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주르 라만 Hafijur Rahman, 방글라데시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안보전략분석가이며 현재 전략연구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출처: CGTN, 2022년 9월 4일자
“나는 현시점에서 그들이 모인 비동맹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2008년 당시 미국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가 비동맹 운동(NAM)의 중요성을 무시하고자 의도적으로 발언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해 냉전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비전으로 비동맹(NAM)운동이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른바 자유주의적 세계주의자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근본적인 메시지입니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국가(총체적으로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는 남반구 중심)는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서방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옹호하는 미국의 오랜 동맹국과 주변국들을 압도합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미국 주도의 대리전” 혹은 러시아의 “특수군사 작전” 뒤에 줄을 서는 것보다 중립의 노선을 선호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따라 옵니다.
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널리 선전되는 서구의 “자유주의-세계주의자” 모델에 환멸을 느끼고 있습니까? 또한 21세기에 새롭게 출현하는 “비동맹 중립성”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NAM의 중립성
1960년대의 비동맹 운동은 중립에 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 사이의 일종의 비행동주의적 중간자의 입장이었습니다. 오히려 블록 간의 균형을 재조정하고 자체 의제를 세계 무대로 제기하는 것을 목표로 “제3세계주의” 개념에 기반한 긍정적인 비전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증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냉전시대 당시의 비동맹 운동은, 서방으로부터 옹호를 받기는커녕, 자신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놓여진 지속적인 장애물로 간주되어 위협을 받았습니다. 당시의 비동맹 국가들은 서방에 의해 조작된 침략, 암살, 쿠데타, 침략 및 경제적 금수 조치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중립국들은 역시 서방이 구상하는 헤게모니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장애로 정의된다는 이유로 서방으로부터 과거의 유사한 방해 작업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리투아니아가 유엔에서의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이유로 방글라데시로 보내는 COVID-19 백신의 선적을 취소당하였고, 미국이 지지의 입장을 거부하는 여러 국가들에게 부과하는 2차 제재는 중립에 대한 전형적인 서방탄압의 모습입니다.
다가오는 다극 시대의 비동맹 위상
1960년대의 비동맹과 달리 오늘날 세계 대부분 지역, 특히 남반구에서 증가하는 중립국가군의 급증은 미묘하지만 확실하게 소위 미국이 제시하는 ‘일방적인 규칙기반 질서’에 대한 승인을 거부합니다. 남반구의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방진영에서 자주 무시당하고 이들의 이익이 간과되고 있습니다.
토론토 대학의 정치학자인 마크 니먼(Mark Nieman)은 남반부 국가들에 대한 서방의 의도적 묵살과 제도적 권리박탈을 지적합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만이 아닙니다. 남반구의 우려를 무시하거나 노골적인 무관심을 보이거나 또는 국제법 규칙을 위반하는 것처럼 선전하는 방식이 서방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외교정책입니다”.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일방적 제재는 남반구 개도국들 사이에서 서방에 대한 집단적 분노를 더욱 고조시켰고, 이에 대한 서방의 여전한 무관심도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가치동맹”은 전쟁 발발 이후 개발도상국들이 겪고 있는 파괴적인 파급효과(식량과 에너지 부족, 달러화 강세에 따른 부채증가 등)에 대해 한번도 고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으로 러시아에 전례없는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나라의 불행에 대한 무관심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듯이, 미국은 위기의 진정한 희생자인 남반구 국가들보다 유럽의 동맹국들에 대해 보다 많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바람 속에 담긴 답변
압도적이며 다양한 NAM의 견해들은 미국이 제안한 단극-자유주의-세계주의 모델에 대한 집단적 반대이며, 동시에 서방에게 현재의 방향을 재조정하라는 신호이며 다자적 국제시스템에 대한 선호를 보여 줍니다. 도래하는 다극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서방은 경제적, 역사적, 문화적, 사회정치적 모델의 세계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경제적 지위나 국내의 정치체제와 무관하게 서양의 시스템이 반드시 옳다고 여길 필요가 없이, 개별국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주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진행중인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대리전’과 함께 중국을 상대로 전개하는 냉전과 같은 ‘전략적 경쟁’을 일방적으로 조장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들의 정치적 공간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며 이들에게 자신들의 의지에 반하는 선택(미국지지)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역의 현재적 위기와 모든 영역에 걸쳐 계속 급증하는 국제질서의 여파를 감안할 때, 현재의 중국-미국 경쟁이 거대한 비극으로 번지게 되면 세계는 파국적 결과를 맞이할 것임을 선견지명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강요를 비동맹 국가군이 회피하는 방법은 그저 바람에 흘려 보내는 것(시대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서방은 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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