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이며, 전직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1997-2000)로 미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및 탄소가격에 대한 조정위원을 지냈습니다. 그는 현재 국제법인세 개혁을 위한 독립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합니다
출처 : 프로젝트-신디케이트, 2022년 12월 08일자.
인플레이션 길들이기라는 명목으로 중앙은행은 의도적으로 경기침체를 일으키거나 어쨌든 경기 침체를 더욱 악화시키는 길을 택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긴축통화 정책은 오래 지속되는 상처를 남길 것이지만, 적절한 재정정책과 상응 조치로 신중하게 대응하면 그나마 작동하는 장기적인 혜택을 가져올 것입니다.
뉴욕 – 금리를 인상하려는 중앙은행의 확고한 결의는 정말로 놀랍습니다. 자신들의 정책이 가져올 고통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만, 그 피해를 짊어질 사람은 월스트리트의 인사들이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고통이 특히 유색인종에게 불균형적으로 닥칠 것입니다.
내가 공동 집필에 참여한 Roosevelt Institute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추가 금리로 인한 인플레이션 감소의 혜택은 설령 발생한다 해도 내용은 미미할 것입니다. 더구나 인플레이션은 이미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기 전인 1년 전, 낙관론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느리게 완화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낙관론자들이 설명한 근거에 따라 완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칩의 부족으로 인한 높아진 자동차 가격은 칩 공급의 병목현상이 해결됨에 따라 내려갈 것입니다. 현재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자동차 생산과 재고가 실제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낙관론자들은 또한 유가가 계속 상승하기보다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것도 정확히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재생 에너지 비용의 하락은 장기적으로 보면 석유가격이 오늘날의 가격보다 미래에 훨씬 더 낮아질 것임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더 일찍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은 것은 유감입니다. 진즉 전환을 하였다면, 우리는 화석연료 가격의 변덕스러움으로부터 훨씬 더 잘 견디어 냈을 것이고, 전쟁을 도발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나 언론인을 살해한 사우디의 지도자 모하메드 빈 살만(MBS) 왕세자와 같은 석유생산국가 독재자들의 변덕에 훨씬 덜 취약했을 것입니다. 2022년 10월 초에 있었던 미국 중간선거 당시 석유 생산량을 급격하게 줄임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상기 두 사람의 명백한 시도가 실패한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낙관주의의 또 다른 이유는 마크업(초과 이윤)과 관련이 있습니다. 마크업은 미국 경제의 독점이 증가함에 따라 과거에도 천천히 상승했지만 COVID-19 위기가 시작된 이후 급상승했습니다. 경제가 대유행에서 완전히 벗어나면(그리고 전쟁도 멈추길 희망하면서,) 초과이윤을 낮추어서(통제하여) 인플레이션을 완화시켜야 합니다. 예, 임금은 전염병 이전 기간보다 일시적으로 빠르게 상승했지만 이는 좋은 일입니다. 지난 시절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엄청나게 증가해 왔으며, 최근 근로자의 실질임금(인플레이션 조정)의 감소는 이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Roosevelt 보고서는 또한 오늘날의 인플레이션이 과도한 팬데믹 지출 때문이며 이를 다시 낮추려면 장기간의 높은 실업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틀렸다고 폐기합니다. 수요 주도의 인플레이션은 총수요가 잠재적 총공급을 초과할 때 발생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팬데믹이 수많은 부문별 공급의 제약 및 수요의 변화를 야기하며 발생한 불균형이 가격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예컨대 오늘날 미국인 인구가 팬데믹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적다는 점을 생각해 보십시오. 트럼프 시대의 COVID-19 정책은 미국에서 100여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공식 수치일 뿐임) 이민도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임대료 인상의 동인은 주택 수요의 큰 증가가 아니라 사람들(특히 지식 노동자)이 살고 싶어하는 곳을 변화시킨 원격근무로의 광범위한 전환이었습니다. 많은 전문직 노동자들이 이사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임대료와 주택 비용이 증가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물론 수요가 증가한 임대료는 수요가 감소한 임대료보다 많이 올랐습니다. 따라서 수요 이동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에 기여했습니다.
당면한 주요 정책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더 높은 이자율이 자동차용 칩 공급을 증가시킬까요?, 아니면 석유 공급을 증가시킬까요? 사람들이 소득이 준 만큼 식단의 메뉴를 축소하는 것이 식량 가격을 낮출 것인가요? 당연히 아니지요.
반대로 높은 금리는 공급 부족을 완화할 수 있는 투자를 동원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그리고 Anton Korinek과 함께 작업한 이전의 Brookings Institution 보고서에서 보여주듯이, 높은 이자율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향이 잘 잡힌 재정 정책과 보다 정교하게 조정된 집행 조치는 무뚝뚝하고 잠재적으로 비생산적인 통화 정책보다 오늘날의 인플레이션을 길들일 가능성이 더욱 높습니다. 예를 들어 높은 식량가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농부들이 더욱 많이 생산하도록 장려하는 조치는 그 동안 생산을 억제해온 수십 년 간의 농산물 가격지원 정책을 뒤집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과도한 시장 지배력으로 인한 가격상승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반독점의 집행강화이며, 빈곤층의 높은 임대료에 대응하는 방법은 새 주택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반면에 현재의 높은 금리 정책은 반대로 임대료를 끌어 올립니다. 노동력 부족(실질임금 상승의 표준 신호)이 발생하면 보육지원 확대, 친이민 정책, 임금인상 및 근로조건 개선조치 등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10년 이상의 초저금리 이후에는 당연히 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억제하려는 기발한 의도를 가지고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당장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것은 특히 이러한 잘못 생각한 정책의 정면을 가장 잘 견딜 수 없는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오래 지속되는 상처를 남길 것입니다. 대조적으로, 상기에 설명한 재정정책과 이에 따른 적절한 대응조치는 인플레이션을 예상보다 낮출 수 있으면서도 장기적으로 사회적 혜택을 가져올 것입니다.
심리학자 Abraham Maslow 는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처럼 보입니다. “라고 유명하게 말했습니다. 미연방준비제도가 망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들이 경제를 망치게 해서는 안됩니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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