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사회보장론과 기본소득론의 접점으로 필요와 필수재를 말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론은 구체적으로 어떤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하는가? 여기서 이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단순해 보이는 주제지만 논의의 결과는 매우 큰 함의를 가지고 있다. 기본소득론이 충족하고자 하는 필요는, 비록 스스로는 인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자신이 내세우는 ‘무조건성’(세부적으로는 보편성, 개인성, 비의무부과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정당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사회보장론이 너무나 초보적인 것이어서 오히려 이제까지 방치해 둔 그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최소생존필요의 연대적 충족을 제도상의 목표로 삼는다
기본소득론은 ‘모두가 인간다운 삶과 사회적 참여에 필요한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 원칙은 기본소득이 구체적으로 어떤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불분명하게 표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건강, 교육, 요양, 돌봄, 노동 등을 명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기본소득론은 필요에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도, 심층적인 분석도 내놓지 않았다. 단지 ‘인간적인 삶과 사회참여적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이란 문구나 ‘기본적 필요’라는 문구로 해당 필요들을 포괄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그리고 이 필요들을 충족시키는데 소요되는 비용으로 ‘소득’을 강조하며 이를 1인당 GDP의 25% 등의 액수로 등치 시키고 있다.
하지만, 3가지를 근거로 기본소득론의 필요에 대한 추론은 가능하다. 첫째, 기본소득의 ‘기본’은 생활 유지에 매우 필수적인 것들을 의미한다. 한 기본소득의 선구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 […] 이제는 기본소득의 ‘기본’이라는 말이 뜻하는 바가 분명해졌을 것이라 믿는다. 즉, 기본이란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소득이기에 그것을 받는 사람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기초로 삼아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구축해나갈 수 있게 되며, […] »[1]
사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은 기본소득의 사용처가 한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활의 안정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상 특정의 것들을 충족시켜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인간에게 필연적인 근원적 필요와 이를 충족시켜주는 현실에서의 필수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활의 밑거름이 되는 재화와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다. 이 모두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기본소득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론은 자신들이 기본소득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대상들 중에 의료, 교육, 사회서비스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두 번째 근거이며, 기본소득론의 대상물을 크게 좁혀 준다. 즉 기존의 사회보장체계가 사회서비스로 충족시켰던 건강, 요양, 돌봄, 주거, 교육, 노동(취업알선, 직업재교육, 취업계획 등) 등의 필요는 기본소득의 필요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
세 번째의 근거는 공공부조와의 대비 논리이다. 기본소득을 소개하는 각 종 저술들이 아래의 예와 같이 공공부조와 대비시켜 기본소득제의 우월함을 논증하고 있다. 즉 기본소득이 목표로 하는 필요들은 공공부조가 담당하는 필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우리의 주장은 이렇다. 앞에서 정의했듯이 21세기의 새로운 상황에서 무조건적 기본소득과 기존의 조건부 최저소득제도 같은 공공부조제도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빈곤문제를 해소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무조건적 기본소득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사회의 주변부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권력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 목적은 그저 빈곤의 참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다 함께 해방시키는 데에 있다. »[2]
최소생존필요의 구성
위 근거들에 기반하면, 사회서비스를 제외하면서 공공부조가 담당하던 필요들을 추려보면 기본소득이 목표로 하고 있는 필요들을 대략적으로 선정해 볼 수 있다. 오늘날 공공부조의 대표적인 제도인 최저소득보장제도가 보장영역을 규정할 때 사용하는 재화와 서비스(이용에 따른 비용)를 나열해 보자. 이것들은 생존을 위해 가장 기본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최저생계비를 계측할 때 사용하는 품목들이 있고, 스웨덴의 경우에는 경제적 지원제도(Ekonomiskt bistånd)에서 지원액을 산정하는 기준품목들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목록은 식료품, 상수도, 광열(에너지), 가구용품, 피복 및 신발, 교통, 통신, 정보, 여가, 생필품 등이다. 여기에 보건의료, 주거, 교육 등의 사회서비스들에 부과되는 본인부담금도 추가된다 (<표1. 최소소득보장이 보장하는 품목들> 참고)
표. 최소소득보장이 보장하는 품목들 | |
유형 | 내용 |
식료품 | 영양학적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식품 |
주거 | 기본적인 시설이 갖추어진 주거. 주거서비스 및 사회규제로 처리. 다만 본인부담금 적용 |
상수도 | 인체에 적합한 수분섭취, 상수도 |
광열(에너지) | 적절한 체온유지(난방 및 냉방)와 취사를 위한 에너지 |
가구용품 | 인간다운 가정생활에 필요한 가구집기 및 가사용품 |
피복∙신발 | 의류 및 신발 |
보건의료 | 공적 보건의료체계 내 본인부담금. 정기적인 운동 및 정신건강을 위한 예방활동 |
교육 | 공교육 체계 내의 본인부담금 |
여가 | 교양, 오락, 취미생활, 운동, 사회관계망. 자아정체성, 노동생산성, 사회통합에 필수적 요소 |
교통 | 교통수단이 현대 생활에서 필수품 |
통신 | 일반전화 및 공중전화. 오늘날에는 이동전화를 포함 |
정보 | 신문, 라디오, TV 등의 정보전달을 위한 도구. 최근에는 인터넷 |
기타 필수품 | 경조사비, 사회단체회비 등의 사회적 필수품과 칫솔, 치약, 목욕, 이발 등의 생존적 필수품 |
비소비지출 | 비소비지출은 조세 및 사회보험료, 지급이자, 벌금 및 과태료, 피해보상금 등 |
위에 나열된 품목들은 현실에서 관찰가능한 재화와 서비스이다. 서비스의 경우는 서비스 이용에 따르는 비용이 현금으로 산정된다. 이 목록의 요소들은 앞서 보았던 근원적 필요와 필수재의 내용들과 겹친다. 따라서 이를 이에 근원적 필요와 필수재의 틀로 재구성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표2. 최소생존필요의 구성> 참고)
표. 최소생존필요의 구성 | ||
근원적 필요 | 필수재 | |
기능(function) | 생리적 기능 | 식료품, 상수도, 광열(에너지), 주거비(취침, 휴식, 안식처), 가구용품(안식처), 피복 및 신발 |
건강유지기능 | 보건의료의 본인부담금, 운동을 위한 비용, 생존적 필수품 | |
여가기능 | 교양, 오락, 취미생활, 놀이 등을 위한 비용 | |
사회관계기능 | 교통 비용, 통신비용(전화 및 이동전화), 정보(신문, 인터넷), 경조사비, 사회단체 활동을 위한 회비 등의 사회적 필수품 | |
역량(capability) | 기술 및 지식 습득 | 교육을 위한 본인부담금 |
감각능력, 감정력, 상상력, 사고력, 성찰력 함양 | 교육을 위한 본인부담금, 교양, 오락, 취미활동을 위한 비용 | |
조건(condition) | 정치공동체 형성 및 유지 | 비소비지출(조세, 사회보험료, 벌금 및 과태료), 비소비지출의 지급이자와 피해보상금 |
연대망 형성 및 유지 | 사회적 필수품 |
필자는 이러한 필요들의 집합을 ‘최소생존필요’라고 부른다. 이제까지 복지국가론이나 사회보장론이나 이 목록에 포함된 필요들을 하나의 독자적인 집합으로 분류하고 이에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다. 이는 달리 말하면 위 필요들에 대한 사회보장체계의 관심이 매우 낮았다는 말이다. 뒤에서 논의하겠지만 이러한 낮은 관심이 기존 사회보장체계의 핵심적인 한계를 낳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위 목록은 최적상태의 생존에 필수적인 필요들을 모두 포괄하지 않는다. 우선 앞서 말했듯이 기본소득은 사회서비스를 대체하지 않으므로, 사회서비스체계가 보장하는 필요들은 제외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특별한 고려가 첨가되어야 한다. 위 최소생존필요 중 주거, 보건의료, 교육은 독립적인 사회서비스체계가 주로 필요충족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사회서비스체계는 해당 사회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여 비용을 공동 부담의 형식으로 해소하지만, 전체 비용 중 일부는 개인에게 본인부담금의 형태로 부과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도 일부 비용을 본인부담금으로 개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최소생존필요는 바로 이 본인부담금만을 포함하는 것으로 사회서비스에 대응하는 각각의 필요들을 일정부분에 한정해 포함한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현금으로 비용이 처리되는 부분으로 한정된다.
또한 특정한 생애주기에 나타나는 필요들도 최소생존필요에 포함되지 않는다. 임신∙출산∙육아, 요양(신체적정신적 자율성 상실에 따른 보조활동), 고용서비스(취업알선, 직업재교육, 취업 상담 및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이 필요들의 영역은 독립적인 영역으로 분화되어 개별적으로 사회서비스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해당 필요의 충족은 이를 통해 연대적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소생존필요는 고용과 노동이라는 필요도 포함하지 않는다. 이 필요는 이미 여러 제도들을 통해 보장이 상당한 정도로 이뤄지고 있다. 노동법, 최저임금제도, 연대임금제도, 사회적 파트너십,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등의 수단이 대표적인 필요충족의 수단이다.
최소생존필요의 특징
최소생존필요는 다른 근원적 필요들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독특함은 사회보장론이나 기본소득론의 내용을 구성할 때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항이며, 이러한 주의가 모자람으로 인해 여러 오해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최소생존필요는 매일 반복되는 속성을 가진다. 인간은 누구나 최소생존의 필요를 본래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앞서 기술한 최소생존필요의 항목들, 즉 의식주, 광열(에너지), 건강, 교통, 통신, 여가 등이 본래적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 최소생존필요는 다른 필요들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속성, 즉 필요의 발생이 상시적이고 지속적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매일매일 먹고 마시며 옷을 입고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잠과 휴식을 위한 안식처도 매일 필요한 것이며 이동과 통신도 매일 해야 한다. 필요의 발생이 매일 일어난다. 따라서 필요의 충족도 매일 해야 하는 것이며 충족을 위한 재화와 서비스도 매일 마련되어야 한다. 반면, 건강필요는 인간이 아팠을 때 발생한다. 물론 예방의 차원에서 보면 운동, 올바른 자세 잡기, 식습관 등은 매일 또는 자주 반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 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질병과 관련된 것은 분명히 아팠을 때, 즉 바이러스가 우리의 이뮨시스템의 작동으로 통제가 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또 다른 특징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부자와 빈자의 구분 없이 그리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다른 필요들은 해당 필요의 발생이 특정 생애주기나 특정인에 한정해 발생한다. 육아돌봄은 영유아에 한정해 발생하고 건강필요는 질병에 걸린 환자에 한정해 발생한다. 교육필요는 주로 미성년자에 한정되며 직업재교육은 성년기에 한정된다. 반면, 최소생존필요는 모든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필요이다.
생애주기별로 최소생존필요의 충족을 위한 필수재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특징도 있다. 영유아에게 적용되는 최소생존필요가 충족되기 위해 필요한 필수재의 크기와 일반성인의 그것과는 양에 있어서 차이가 난다. 최소생존필요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급여도 이러한 특성에 맞춰서 구성되어야 한다.
최소생존필요의 고유속성이 기본소득론의 ‘무조건성’에 대한 강력한 정당성의 근거이다
기본소득론이 불러일으키는 논쟁 중 가장 뜨거운 것은 ‘무조건성’에 있다. 이 원칙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또는 개인을 단위로 하여) 반대급부로서의 의무들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그리고 이 무조건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실질적 자유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누려야 한다든가, 토지∙정보∙지식 등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자원이기 때문에 이로부터 발생하는 이익 중 전부 또는 일부는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을 편다.
하지만 이러한 정당성의 논거들은 기본소득제의 외부에 있는 요인들에 의존한다. 실질적 자유는 그것 자체가 기본소득이나 기본소득으로 인해 충족되는 최소생존필요가 아니다. 기본소득이 구축되었을 때 얻게 되는 외부효과이다. 공유부의 배당이란 주장도 기본소득제 자체는 아니다. 기본소득의 재원확보 차원에서 공유부의 이익들을 활용하는 것일 뿐이다. 더군다나 공유부의 이익들을 기본소득제에만 사용하는 것도 논리적 필연성이 없다. 공유부의 이익들은 보편적 사회서비스의 확대에 사용되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사실 기본소득론은 무조건성의 정당성의 토대를 마련함에 있어서 기본소득제 자체가 내부적으로 갖는 정당성의 토대가 제대로 주창되지 않았다. 정당성의 내적 토대는 바로 근원적 필요로서의 최소생존필요가 갖는 속성에 있다. 최소생존필요가 각각의 모든 사람들에게 상시적∙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특성은 이 필요에 대응하는 사회적 급여가 모든 사람들에게 개인적 차원에서 상시적으로 제공되어야 함을 함축한다.
최소생존필요는 모든 사람들에게 발생하므로 남녀노소 상관 없이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최소생존필요는 각 개인에게 발생하는 것이므로 필요의 충족을 위해서는 개인에게 사회적 급여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최소생존필요의 충족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에 초점을 두어 사회적 급여의 반대급부가 상정될 필요가 없다. 반대급부를 상정한다는 것은 하나의 제도에 또 다른 목적을 추가하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된 목적이 오히려 원래의 목적인 최소생존필요의 충족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동연계 최저소득보장제도는 사회적 급여를 받는 대신에 일자리를 찾을 것을 주문하고 반강제적으로 처우나 노동여건이 열악한 일자리임에도 취업을 하게 한다. 만약 이러한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사회적 급여의 액수를 줄이거나 수급기간을 제한한다. 이러한 감액과 기간제한은 결국에는 매일매일 달성해야 하는 최소생존필요의 충족이란 목표가 그만큼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최소생존필요와 이것의 충족을 위한 필수재의 특성들은 그것의 충족방식을 선택함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사회보장에서 개발한 방식은 현금급여, 현물급여, 사회규제(법, 규칙, 윤리 등을 통한 규제) 등이다. 식료품, 가구용품, 피복 및 신발, 비소비지출, 사회적 필수품 등은 현금으로 구매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관련 생산품의 다양함이 존재하고, 이들 중에서 개인의 선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낫다. 여가기능을 위한 활동도 선호나 여건에 맞춰 선택해야 하므로 현금이 낫다. 보건의료, 교육, 교통, 통신, 정보 등은 전액 무료인 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지만 오늘날에는 소액의 본인부담금이 있어야 소비의 합리성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본인부담금도 역시 현금이어야 한다. 결국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최소생존필요의 충족을 위한 필수재는 대부분이 현금을 통해 마련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최소생존필요와 다른 소득보장제도의 사이의 차이점
최소생존필요는 기본소득제도가 사회보험이나 사회수당 등의 소득보장제도들과의 명확한 구별점을 제공한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는 최소생존의 필요에 대응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한다는 필요에 대응한 것이며 여기에는 최소생존필요도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복지선진국의 실업급여는 기존 월급의 7-90%에 해당하는 급여액을 받는다. 최소생존을 위한 현금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급여액이 주어지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도 마찬가지이다. 기존의 노동소득을 상당한 수준으로 유지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특히 이는 개인이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이는 일종의 저축 메커니즘도 가미된 것으로 예방적인 성격을 갖는다. 미래의 소득을 위해 사전에 자신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는 것이며 이 저축은 미래의 연금급여의 상당한 부분을 담당한다. 그리고 다른 부분은 현 세대의 공동부담을 통해 메운다. 결국 사회보험제도를 작동시키는 원칙은 최저생존필요에 대응한 것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삶의 수준, 달리 말하면 최소생존의 수준을 넘어선 현재의 삶의 수준을 미래에도 유지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각각이 달성해야 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최소생존을 위한 제도와 기존의 사회보험제도가 서로 대체될 여지가 없다. 만약 대체를 한다면 기존의 사회보험제도가 수행하는 긍정적 기능들, 달리 말하면, 최소생존필요를 제외한 다른 근원적 필요의 충족을 포기하는 것이다. 충분히 두 제도는 함께 병렬적으로 구축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전체적으로 최적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중복되어서는 아니 된다. 사회보험제도는 이미 ‘사회적 힘’, 연대방식이 작동하여 그만큼의 보장을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연대방식을 중첩해 보장할 필요가 없다.
[1] . 필리프 판 파레이스, 야니크 판데르보흐트, 홍기빈 역, 21세기 기본소득(Basic income: A radical proposal for a free society and a sane economy), 흐름출판, 2017, 34쪽.
[2] . 앞의 책, 2017, 38쪽.
함께살기
한국사회의 구성원들 간 삶의 질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고 사회경제적 변화들이 한국사회의 전면적인 탈바꿈을 요구하는 지금, 정치공동체의 조직, 구성, 운영에 대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함. 상대적 자율성과 적응의 원리를 내재하여 내외적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복지국가는 여전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 이에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안착되지 않은 복지국가를 최신의 버전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심층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을 동시에 고려해, 제안하고자 함. 특히 다양한 분야의 현장에서 활동중인 분들의 살아 있는 방안들을 제안하려 함.
정책연구소 이음 선임연구위원. 파리제1대학과 그로노블정치대학에서 수학 후 밑으로부터의 복지국가운동 전개 중. 소득보장, 건강, 노후 등의 영역에서 근원적 욕구의 사회화, 정책의 정치화, 정치의 정책화 등을 연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복지국가의 재설계를 탐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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