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의 변) 최근 미국의 위성국가로 평가받는 칠레의 대선에서 좌파연합의 젊은 후보인 35세의 Boric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면서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KBS를 포함한 한국의 주류언론들은 이를 단순하게 MZ세대의 승리라고 왜곡하고 폄하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괴기하고 황당한 일입니다. 팩트를 말하자면 미패권의 억압과 신자유주의의 수탈에 이중 삼중적으로 시달려온 칠레 인민들이 미래를 담당할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좌파연합을 지지 선택함으로써 남미지역에 패권과 신자유주의에 공식적인 종언을 고한 세계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해야 마땅합니다.
프리드만이 주도한 시카고 학파의 한 축을 형성했던 인물인 뷰캐년은 국가와 공공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가능한 모든 영역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공공선택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후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정책의 실험국가로 미국의 앞마당인 칠레를 선택하여 사회안전망을 축소시키고 가능한 모든 공공영역을 민영화로 전환하는 정책을 도입 추진해 왔습니다(이에 대해서는 세종출판사 발행 ‘벼량 끝에선 민주주의’를 참조하시길). 이러한 적폐의 3-40년간 누적 결과가 오늘 칠레 대선의 선택입니다.
아래의 글은 칠레 대선이 있기 직전에 브라질 리우 대학의 경제학 교수가 중국국제방송에 기고한 칼럼으로 남미에서 고양되고 있는 좌파연합의 반패권 자주운동의 열기를 전체적으로 조망하여 소개하고 있으며, 칠레 대선의 결과를 미리 예측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에 더하여 남미 흐름의 대미를 장식할 거대한 사건으로 2022년 말에 예정된 브라질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인 친미파 보우소나루의 패배가 이미 확실하다는 점입니다.
남미 지역에 관심이 있는 세계인들에게 라틴 아메리카는 사실상 미국의 “뒷마당 Backyards”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미제국주의가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남미의 정부들을 무력을 직접 동원하여 전복하거나, 경제적 붕괴을 초래하는 보이콧(제재)을 부과함으로써 미제국주의가 항상적이고 공개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지리적 영향권과 지정학적 지배의 지역입니다.
예외가 있다면, 군사적 폭력상황과 가학적인 경제봉쇄(미국 지식인인 Noam Chomsky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1959년 혁명이래 국가의 존엄성을 유지해온 용감한 쿠바사람들입니다.
베네수엘라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매우 가혹한 경제적, 정치적 봉쇄라는 외부적 위협에 처해 있지만, Bolivarian(남미의 독립을 위해 싸운 전설적인 장군의 칭호)혁명의 정신으로 자주적 단결과 주권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경제봉쇄의 실례로, 베네수엘라 정부 소유의 해외달러가 동결되었으며,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서 국가의 이름이 제거되는 등 이중삼중적 제제로 인도주의적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에서든 세계에서든 자신의 지배게임(패권) 규칙을 거부하는 국가들에게 들이대는 소위 미화된 ‘인권의 개념’입니다.
라틴 아메리카가 미국의 “지리적 영향권의 지역”인 동시에, 이 지역은 미제국주의 사슬의 약한 고리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라틴 아메리카에서 잠재적인 반패권 운동이 매우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가 지도하는 볼리비아는 쿠데타조차도 그의 사회주의 운동세력(MAS)이 정부로 복귀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는 진보적인 정치세력이 모두 결집한 페루의 정부가 있습니다. 그리고 필자의 조국인 브라질에서는 2016년 의회 쿠데타 이후 들어선 우익정부가 조만간 진보세력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가올 총선에서 보우소나루의 패배가 라틴 아메리카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필자는 브라질 영토(근해)에서 막대한 석유 매장량이 발견된 이후로 브라질이 세계에서 가장 큰 지정학적 게임의 진원지 중 하나가 되었다고 주장하여 왔습니다. 민중이 지지하는 룰라 다 실바(Lula da Silva)의 집권 복귀는 미국의 정책에 큰 차질을 야기시키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라틴 아메리카의 제2의 독립”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이 지역에는 현재 지정학적 게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움직임은 지난달 니카라과가 대만과 단절하고 베이징 정부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 인민의 합법적인 정부 대표자로 인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미제국주의는 중국에 대한 글로벌한 반대여론을 형성하고 동시에 호주, 일본 및 미국의 허수아비 국가들의 군사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중국과 국지적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군사 및 선전 능력을 광범위하게 확대하여 왔습니다. 또한 한반도와 남중국해에도 광범위한 불안정을 조장하였습니다. 한마디로 미국이라는 존재가 오늘날 세계 안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면에 중국이라는 국가의 존재는 이 지역의 무역과 공공재(농산물과 천연자원을 뜻하는 듯) 수출의 영역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소프트 파워의 도구(발판으)로 점차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 자국의 모델을 강요하고 패권을 행사하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남미 지역 민중들의 강력한 정치적 운동과 더불어, 무역과 투자를 진행함에 있어서 타국의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중국이 라틴 아메리카라는 무대에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는 조금도 과장이 없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빈곤해지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며, 따라서 중국이 제공하는 가능성을 개방적으로 수용하는 전략적인 자세를 취하려는 판단의 여부는 지역국가들의 몫입니다.
남미 국가들의 두 번째 독립을 위한 투쟁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선택을 통하여 민중이 지지하는 진보적 세력이 정치를 이끌면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과 동시에 중국을 거대한 공공재 수출대상국으로 전환함으로써 열리는 거대한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이미 Alberto Fernandez가 지도하는 아르헨티나가 중국과 체결한 훌륭한 파트너십이 보여주듯이 그는 상기의 아이디어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니카라과에도 미래를 향한 전략적 프로젝트가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확실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88년에 제시한 “평화공존 5원칙에 관한 새로운 국제질서 확립”이라는 선언에서 브라질의 발전이 없는 라틴아메리카의 시대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예언입니다.
출처 : 중국국제방송 CGTN on 2021-12-19
기고자 : Elias Jabbour,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대학 경제학부의 교수이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후원으로 다른백년과 함께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