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오셨다. 달이 오시기 며칠 전부터는 유난히 신경질이 나고, 피로가 쌓이고, 세상이 디스토피아로 변한다. 달을 통제하지는 못한다. 달은 호르몬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신경안정제나 진통제를 먹으면 효과를 본다고 하지만 자주 챙겨 먹을 시기를 지나쳐 버린다. 안전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달이 오시는 날 전후로 주의해야 한다. 달은 이름도 다양하다. 대자연, 달거리, 마법, 생리, 정혈, 월경. 호르몬에 지배당하는 […]
READ MORE발리에서 한 달을 지낸 후 대만으로 넘어왔다. 4년 반 만에 돌아온 대만. 친구들을 꼬드겨 함께 타이페이에서 차를 빌려 서핑 트립을 떠났다. 대만의 고속도로는 전부 해안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서핑 스팟으로 향하는 경로가 편리하다. 타이둥-켄팅-가오슝에 들러 섬 한 바퀴를 돌았다. 며칠 만에 나라를 돌다니, 한국 못지않게 작구나. 여행의 시작은 이랬다. 대만과 네덜란드 혼혈인 친구가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날 […]
READ MORE얼마 전 짝꿍과 지인들과 함께 숲속에서 깊은 명상을 했다. 지인은 짝꿍의 동료이자, 부부이자 모부이고, 슬하에 만 4세 아이가 있다. 이름은 DK 베이비. 어린아이, 그것도 가까운 사람의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건 처음이었다. 내 또래 인간들은 아이는커녕 결혼도 안 했을 뿐더러 비혼주의와 비출산주의를 지향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어린아이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거나 상상하기도 어렵다. (물론 […]
READ MORE저는 ‘자연스러움’을 경계합니다. 자연스럽다고 믿어왔던 것들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인간이 공장식 축산으로 가축을 길러 고기를 먹는 행위는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훈육이라는 폭력, 남성을 대상으로 한 징병제, 그리고 징병제 그 자체,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는 암묵적인 약속도, 오직 한 상대와의 독점적인 연애도, 무기한 계약 조건의 결혼도, 사유재산과 자본주의도, 문화적으로 생성된 거의 […]
READ MORE‘아빠’라는 말은 저를 깊은 심연으로 끌고 내려갑니다. 그 깊이는 오늘과 과거의 물리적 거리이기도 하고, 어둠과 어린 시절의 찬란함이기도 합니다. 아빠는 언제나 제 존경의 대상이었죠. 가치관과 철학이 확고한 지식인이고, 다정하고 늠름하고 멋진 아버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포옹과 키스를 퍼부어주시던 당신. 제게 늘 해주시던 말씀이 있죠.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이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