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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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전문가들 중 일부는 기본소득론을 비판할 때 핵심적으로 보편성 원칙을 거론한다. 그들은 기본소득론의 보편주의는 무차별적인 것으로 보편적 복지가 기반하는 보편주의와는 다르며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보편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오해이다. 오히려 그들이 이해하는 복지국가의 보편성은 보편주의를 전면화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여기서는 보편주의를 중심으로 복지국가론과 기본소득론을 비교하고, 복지국가론이 새롭게 정초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보편주의의 핵심은 필요의 고유속성에 달려 있다 보편이란 개념의 사전적 의미는 ‘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통함’ 또는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들 모두에게 관계됨’이란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영어나 불어에서도 동일하다. 이런 일반적인 의미에서 보면, 어떤 제도가 보편적이라는 것은 해당 제도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똑같이 적용되거나 관련된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 의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거나 영향을 미친다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지칭하는 것일 뿐,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를 의미에 포함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그렇게 하도록 부과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필연적으로 모두에게 적용될 수밖에 없어서일 수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대상물의 고유속성(attribute)이 모두에게 제공되어야만 하는 것일 때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이 보편적인 것은 국가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한다’라고 결정하고 집행했기 때문이 아니라, 건강이라는 것 자체가 각각의 사회구성원에게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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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사회보장론과 기본소득론의 접점으로 필요와 필수재를 말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론은 구체적으로 어떤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하는가? 여기서 이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단순해 보이는 주제지만 논의의 결과는 매우 큰 함의를 가지고 있다. 기본소득론이 충족하고자 하는 필요는, 비록 스스로는 인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자신이 내세우는 ‘무조건성’(세부적으로는 보편성, 개인성, 비의무부과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정당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사회보장론이 너무나 초보적인 것이어서 오히려 이제까지 방치해 둔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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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론은 인간이 본래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필요(need)에 토대를 두어 이론 및 구체적 제도를 구상하였다. 반면 기본소득론은 필요를 거론하기는 하지만 그것의 위상은 애매하다. 그러나 사회의 구성 및 운영에 대한 틀을 만들고자 할 때 필요를 제외하는 것은 핵심을 비껴가는 것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론과 기본소득론을 비교하고 연계∙통합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토대에서 시작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며, 필요는 바로 이 토대의 핵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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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부터 기본소득제는 우리나라 공론장의 중심으로 서서히 이동해 왔고, 2021년에는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다. 흥미로운, 하지만 상당한 불편함을 주는 논쟁은 주로 복지국가론 지지자와 기본소득론 지지자 사이에 발생했다. 복지국가론 지지자 중 일부는 제도의 합리성이나 필요한 재정의 크기 등을 문제 삼아 기본소득론을 비판했다. 하지만 비판은 덜 분석적이며 덜 통합적이고 덜 미래지향적이라는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한계들의 극복과 한국사회의 재구성의 측면에서, 나는 복지국가론과 기본소득론은 서로 반목되기 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며, 그것이 결국에는 복지국가의 새로운 버전인 복지국가 5.0의 핵심적 구성요소 중 하나가 되리라 판단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여기서는 복지국가론이 기본소득론에 대해 갖는 몇 가지 오해들을 밝히고, 양자 간의 화학적 융합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기본소득론에 대한 오해 1: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국가를 대체하려는 담론이다 복지국가론과 기본소득론의 긍정적 융합을 시도하기에 앞서, 기본소득론이 피력하는 몇 가지 입장을 명시하는 것이 이 글을 포함해 향후 전개될 융합작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 양자간의 시너지를 위해, 무엇보다도 상호간의 오해의 소지들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본소득론은 복지국가의 사회보장체계 전체를 대체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는 점이다. 기본소득론의 대부로 알려진 필리프 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와 유럽의 기본소득론자들은 기존의 사회보장체계와 기본소득의 적절한 융합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교육이나 건강과 같은 사회서비스의 강화와 최저임금제나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고용보장체계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아래의 인용문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 정의상 기본소득을 기존의 모든 이전소득(transfer income)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질 좋은 교육과 의료서비스, 기타 사회서비스 등에 대한 공공지원을 대체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 물론 기본소득이 이런 식으로 묘사될 때도 많고, 또 기본소득 옹호자들 가운데는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기본소득을 그저 기존의 여러 복잡한 사회수당체계를 급진적으로 단순화한 거처럼 선전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우리의 기본소득 정의에 대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겠지만, 어쩔 수 없다. »[1] 사실 제도상으로 상호간의 완전한 대체는 불가능하다. 단적으로 사회보장체계는 소득보장체계만이 아니라 사회서비스체계나 고용보장체계도 포괄하는데, 기본소득은 소득보장에 관련된 것이고 따라서 다른 두 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유일하게 가능한 것은 사회서비스체계를 민영화하고 노동3법 등의 노동보호를 위한 법제들을 없앤 다음, 기본소득으로 받은 현금으로 해당 서비스를 구매하게 하거나 노동자들의 힘만으로 노동보호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우리를 파탄으로 이끌 것임이 명확하다. 이를 인식하고 있기에, 주요 기본소득론자들은 복지국가론과의 융합에 적극적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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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개혁을 방해하는 요인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민중이므로 개혁을 지체시키고 있는 기본 원인은 외적인 객관적 조건보다는 민중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개혁을 성과적으로 추진하려면 그 무엇보다 민중이 어떤 이유 때문에 개혁에 소극적인가 혹은 개혁에 반대하는가를 알아야 하고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민중이 개혁의 주체가 되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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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보수정당인 국민의 힘조차 기본소득을 언급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기본소득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자본주의사회를 멸망의 위기로부터 구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라고 강조하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본래 취지와 목적은 자본주의를 위기로부터 구출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보장하는데 있다. 따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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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과 정책분야에 십여 년을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필자로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복지정책에 대한 논쟁, 특히 기본소득에 대한 자해적 비난에 대하여 개탄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 상기 타이틀에 한국정치인들에게 고함이라는 부제를 달았으나, 이의 대상에는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부패정치인의 대명사를 배출한 수구적 야당의 정치집단을 논의에서 제외한다. 역사의 현장에서 사라져야 마땅하나, 다만 상황에 따라 살아남은 이들의 현존을 그저 반면교사로 삼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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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팬데믹 실직수당 지원금(주당 600불)에 대해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논쟁은 한국에서도 향후 전개될 기본소득 도입여부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갖게 한다. 공화당의 입장은 관대한 구제지원은 노동자를 게으르게 만들며 동시에 재정적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예일대 연구보고서는 관대한 지원과 노동시장과는 아무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기본소득과 재난지원에 관한 한국적 문제점은 관료들이 재정부담을 핑계로 무조건 저항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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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반복적인 육체노동이 로봇으로 일상적인 관리업무가 AI 등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본소득의 현실적 시행 여부가 매우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때마침 미국 캘리포니아의 조그만 도시에서 조만간 월 500 달러를 지급하는 실험이 이루어 지는 시점에서, 아래 칼럼의 필자는 매우 비판적인 시각에서 기본소득으로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정확히 제기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만능적인 해결책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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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 핀란드 정부의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검토하기 위한 2개년 정책 실험(2017-2018)이 시작되면서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왜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의 도입을 검토하는 정책 실험 프로젝트를 시작했는가? 제도의 설계, 실행, 효과의 측면에서 핀란드 정부가 실험하는 기본소득 프로젝트의 내용과 성격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가? 주요 정당 및 노조, 경영자조직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정부의 실험에 대해 어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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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초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제16차 대회가 전 세계인들이 모인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불과 한달 전에 실시하여 전세계 매스컴을 달구었던 스위스의 국민투표와 더불어 ‘기본소득’이라는 주제어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해 졌다. 그동안은 연구자들 간 논쟁과 이를 간간히 소개하는 신문기사라는 틀 속에 갇혀 있었던 내용들이 비로소 살아서 움직이며 우리에게 미소담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면서 다가오는 느낌이다. 가시적인 것은 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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