력이 새로운 우크라이나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경제적 혼란은 전쟁과 제재의 체제를 종식하라는 전세계의 긴급한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로 주택, 산업시설, 철도차량, 에너지 저장 및 송전 용량 및 기타 중요한 기반시설”의 잔인한 파괴를 반영해 우크라이나 경제가 2022년에 35% 위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achs는 “핵사용의 위험”이 “가장 위험한 사항“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
READ MORE지난 주에 나는 인제군민이 되었다. 내 고향 춘천을 떠나 서울에 온 지 약 십 년 만에 다시 강원도민이다. 그리고 오늘 강원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었다.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다. 어릴 때는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강원도가 이제는 특별하다. 나는 왜 강원으로 돌아가는가? 소를 찾아서다. 동물해방물결의 소 살리기 운동이 발단이다. 인천의 한 불법 농장에서 구조한 소 여섯 명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일 년 간 동분서주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제군 남면 신월리와 인연이 닿았다. 폐교에 소 보금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마을에서는 젊은이가 온다고 반겨주신다.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다. 소 살리는 일이 마을 살리는 일이 되었다. 소 여섯 명이 오면, 청년 육십 명이 따라 이주할 것이며, 관계 인구 육백 명이 생길 거라고 공언했다. 나부터도 소 옆에 살고 싶어서 전입신고를 했다. 곧 소 집도 짓고, 사람 집도 꾸밀 것이다. 나는 소랑 살아본 적이 없다. 개랑은 살고 있지만, 소는 아직 멀다. 동해물이 구조한 머위, 메밀, 미나리, 부들, 창포, 엉이는 현재 인제군 서화면 하늘내린목장에서 임시 보호 중이다. 아마 올 여름에는 신월분교로 이사할 것이다. 선종에서는 본성을 찾는 과정을 소 찾기에 비유한다. 그래서 심우도(尋牛圖), 소를 찾는 그림이 선방에 많이 걸려 있다. 중국 송나라 곽암선사가 그린 것이 대표적인데, 총 열 단계로 나뉘어 있어서 ‘십우도’라고도 불린다. 1933년, 한용운은 성북동에 집을 짓고 ‘심우장’이라고 불렀다. 소를 찾는 것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참된 나, 참나를 찾는 것이다. 참나는 무엇인가? 곽암에 따르면 1단계는 심우, 바로 소를 찾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으려면 일단 깨닫고 싶다는 마음부터 먹어야 한다. 2단계는 견적, 발자국을 보는 것이다. 본성은 못 찾아도 흔적을 본다. 3단계는 견우, 소를 발견한다. 본성이 어딨는지 알아챈다. 4단계는 득우, 소를 얻는다. 깨달음을 얻는다. 견성이라고도 한다. 5단계는 목우, 소를 길들인다. 깨달음을 소화한다. 6단계는 기우귀가. 소를 타고 피리 불며 집으로 돌아온다. 소와 완전히 하나되었기 때문에 고삐도 필요없다. 7단계는 망우존인, 소는 없어지고 사람만 남는다. 객체가 사라지고 주체만 남는다. 8단계는 인우구망, 사람도 소처럼 없어진다. 객체가 없으니 주체도 없다. 이 상태를 곽암은 텅빈 원(O)상으로 그린다. 9단계는 반본환원, 근본과 근원으로 돌아가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본다. 주객 구분 없이 세상을 바라본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나와 너가 따로 있지 않고 모두가 참나다. 궁극의 깨달음이다. 10단계는 입전수수, 시장에 나가 손을 모은다. 중생을 구하는 것이 깨달은 자의 역할이다. 소는 내가 아닌 존재, 타자화된 생명의 상징이다. 왜 하필 소인가? 소는 원래 가족이었다. 같이 농사짓는 일꾼이었다. 여기저기서 많이 보였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태어난 우리 세대는 소가 낯설다. 찾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소는 없고 소고기와 소젖만 널려 있다. 나는 소를 찾고 싶어서 고기와 젖을 피한다. 비건이 된다는 건 소의 발자국을 보는 것, 즉 견적이다. 나의 생태 발자국을 생각하는 것이다. 철저히 객체화되고 상품화된 소를 나와 같은 생명으로 인지한다. 그 다음은 소를 찾아야 한다. 직접 만나서 눈을 들여다 본다. 소를 껴안고 음악을 연주할 것이다. 피리를 불고 싶다. 나의 반려견 왕손이는 내가 리코더를 불면 노래한다. 소들은 어떨까? 왕손이를 안으면 아무 생각도 없다. 내가 왕손이고 왕손이가 나다. 마찬가지로 나와 소의 구분이 사라지면, 소는 나고 나는 소다. 참나는 소다. 동시에 나는 나고 소는 소이기도 하다. 동물해방은 주체화된 인간 동물과 객체화된 비인간 동물의 경계를 허문다. 사람의 언어, 이성으로 나눈 주객 구분을 초월한다. 여섯 소 중 누구랑 제일 친해질지 궁금하다. 나는 부들이가 떠오른다. 유일하게 뿔이 아래로 자란 친구다. 하지만 아직 소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축사에 갇힌 것만 보았다. 보금자리에서 뛰노는 장면을 보고 싶다. 소의 참모습이 궁금하다. 부들이를 길들여도 타지는 않을 것이다. 같이 산책하고 싶다. 피리 불며 호숫가로 나가서 산과 물을 마주한다. 소의 눈으로 세상과 나를 본다. 그것이 나의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때, 비로소 참나를 찾는다. 내 이름, 범선의 선(禪) 자가 참선할 선이다. 이름따라 산다. 소를 찾아서 인제로 간다. 미국과 영국, 동두천과 해방촌을 거쳐 강원도로 돌아간다. 소양호 아랫동네 춘천 출신이 소양호 윗동네 신월리 주민이 됐다. 귀소본능인가? 텅빈 원 하나 그리려고 길을 나선다. 소를 찾는 길이 나를 찾는 길이다. 소를 살리는 일이 마을 살리는 일이다. 신월리에 심우장, 소 찾는 집을 하나 지어야겠다.
READ MORE글쓴이 주 : [한국철학은 녹색] 연재에서 갑자기 녹색당 이야기가 나와 낯설지도 모르겠다. 실은 나에게 있어 한국철학을 녹색화하는 작업과 녹색당 활동은 분리되지 않는다. “나는 너를 통해 내가 되고, 우리가 된다.”는 말에 근원이 있다. 끊어진 철학을 복원하는 작업과,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풀어나가는 작업은 연결되어 있다. 실은 녹색당 이야기는 마지막에 쓰고 싶었다. 그러나 선거가 며칠 안 남은 지금, […]
READ MORE다오를 아십니까? 엔에프티(NFT)에 이어 다오(DAO)가 화두다. 암호화폐에서 시작된 블록체인 혁명이 금융과 예술을 거쳐 사회 조직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다오는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을 뜻한다. 2016년, 이더리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벤처 캐피탈 펀드로서 처음 만들어졌다가 실패했다. 작년부터 엔에프티의 유행에 힘입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기업이나 국가의 중앙 집권화된 의사 결정 구조를 탈피하여 투명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가능케한다. […]
READ MORE1. 에너지 믹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탄소배출국이자, 세계 첨단의 탈탄소 기술국가이다. 1979년 개혁개방의 역설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제조업이 중국 전역으로 재배치되었다. 그 소산으로 불과 한 세대만에 G2,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대가가 없지는 않았으니 최악의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적 비용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 업보는 갈수록 늘어나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설사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여 G1에 등극한다 하더라도, 2049년 건국 100주년의 중화인민공화국이 과연 […]
READ MORE미국-아세안 정상회의가 5월 12~13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일주일 뒤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고,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인도·호주 ‘4자 안보 대화’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이 3개월 가까이 지나면서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태평양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의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포섭을 강화하고 있다고 여러 언론들이 지적한다. 과거 트럼프 시절의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탈동맹화 추세를 보였다. 이제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