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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아세안 정상회의가 5월 12~13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일주일 뒤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고,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인도·호주 ‘4자 안보 대화’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이 3개월 가까이 지나면서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태평양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의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포섭을 강화하고 있다고 여러 언론들이 지적한다. 과거 트럼프 시절의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탈동맹화 추세를 보였다. 이제 워싱턴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동맹체계의 구축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전통적 동맹체계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아태지역 동맹체계 구축은 두 가지 방향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첫째, 지정학적 중심에서 가치관에 기반한 동맹체계로 변화이다. 냉전시대 미국은 소련 타도를 최고 목표로 삼아, 모든 가능한 국가들과 연계하여 이데올로기적 한계를 뛰어넘는 지정학적 형태의 동맹체계를 구축하였다. 냉전 종식 이후, 한 때 미국 내에선 경제무역이 전통적인 지역정치와 가치관의 차이를 뛰어넘어 세계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경제무역 결정론’이 팽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론’은 사실상 ‘경제무역 결정론’의 변형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미국은 가치관에 기초한 동맹체계 구축으로 선회했다.

둘째, 미국 중심의 ‘등급제’ 동맹체계에서 다중심적· 다형태적· 다층적 네트워크 동맹체계로의 변화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동맹체계 구축 전략은 더욱 다양해졌다. 미국은 동맹체계의 리더에서 리더‧ 관건적 핵심‧ 막후 추동자 3중 역할이 공존하는 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다층적이고 다분야적인 새로운 동맹체계 구축을 시도 중이다. 이러한 아시아‧태평양의 신 동맹체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층차를 분류’ 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아‧태 동맹체계의 고유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아태 동맹체계는 핵심동맹, 일반동맹, 전략적 협력동반자 세 단계로 구성된다. ‘핵심동맹’은 ‘앵글로색슨 그룹’인 오쿠스(AUCUS)연합과 ‘다섯 눈(Five Eyes) 연합’이 주요 멤버들이다. 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는 미국과 통상적인 동맹조약뿐 아니라 종교 문화와 가치관의 일치성, 그리고 정보· 군사적 측면에서 슈퍼동맹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반동맹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동맹체계의 주요 전략이다. 일본·한국·태국·필리핀 등은 미국과 재래식 동맹조약을 맺으면서 동시에 가치관에 있어서도 동조하고 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동맹체계의 외곽 버팀목이다. 미국은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베트남 등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 유형 중에서 인도는 가장 특이하다. 미국은 인도에 대한 포섭과 경계를 병행한다. 한편에서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인도를 역내 지도국가로까지 부상시키기를 꾀한다. 다른 한편에선 인도에 대한 견제를 모색한다.

둘째는 ‘네트워크 연결’ 이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동맹체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화 하고,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협력체계를 추진하려 한다. 이같은 분산적이고 다중심적인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은 자신들의 전략적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의 중요 전략개념이다. 이 신 개념을 통해 미국은 태평양과 인도양 지역의 해양대국을 연계함으로써 일본을 전략적 기점으로 삼고, 인도를 주요 포섭 대상으로 삼아 육상대국 (중국, 러시아)을 탄력적으로 견제하려 한다. 이런 면에서 ‘4자 안보대화’는 미국의 중요한 착점이다. 이 기제 하에서 양자 국방외교의 ‘2+2’ 대화와 3자 협력체제가 몇 개 형성돼 있다. 일본과 호주는 지난 1월 <상호접근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준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셋째는 ‘크로스 존(지역 가로지르기)’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동맹체계와 대서양 횡단체계는 서로 독립해 있다. 이렇게 하면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의 안보는 모두 워싱턴을 통과해야 하는데, 미국은 전략적 축을 편리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미국은 새롭게, 한편에선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의 동맹체계를 통합하고 나토의 아시아·태평양화를 추진하는 ‘삼양연동(三洋連動)’ 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12년 만에 전략 방향과 행동지침을 개정하여 ‘중국 요소’를 처음으로 집중 고려했다. 이 회의에는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가 초청됐다. 한국은 5월 5일 ‘나토 사이버방어센터’에 공식 가입했다. 이 기구가 회원국을 유럽 밖 국가로 확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이제 나토의 사이버 안보 동맹체계에 가입했다.

다른 한편, 미국은 나토 회원국과 아시아·태평양 동맹국 간의 군사협력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해군순항을 시작했다. 얼마 전 영국과 일본 역시 <상호접근협정>을 ‘역사적으로’ 체결하는데 합의했다. 일본이 이같은 협정을 맺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유럽 국가들과는 첫 번째 맺은 유사 협정이다.

넷째는 ‘영역 넘나들기’이다. 미국의 전통적 동맹체계는 정치·군사 등 ‘하드 안보’ 분야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소프트 안보’ 분야에서도 동맹이나 준(準)동맹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자간 차원에서 미국은 TPP 탈퇴로 인한 경제무역 상의 리더십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경제틀(IPEF)’을 추진 중에 있다. 좀 더 미시적인 영역에서 미국과 동맹국들간 움직임도 활발하다. 예컨대 ‘블루닷 네트워크’, 반도체 4자동맹, 백신 이니셔티브, 백신여권 상호인정 협의 등과 같이 인프라 구축, 핵심 산업체인 공급망, 질병퇴치 분야 등과 관련돼 있다. 유럽연합도 자신의 경제적 우위를 적극 활용한다. 지난해 6월 ‘EU-미국 무역기술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올해 4월에는 ‘유럽연합-인도 무역·기술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만큼 미국은 방대한 규모의 영역별 협상과 협력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이 계속되면서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지역과 국제적 영향력을 압박하는 지정학적 목표 차원에서, 러시아 정치제도 가치관을 바꾸는 목표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가치관에 기초한 아‧태 동맹체계를 보다 폭넓은 가치관 동맹체계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번역: 김정호 2022년 5월 16일

 

쟝지아동 (张家栋, 푸단대학 미국연구센터 교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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