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나는 횡성 청태산 아래에서 작은 랜턴을 켜놓고 호사스러운 시간을 누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요즘처럼 좋은 날씨가 계속되는 계절에는 집에 있기가 참 아깝다. 그래서 가능한 자주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보내며, 한 주가 멀다하고 숲이나 바다로 가서 작은 집을 짓고 하룻밤을 보낸다.
오늘은 6월 5일 환경의 날, 평소 같았으면 환경의 날을 기념하며 많은 일을 꾸렸을 테지만, 어쩐지 이번엔 그럴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이끌어 내는데 시간을 쏟은 지 어느덧 5년차. 사실 나는 요즘 기후 변화로 인한 우울감과 무력감에 다소 시달리고 있다. 올해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며 절망스러운 현실을 똑바로 보게된 것이 그 이유라면 이유일지도. 그래서 이번엔 ‘나부터 회복하고 보자’ 라는 마음으로 자연으로 들어왔다. 때때로 사람보다 자연으로부터 받는 위로의 울림이 더 클 때가 있다.
내가 운영하는 원헬스 커뮤니티 ‘나투라프로젝트’는 2018년부터 야외 행사를 주력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커뮤니티 활동의 1차적 목표는 자연과의 연결이다. 자연의 일부로서 대지를 딛고 하늘을 바라보며 진행하는 요가와 명상, 산을 오르고 트레킹하며 자연을 관찰하는 여유로운 시간. 자연 안에서 나만의 작은 보금자리를 잡고 하루를 보내는 백패킹.
이 시간들은 대부분의 날씨를 체감할 수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며, 환경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2차적 목표는 개인의 삶 안에서 변화이다. 1차 활동들을 통해 자연과 연결되면 작게나마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알아차리게 되면, 최소한 나라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과 의지를 갖게 된다.
자연스레 1차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이 각자의 영역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에 해함을 덜하는 생활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주곤했다. 본인들 역시 그 변화가 대견하고 기분좋은 일이었던 모양이다.
코로나 19로 대면모임이 힘들어졌을 때는 그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원헬스 환경독서모임’ 을 진행했다. 온라인으로 일정 시간에 만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이 기후위기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개인의 삶으로 연결하는 값진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독서모임을 통해 매달 일정 금액을 모아 소외된 생명들에게 모두 기부했다. 사람들의 자부심은 ‘알고 행한다.’ 는 것에서부터 왔다.
마지막 3차적 목표는 개인적 영역에서 나아가 사회적, 생태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 요가를 하고, 산길을 걷고, 백패킹을 하는 등 개인의 건강을 위한 1차 활동을 넘어서서 우리의 만남은 일회용품을 쓰지 않음을 기본 수칙으로 하고, 채식을 하고 쓰레기를 줍는다. 많은 것들을 소비하지 않고도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여행 방법에 대해 시도하고, 우리가 걷는 산길에 어떤 나무들이 식생하는지, 들려오는 새소리가 무슨 새인지에 대해 공부하며 생물다양성의 중요함을 자연스레 깨닫는다. 통합적인 시선으로 우리의 생활과 유희를 점검하고, 더 나은 방식을 모색하고 공유한다. 그래서 이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이들에까지 ‘삶을 살아가는 이런 멋진 방법도 있다’ 는 것을 알고 시도할 수 있는 마음의 불씨를 지피는 것이 나투라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렇기 위해 명확한 신념 그리고 진정성과 근성이 필요했다. 물론 초반에는 돈벌이가 되지 않아서 친환경 제품 생산 및 판매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그 무렵, 기후문제의 근원을 안 후로 양심상 실행할 수 없었다.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나까지 탄소배출에 숟가락을 얹을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1차적 목표를 달성하면 2차, 3차 목표는 자연스레 따라오리라 믿으며 5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매 해를 거듭할 수록 예측하지 못한 날씨로 인해 주최하는 크고 작은 야외 행사들이 더 잦은 빈도로 취소되길 반복하고 있다.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에 의하면 이대로 가다간 2040년에는 하루의 일교차가 무려 70도 이상 나는 날들이 잦아질 것이며, 365일 중 약 143일 정도는 재해성 기후에 시달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아름다운 계절이 얼마나 허락되려나 하는 염려에 벌써부터 아쉽고 슬픈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이 시대를 살아가며 환경보호를 외치는 것은 어쩌면 모순이고 위선일 수 있겠다. 아무리 환경적 의식과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한들 그 누구도 지구에 100% 무해하게 살아갈 수 없다. 존재만으로도 자연에 빚지고 살아가야 하니까. 나 역시 ‘친환경’, ‘지속가능성’, ‘건강’을 키워드로 두고 돈벌이를 하는 삶이지만, 매순간 자본주의적 욕망과 환경적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고, 후회하는 선택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렇게 불완전한 모순덩어리인 나에게도 2022년 지구의 날 현시점, 불편하고 좌절스러운 상황들이 몹시나 많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은 마치 이 기후위기 상황이 본인들과는 전혀 상황없다는 듯 끊임없는 경제성장만을 이야기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공약은 찾아보기가 정말로 어려웠다. 결과 역시 참담했다.
뿐만 아니라 환경의 날을 앞두고 여기 저기서 무언가를 한다. 아직도 누군가에겐 환경, 기후문제는 인류 전체가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가 아닌 단순히 본인들의 지갑을 두둑하게 해줄 ‘잇 아이템’ 인 듯 하다. 여기저기 친환경 브랜드, 비건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데 도대체 뭐가 친환경이고, 뭐가 동물을 위하는 것이며, 뭐가 지구를 위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생분해 된다며, 친환경 제품이라며,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것들을 마구잡이로 찍어내고, 되려 더 많은 소비 (=탄소배출)를 부추기는 브랜드들이 성장하는 것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또 정부와 기업의 영향력만큼 연예인과 요즘은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도 무척이나 중요한데, 이유는 그들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삶의 방식과 정보를 고스란히 믿고 따라하기 때문이다. 호화스러운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삶을 동경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기에 인플루언서들은 본인들의 삶이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진지하게 살피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합성섬유 신상 옷을 매일 바꿔입고, 육식을 하며, 편리함을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인플루언서가 엉뚱하게도 ‘지구를 사랑하자’, ‘환경을 보호하자’ 외치기도 한다.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팔며 ‘비건 제품이니 동물에도 환경에도 도움이 되겠죠?’ 라는 염치없는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묻고 싶다. 본인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줄 정말 아느냐고.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 특히나 환경을 중심으로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내가 하는 행동과 이 일이 사회적으로 그리고 생태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기본 생활방식이 바뀌어야 함은 당연하다. 본인도 실천하지 않는 것들을 누군가 지지해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진정성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온다. 본인들의 경제적 욕망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바른 방법으로 풀어내면 더 바람직한 일을 얼마든지 할수 있다. 나아가 이들은 본인들이 가진 명성과 돈으로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다.
이들을 지켜보고 이들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맹신해선 안된다. 소비로서 환경에 대한 나의 미안함을 덜어내서는 안된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나만의 환경기준이 있어야 하며, 투표하는 마음으로 소비를 해야한다. 그래야 기업이 바뀌고, 정책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 그래야 미래에 희망이 있다.
나는 5년동안, 나투라 프로젝트에서 제품이 아닌 경험과 에너지를 판매하고 있다. 비록 시간도 품도 많이 드는 일이긴 하나 내 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건강해짐에, 지구에 해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음에 안도감을 느낀다. 더불어 매년 불어나는 돈벌이를 보며 올바른 방향으로 잘가고 있음을 느끼고 희망을 본다.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방식으로는 생태회복은 절대 불가능하다. 적당히 타협하며 지구의 온도가 낮아지길 바라서는 안되며, 이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장의 척도와 기준, 그리고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꿔야한다.
그리고 나는내가 돈을 버는 이 방식이 생태계를 회복하고, 사람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하는 모든 일에 크고 작게 적용할 수 있다고도 감히 말해본다.
(다음 글에는 나투라프로젝트가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낱낱이 서술해보고자 한다.)
요가를 수련하고 나누는 일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건강한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모토로 친환경 라이프를 제안하는 웰니스 커뮤니티 를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잔디에 누워 땅의 온기를 수용하며 구름을 관찰하는 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촉감을 느끼고 맛보는 일을 좋아합니다. 사람과 자연의 연결성을 탐구하고, 사이좋게 공존하기 위한 지속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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