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1
  • 국제사회에서 추락하는 달러화
  • 어른이 된다는 것
  •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 미국의 은행위기에서 중국이 얻는 반사이익
  • 커뮤니티 변천사: 1.0부터 3.0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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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백년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앞선 글에서 아시아 대륙이 지리적 실체보다는 심성적인 실체라는 이야기를 길게 했었다. 아시아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보다 무언가가 ‘아닌 것’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유럽이 아닌 무언가, 서구가 아닌 무언가의 총체가 아시아다. 물론 여기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서구가 아닌 무언가라면 ‘비서구’라는 이미 잘 쓰이는 표현이 있다. 비서구는 때로는 문화적으로, 때로는 국제 정치적으로도 쓰이는 말인데, 이야말로 서구가 아닌 모든 것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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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 넘게 전주민의 자택격리가 진행중인 상하이를 가까스로 탈출해 유럽으로 돌아온 벨기에 청년이 유창한 만다린으로 질문을 던진다. “왜 중국시민들은 이런 부당한 정책을 펼치는 정부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 거죠?”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에선 하루만에 삭제됐지만 유튜브에선 여전히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상하이에 10년 넘게 거주하는 한국인 지인이 입에서 불을 뿜는다. “우리 아파트에 사는 한 고위공무원 가족이 양성판정후에도 격리시설에 안가고 버티면서 줄줄이 확진되는 통에, 보름넘게 단지내 산책도 못하고 있어요. 그중 한명은 주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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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체제를 바꿀 새로운 기운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일어나고 있다. 다른 백년은 이미 시작되었다. 백 년이 아니라 천 년일지도 모른다. 파국은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서에서 동으로의 반전도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도 아니다. 그 새 기운이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새로운 기운은 사상도 이론도 운동도 아니다. 새로운 기운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를 줄여 말하면 기화(氣化)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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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글로벌 타임즈 사설 2022년 7월21일자   미국은 막무가내로 한국에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고 답변시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사전 협의와 조정도 없이 이른바 ‘Chip-4’ 동맹(미국, 일본, 한국과 대만)을 요구하면서 한국을 매우 심각한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정부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참가여부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합니다. 미국은 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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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철학 배우면 뭐해요?” 내가 강사로 근무하는 어느 청소년 문화교육 프로그램에서 내 소개를 하던 중 이런 질문이 나왔다. 살짝 당황한 나는 철학을 배우면 ‘선바’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현재 재학 중인 대학을 나온, 나와는 일면식 없는 선배이자 국내에서 인지도 있는 유튜버이다. 그러자 그 청소년은 무척 부러워하면서 웃었다. 순수하다…! 철학과 사람들한테는 언제부터일까 이런 씁쓸한 농담이 전승되고 있는데 말이다. 이 학과를 졸업하면 ‘무엇이든 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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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M. 월트 (Stephen M. Walt), 하버드 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좌교수로 포린-폴리시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출처: 포린-폴리시, 2022년 7월 12일자         필자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점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현시점이 미행정부의 외교정책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필자는 2020년에 바이든에게 투표했고 그가 당선되었을 때 한편으로 안도했지만, 이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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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뉴욕타임즈의 “The Ezra Klein Show, 2022년 6월 7일 화요일       I’m Ezra Klein. This is “The Ezra Klein Show.” 오늘의 초대손님은 Thomas Piketty 입니다. 아마도 Thomas Piketty는 최근 가장 많은 곳에서 초청을 받는 유명인사 중 한 명인 것 같습니다. 그는 틀림없이 세계 최고의 경제 불평등에 대한 연대기를 저술한 학자입니다. 현재 일련의 저작을 통해 광범위한 공동저자들과 협력하여 매우 고된 작업인 국가 간 데이터 세트를 조합하여 상위 1%, 또는 0.1%, 심지어 0.01%까지 몰려들었던 엄청난 수입과 부를 편중을 고발합니다. 자본주의가 노동보다 부(자산)에 보상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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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힘은 마력이다. 말의 힘이다. 왜 자동차의 힘을 말의 힘이라고 하는가? 말이 하던 일을 자동차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1900년만 해도 뉴욕 도심은 마차가 누볐다. 그런데 단 10여년 만에 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했다. 기술은 순식간에 풍경을 바꾼다. 1886년, 독일인 카를 벤츠는 역사상 최초의 자동차를 타고 달렸다. 0.75 마력에 불과했다. 지금 내가 타는 현대 코나는 140마력이 넘는다. 자동차 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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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화의 변화 1860년은 한국사상사에서 중요한 해이다. 이 해에 최제우는 경주에서 득도를 하였고, 최한기는 서울에서 『인정(人政)』을 저술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최제우가 깨달음을 얻은 때가 4월인데, 최한기가 『인정(人政)』의 서문을 쓴 것도 4월이라는 사실이다. 동학과 기학, 기학과 동학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느껴진다. 『인정(人政)』에는 「경장(更張)」이라는 짧은 글이 수록되어 있다. ‘갑오경장’이라고 할 때의 ‘경장’이다. 따라서 ‘경장’은 지금으로 말하면 ‘개혁’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천하의 일에는 경장할 것이 많이 있다. 단 운화교(運化敎)에는 경장할 것이 없다. 단지 수시로 수행(修行)하여, 운화기(運化氣)에 어긋남이 없으면 될 뿐이다. 하루 이틀에서 한달 일년에 이르기까지 (운화기를) 잘 살펴서 따르면 된다. 천년이 지나도 마찬가지고 만년이 지나도 마찬가지다.  『人政(인정)』 권12 「敎人門(교인문) 五」「更張(경장)」   과연 기학자(氣學者)다운 발언이다. 천만년이 지나도 ‘운화하는 기’에만 따르면 된다니 – . 게다가 <운화교(運化敎)>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는 점이 놀랍다. “기의 활동운화를 궁극적인 가르침”으로 삼으라는 뜻이다. 일견 신비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요즘같이 대기가 불안하고 기후가 상승하는 시대에는 흘려 들을 수 없는 말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문장이다.   만약에 기화가 변하면 마땅히 경장을 해야 한다. 기화가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경장은 없다. (氣化若變, 則當有更張; 氣化不變, 則永無更張.)   최한기는 유학을 경장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기학’을 내놓았다. 그런데 지금은 기화가 변한 시기이다. 따라서 최한기의 논리대로라면 기학을 경장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유학의 경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최한기도 크게 보면 유학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평천하(平天下)에서 안천지(安天地)로 사실 “유학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들어 왔다. 대학원 다닐 때 정인재 교수님께서 『대학(大學)』의 팔조목을 보완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전통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시민사회’가 형성되지 않아서 제가(齊家)와 치국(治國) 사이에 〈화사(和社)〉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사’는 “사회를 조화롭게 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이미 20년도 더 된 일이라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과연 대가다운 통찰이다.  수신(修身) – 제가(齊家) – <화사(和社)> – 치국(治國) – 평천하(平天下) 한국사회에서 종종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세월호 사고가 나던 해에 SBS에서 〈공공성 꼴찌 국가 한국〉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전통 유교사회에서는 ‘국가’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가정[家]과 나라[國]에 논의가 집중되어 있었다. 그 중간 영역으로서의 ‘사회’에 대한 논의는 서양어 society의 번역어가 들어온 뒤의 일이다(가령 1931년에 나온 이돈화의 『신인철학』에는 ‘사회’라는 말이 무수히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저 도식에서 여전히 걸리는 게 있다. 바로 ‘천지(天地)’ 항목이 없다는 점이다. 요즘같이 생태위기나 기후변동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천지를 안정시키는 것도 리더의 덕목이지 않을까? 아니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1992년에 리우(Rio)에서 있었던 <Earth Summit – Global Forum>에서는 세계 정상들이 ‘지구환경’ 문제를 놓고 회담을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평천하’ 다음에 <安天地(안천지)>를 넣어 보았다. 平天下(평천하)가 Globe 차원이라면 安天地(안천지)는 Planet 차원이다. Global은 흔히 ‘지구적’이라고 번역되지만, 여기서 ‘지구적’은 ‘국제적’이나 ‘세계적’이라는 의미이다. 반면에 Planet은 ‘행성 지구’라고 할 때의 행성로서의 ‘지구’를 가리킨다.  수신(修身) – 제가(齊家) – 화사(和社) – 치국(治國) – 평천하(平天下) – <안천지(安天地)>            격물(格物)에서 경물(敬物)로 그런데 이렇게 해 놓고 보니 또 하나 걸리는 게 있다. 그것은 ‘인간 이외의 존재(nonhuman)’에 대한 관심이다. 『대학』의 팔조목에는 사람 이야기는 있지만 사물이나 생물에 대한 배려는 없다. 물론 ‘격물(格物)’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 물(物)은 주체라기보다는 객체에 가깝다. 주자학적으로 해석하면,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근대 시기에는 사물을 탐구하여 결국 자원으로 이용하지 않았던가? “아는 것이 힘이다”고 베이컨이 말했듯이 말이다. 게다가 요즘은 교육이 대중화되고 평준화되어 누구가 격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 심지어는 유튜브를 보고서도 격물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격물(格物)을 <경물(敬物)>로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경물’은 동학사상가 최시형의 말이다. 최시형은 “사람만 공경해서는 도덕의 극치에 이르지 못하고, 사물을 공경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천지기화(天地氣化)의 덕에 합일될 수 있다”고 하였다(『해월심사법설』「삼경」). 즉 경물(敬物)이 되어야 경천이나 경인도 완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최시형이 ‘경’의 목적을 “천지기화의 덕과의 합일”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화와의 합일’은 최한기의 기학의 목표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최시형의 경물은 최한기의 기학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최한기의 기학과 최시형의 동학은 결이 다르다. 기학은 엄밀하고 방대한 학적 체계를 갖추고 있고, 동학은 영성과 수행을 강조하는 설법 중심의 신념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시형도 ‘기화’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최한기와 다르지 않다(가령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는 以天食天(이천식천)의 원리를 동질적 기화와 이질적 기화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에 최한기는 최시형과 같은 ‘경물’ 사상은 설파하지 않았다. 바로 여기에 두 사상이 대화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국문학자 조동일 선생이 “최한기와 최시형을 합쳐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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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길이 다시 열립니다. 발빠른 친구들은 벌써 유럽, 인도, 태국, 네팔, 남미 등등 제 집처럼 지내던 곳으로 날아갑니다. 사적 모임이 시작된 만큼 공적 모임도 시동을 겁니다. 각 종 컨퍼런스의 초청 소식들도 들립니다. 지난 2년간 꽉 막혀 답답했던 마음만큼, 활짝 열리게 될 세상에 기대가 커집니다. 그런데 무언가 석연치 않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만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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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케니(KENNY) & 스콧 모리스(MORRIS), 양인 모두 국제개발센터USAID의 책임연구원들이다 출처: 포린-어페어스, 2022년 6월 22일자   소개의 변) 작년 런던에서 있었던 G7 회의에서 바이든은 중국의 일대일로 BRI를 견제하기 위한 구상으로 B3W(Build Back Better- the world)구상을 밝히면서 40조 달러의 투자를 언급한 바 있으나 실제 현재까지 실행한 금액은 달랑 600만 불이었다. 올해 독일 G7 회의에서는 현실을 감안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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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평화로운 시기엔 루쉰을 읽지 않습니다. 진실(無真相), 컨센서스(無共識), 분명한 것들(不確定)을 찾을 수 없는 지금과 같은 환란의 시기에 그를 찾죠.” 이미 팔순이 넘은 첸리췬(錢理群)선생이 작년 연말, 다시 <루쉰선집(錢理群新編, 魯迅作品選讀)>과 평론집 <錢理群講魯迅>을 출간했다. 2015년부터 양로원에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9년 부인과 사별했다. 부인과 같은 시기에 암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는 받지 않고 있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한동안 사람들을 접촉할 수 없어 외로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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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이성이 낳은 도시 다음에는 농시(農侍)다. 농시는 농사 짓는 농업도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문명을 기른다는 기를 농이고, 시장 시가 아니고 모시는 곳이다. 하여 기를 농農, 모실 시侍의 농시農侍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활물자연계, 지구, 사람의 연결망을 생각한다. 인터넷 세상을 생각한다. 인터넷 세상은 아직은 근대 도시 공간을 움직이는 핵심 원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은 사회화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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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허쉬(Michael Hirsh ), 포린-폴리시( Foreign Policy ) 수석 특파원 출처: 포린-폴리시 2022년 6월27일자   소개의 변) 이번 스페인의 NATO 정상회담을 바라본 국제정치의 전문평론지 포린-폴리시 취재책임자가 작성한 솔직하고 직설적인 평론의 글을 소개한다. 그는 한마디로 중국을 도전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신냉전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진단하면서도, 거의 같은 시기에 열렸던 상해의 BRICS 비즈니스 포럼에서 행한 시진핑 연설내용을 인용하며 인류의 평화시대에 대한 중국역할에 일말의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되돌이기 어려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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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우리나라는 1972년 이후 역대 최저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심각한 가뭄난에 시달렸다. 여기저기서 산불이 났고, 작물 생산량이 저하되어 농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살림을 하는 나는 급등하는 농산물 값을 보며 그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가수 싸이(PSY)가 3년만에 그의 시그니처 공연인 ‘흠뻑쇼’를 개최한다고 알렸다. 그의 흠뻑쇼는 ’1회 공연에 물 300톤‘ 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사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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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해(人海)전술 : 데이터의 바다  2018년 글로벌 R&D 비중에서 미국은 28%, 중국은 26%를 차지했다. 훗날 역사가들은 미국이 연구개발과 혁신을 주도했던 마지막 해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2019년 중-미 간 역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세계 R&D의 선도국으로 중국이 등장한 것이다. 아편전쟁 이래 200년, 21세기의 대반전과 대격변을 예고하는 선행 지표라고 하겠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에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다. 한-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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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엘 루비니, Dr. Doom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며 New York University의 경제학 명예 교수이자 Atlas Capital Team의 수석경제학자이며 Roubini Macro Associates의 CEO이다. TheBoomBust.com의 공동설립자이며, 클린턴 행정부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ouncil of Economic Advisers)위원과 국제문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국제통화기금(IMF),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세계은행(World Bank)에서도 근무했다 출처: 프로젝트-신디케이트, 2022년 06월29일     미국과 같은 주요 경제국이 연쇄적인 금융혼란을 동반한 경기침체로 접어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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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하러 가는 길 매주 수요일 대학 강의가 끝나면 나는 강을 건넜다. 한강을 건너 광화문을 지나 북한산 부근에서 어스십(인간이 지구와 갖는 관계성)[1]을 배웠다. 처음에는 북악 터널 지나 부암동이었다. 자연으로부터 태어나 자유로워진 인간들이, 자율화한 기계를 마주하여 자각하기를 꿈꾸는,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개벽’청년들을 기른다는 곳이었다. 개벽’학당’은 내가 군대에 있는 사이 ‘Earth+’라는 이름을 거치더니 ‘지구대학’ 타이틀을 달고 문을 열었다. 평창동과 삼청동에서. 나에게도 문이 열렸다. 부대에서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될까 싶어 취득한 한자, 영어, 엑셀, 한국사 아닌 지구를 배우는 것이 그리웠다. 지구대학 커리큘럼은 지구학, 미래학, 개벽학 이렇게 세 분야로 나눠서 전개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개벽학 수업이 진행되었다. 이번부터 총 12번 연재되는 글은 다른백년의  대표이자 지구대학의 수장인 로샤(이병한)의 선정도서로 쓴 서평들이다. 매주 한 권씩 읽은 책들을 한 편마다 순서대로 다룬다. 책과 주제, 둘 다 그에게서 왔으니 나는 ‘로샤 키즈’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오히려 그렇게 불러주시면 감사하다고 할 수 밖에.   어스십 키즈의 도전 열 편 그래도 마냥 강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옮겨 적는 글은 아닐 것이다. 나에게도 ‘생각’이 있다. 우선 이번 학기는 여러모로 나에게 최적화된 주제라는 생각이 있다. 첫모임 날 앞으로 읽어갈 책 목록을 보며 의외인 점이 있었다. 이름은 개벽학인데 ‘개벽학당’할 때 배웠던 개벽학 도서 혹은 개벽사상서가 한 권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 오히려 ‘자연과학’ 경계 안으로 분류될 수 있는 책들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 맨 꼭대기에 있는 자연과학 자료실만 매주 들렸다.) 그것들은 아주 실용적이고 또 매혹적이었다.  한 권을 읽을 때마다 내 삶에 변화가 한 개씩 일어났다. 나는 명상을 하거나, 채식을 하는 이유를 질문 받을 때마다, ‘안 할 이유가 없어서 한다’고 답한다. 이번에는 책을 읽고 예를 들어 감자칩을 끊었고 ‘서서 일하기’로 정착했다. 라이프스타일 계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고 스스로를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엄청난 체험이나 지난한 여정이 없어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내면에 우물을 깊게 파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앞으로의 서평에는 한편으로 먼저 독자였던 나의 변화 일지도 함께 담길 것이다.    심화하는 자기  여기까지만 보면 책 읽고 토론하며 자기계발하는 집단으로 지구대학이 비춰질 수 있을 것 같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머리에 지식만 가득 차서 떵떵거리는 것보다는, 몸과 마음에 변화가 생기고 어제보다 더 나은 한 사람이 되는 게 나쁘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더 나은’ 사람이 많아지면 더 나은 만남을 가질 수 있고, 그러면 더 나은 사회 그리고 더 나은 지구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옛 유교 경전인 『대학(大學)』에서도 몸을 닦는 것과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을 연속된 흐름으로 보지 않았는가···. 명상과 채식이 사회적이고 지구적인 행동인 것처럼.  개벽학의 자아는 이 같은 관계망을 인식하고 존재적 ‘중첩’[2]을 이루고자 한다. 그리고 현대의 최신과학은 이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뒷받침한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뇌 안에는 세계를 자타가 없는 에너지장으로 파악하는 모듈이 있고, 장 안에는 신체의 물질 흐름을 파악해서 특정한 심리 상태를 창출하는 생체들이 있다. 생명의 역사로부터 우리 인간은 자아를 얻었다. 이 자아는 많이 배워서 성장할 수도 있고, 크게 행해서 성공할 수도 있다. 또한 세계에 깊게 뿌리 내려서 자기를 심화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심화하는 자아’(deep Self)가 주인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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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현대 문명을 구성하는 이미지 “그 비밀은 문학의 기원이 모방에 있다고 본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찰에서 시작된다. 우리 조상들은 새소리를 모방하여 초기 시 음악을 지어 냈다. 영원히 살 수 없는 인간의 갈망을 모방하여 신화의 초기 캐릭터들을 고안했다. 삶의 웃음과 상실을 모방하여 희극과 비극의 초기 플롯을 짜냈다.” –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앵거스 플레처, 651p 문학이 모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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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에서 ‘아시아학’을 전공했고, 대학원도 같은 전공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처음 뵙는 분에게 자기 소개를 하면 난감할 때가 있다. “명묵씨는 전공이 뭐라고 하셨죠?” “아 네, 저는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생소한 학부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당황하거나 호기심에 묻고는 한다. “그… 아시아… 거기서는 무엇을 가르치나요?” 듣는 쪽은 대부분 기억을 잘 못하지만 그래도 성심성의껏 대답한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는 세부 전공으로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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