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 Keyu Jin, 런던정경대학의 부교수로 정치경제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The New China Playbook: Beyond Socialism and Capitalism”의 저자이다
출처: 뉴욕타임즈, 2022년 10월27일자
베이징: 10월 초 바이든 대통령이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전면적인 수출통제를 시행하기로 한 결정은 기이하게도 시행시기가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며칠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이에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미국의 무자비함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공산당을 비상하게 결집시키는 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주말에 끝난 공산당 대회는 국가적 긴급성을 제기하고 경제보다 안보를 우선시했으며 다가오는 위협, 즉 지정학의 구조적 변화, 기술 전쟁 및 지속적인 전염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당대회 연설에서 ‘기술’을 40번이나 언급하고 ‘첨단핵심기술의 승부’를 약속 하고 혁신과 기술자력을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첨단기술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지난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베이징은 2015년 야심찬 Made in China 2025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자동화, 마이크로 칩 및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산업정책을 집중하여 왔습니다.
미국과의 경쟁과 갈등은 중국에서 기술(자급)민족주의에 대한 부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술기업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는 중국에서 기술민족주의의 첫 번째 물결을 촉발했으며, 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수출통제와 다른 중국기업들을 제재대상(Entity)목록에 추가하자, 중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과 기술력 격차를 좁히겠다는 결의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자연스레 공산당 대회에서 처음으로 기술, 과학 및 교육으로 뒷받침되는 강대국을 의미하는 “커교싱궈(ke jiao xing guo)”라는 범주를 최우선 순위에 추가했습니다. 과학과 기술은 이제 중국 발전의 핵심이며 자립은 국가의 필수과제가 되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수출통제가 있은 지 하루 만에 중국의 주요한 기술허브 지역인 선전 지방정부는 상세한 재정적 인센티브, 세금우대 정책, 기술생태계의 인재 프로그램, 연구개발 그리고 보조금의 지원을 제공하여 반도체 산업의 돌파구를 가속화하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세웠습니다.
미국 반도체 회사 수익의 30%는 2021년에 4000억 달러 이상의 칩을 수입한 중국의 판매에서 발생합니다. 이제 중국은 2025년까지 현재 시장수요의 약 70%를 충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생산업체에 의존해야 합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은 가장 강력한 형태의 기술민족주의인 juguo tizhi 또는 “국가주도적” 접근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과거에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데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양자, 정보 및 생명공학과 같은 핵심 기술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즉각적인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모험적인 거액의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자원이 이미 첨단 분야로 흘러 들어 갔습니다. 중국은 2009년과 2011년 사이에 양자 컴퓨팅 분야에 11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미국은 단지 30억 달러를 투자했을 뿐입니다. 정부 주도의 반도체 펀드를 콩하여 거의 1조 위안(현재 환율로 약 1,370억 달러)의 민간 및 공공 자금을 업계에 투입했습니다. 중앙은행조차도 하이테크 기업을 위해 2000억 위안(약 300억 달러) 규모의 특별저리 대출을 도입했습니다. 가장 앞선 연구를 수행하는 수백 개의 국립 연구소가 기초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동원되면서, 이제 기술전쟁은 더욱 전면화될 것입니다.
핵심적 질문사항입니다. 과연 산업화에 효과가 있었던 중국의 국가주도적 접근 방식이 혁신에도 똑같이 효과적일까요? 국가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급망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과연 기술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기술혁신에 대한 국가주도의 접근 방식은 성공적이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비용이 들었습니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숨막히는 대결을 펼치고 있으며 일부 영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 파운드리 분야와 칩 제조분야에서 중국 최대업체인 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7나노미터 칩의 출하를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국영 메모리 칩 생산업체인 Yangtze Memory Technologies Corporation 은 금수조치 이전에 이미 Apple iPhone에 공급했던 부품을 순조롭게 생산하고 있습니다. 둘 다 수십억 달러의 주정부 자금과 지원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지난 달에 발표된 최신 계획은 기술자급주의 시스템에 새로운 반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민간 부문과 시장 메커니즘의 힘을 활용하고 측정하는 스마트한 접근 방식입니다. 국가는 길고 복잡하며 불확실한 투자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지만, 어떤 기술이 만들어지고, 어떻게 만들고, 자원이 어디로 흐르는지 결정하는 것은 시장과 기업에 맡길 것입니다.
선전과 같은 지방정부는 유망한 기업가들에게 너무 큰 장벽이 없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합니다. 해당기관을 통하여 애로 사항인 IPO, 국가자금 조달, 배우자를 위한 일자리까지 빠른 경로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지분의 상한선이나 재정 보조금의 범위와 같은 참여에 대한 제한을 설정함으로써 관료조직이 빠지기 쉬운 낭비, 부패 및 중복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핵심기술의 숙달 뒤에는 시장, 돈, 인재가 반드시 동반해야 합니다. 중국 시장은 거대한 혁신을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소비자는 보다 정교하고 높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합니다. 오로지 앞선 기술을 가진 기업만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성숙이 진행되면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잡초처럼 제거되면서 효과적인 재정자원이 더 높은 수익과 보다 불확실한 지역(모험자본)으로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산업의 국내매출이 1,570억 달러를 넘어섰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 기업 20곳 중 19곳이 중국 기업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재와 기초 연구의 분야는 여전히 중국의 약점입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25년까지 업계 전문가 30 만명의 공백기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지난해 임금이 가장 많이 오른 산업이 바로 반도체 분야였습니다. 그리고 첨단기술의 기반이 되는 기초연구가 특히 뒤처져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중국은 과학에 대한 국가예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기술자급 시스템은 자본주의 체제와는 달리 공적 및 사적 권력을 활용하지만 일반적으로 비용이 문제가 되지 않을 때 보다 효과적입니다. 이는 우주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으며, 일반 비용의 몇 배라도 대규모의 복잡한 장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 기술과 단절될 때 중국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반면에 비용의 경쟁력과 볼륨이 중요한 최종 소비자 제품을 위한 고급 칩을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소비자)영역에서 중국은 미국보다 10년 이상 뒤처질 수 있습니다. 기술민족주의는 추격의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추격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대방과 거리를 좁힐 가능성은 없습니다. 핵심 기술에 필요한 학습과 지식을 축적하고 개발하는 데는 수 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전환점에서 따라잡는다(taking over on the bend) ‘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다른 국가가 잠재적으로 불리한(방심하는) 영역에서 추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에 탁월하지만, 중국은 미래지향의 전기 자동차, 재생 에너지 및 신소재 개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제 반도체에도 중국은 새로운 방향을 향해 베팅하고 있습니다. 고급 패키징 기술은 로우엔드 프로세싱 노드가 있는 칩이 하이엔드 프로세서처럼 작동하도록 합니다. 또한 현재 실리콘과 같은 반도체 칩 재료는 조만 간에 차세대 재료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공산당의 5개년 계획은 제조 및 품질 강화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미국식의 금융화와 서비스 지향 경제는 국력을 집중하고 안보를 보장해야 하는 영역될 수 없다고 중국 지도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이들은 중국의 미래모습이 인공 지능, 차세대 통신 및 로봇을 활용하여 보다 앞선 산업역량을 갖춘 거대하고 똑똑한 독일처럼 되기를 원합니다. 중국은 이제 기술자급의 민족주의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기술 우위를 위한 경쟁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서로 다른 두 체제 간의 궁극적인 경쟁이기도 합니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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