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임은 누가 될 것인가. 오는 9월 독일은 연방하원 선거를 치르고 새로운 총리를 선출한다.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지난 1월 당 대표로 선출된 아르민 라셰트(60)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상황이 간단치만은 않다. 당 대표로 선출되고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반드시 총리가 되는 […]
READ MORE정장을 입은 한 성인 여성이 힘차게 성큼성큼 걷고 있는 옆모습이 보인다. 옆의 흰 벽에는 그림자가 비치는데 이 여성의 그림자는 아닌 것 같다. 키가 훨씬 작다. 그림자는 짧은 고수머리를 뒤로 묶은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 대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1월 8일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이미지가 이슈가 됐다. 성인 여성은 미국 역사상 첫 ‘흑인·여성’ 부통령으로 […]
READ MORE그는 전 국민을 걱정했지만, 전 국민은 그를 걱정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맞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능력은 빛을 발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신뢰하는 기관으로 질병관리본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정 청장의 머리카락은 점점 더 희끗희끗해져 갔고 얼굴은 까칠해졌다. 첫 브리핑 때 그는 깔끔한 재킷을 입었지만 이내 노란색 민방위복으로 바뀌었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환자가 처음으로 국내에 발생한 […]
READ MORE“우익 자유주의 운동에 연료를 공급해 온 억만장자 코크씨는 뉴욕의 병원과 박물관의 후한 기부자였다. 그는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썼으며 그 영향력을 계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9년 8월 코크 형제 중 동생인 데이비드 코크가 79세로 숨졌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런 부고 기사를 냈다. 미국 공화당의 돈줄이자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으로 불리는 […]
READ MORE다윗의 돌팔매 덕수궁 돌담길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가는 1977년 10월 24일, 덕수궁 옆 서울지방법원 법정에서는 서울대·고대 유인물사건 재판의 결심이 열렸다. 서울대의 김창우(74학번)와 서익진(73학번), 고려대의 설훈(74학번), 이민구(75학번), 황인국(75학번) 등 수의를 입은 피고들이 법정에 들어오고 재판장이 들어와 앉자 곧바로 재판이 시작되었다. 재판장 허정훈 판사는 장영자 사건을 담당했던 사람으로 피고들에게 강압적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악평을 듣고 있는 인물이었다. 먼저 […]
READ MORE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에 여성으로는 최초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이 취임했다. 폰 데어 라이엔은 40대에 늦깎이로 정치에 발을 들였지만 한때 앙겔라 메르켈을 이을 가장 강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돼 온 중량급 정치인이다. 추진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 스스로가 7남매의 어머니인 폰 데어 라이엔은 독일 노동부 장관으로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남성에게 유급 육아휴직 2개월을 […]
READ MORE『거짓말 잔치』 2014년 2월 13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형사 10부에서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재심재판 선고공판이 있었다. 재판장 권기훈(배석판사 이주형, 김형석)은 강기훈에게 유서대필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30분에 걸친 재판장의 판결문 낭독이 끝나자 법정을 가득 메웠던 방청객들 속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당시 재판정의 모습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전말기’라는 이름으로 안재성이 쓴 『거짓말 잔치』(도서출판 주목, 2015)에서 이렇게 전하고 있다. […]
READ MORE광야의 외침 1976년 4월 21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에서는 100여명의 방청객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분위기 속에서 고영근 목사에 대한 긴급조치9호 위반 재판이 열렸다. 고영근 목사는 3월 10일부터 13일까지 충북 단양군에 있는 단양장로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했는데, 이 부흥회에서 한 설교내용이 문제가 되었다. 고 목사는 부흥회 중에 단양경찰서에 연행되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었고, 이날 그 첫 재판이 열린 것이다. […]
READ MORE한동안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논란으로 정국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둘로 갈라진 거대한 열광과 분노, 냉소와 조롱이 한국 사회를 뒤덮었다. 그 와중에 이낙연 국무총리의 안정감과 신뢰감이 조용히 주목받았다. 혼란 속에서도 이 총리는 ‘책임 총리’로서 돼지열병과 태풍 방재에 전념하는 등 안정적으로 내치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덧 이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READ MORE영원한 청년 이범은 불광동 사람이다. 원래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지만(1957년생) 7살 때 서울에 올라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이 동네에서 나왔고, 평생 이 동네에서 일하다가 이 동네에서 죽었다. 놀기도 이 지역에서 많이 놀았다. 주말이면 지인들과 불광역에 모여 북한산에 올랐고, 불광사 길로 내려와 길목에 있는 연신내 골목식당에서 뒷풀이를 했다. 죽어서도 이 동네에 묻혔다. 그의 유골은 지금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
READ MORE한·일 관계가 유래 없는 불화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에도 간헐적인 망언이나 충동적인 민족주의 발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서로 적대적 조치를 취하면서 결별의 수순을 밟는 듯한 모양새는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한국을 끝내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국은 이에 맞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했다. 전통적으로 한·일 갈등을 중재해왔던 미국도 뒷짐만 지고 있는 […]
READ MORE구로동맹파업 1985년 6월 당시 수도권지역 최대공단이었던 구로공단에서 큰 파업이 일어났다. 이 파업은 대우어패럴 봉제공장 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대우어패럴은 당시 재계 순위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던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다. 6월 24일 대우어패럴 노동자 300여명은 이틀 전 경찰에 연행되어 노동쟁의조정법 위반으로 구속된 김준용 위원장과 강명자 사무장의 석방과 노동조합 탄압중지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공장 2층 작업장을 점거하고 출입문을 걸어 […]
READ MORE‘과도정부 경제각료’ 임재경 선생의 회고록 『펜으로 길을 찾다』 (2015, (주)창비)의 발문을 쓴 신홍범은 한국 언론사에 훌륭한 발자취를 남긴 언론계 선배로서 세 사람을 꼽았다. 송건호, 리영희, 임재경이 그들이다. 신홍범은 발문에서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을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흔들림 없이 한길을 걸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세분은 험난했던 시대에 언론인으로서 멀고 험한 길을 […]
READ MORE10.2 데모, 유신독재에 파열구를 내다 1973년 10월 2일 오전,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서울 문리대 4·19탑 앞에 20-30명 학생들이 모여들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11시가 되자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불이야!”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이 소리에 놀란 학생들이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뛰쳐나왔다. 이번에는 4.19탑 앞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입시다. 4.19탑 앞으로 모이세요! 비상총회를 엽니다.” 이 소리에학생들이 4.19탑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순식간에 […]
READ MORE이재명 경기지사가 큰 고비를 넘었다.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이 지사는 지난 5월16일 1심 법원에서 기소된 모든 혐의에 ‘전부 무죄’ 선고를 받았다. 다양한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던 이 지사지만 검찰에 의한 기소는 단순한 의혹 제기나 흑색선전과는 달랐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로 판단하고 기소한 만큼, 자칫 지사직 상실형도 나올 수 있었다. 아직 2심, 3심 판단이 남았지만 이 지사는 […]
READ MORE베를린 3자회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1년만인 1990년 10월 3일, 동독이 독일연방에 가입함으로써 독일 통일이 선포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베를린 제국의회의사당에서 144명의 동독 의원을 포함하여 전독의회가 개최되어 역사적인 독일통일을 완성했다. 그로부터 한달 보름 후인 1990년 11월 19일, 독일 베를린 시청 192호실에서는 세계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한반도 통일을 위해 매우 의미있는 회담이 […]
READ MORE광화문의 새 바람 2012년 1월 박원순 서울 시장이 연극 연출가 박인배를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임명했다. 어떻게 보면 수십 개 서울시 산하기관 중에서 한 명의 기관장을 임명한 것으로 그다지 특별하다고 할 수도 없는 인사였다. 그러나 이 인사가 세인의 입길에 올랐다. 우선 세종문화회관과 박인배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비싼 티켓을 구해서 감상하는 클래식 음악이나 연극, 오페라 […]
READ MORE3·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역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 선생(1898~1958)은 가장 뜨겁게 재조명되고 있는 인물이다. MBC에서는 김원봉 선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몽>이라는 드라마까지 방영 중이다. 약산에 대한 열기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에서 배우 조승우가 연기한 김원봉 선생은 짧은 등장에도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는 대사와 함께 […]
READ MORE『어둠의 자식들』 전두환 신군부가 5.17쿠테타와 광주학살로 정권을 장악하고 난 살벌한 시기였던 1980년 7월 한권의 책이 대학가 서점에서 날개돋힌듯이 팔렸다. 황석영의 신작 소설 『어둠의 자식들』이었다. 현암사에서 낸 『어둠의 자식들』은 발간되자마자 수만 부가 팔려나가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70년대에 이미 『객지』, 『삼포 가는 길』 등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문명(文名)을 날리던 황석영에게도 흔하지 않은 대박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
READ MORE6월항쟁의 서막이 열리다 1987년 5월 18일 오후 6시 30분 명동성당에서는 ‘광주민중항쟁 7주기 미사’가 열렸다. 여기에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승훈 신부가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축소 은폐되었다고 폭로했다. 이 폭로는 4.13 호헌조치 이후 각계의 서명운동·단식투쟁으로 민주화투쟁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던 정국을 메가톤급 핵폭탄으로 강타했다. 박종철의 죽음과 4.13 호헌조치로 내연하던 국민들의 분노가 마침내 폭발하였다. 그해 1월 박종철 열사가 죽고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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