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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외교정책 엘리트들은 러시아에 대하여 ‘악에 대한 절대적인 승리를 요구하는 보편적인 위협’이라고 무모하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멸망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아나톨 리벤 Anatol Lieven : Georgetown University School of Foreign Service 교수이자 King’s College London의 전쟁연구학 방문 교수이며, 워싱턴 DC에 있는 New America Foundation의 선임 연구원으로 “파키스탄: 감당하기 어려운 나라”의 저자이기도 하다, 기자로서 초기 경력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및 구-소련에서 보냈다

출처 : CommonDreams / Responsible StateCraft, 2022년 10월 04일자.

 

소개의 변) 러시아가 우크라 동부의 돈바스 지역을 포함하여 4개의 주를 러시아에 합병하고 수십만의 추가병력을 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서방의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는 우크라 군이 이들의 일부 거점지역을 탈환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상황이 지역의 제한적 대리전에서 서방과 러시아 간의 전면전으로 전환되는 듯 하다. 이와 관련하여 백악관의 네오콘 집단과 젤렌스키 등 유럽의 극단세력들이 성급하게 제3차 세계대전을 기획하며 운운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이것이 ‘아마겟돈(인류멸망)으로 불리는 핵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지극히 우려하는 전문가의 칼럼을 소개한다.

 

 

뉴요커의 수잔 글래서와 트럼프 대통령 당시의 국가안보회의(NSC)의 멤버이었던 피오나 힐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지만 이미 러시아와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입니다. Daniel Larison이 말했듯이, 우리가 만약 제3차 세계대전에 참가하고 있다면 의심의 여지가 없이, 우리 모두는 이미 죽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리전과 직접전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일입니다.

소련이 베트남에서 미국과 대리전을 벌이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과 대리전을 벌인 것처럼, 미국은 실제로 우크라에서 러시아와 대리전을 벌이고 있을 뿐입니다.

과거 냉전기간 동안 소련과 미국 지도자들은 이러한 대리전쟁이 초강대국 간의 직접적인 전쟁으로 발전하여 상호 핵전멸(MAD)의 임박한 위협을 가져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극도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들은 유럽대륙 지역에서 대리전을 피함으로써 이를 수행했습니다. 당시 유럽은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과는 달리 초강대국의 중요한 이해관계가 서로 맞닿아 있었습니다.

냉전시대에 미국이 핵무기 사용에 근접한 경우가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에서 미군이 지상에서 패배한 것처럼 보였고 맥아더 장군이 중국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요청했을 때였습니다. 압도적 다수의 관찰자들의 결론에 따라, 이의 요청은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정당하게 거부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의 해안 가까이에서 발생했으며, 본토가 치명적인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엄청난 공포 속에서 치열한 11시간 외교를 통하여 수습하였습니다. 

우크라에서 현재 진행중인 전쟁은 분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미국과 미국인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모스크바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대리전과 현재 전쟁의 큰 차이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카네기 러시아 센터의 전 이사인 드미트리 트레닌은 현재의 위기를 쿠바 미사일 위기와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

“표면적으로 두 대결의 근본 원인은 경쟁 강대국의 정치적 영향력과 군사 주둔이 자신의 조국(당시 쿠바, 지금은 우크라이나)의 문 앞까지 확대되면서 야기된 극심한 불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성은 표면적일 뿐입니다. 우크라 위기의 두드러진 특징은 러시아와 미국의 전쟁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보다 중요한 것으로 관련된 이해관계 사이의 광대한 비대칭입니다. 미국에게는 멀리 떨어져 벌어지는 일이지만, 크렘린에게 말 그대로 실존적인 문제입니다.”

글래서와 힐 같은 무책임한 발언이 쏟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에서는 스탈린 이후 소련 지도자들이 모두 직접 전쟁을 체험했거나, (고르바초프의 경우처럼) 전쟁기간 동안 어린 아동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직접 전쟁을 지휘했거나, 아버지 부시 대통령까지 참전의 이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만, 이후 지도자들은 전쟁에 직접적인 체험이 없었습니다. 현재 상황을 자신이 경험한 전쟁과 어떤 면에서든 닮았다고 누군가가 말했다면, 아마도 아이젠하워는 화를 내며 이를 무시할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러시아와 핵을 교환하게 된다면 우리의 상황은 제3차 세계대전이 아니라 훨씬 나쁜 상황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대리전과 직접전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합니다. 이러한 믿음이 미국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유지된다면, 우리는 너무 늦기 전까지는 우리가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레드 라인의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행히도 바이든 행정부는 그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 우크라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우크라가 러시아를 물리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나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크라가 더 많은 승리를 거두고 2월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되찾는다면, 아마도 푸틴은 강제로 사임을 강요당할 것이지만 러시아 당국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인의 압도적 다수가 러시아 영토로 여기는 크림반도를 우크라가 재점령하려 한다면 핵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이것이 “제3차 세계대전”라는 언어의 또 다른 위험을 지적합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와 같이 보편적인 위협과 절대 악에 대한 절대적 승리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실제 우크라 전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역민족의 경계를 둘러싼 일종의 식민지 이후 투쟁이 되었으며, 그런 사례 중에는 오스만, 영국, 프랑스 및 소련 제국의 몰락 이후 많은 사례(종종 미국 동맹국에 의해 수행됨)들이 있었습니다. 

절대적인 승리에 관해서 말하자면, 1945년 이후 미국이 개입한 단 한 번의 전쟁도 그렇게 끝난 적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무승부, 타협, 긴 내전 또는 결과로서 직접적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우크라에서 절대적 승리를 추구하는 것은 끝없는 전쟁 또는 러시아에게 절대무기의 사용을 강요하는 일입니다.

더욱이, 두 세계대전의 중심적 특징(이 때문에 세계대전이라고 불림)은 세계의 모든 강대국들이 결국 자신의 야망이나 두려움에 대한 반응으로 한쪽으로 또는 다른 쪽으로 끌려갔다는 것입니다. 글래서와 힐은 워싱턴과 모스크바뿐만 아니라 베이징의 입장도 명심해서 잘 판단해야 합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이 실제로 러시아의 완전한 패배와 러시아라는 국가의 전복을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면, 중국의 중요한 이익과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듯이, 러시아에 대한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감행하면서 현시점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우크라의 상황이 러시아의 승리 방향으로 급격히 역전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eschylus가 2,500년 전에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진실”이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가 실제로 전쟁 중’이라는 개념이 통용된다면 우리 자신의 정치문화와 대중담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자신의 나라가 전쟁 중이라고 믿는 언론인들과 분석가들은 무의식적으로라도, 객관적인 진실을 찾는 대신, 전쟁 선전을 작성해야 할 긍정적인 의무(역자: 조작과 왜곡)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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