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의 변) 이번 칼럼의 기고자인 하버드 대학의 Walt 교수는 국제관계학계에서 현실정치론의 구루로 존경받고 있으며, 현하의 국제정서에 대하여 냉정하면서도 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분석을 던지고 있다. 배경과 상황의 조건은 다르지만,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경제부흥의 과정에 미국의 도움으로 유럽 최강국으로 부상한 독일은 일제강점기의 해방과 한국전쟁을 통하여 미국의 지원 덕분에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과 동병상련의 맥을 같이한다. 아래의 글 내용에서 암시하듯이, 한국은 독일의 외교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친미시대의 일방적 의존에서 벗어나 반드시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취해야만 한다.
현재 이러한 방향을 추진할 인사로서 이재명 캠프의 실용외교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성락을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하면서 소명의식을 갖고 외무고시를 통하여 전문외교관으로 등판한 이래, 주미대사관의 정무공사 주러시아 대사 그리고 한반도평화 교섭본부장 등 경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주변의 주요 이해관계국들 사정에 매우 정통해 있으며, 민족역사라는 자존과 맥락을 바탕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균형적 자주외교를 펼쳐갈 최적의 인물로 평가하고 싶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외교정책을 평가하여 올림픽 메달을 수여한다면 과연 어느 강대국이 금메달을 따야 할까요?
일부 관측통들은 중국이 경제력과 군사력을 크게 확장했고, 주요 국제기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으며, 미국이 반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교묘한 함정을 잘 피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시진핑 치하에서 뒤늦게 비틀거렸고 국내외에서 점점 강압적인 접근 방식으로 중국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되고 이웃 국가들에게 경종을 울리면서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의도를 경계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에 금메달을 기대했던 중국의 최근 성적은 동메달 수준이며, 진행 경과에 따라 메달의 경쟁에서 탈락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어떻습니까? 블라디미르 푸틴은 지난 20년 동안 미약한 역할을 보여왔지만 그의 외교정책 수완이 러시아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현재, 그가 우크라이나를 그토록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또한 러시아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에도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국가의 높은 역량을 갖추는데 실패할 것입니다. 러시아의 지도자들은 자국이 세계강대국으로 인정받기를 갈망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통치모델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으며, 미래에는 다른 중강국가들이 모스크바보다 더욱 경력한 모습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부추기는 베이징과 모스크바 간의 균열은 극복하겠지만, 러시아의 위상은 중국의 보조적 파트너로서 주로 스포일러 역할로 제한될 것입니다.
과거에서 누적된 많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영국 어느 쪽도 주요한 메달 경쟁자로 간주될 수 없습니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나라 자체가 비틀거리고 있고, 영국은 노동당 정부와 보수당 정부이 교차하면서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2003년에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로 한 노동당 총리 토니 블레어의 결정은 명백히 자신만의 정치적 목표였으며, 보수당 주도의 유럽연합 탈퇴결정은 영국을 보다 가난하게 만들고 국제적 영향력이 줄어들게 하면서 국가의 운명을 정치인들의 손에 넘겼습니다. 그들의 위선은 자신들의 능력을 훨씬 능가합니다.
누가 남았을까요? 글쎄요, 제가 메달의 수여를 결정한다면 금메달을 독일에 넘길 것입니다. 개별적 국가의 외교정책 주요 목표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를 너무 많이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자국의 안보와 번영을 높이는 것이라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독일의 성과는 분명하게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을 가능하게 했던 상황과 조건들은 이제 조금씩 사라지고 있으며, 새로 선출된 올라프 숄츠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에 도착하면서 과연 국제적 현안들(우크라 사태와 나토현안 등)을 독일이 조정할 수 있고 조정할 것인지 여부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독일통일 이후 베를린은 놀라운 3개의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첫째, 미국의 긴밀한 안보 파트너로 남아 있으면서 여전히 미국의 보호에 무임승차하고 있습니다. 독일인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을 계속해서 가장 먼저 대응하는 국가로 여기며 엉클–샘이 그 역할을 수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합니다. 게다가 독일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결정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상기의 특권적인 위치를 유지해 왔으며 집단방위의 공정한 몫을 맡아달라는 미국의 거듭된 요구를 성공적으로 회피했습니다. 부시,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는 모두 독일이 국방력을 강화하도록 노력했지만, 베를린은 NATO가 8년 전에 설정한 GDP의 2% 방위비 목표에 여전히 미달하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국방예산을 효율적(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가용능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은 아직 심각하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독일은 여전히 늑대가 문 앞에 나타날 때마다 미국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동시에 독일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하고 다시 오늘날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대립이 격화된 이후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독일은 러시아의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며(양자교역 규모는 거의 500 억 달러), 교역은 1995년 이후 연간 6% 이상 꾸준한 성장으로 확대일로에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경제적 유대는 독일과 러시아 간에 막대한 양의 무역규모를 제공했습니다. 천연가스라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독일의 의존도는 미국과의 반복적인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논쟁의 여지는 Nord Stream 2 가스공급라인 프로젝트. *미국은 독일측에 가스공급라인을 중단하여 러시아에게 경제적 압박을 가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배를린은 이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음)
무대책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하에서도 관계가 완전히 파열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균형의 정책은 순전히 독일인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타당했습니다. 베를린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시작했음에도, 러시아 가스공급에 대한 접근은 공장을 문제없이 돌아가게 하고 가정을 따뜻하게 유지했습니다. 독일의 러시아 의존도가 근시안적이어서 결국 다시 곤란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지만 지금까지는 훌륭하게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셋째, 독일은 부상하는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독일의 산업은 이러한 관점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중국은 현재 독일의 가장 큰 교역 파트너이며 2020년에는 (COVID-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교역량이 2,120억 유로 이상입니다. 독일 외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독일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유럽의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습니다. 수많은 대화 메커니즘을 통해 수행되는 정기적인 고위급 정책조정과 역동적인 무역관계, 투자, 문화 및 과학 그리고 환경 분야의 협력 및 협력은 양국관계의 핵심 요소입니다.” 인권문제가 마찰의 원인으로 남아 있고(특히 독일녹색당의 입장) 독일인들이 중국에 대해 점점 불리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지만, 베를린 당국은 베이징과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했으며 중국과 수익성 있는 상업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이 독일인을 원칙도 없고 순진한 이익에 취했다고 비난하기 전에, 트럼프가 부과하고 후임 바이든 하에서 계속된 관세에도 불구하고 중미무역 역시 증가하고 있음을 명심 하십시오)
그렇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독일의 외교 정책은 완벽했을까요? 당연히 아니지요. 어느 나라도 완벽한 점수를 자랑할 수 없으며 독일도 예외는 아닙니다. 1991년 독일이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를 조기에 인정한 것 때문에 유고슬라비아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파괴적인 발칸전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었으며, 유로존 위기 동안 엄격한 재정긴축을 주장하면서 아마도 유럽의 회복을 지연시키고 유럽 포퓰리즘의 출현을 촉발시켰을 것입니다. 시리아 내전의 난민들에게 국가를 개방하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의 존경할만한 노력은 외교정책에 따른 성과가 실제적으로는 미미했지만 그녀는 때로는 후퇴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기 드문 정치적 실수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독일이 러시아, 중국, 미국 및 유럽 이웃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의 평가는 또한 여러 강대국의 세계에서 중간 강대국이 직면한 인센티브와 기회에 대해 많은 것을 제사하여 줍니다. 강대국 간의 관계가 너무 양극화되지 않는 한, 독일과 같은 중간 강대국은 강대국 사이를 탐색하고 싸움에 휘말리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독일은 이런 작업을 능숙하게 처리했습니다. 부분적으로 NATO 및 EU와 같은 기존 제도에 대한 가시적인 헌신을 유지함으로써, 독일이 언젠가는 공격적인 수정주의 세력(게르만 제국)의 역할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내 생각에는 근거가 없는 것이지만) 미국과 유럽인들의 두려움을 잠재웠기 때문입니다. 외교정책 엘리트들은 독일 마샬기금(German Marshall Fund) 및 뮌헨 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와 같은 조직을 통해 대서양 횡단정책 네트워크를 육성하기 위해 초과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독일정부는 베이징과 모스크바에 대한 통신망을 계속 열어 두었고, 현재 세계정치의 지형에서 서로 상충되는 이념에 기반한 제로섬 경쟁을 선호하려는 강국들의 시도에 저항했습니다.
독일의 외교정책 엘리트들은 현실주의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 혹 있다면, 그들은 힘에 의존한(Die-Hard) 자유주의 제도를 선호하는 듯 합니다만, 이는 결국 독일의 국가이익을 위한 타협없는 선호와 현실세계 힘의 배분에 순응하는 현실감각을 갖춘 실용적 접근이라고 평가할 수 있를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의 성공적인 외교정책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로버트 저비스(Robert Jervis)가 그의 저서인 ‘시스템 효과( System Effects )’에서 강조했듯이, 강대국 사이의 관계가 더욱 논쟁적일 때, 이들 강국들은 모호성에 관대하지 못하고, 중간대국은 선택과 행동의 자유를 잃을 수 있습니다. 중미 관계가 점점 대립적으로 변하고 중러 관계가 계속 심화됨에 따라, 독일이 3대 열강(*미,중,러)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NATO 동맹국이 워싱턴과 베이징-모스크바 파트너십 사이에 부상하는 대치상황에서 중립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미국은 독일(및 유럽)안보에 계속 보조금을 지급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를린은 결국 한편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예상한다면, 독일이 미국 및 NATO와의 지속적인 동맹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면서, 미국과 유럽 파트너 간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분담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나토동맹을 넘어선 프랑스 매크롱의 전략적 독자정책과 독일의 실용외교를 통한 대서양 양안의 역할분담 구상은 기본적으로 미패권주도의 단극체제에서 다자다극적인 미래의 국제질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는 번역자의 추가 설명임.
출처: 포린-폴리시 2022년 2월7일
Stephen M. Walt, 포린-폴리시의 정기칼럼 기고자이자 하버드 대학 국제관계 분야의 석좌교수이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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