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온다, AI와 함께
얼마 전 차기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유명 과학자 찰스 리버가 중국의 ‘천인 계획’에 참여하였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된 이유는, 정부에 연구지원을 요청할 때 외국 정부와의 관계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침을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국립보건원으로부터 15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중국 정부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것이죠. 미국이 한 과학자의 일탈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첨단 기술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유출됨으로써 세계 제일의 패권국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중국공산당은 2050년까지 과학기술 초강대국 도약을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방면으로 라이선스 및 첨단 기술획득에 주력하고 있다. 획득 대상 분야는 미국의 메가테크 기업, 연구기관 및 정부의 첨단 분야다. 중국의 기술 훔치기에는 갖가지 유형이 있다. 가장 흔한 수법은 수출금지 우회와 지적재산을 노린 첨단 기업과의 제휴다. 미국 첨단 기술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거래, 산업 스파이 등이다. (…) 동시에 중국은 사이버 침투, 인재채용 프로그램 및 교묘하게 스며든 연구파트너십 등 미국의 개방된 연구환경을 기술 훔치기에 활용하고 있다. 다른 말로하면, 중국은 자국의 군사 및 경제 현대화를 위해 미국 납세자들의 달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모든 연구 환경은 국가 예산으로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백악관 AI 리포트』, 108p
『백악관 AI 리포트』의 저자들이 “중국은 자국의 군사 및 경제 현대화를 위해 미국 납세자들의 달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중국의 기술 역량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5월에 있었던 알파고와 커제 9단의 대국 이후, 중국 정부는 AI 연구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섭니다.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재정적, 정책적인 뒷받침과 더불어, 중국의 벤처 투자회사들도 막대한 금액을 AI 산업 발전을 위해 투자합니다. 그 투자액의 규모가 세계 AI 벤처 펀딩의 48%(2017년 기준)였다고 합니다. 거기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GDP가 15.7조 달러가 늘어날 것인데, 그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증가분은 7조 달러로 북미의 증가분인 3.7조 달러의 두 배 정도라고 합니다. 이를 미루어 봤을 때 중국판 ‘스푸트니크 모멘트’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 기업, 학계는 AI의 발전을 위해서 막대한 자금과 시간과 인재를 투입했습니다. 오늘날 알파고가 이세돌과 커제를 꺾을 수 있었던 배경에 딥러닝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이죠. 한편, 중국은 AI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임하면서 미국의 첨단 기술과 기초 과학에 대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모방했습니다. 미국이 충분히 비신사적이라고 생각할 만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첨단 기술을 베껴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화했던 ‘카피캣’ 전략은 중국을 확실하게 AI 선도국의 문턱 앞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알파고가 발딛고 서있는 기술적 기반인 ‘딥러닝’은 학계의 언어를 따르면 ‘신경망’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신경망 방식 이전에는 ‘규칙 기반’ 방식이 있었습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과정과 규칙(전문가들의 의견)을 일일이 컴퓨터에 가르치는 규칙 기반 방식은, 선택이나 행동의 영역이 넓어지면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의 해결 과정과 규칙을 일일이 컴퓨터에게 가르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신경망 방식은 동물의 뇌처럼 지능을 가진 신경회로를 컴퓨터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고하는 방법 자체를 컴퓨터에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신경망 방식의 경우 막대한 양의 데이터와 연산력이 필수적입니다. 신경망 방식이 고안된 1950년대에는 컴퓨터의 연산력과 가용 가능한 데이터의 양이 현저히 부족했지만,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최첨단 컴퓨터의 등장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발판삼아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AI 슈퍼파워』의 저자 리카이푸는 딥러닝의 눈부신 성장이 두 가지의 시대적 전환을 몰고 온다고 진단합니다. 우선 ‘발견의 시대’에서 ‘실행의 시대’로의 이행입니다. 그리고 ‘전문지식의 시대’에서 ‘데이터의 시대’로의 변환입니다. 리카이푸는 거대한 전환의 국면이 중국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풍부한 데이터, 굶주린 기업가, 수준급의 AI 과학자, AI 친화적인 정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딥러닝은 이미 현실에 응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개발의 완성도를 갖췄습니다. 발견의 시대에서는 절대우위의 지식과 최정예의 과학자를 독점한 서구 사회가 딥러닝의 기술적 성과와 혁신을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발견의 시대에 딥러닝의 기술적 개발이 상당수 완료되면서, 딥러닝의 진보가 곧 AI의 진전을 의미하던 시대가 끝이 납니다. 기업가와 엔지니어들이 이제까지의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딥러닝의 상업적인 이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기술의 혁신보다 중요해진 것입니다. 토마스 에디슨의 사례를 생각하면 이 부분이 좀 더 명료하게 이해가 됩니다. 전기 기술의 개발은 그 자체로 전대미문의 혁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에디슨이라는 인물이 전기를 산업설비의 동력으로 이용 가능하도록 상업화하지 않았다면, 전기 기술은 신기한 화학 현상과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중국의 카피캣 시대를 이끌었던 중국의 기업가들은 한마디로 검투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오로지 시장에서 살아남고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것이 지상 최대 과제인 중국의 기업가들은, 속도가 생명이고 모방이 난무하며 살아남기 위해 비열한 술수도 마다하지 않는 전쟁터 같은 곳에서 살아남은 이들입니다. 이익잠재력이 조금이라도 눈에 띈다면, 그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딥러닝을 적용하여 수백 개의 창업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더군다나 세계에서 가장 민첩하고 시류를 잘 읽으며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그들은, 중국이 가진 막대한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21세기의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리카이푸가 ‘대체 우주’라고 부르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중국의 테크놀로지 생태계의 특이성과 압도적인 데이터의 양입니다. 10억에 육박하는 사용자가 매일같이 앱을 이용하며 남긴 흔적은 그대로 기업으로 흘러갑니다. 그들이 먹는 음식, 다녀갔던 장소, 출퇴근 방식이 촘촘히 기록되어서 딥러닝의 학습 자료가 되는 것입니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은 대부분 플랫폼 공간에서의 활동만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모바일은 밥을 먹고, 쇼핑을 하고 여행을 떠날 때 도움을 주는 유용하고 실질적인 도구입니다. 이로부터 얻은 데이터는 양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차이점을 보여주게 됩니다. 중국의 기업들은 이를 통해 재무감사부터 도시계획, 개인별 맞춤 서비스 등 무궁무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중국인들은 서양인들에 비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감도가 낮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대중창업, 만중혁신’으로 상징되는 첨단기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행정적 지원입니다. 중국 정부는 AI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풍부한 기금을 조성해 혁신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습니다. AI 스타트업을 위한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이 이에 해당합니다. 한편, 시장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AI 응용 기술의 전시장으로 변모시키는데 주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대표하는 도시가 ‘슝안신구’입니다. 중국 정부가 5,35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여 AI 기반시설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량의 전면 수용을 내걸고 건설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속에 센서가 달려 있고, 신호등에는 컴퓨터 비전이 장착돼 있으며, 교차로는 보행자의 연령대를 알아보고, 차량공유로 주차공간의 필요성이 극적으로 줄어듭니다. 교통관리, 자율주행차량, 환경보호에 중점을 둔 AI 시대의 신도시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슝안신구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AI와 도시는 동반 성장할 것입니다. 신도시는 AI가 주는 효율성을 누리고, AI는 신도시가 공급하는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훈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슈퍼파워 중국, 위험과 기회
리처드 볼드윈은 『그레이트 컨버젼스』에서 ‘대수렴’을 이야기합니다. 대수렴의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저개발 국가로 생산 수단을 아웃 소싱하는 ‘오프 쇼어링’을 통해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19세기 초부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국가 간 불평등이 심중해집니다. 증기기관의 도입으로 상품의 이동 비용이 낮아지고, 이를 기회로 오늘날 G7으로 불리는 북반구의 선진국들이 세계 경제권의 새로운 패자로 등장하게 됩니다. 상품을 옮기는 데 드는 물류 비용이 줄어들었기에 생산지와 소비지가 같을 필요가 없습니다. 경쟁력이 있는 곳에서 생산하여 배와 비행기를 이용해 내다 팔면 되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세계화 되었지만 부를 창출하는 산업은 특정 지역, 즉 북반구에만 몰렸습니다. 20세기 초까지 북반구의 선진국들이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비해서 압도적인 경제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아시아와 중동의 경제적 패권을 북반구가 빼앗은 18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를 ‘대분기’라고 부릅니다.
남반구와 북반구 간의 불평등이 오래도록 지속되던 경향은 1990년대 이후 서서히 사그라듭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1990년대 이후, 즉 대수렴의 시기에 ICT 혁명을 통한 통신 기술의 발달과 이에 힘입은 오프 쇼어링을 통해 선진국의 부가 남반구로 대량으로 이전되기 때문입니다. 통신 기술 혁신 덕분에 상품뿐만 아니라 지식의 이동 비용도 낮아집니다. ‘글로벌 가치사슬 혁명’, 즉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촘촘히 엮인 국제가치사슬이 만들어지면서 핵심 기술과 제조 역량이 모인 북반구의 클러스터가 국제화됩니다. 이로써 선진국이 모든 이익을 독점하던 대분기의 시대가 끝납니다. 개발도상국도 적극적으로 산업에 임하여 제조업이 이룩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일본이나 미국 기업의 하청 업체로서 브랜드 제품을 대신 만들어주던 위탁 생산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생산에 관한 핵심 지식, 브랜딩, 마케팅, 경영의 기술까지 흡수하면서 직접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연상하면 됩니다. 거기에 저렴한 임금도 한 몫을 하죠. 이 과정을 통해 저개발 국가의 국민 소득과 노동자들의 소득도 올라갑니다. 한편 선진국은 점차 탈산업화합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돌출은 지난 200년간 이어졌던 동서 간의 대분기를 마무리 짓는 대수렴의 징후를 명징하게 드러냅니다. 중국은 이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세계 최강국의 문턱 앞에 서 있습니다. 대수렴으로 인해 서쪽의 미국, 동쪽의 중국, 북쪽의 러시아, 남쪽의 인도가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는 ‘평화로운 다극 체제’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한때 예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혹자의 표현대로 세상이 ‘아편전쟁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과연 세상이 다시금 평평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피어났습니다. AI가 재편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는 미국과 중국의 소수 기업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부를 독점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리카이푸의 문제의식도 이와 유사합니다. 리카이푸는 “미국과 중국이 데이터와 인재를 차곡차곡 쌓을수록 데이터와 성능 개선이 서로를 이끌어주는 선순환은 다른 나라들이 따라잡을 엄두를 못 낼 정도까지 격차를 벌리고 있다.”(46p)라고 말합니다. AI가 불러일으킨 제조업 혁명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을 기반으로 하던 제 3세계 영세공장들은 빠른 시일내에 문을 닫게 될 공산이 큽니다. 중국, 한국, 싱가폴 등 과거의 개발도상국이 지금의 고소득, 기술주도형 경제 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던 기회를 오늘날의 가난한 나라들은 더이상 누릴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됨에 따라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를 가리지 않고 현재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일자리 중 상당수가 사라질 것입니다. 벌써 정보통신기술로 인해 생산성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지만, 임금과 일자리의 총량은 제자리이거나 후퇴하고 있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기술혁신이 가져다주는 부의 대다수가 상위 1%에게만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탈동조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근에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 기본소득입니다. 기본소득이란 한마디로, AI가 산출한 막대한 부를 평범한 이들에게 조건 없이 귀속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재원은 AI 혁명 승자들의 세금을 대폭 인상해서 마련합니다.
하지만 리카이푸는 기본소득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한 원흉인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미봉책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산파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가난해진 대중들의 분노가 본인들에게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엉성한 대책이라는 것이죠. 한편,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채 ‘동물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리카이푸가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 투자 급여’의 창설입니다. 기본소득은 여전히 전통적인 사회복지의 개념 안에서 이해됩니다. 사람들에게 최저 생계를 보장함으로써 낙오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죠. 하지만 리카이푸가 보기에 이는 앞서 언급한 문제-자본주의 체제 유지, 동물화-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고 미진합니다. 그래서 보편적 소득을 지급하는 대신, 사회친화적이고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지급하는 사회적 투자 급여를 창설하자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투자 급여에 운용되는 재원은 구체적으로 케어, 지역사회 봉사, 교육에 투자됩니다. 앞으로는 알고리즘을 통해 질병 진단과 치료법 처방 능력이 인간 의사보다 월등히 앞설 것입니다. 대신 인간 의사는 ‘교감 의료인’이 되어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에 공감해주고, 치료가 끝날 때까지 감정적인 비빌언덕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아직은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가사 노동, 육아, 연로자와 신체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미래에는 지역사회 봉사와 사회적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 분야의 종사자들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라이프 코치’ 같은 직업을 개발해 실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직업 훈련의 기회를 경험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공적 서비스 분야에 대한 사회적 투자 급여는 기본소득과 달리 인간의 창의성과 적극성과 사랑을 북돋아 AI 시대를 무사히 건너갈 활로를 마련해줍니다.
“기계는 기계로서 존재하게 하고 우리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기계를 도구로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은 사랑을 주고 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p402
신기술이 가져다주는 이점과 난점은 현재 어지럽게 얽혀있습니다. 리카이푸는 AI의 발전이 열어젖힐 신세계의 풍경을 정확하게 스케치 해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단순히 생산성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명확하게 짚고 있는 것이죠. 국가 간의 불평등과 계급 격차, 일자리의 상실과 동물화의 문제들은 목하 펼쳐지고 있는 신세계의 피할 수 없는 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전에 없던 풍요와 기회의 시대가 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미지의 시대 앞에 서있습니다. 다음 연재에서 다룰 오드리 탕의 삶과 글을 통해서 미지의 시대를 슬기롭게 돌파하는 방안들을 궁리해보려고 합니다.
역술가에 의하면 “시베리아에서는 냉장고를, 사막에서는 난로를 팔아가며 먹고 살 팔자”를 가졌다고 한다. 재주가 많다는 칭찬인지, 남의 등쳐먹고 살 사기꾼의 자질을 가졌다는 의미인지 종종 헷갈린다. 봄과 가을에는 축구장에서, 여름에는 계곡과 강에서,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사느라 10대 때는 책상에 10분 이상 앉아있어 본 적이 없다. 어찌 된 일인지 고등학교 진학 이후 학습에 대한 의지가 불타올라 평생토록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던 책과 가까이 지내기 시작한다. 서울의 모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는 학부생 신분이지만, 제도권 교육과 체질적으로 맞지 않음을 깨달아 얼마 못 다니고 휴학했다. 3년 가까이 휴학생으로 지내며 이런저런 일에 기웃거려보는 중이며, 현재는 다른백년의 사무국장이다. 놀고 먹기만 하면서 태평하게 살고 싶은데, 시대가 수상하여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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