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석탄을 동력으로 전례 없던 힘을 공급해주는 기계는 단순히 전쟁이나 무역을 많이 한다고 해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기계를 얻기 위해서는, 석탄에서 끓인 물인 증기가 힘을 가진다는 것을 알아야 했고, 그 증기의 힘을 동력으로 전환하는 각각의 기계 장치의 역학을 알아야 했다. 그러나 이런 개별적 지식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자연을 분석해 지식을 […]
READ MORE이미 우리는 두 번째로 다룰 발명품인 나침반이 화약과 어떻게 상승작용을 이루며 유럽을 변화시켰는지 살펴보았다. 나침반으로 대표되는 원양 항해술은 유럽의 강력한 화포와 결합하여 세계 바다의 지배권을 유럽인들에게 안겨주었고, 해양 무역에서 창출되는 이익은 유럽인들의 전쟁을 위한 장작과 연료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원양 항해가 만들어낸 변화는 분명 그 이상이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새로운 무역이 갖는 의미가 단순한 전쟁 자금 […]
READ MORE근대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근대, 혹은 근대성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는 것은 우선 제쳐두어야만 한다. 앞서 설명하였듯 ‘이것도 근대적이고 저것도 근대적’이라는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대를 알기 위해서 그나마 해볼 만한 시도는 ‘그래도 이것 만큼은 근대적이다’라고 그나마 최소한도로 합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그마저도 모두가 동의할 수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
READ MORE아시아는 근대와 함께 탄생했다. 정확히는, 유라시아의 한 지역이던 유럽이 근대 세계를 열어젖히고 스스로를 아시아와 분리하면서 탄생했다. 유럽인들은 자신들을 아시아와의 관계를 통해서 정의했다. 유럽을 부르는 다른 말인 ‘서구’가 사실상 유럽을 대체하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는데, 이제는 유럽인들이 유라시아 동쪽의 이웃인 아시아와는 아예 다른 지리적 범주에 속한다는 의미였다. 서구는 유럽인들이 정착하여 일군 유라시아 바깥의 파생 사회들인 북미, […]
READ MORE앞선 글에서 아시아 대륙이 지리적 실체보다는 심성적인 실체라는 이야기를 길게 했었다. 아시아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보다 무언가가 ‘아닌 것’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유럽이 아닌 무언가, 서구가 아닌 무언가의 총체가 아시아다. 물론 여기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서구가 아닌 무언가라면 ‘비서구’라는 이미 잘 쓰이는 표현이 있다. 비서구는 때로는 문화적으로, 때로는 국제 정치적으로도 쓰이는 말인데, 이야말로 서구가 아닌 모든 것의 […]
READ MORE나는 대학에서 ‘아시아학’을 전공했고, 대학원도 같은 전공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처음 뵙는 분에게 자기 소개를 하면 난감할 때가 있다. “명묵씨는 전공이 뭐라고 하셨죠?” “아 네, 저는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생소한 학부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당황하거나 호기심에 묻고는 한다. “그… 아시아… 거기서는 무엇을 가르치나요?” 듣는 쪽은 대부분 기억을 잘 못하지만 그래도 성심성의껏 대답한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는 세부 전공으로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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