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너지 믹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탄소배출국이자, 세계 첨단의 탈탄소 기술국가이다. 1979년 개혁개방의 역설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제조업이 중국 전역으로 재배치되었다. 그 소산으로 불과 한 세대만에 G2,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대가가 없지는 않았으니 최악의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적 비용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 업보는 갈수록 늘어나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설사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여 G1에 등극한다 하더라도, 2049년 건국 100주년의 중화인민공화국이 과연 사람이 살아갈 만한 터전이 될지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하여 2012년 공산당 헌장에 명기한 ‘생태문명 건설’은 그럴듯한 그린워싱의 레토릭에 그치지 않는다. 사생결단 생사에 달린 사활적인 과업인 것이다. 1949년의 혁명을 능가하는 2049년의 혁신이 절박하다.
산업문명의 업보가 기후위기라고 해서 그 대안이 곧 탈산업문명은 아닐 것이다. 농업문명으로의 회귀야말로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할 것이다. 거꾸로 탈탄소 산업을 전속력으로 전폭적으로 키우는 쪽이 첩경일 수 있다. 중국의 선택이 바로 그러하다. 어스테크, 그린테크, 기후테크라고도 불리는 신산업과 혁신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즉 생태문명 건설이란 무위자연을 노래했던 ‘오래된 미래’로의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녹색산업으로 중무장한 과학기술문명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그 녹색기술국가를 돌리는 근간은 재차 에너지가 될 것이다. 농업문명은 지상(地上)원에 바탕했다. 산업문명은 지하(地下)자원에 의존했다. 생태문명 또한 반드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개척해내야 한다.
즉 동방의 지혜에 미래적 테크놀로지를 융합하고 혁신의 스피릿을 시장에 투입하여 에너지 산업을 폭발적으로 진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에너지의 공진화를 정교하게 설계해내야 한다. 혁신의 에너지가 차고 넘치는 중국의 과학자와 공학자, 그리고 기업가들이 이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탐구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고 있다. 새로운 물과 새로운 불과 새로운 바람과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해내고 있다. 그들의 생생활활한 활기가 미래를 살리는 에너지 믹스, 거대한 활력과 생산력을 낳고 있는 것이다.
2. 전생에너지
200년 전 산업혁명의 엔진은 석탄이었다. 석탄은 오래전 지구상에 살다간 생물의 에너지가 지층에 축적된 산물이다. 서구는 바로 그 지하자원, 다시 말해 방대한 수만, 수억년의 ‘전생(前生)에너지’를 총동원함으로써 지상의 현생(現生)에너지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아시아의 제국들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땅 속 깊이 파묻혀 있던 전생에너지가 대거 지상으로 방출되면서 현생의 대기와 대지와 대양의 오염도 본격화되었다. 미래세대, 후손과 후생들의 삶의 근간을 허물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는 전력의 40%를 석탄 발전에 의존한다. 중국은 무려 65%에 이른다. 탈석탄이 궁극적인 해답이겠으나 탈석탄으로 가는 이행기의 해법을 마련하는 과업 또한 방기할 수는 없다 하겠다. 발전의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최대한 절감시키는 노력 또한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다. 석탄 없는 청정 미래로 가는 징검다리로 ‘클린 콜(clean coal)’ 발전이라는 역설적 접근을 궁리하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노천 탄광의 하나인 산서성의 평삭(平朔) 탄전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까닭이다.
367km2의 거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평삭 탄광에는 126억톤의 석탄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3백톤의 적재가 가능한 석탄 운송 전용 열차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운행을 반복한다. 여기서 채굴한 석탄의 대부분이 동부 연안지대의 대도시로 이동한다. 3000만명이 살아가는 슈퍼 메가시티, 상하이의 불야성도 평삭 탄광에 힘입은 것이다. 상하이는 지난해 총 1486억 킬로와트의 전기를 소비했다고 한다. 중국의 대도시 가운데 단연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곳이다. 석탄의 채굴과 전기의 소비 사이에 자리하는 공학적 장치가 바로 발전소라고 하겠다. 그 화력발전소의 혁신을 통하여 ‘클린 콜’의 진화를 최대한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 시가 소비하는 전력사용량의 10%를 공급하는 발전소로 ‘외삼’이라는 곳이 있다. 외고교 제3발전유한책임공사(外高桥第三发电厂)를 일컫는 약칭이다.
외삼(外三)은 화력발전의 가장 중요한 설비인 보일러의 혁신을 통하여 발전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고도 129m, 폭은 400m2가 넘는 에너지 전환 장비이다. 중국의 발전용 석탄의 평균 소비 효율이 전력을 1킬로와트 만드는데 312g의 석탄을 필요로 했다면, 외삼은 270g까지 낮춘 것이다. 이는 덴마크의 발전소가 보유하고 있던 종전을 세계기록을 경신한 것이라 한다. 1킬로와트의 전력을 송출하는데 42g의 석탄을 절약하는 것으로, 1년으로 따지면 총 52만톤의 석탄을 절감하는 효과를 낳는다. 석탄 소비를 20% 줄인다 함은 곧 20%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이자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감소시킨다는 말이 된다. 가격으로 환산해도 3억 위안 이상을 절약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삼’을 세계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발전소라고 평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AEA) 또한 외삼을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화력발전소라고 인정했다.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석탄 이용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세워지고 있는 화력발전소에도 외삼이 설계한 보일러 설비의 특허가 갈수록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효율이 높다 하더라도 결국은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해야 하는 바, 석탄이 아닌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탐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역이 복건성 광택(光澤)현이다. 이곳은 중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이자 아시아 최대를 자랑하는 양계의 거점이기도 하다. 광택현 일대에만 1,600개가 넘는 양계장에서 5억 마리의 닭이 살아가고 있다. 닭뼈가 곧 인류세의 상징이라고 하는 만큼 지난 백년을 통하여 엄청나게 많은 닭이 지구상에서 사육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양계 지역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골치가 아픈 문제가 바로 배설물 처리였다. 닭 한 마리가 태어나서 출하되기 전까지 평균 4kg의 똥을 싼다고 한다. 3만 마리가 살아가는 닭장마다 약 100톤의 변을 배출하게 되는 것이니, 총 5억톤을 헤아리는 배변의 양만도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르는 것이다. 닭똥을 비료로 쓰기도 하지만, 광택현에서만 소화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배설물이다.
설상가상으로 이곳에서 40km 떨어진 곳에는 부둔계가 있다. 부둔계(富屯渓)는 복건성의 어머니로 불리는 하천으로 민강(閩江)의 상류에 위치한다. 민강은 우이(武夷) 산맥의 건계(建渓) ‧부둔계‧사계(沙渓)로부터 발원하여 복건성 중부를 동쪽으로 흘러 동중국해로 흘러 나가는 전체 길이 577km의 긴 강이다. 예로부터 수운(水運)이 성행하여 중국의 동서부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매일매일 배출되는 엄청난 닭똥을 땅에 묻는다면, 중국 동남지역의 물줄기에 흘러 들어가 수질 오염을 촉발하고 치명적인 환경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재를 해결해 낸 것이 바로 계분 발전소이다. 아시아 최대의 양계농장을 아시아 최대의 양계 발전소로 진화시킨 것이다. 근사한 말로는 ‘바이오매스’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계분을 연소시켜 전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닭똥 3톤이면 석탄 1톤에 버금가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년간 80만톤의 닭똥을 전기를 생산하는 자원으로 활용했다. 이는 매년 4만 채의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광택현 일대의 주거지에 자체적인 에너지 자립을 보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계장이 식량 공급은 물론이요 에너지 보급까지 담당하게 된 것이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겠다. 즉 광택현 일대는 닭을 키우면서도 닭이 배출한 똥으로 전기의 자급자족까지 달성하는 업사이클링 순환경제의 세계적인 모범 지역이 되었다.
3. 재생에너지
지하자원에서 천상(天上)자원으로의 이행을 상징하는 곳은 ‘대동’(大同)시이다. 화력발전을 태양광발전으로 대체하는 프린티어의 실험장이다. 2017년 대동시 정부는 석탄을 채굴했던 탄광지에 13개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다. 연간 발전량은 석탄 48만 톤에 해당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함은 물론이요, 탄광이 사라진 땅에는 식생이 회복되어 산소를 배출하는 이중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
UNDP(국제연합개발계획)도 대동시의 실험을 지원하며 세계 청소년 캠프도 개최했다. 상공 500미터에서 내려다 보노라면 익숙한 이미지가 눈에 든다.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 팬더 두 마리의 이미지로 태양광 발전소를 조성해 둔 것이다. 이름은 각각 ‘치치’와 ‘덴덴‘으로 지었다. 치치와 덴덴과 함께 하는 이 팬더 발전소는 자연스레 미래세대에게 클린 에너지에 대한 흥미를 키우고 열정을 돋군다. 캠프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태양광으로 충전한 클린 에너지로 질주하는 레이싱 카를 즐기며 미래를 앞서 경험한다. 열흘 간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재생에너지에 대한 생생한 배움과 활활한 체험을 병행하는 것이다. 애당초는 매년 세계 청소년 재생에너지 캠프를 개최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복병을 만나서 잠정 중단된 상태이기는 하다. 비록 캠프는 중단되었으나 치치와 덴덴은 점점 더 많은 태양광을 발전하면서 대동시를 미래도시로 진일보시키고 있다.
이 세계 최초의 ‘팬더 발전소’는 이미 외부로 청정에너지를 수송하고 있다. 발전소 면적은 표준 축구장 174개 크기다. 연평균 발전 이용 시간은 1천580시간, 연간 친환경 발전량은 8천만㎾h(킬로와트시)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평균 전기 사용량 780㎾h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펜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전기로 한 해 10만 명에게 전기를 공급했다는 말이다. 매년 2만6천t의 석탄을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6만8천500t을 줄이고 있다. 대동시의 실험은 이미 중국과 세계로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안후이(安徽)·광시(廣西)·네이멍구(内蒙古) 등 여러 지역에도 6개의 ‘판다 발전소’가 건설되었다. 또 필리핀, 피지, 태국 등 여러 나라 또한 협력 의향을 보였으며 향후 더 많은 ‘일대일로’ 국가에 100개의 ‘팬더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중국을 넘어 세계로 ‘대동세계’의 실험을 확산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
중국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태양광 발전 단지로 칭하이성의 공화(共和)현도 꼽을 수 있다. 해발 3000미터를 넘는 고비 사막에 자리한다. 여기서도 지면의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태양광 발전의 소산으로 식생이 급속히 회복되었다고 한다. 오히려 잡초가 너무 많이 자라나 부작용을 일으킬 정도이다. 흥미로운 것은 주변의 유목민들이 키우는 수천 마리의 티베트양을 끌고 와 풀을 먹이이 시작했다는 점이다. 300마리 단위로 조를 나누어 무럭무럭 자라나는 잡초들을 게걸스레 먹어 치운다. 40kg의 티베트양은 하루 평균 5kg의 풀을 먹는다고 한다. 2천마리의 양들이 10km2에 달하는 태양광 단지를 배회하며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기술과 동물과 식물이 독특한 공생 관계를 연출하는 ‘미래형 공화’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고 하겠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은 간헐성이다. 밤이 되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발전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설령 맑은 날이라고 하더라도 구름이 끼노라면 발전량이 들쭉날쭉이 되기 일쑤이다. 지속적으로 안정된 전력공급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돌파구를 내고 있는 장소로 용양협의 수력발전소가 있다. 황화의 강줄기가 칭하이의 대초원을 지나가면서 형성된 용양 협곡은 240m에 달하는 천연의 낙차가 있고 가장 폭이 좁은 곳은 30m로 수력발전소 건설에 안성맞춤한 지형이다. 용양협 수력발전소의 댐은 높이 178미터, 길이 1226미터로 황하 유일의 수력발전소로 불린다. 1986년에 정식으로 저수를 개시하여 면적 383m2, 저수용량 247입방미터의 거대한 인공 댐이다. 발전소에는 설비 용량 128만 킬로와트의 발전 유니트가 4대 있고 24시간 풀가동할 수 있다.
칭하이의 고원 지대에 해가 떠오르면 공화현의 태양광 발전소에서는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동시에 용양협 수력발전소도 피크 조정을 시작한다. 황하의 수력발전과 공화의 태양광 발전이 서로 전력을 융통하는 세계 최초의 융복합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불과 물은 지구에서 손을 맞잡아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였고, 음과 양의 조화와 균형으로 생명은 더욱 번성하게 되었다. 자연을 설명하는 이 동방의 가장 오래된 지혜가 지상의 수력과 천상의 태양력의 조화와 균형으로 현실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사막과 강을 이용하여 태양광의 한계를 극복하고, 종래의 에너지와 새로운 에너지의 협력으로 미래를 개척해내는 독자적인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손오공의 배경이자 석굴암으로 유명한 둔황 또한 태양광 발전에 합류하고 있다. 중국 서부 사막지대의 끝자락에 자리한 둔황은 연간 일조 시간이 3000시간을 넘는다. 작열하는 붉은 태양이야말로 이 지역 최대의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태양의 열과 빛을 모으는 거대한 거울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185m2. 1525개의 거울이 높이 138m의 집열기를 둘러싸고 태양열 발전소를 형성하는 대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 태양열 발전소는 일조 강도가 발전 기준에 달하면, 엔지니어가 거울의 각도를 조정하여 태양광을 반사하여 타워 상부의 집열기에 모으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모여진 태양광은 섭씨 천도의 고온이 되어, 집열기는 타워 아래부분의 용융염에 열기를 보낸다. 물로 용융염을 냉각하는 프로세스로 대량의 증기가 발생하고, 증기 터빈을 움직이는 것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태양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거울도 따라 움직인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태양의 이동에 따라서 최적의 반사각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빼어난 성능의 거울에는 ‘Heliostats’라는 상징적 이름이 붙여져 있다. 그리스어로 helios는 태양을 의미하고, statos는 정지나 고정을 의미한다.
이 둔황의 태양열 발전소가 정식으로 가동한 것은 2016년 말이다. 아시아 최초, 세계에서는 3번째로 24시간 발전하는 용융염 타워식 태양열 발전소가 들어선 것이다 지금은 연간 3만 채의 가정에 100% 청정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 발전소의 최대의 강점은 일몰 후에 발휘된다. 태양열 발전소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제어실에서 컴퓨터가 하루 중 축적한 열을 이용하여 발전하는 중요한 작동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집광부터 흡열, 축열, 환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제어되고 있다. 즉 자연의 힘에 자동의 기술이 결합되어 더 나은 자연을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의 현장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이 태양광 발전 시설 안에는 로봇들도 분주하게 풀가동 되고 있다. 앞으로 1만 1천대의 거울이 둔황 일대에 더 들어설 예정이라 한다. 이 거대한 거울 발전소야말로 미래의 중국, 그린 에너지로 작동하는 그린 차이나와 클린 차이나를 상징하는 둔황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4. 신생에너지
세계 최대의 태양광 발전을 자랑하는 중국이지만 포스트-태양광 시대를 선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재생에너지를 넘어 신생에너지, 인공적인 태양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을 지나 인공태양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구 밖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인공위성과도 차원이 다른 메가 프로젝트이다. 인공적인 작은 태양이 현실화되다면 그야말로 인위적인 빅뱅(BIG BANG)의 창출, “딥뱅”(DEEP BANG)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태양은 거대한 인력르로 수소 원자를 융합해서 방대한 열 에너지를 방출한다. 태양이 1초에 산출하는 에너지를 모두 수집만 할 수 있다면, 인류가 수만 년 사용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의 엄청난 원천 에너지이다. 중국의 과학자들도 이 지구 상에 소태양을 탄생시키는 과업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에서 최초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해가 1966년이다. 미국, 영국, 소련에 이어 4번째로 수소폭탄 보유국이 되었다. 수폭의 핵융합 반응으로도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다만 그 에너지를 통제할 길이 없기에 치명적인 무기로만 쓰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인류가 그 에너지를 제어만 할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궁극적 비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핵융합 발전의 실현에는 용기의 과제를 해결해내야 한다. 중국의 과학자들이 설계한 핵융합 실험장치가 이름도 의미심장하게 ‘EAST’(Experimental Advanced Superconducting Tokamak)이다. 기초 원리는 소련의 과학자들이 제기한 토카마크에 기초한다. 러시아어로 토카마크(токамáк)는 진공, 자기, 코일 등 복수의 어휘를 조합한 것이다.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도넛형 장치가 바로 토카마크인 것이다. 이런 가두어진 플라즈마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자기장 뿐만 아니라 내부에 전류가 흐르게 해야 하며, 플라즈마가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또 다른 자기장이 필요하다. 자기장을 이용하여 플라즈마를 가두는 많은 장치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은 진척을 보이면서, 핵융합 발전에 가장 근접한 최적의 장치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이 중국의 토카마크 핵융합 발전을 상징하는 EAST가 17분간 발전을 지속하면서 세계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인류에 무한정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동방의 등불, 지구의 횃불이 되겠다는 것이다. 17분에서 17시간, 나아가 17년까지 핵융합 발전을 달성하는 목표로 삼고 있는 해가 2049년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인공기가 휘날린 지 일백 주년이 되는 해에 인공태양을 온 세상에 공개하고 싶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한 세대의 헌신과 공력이 필요한 슈퍼 프로젝트라고 하겠다. 그러함에도 중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낙관과 자신감의 공기가 역력하다. 핵융합의 원료인 수소는 지구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의 7할을 뒤덮고 있는 바다에서 무한정의 의 수소를 얻을 수 있다. 이 지구를 생명이 번성하는 행성으로 진화시킨 물(H2O)에 포함되어 있는 저 수소에너지가 인공태양시대로 가는 신생에너지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생에너지에 근간한 산업문명시대를 지나 재생에너지와 신생에너지로 가동되는 신생명문명으로의 이행을 상상해 보게 된다. 무위자연의 농업문명시대를 지나 인위자연의 신생태문명으로 도약하는 뉴노멀, 신시대의 비전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중국이 세계 최대의 탄소배출국에서 세계 최첨단의 탈탄소산업 대국으로 가장 빠르게 이행하고 있는 것에는 그 변화를 설계하고 집행하며 총지휘하는 ‘중국 특색의 그린 거버넌스’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린테크’라고 함은 단순히 산업공학적 테크놀로지만 의미하지 않는다. 그 이행의 속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의 혁신, 즉 ‘거번테크’(Govern-Tech)의 일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생명문명으로의 대전환을 최대한 신속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우왕좌왕, 좌충우돌하고 있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확립된 단일 목표를 향하여 일사분란하게 전속력으로 질주해야 한다. 1949년의 ‘붉은 신중국’을 2049년의 ‘녹색 혁신중국’으로 탈바꿈 시켜가고 있는 그린 차이나의 그린 거버넌스를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 출처 : technocracy.news / baidu
20대는 사회과학도였다. 서방을 선망했고, 새로운 이론의 습득에 골몰했다. 30대는 역사학자였다. 동방을 천착하고, 오랜 문명의 유산을 되새겼다. 자연스레 동/서의 회통과 고/금의 융합을 골똘히 고민했다. 그 소산으로 1000일 『유라시아 견문』을 마무리 짓고 40대를 맞이했다. 개벽학자이자 지구학자이며 미래학자를 지향한다. 개벽학은 동학 창도 이래, 이 땅의 자각적 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뜻이다. 동녘의 오래된 유학과 서편의 새로운 서학이 합류한 문명의 융합을 거대한 뿌리로 삼는다. 그러함에도 한국학, 한 나라에 한정되지 않는다. 북구부터 남미까지, 인도양부터 시베리아까지, 지구적 규모로 정보를 수집하고, 지구적 단위로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특히 인간이 창조한 인공의 세계, 인공지구와 인공생명과 인공지능의 도래를 주시한다. 인간 이전의 자연적 진화는 물론이요, 인간 이후의 자율적 진화에, 인간만의 자각적 진화를 두루 아울러야, 지구의 진화에 일조할 수 있는 미래학자의 자격이 갖추어진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진화,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공진화, 생물과 활물과 인간의 공진화, 생명과 기술과 의식의 공진화, 만인과 만물과 만사의 공진화, 개벽학과 지구학과 미래학의 공진화,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깊은 미래(DEEP FUTURE)를 탐구하는 깊은 사람(Deep Self), 무궁아(無窮我)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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