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 국제사회에서 추락하는 달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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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 미국의 은행위기에서 중국이 얻는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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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주변에서 세계경제가 어디로 갈 것인지 저에게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조그만 조직이나마 기업경영자로서 수 십년 실물경제에 몸을 담았고 고 김근태 의원을 도와 한반도 재단에서 정책연구회 활동을 함께 해왔던 경험을 구실 삼아 스스로에게 답변을 구해 봅니다.

일차적으로 경제는 ‘마치 꽃과 같아서 맞는 토양과 적당한 수분과 햇볕이 있어야 활짝 개화하듯이’ 기반적 조건과 외부적 환경 그리고 제대로 된 정책이 함께 결합되어야 번창하고 발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정학적으로 미패권에 의한 일방적 단극체제가 한계에 달하고 다자적 다극체제로 국제질서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의 가격이 일시에 폭등하고 중국과 디카플링을 선언한 미국의 자국중심주의로 인하여 공급사슬의 병목 현상이 발생하면서 생활의 기본물가 역시 앙등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안과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오로지 양적완화라는 과잉유동성에 의존하여 지난 십여 년을 간신히 유지해온 상황입니다. 이는 중증환자가 진통제로 간신히 몸을 추리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죠.

더구나 현재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민간 및 공공 부채는 평균 GDP 대비 350 %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2030년에는 물경 400 %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근현대사에서 전례가 없는 새로운 상황으로 이것이 부동산 등 자산에 광란의 투기를 야기하고 고율의 인플레를 발생시킨 가장 주요한 원인입니다. 이제 선진경제권 대부분이 과다한 부채와 자본의 과잉 유동성으로 인하여 재정과 통화라는 정책적 수단 모두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결국 인류사회의 실책이지만, 외부적 조건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재앙이 매년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으며, 개발에 따른 자연생태의 교란으로 동물을 매개로 한 전염병의 창궐 즉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고 반복되면서 공급측면에서 병목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마구 몰려오는 형세라고나 할까요. 단기적 관점에서 세계경제의 주요 2개 변수는 경제성장률과 인플레 수준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통상 2.0 %의 인플레를 성장을 촉진하는 이상적인 수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금융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5% 이하로 떨어지면 일단 불황에 진입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선진국 중심으로 당장은 인플레가 7-10 %의 위험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5-6 % 수준의 완화된 상태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성장률의 예측은 기관마다 달리 하지만 IMF는 불황 진입기인 2.7 %로 예측하고 있고, 세계은행은 1.7 %로 이미 불황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세계경제의 실제성장률(명목성장률 – 인플레율)이 마이너스 2-4 % 수준으로 이는 결국 역성장 즉 뒷걸음질을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예외적 지역이 아세안과 중국입니다. 전문가마다 편차를 보이지만 대체로 성장률 4-5 %에 인플레가 2-3 % 수준으로 2-3 %의 실질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가 이들 지역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적 위기 상황의 처방에 관한 전문가들 사이의 주요한 핵심 논쟁은 1. 현재의 높은 인플레 현상을 잠정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시각과 장기적이며 구조적이라고 보는 관점 간의 차이, 2. 인플레의 대응책으로 고금리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금융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과 적정한 금리정책과는 별도로 물가의 관리적 개입과 핵심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재정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경기순환 주기에 따라 내년 하반기 또는 후년에는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일부 학자들은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자본제의 속성은 이익의 실현을 위하여 기저의 질환처럼 호황과 불황을 내재적으로 반복(boom & Bust cycle)하면서 결국은 사회적 격변기를 초래한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경기의 순환에는 7-10년 단위에 이루어지는 중단기의 사이클과 50-70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장기 사이클이 있습니다. 중단기의 순환은 통상적인 통화와 재정 그리고 산업정책으로 완화하고 대응할 수 있지만, 장기순환적 위기는 사회적 변혁과 소유의 문제를 포함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정론입니다 (토마 피키티, 레이 달리오 등 참조).

문제는 현재의 세계경제가 장기순환적 위기에 진입하고 있으며 지난 40년 간 시장만능중심의 운용에서 야기된 심각한 불평등과 순환구조의 단절, 생산성 저하, 기후변화 및 과소비에 따른 지속조건의 위기 그리고 지정학적 불안 등 온갖 중증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시적 회복이 있다 해도 이는 예외적이고 단기적 현상일뿐, 장기적인 변혁적 조치와 지정학적 안정 없이는 진통제 수준의 처방으로 연명할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세계는 새로운 격변기에 이미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이제 한국 경제의 진단과 향후 대응에 대해서 나름대로 판단해 보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나열하기 보다는 개괄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경제는 60년대 이래 기본적으로 GATT 그리고 이를 이어받은 WTO라는 통상의 개방시장과 지구적 협력 체제를 기반으로 성장하여 왔습니다. 더하여 발전의 과정에서 과거에는 양적 요소인 자본과 노동의 투입 양에 의존해 왔으나, 90년대 이후 산업이 고도화되고 선진경제권에 진입하면서 과학기술과 혁신요소를 중심으로 하는 총요소생산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향후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자본 과잉의 시대로 접어들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이 자국이기주의 방식으로 국제질서와 통상정책을 전환하면서 개방체제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은 단절되는 세계시장 즉 수요 측면에서 일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예건데 중국과 아시아가 수출시장의 절반을 차지함), 내적으로 절실한 혁신요소는 참여-존중-협력-창의-공정-배분의 선순환 속에서만 비로소 제대로 꽃을 피우는데 한국사회는 능력주의라는 미명아래 승자독식과 기득권의 빨대구조가 깊이 착근되면서 혁신에 대한 거대한 장애물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자연히 활력을 상실하고 나라를 받치고 있던 기둥들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삼성 또는 현대라는 개별기업의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단위에서 위기의 지정학적 조건에 대하여 평화주권을 지키고, 외부의 압력에 대응하여 통상과 금융의 경제주권을 분명히 해야만 비로소 새로운 출구가 형성될 것입니다. 이대로는 전망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엄중한 상황에 직면하여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한마디로 ‘바깥기온이 영하 20도를 넘나드는데 외투를 벗고 내의만 입고 나가자’는 식의 위험천만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온 국민이 참여하여 창의성을 담아내는 혁신의 플랫홈과 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는 소수의 거대기업 및 부자계층의 기득권을 과잉 보호하는 한편, 세계경제를 오늘의 지경으로 몰아온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과 비판은 고사하고 이를 금과옥조처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보호주의가 주류적 흐름을 형성하고 산업별 공급사슬의 병목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패권의 동맹이라는 쇠우리에 갇혀 청맹과니의 수준으로 심각하게 역주행을 하면서, 더구나 해외순방 때마다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등, 우리 자신의 발등을 찍어 내리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위축되는 수출을 보완하는 내수시장의 확대를 위하여 노동계층을 보호하고 분배 정책을 강화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 그리고 사회적 기업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마약효과를 위하여 감세를 추진하며 투기를 조장하는 금융과 조세 정책을 도입하는 한편, 사회안전망을 약화시키고 생존권을 요구하는 민중의 요구를 무참히 짓밟으면서 1%의 부자들과 기득권들을 위한 호위무사 역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파시즘입니다.

격변하는 대외적 조건에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불안 등이 함께 겹치면서 나라가 통채로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로 우리는 민족과 역사의 중대하고 비상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유일한 해법은 모든 개혁진보 세력과 깨시민들이 분열을 극복하고 小異大同의 각성을 통해 연합하고 연대하여 오는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쟁취하고 정치 경제 사회 제 분야에서 제대로 변혁을 이루어내야 하는 길뿐입니다. 구한말에 이루지 못한 백성들의 꿈인 동학혁명을 재현하는 일이라고 할까요.

되풀이 하지만, 오늘의 경제위기는 단지 경제영역에 머물러서는 해법과 출구를 찾을 수 없습니다. 死即生의 각오로 ‘평화 그리고 경제의 주권’을 분명히 해야만 비로소 길이 열립니다.

경제적 영역으로 돌아가 이야기하자면, 장기적 순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경제 민주화와 역동적 복지국가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생업의 현장(공장과 사무실 등)에서 상호존중과 혁신적 참여에 기반한 실질 민주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주주이해 중심의 운용체제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협동조합과 같은 공유적 기반이 대대적으로 확산되어 가야 합니다.

국민분담률을 높여나갈 여유가 있는 한국은 OECD 절반수준인 GDP 10-12 % 수준에 머물고 있는 사회적 지출을 중기적으로 25 % 수준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북유럽의 복지정책 경험에 더하여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사회적 상속제) 등 미래지향적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하여 나가야 합니다. 역동적 복지와 혁신적 참여는 경제발전이라는 마차를 이끄는 양쪽 수레바퀴와 같습니다.

나가서 경제학의 중심 주제를 기후위기를 반영하여 기존의 양적 성장과 효율에서 지속 가능과 회복으로 전환하고, 정책의 운용 역시 개별적으로는 인간중심, 사회적으로는 관계중심 그리고 국가종합적으로는 질적 가치의 실현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자본(시장)도 노동도 정부도 모두 공공재라는 개념의 확장으로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상호협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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