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의 변) 격변하는 국제질서가 과연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가치동맹을 통하여 미패권이 다시 주도하는 신냉전구도(Uni-Pole)로 강화될지, 중국 및 주변국들과 대치하는 백중세의 양강구도(Dual-Poles)로 전개될지, 아니면 다자적 다극체제(multi-poles)로 전환될지 여부는 미중 당사자를 넘어 소위 중강(middle power)국가들의 위상과 역할에 달려 있다. 특히 핵심적인 중강국가군으로 분류되는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 중동에서의 이란과 터키, 아태지역에서의 호주 및 인도네시아 그리고 동북아에서 한국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한 향방을 결정한다. 때마침 총선이 끝나 10여 년간의 자유당 정권을 교체하고 노동당이 집권한 호주의 향후 정치적 전망에 대한 시드니의 동아시아포럼 편집진의 견해를 공유한다.
어느 노련한 정치가가 말했듯이, 중차대했던 이번 연방선거의 여파로 호주정치에서 진행되는 변화는 기후위기의 성격과 유사합니다. 변화의 모습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에 돌변하게 될 것입니다.
거의 10년간 지속되었던 중도우파의 장기통치가, 5월 21일 스콧 모리슨 전 총리의 자유당-국민당 연합이 2013년 이래 Anthony Albanese의 지도하에 있는 중도좌파 노동당에 패배하면서 이제 막을 내렸습니다.
노동당이 1차 선호투표에서 약 3분의 1만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우선투표 또는 ‘즉석결선 투표’시스템에 따라 유권자의 선호도가 과반수가 될 때까지 하위후보의 표가 상위후보에게 재분배되어 합산되는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마침내 선거의 승패는 가려졌습니다. 선호도 분포 후 노동당은 Tasmania 주를 제외한 모든 선거구에서 커다란 지지를 얻으며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천연자원이 풍부한 서호주(Western Australia)지역에서 기존의 보수당 지지가 진보적인 노동당으로 전환되었는데 12~13% 정도의 큰 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Albanese가 지도한 노동당의 승리는 의문의 여지가 없이 정당하고 합법적이었습니다.
이번 2022년 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2013년 이래 3명의 총리를 거치면서 전통적인 연립파트너인 지역기반의 국민당과 함께 집권해왔던 자유당의 굴욕입니다. 자유당은 영국의 보수당과 유사한 성격을 지닙니다. 노동당에 대한 전통적 반감을 공유하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광범위한 신앙적 결합’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호주의 자유당이 지난 10년 동안 우익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의회 내 다수당으로서 의석수가 줄어들고, 온건주의로 알려진 ‘자유당내 소수중도파‘의 불만이 커져오면서 선거의 기반이 점차 축소되어 왔습니다.
선거 당일, 마침내 댐이 터졌습니다. 부유한 도심지역 유권자의 자유당 지지자들은 이제 더욱 강력한 기후행동과 개선된 거버넌스를 위해 캠페인을 벌인 무소속 후보에게로 향하면서, 이전에는 당선의 안전을 보장해왔던 자유당 의원들을 쓸어 버렸습니다. 마찬가지로 노동당도 녹색당에게 계속해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두 주요 정당, 특히 자유당은 기후변화가 호주에 가하는 위협과 전세계 배출량에 대한 호주의 의무할당기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후정책으로 진보적인 그룹에서 외면을 당하였습니다. 이제 중산층 유권자들의 강력한 요구인 기후변화 의제의 중요성과 야심찬 기후법안의 입법에 유리한 의회의 좌석수를 확보하면서 Albanese의 신임정부에게는 적어도 호주인의 기후야망을 국제동료 국가들과 일치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호주의 신임정부는 어느 때보다 커진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통합에 대한 야망을 지닌 미국과 지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도전에 접근하는 방식은 과거 정부와 연속선상에 있을 것이며 새 정권의 다수를 차지하는 독자적인 중도파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현재 아시아계 호주인 중 가장 고위직 여성인 외교부 장관 Penny Wong이 외교정책에 관한 방향을 책임질 것입니다. 야당시절 Wong은 노동당의 해외의제 세부사항을 여당과 차별화를 위해 안보 영역에서 자유당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그녀와 노동당은 외교적 개입과 참여을 강화하고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 대한 재정의 지원을 확대하고 호주의 교육시스템에서 ‘아시아 문맹퇴치’라는 의제를 재건하기로 약속했습니다.
Albanese 수상과 마찬가지로 Wong 외무장관은 이전의 노동당 정부에서 고위 장관을 지낸 진보정당의 베테랑 의원이며, 과거의 전임자였던 Marise Payne에게 부족했던 권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공안기관과 주변 정치인들에 대한 그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교정책의 무게중심이 다시 외교전문의 관료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과 관계가 악화된 상태를 복구하는데 있어 Albanese 신임정부는 어려운 정치적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정책 변화를 희망하는 중국의 요구에 대하여, 정부 언론 또는 사회전반에 걸쳐 수동적이나마 이를 묵인하려는 움직임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호주의 주권과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양국 관계를 최소한으로 회복시킬 수만 있다면 Albanese정부는 정치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Andrew Chubb는 EAF의 칼럼을 통하여 ‘차기 정부는 호주의 중국정책에 대한 토론을 현재의 분열적 양상에서 벗어나 디아스포라(이민자) 커뮤니티 내 정치적 자유에 대한 중국정부의 침묵적인 영향력(압박)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최소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하여 히스테리한 조장을 일삼고 전쟁에 대하여 느슨한 대결적 언사를 구사했던 모리슨 방식을 끝내야 합니다. 그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국문제를 냉소적으로 언급한 것이 의심할 여지없이 많은 중국계 유권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함으로써 역효과를 일으켰습니다. 그로 인하여 멜버른과 시드니의 많은 의석이 노동당에게 넘어가기도 했고, 다수 유권자들의 신뢰도 테스트에서도 실격을 당했습니다.
Wong장관과 Albanese수상은 올해 다자간 포럼(G20, APEC, ASEAN+ 정상회담 등)을 중국과 대화 재개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시급하고 창의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이것은 또한 호주 못지않게 중국에 대해서도 매우 중요한 시험적 기회입니다. 중국은 자신들의 강압정책(bullying)이 호주인들에게 중국을 불신하게 하고 호주의 정치지도자들이 중국과 불화를 조성하는 정책에서 멀어지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요컨대, 호주 외교정책의 형태는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신임정부는 바이든의 수사학적으로 화려하지만 여전히 실제적인 내용이 없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포함하여 아시아에서 미국의 주도적 노력에 대한 공약을 계속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중국 영향에 대한 대응의 균형추로 설계된 Quad 및 AUKUS의 강조 역시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모리슨 자유당 정부가 약속한 것보다 기후변화, 여성문제, 좋은 거버넌스에 대한 행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갈망이 더욱 커진 반면,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적 주요 문제로서 이민은 관심밖의 이슈이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COVID-19에 대한 방어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민통제 여부는 캠페인 전반에 걸쳐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스리랑카에서 온 망명신청 보트의 도착을 악용하려는 모리슨 정부의 마지막 시도 역시 실패로 끝났습니다. 오히려 소수민족을 배경으로 한 당선자가 기록적으로 많았습니다.
선거결과는 다행스럽게 호주 주류사회의 가치와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정책의제에 대한 기회의 문을 열어줍니다. 국제파트너들과 무역 및 이민에 대한 개방, 호주의 전통적인 서방동맹 간의 균형에 대한 열망, 주변 아시아와의 통합, 그리고 이제 어느 때보다 호주인들 자신에 대한 약속으로 마침내 기후위기의 해결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작성: 동아시아포럼 EAF의 편집진
출처: EAF 사설, 2022년 5월 30일자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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