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briel Boric의 칠레대통령 당선으로 남미의 좌파운동이 순풍을 달다
압도적인 승리는 빈약한 복지시스템과 부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적폐사회에 대한 칠레 시민들의 반란을 의미합니다
이래경 2021.12.30 0 COMMENTS소개의 변) 최근 미국의 위성국가로 평가받는 칠레의 대선에서 좌파연합의 젊은 후보인 35세의 Boric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면서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KBS를 포함한 한국의 주류언론들은 이를 단순하게 MZ세대의 승리라고 왜곡하고 폄하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괴기하고 황당한 일입니다. 팩트를 말하자면 미패권의 억압과 신자유주의의 수탈에 이중 삼중적으로 시달려온 칠레 인민들이 미래를 담당할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좌파연합을 지지하고 선택함으로써 남미지역에 패권과 신자유주의에 공식적인 종언을 고한 세계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해야 마땅합니다.
프리드만이 주도한 시카고 학파의 한 축을 형성했던 인물인 뷰캐년은 국가와 공공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가능한 모든 영역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공공선택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후,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정책의 실험국가로 미국의 앞마당인 칠레를 선택하여 사회안전망을 축소시키고 공공영역의 모든 것을 가능한 민영화하는 정책을 도입 추진해 왔습니다(이에 대해서는 세종출판사 발행 ‘벼량 끝에선 민주주의’를 참조하시길). 이러한 적폐의 3-40 년간 누적 결과가 오늘 칠레 대선의 선택입니다.
아래 기사는 비록 서방언론이기는 하나,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영국 가디안의 현지주재 기자가 작성한 내용으로 칠레 대선에 당선자가 된 Boric의 사적인 스토리와 사회적 배경 그리고 남미국가의 좌파정치인들이 보여준 연대와 차이점을 나름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이민자의 증손자이자 마르크스와 헤겔의 애독자인 가브리엘 보릭(Gabriel Boric)은 14세에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 시에서 도시전체를 포괄하는 총학생회의 결성을 주도했습니다. 21세당시 법대생이었던 그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44일 동안 캠퍼스 연좌농성을 주도하여 논문 표절과 부패 혐의로 기소된 선임 교수를 축출하기도 했습니다. 2년 후인 2011년에도 부패한 사립대학 재단에 반대하는 대규모 학생시위의 주역으로 활동하였고, 2013년에는 출신지역의 의원이 되었습니다. 2019년 10월에는 거리에서 백만이 넘는 시민들과 함께 빈약한 연금과 치솟는 생활비용 및 경찰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한 이후, Gabriel Boric은 시민들의 분노를 평화적인 홍보물로 표현하여 배포하였습니다 – 칠레의 독재시대 산물인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안.
그리고 지난 일요일, 35세의 보릭은 드디어 피노체트 장군의 유혈독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우익(Catholic law-and-order)후보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를 12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번 일요일 투표율은 거의 56%로 2012년이래 실시된 자유선거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오는 3월 11일 취임하면 Boric은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이 전복된 이후 칠레의 가장 좌파적인 지도자가 될 것이며 1989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자리를 독차지해왔던 중도우파 진영을 벗어난 첫 인물이 될 것입니다.

공개적으로 페미니스트이자 환경운동가임을 선언한 후보의 승리는 또한 라틴 아메리카 전역의 진보적인 동료들에 의해 역사적으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2022년 하반기에 극우적 독재옹호론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안길 것으로 여론 조사기관들이 예측하는 룰라 다 실바 브라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브랜드가 된 붕어 문양의 야구모자를 쓰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후보가 또 다시 승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칠레가 선거의 결과를 발표하자, 현재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콜롬비아의 전 게릴라 출신인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는 카스트(Kast, 우익진영 후보)를 우익 나치의 아들로 비유한 반면에 Boric을 ‘사회민주주의자’라고 호의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웃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 대통령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는 Boric에게 “남미에서 불평등을 끝내는 싸움에 동참하자”고 제안했으며, 볼리비아의 사회주의 운동 MAS 지도자이며 수년 전 공식적으로 정치에 참여한 Luis Arce는 우익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를 압도적으로 물리친 결과를 ‘칠레인민들의 승리’라고 치켜 세웠습니다.
페루의 좌파 지도자로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가 4개월간의 공백을 극복하고 지난 12월초에야 간신히 탄핵을 면한 Pedro Castillo는 트위터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당신의 승리는 자유, 평화, 정의와 존엄 살고 싶은 모든 라틴 아메리카의 사람들에 의해 공유될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강압적 좌파 통치자인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도 칠레인들이 “파시즘에 맞서 승리를 거둔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멕시코의 정통 좌파 대통령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역시 Boric의 승리에 대해 “기쁨”이라며 “칠레 국민은 라틴 아메리카와 세계에 모범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Boric의 승리 그리고 이에 따른 권력의 공백(우익진영이 여전히 의회다수를 장악하고 있음)에 대한 일부 반응으로 라틴 아메리카 좌파진영이 세대간 및 철학적 성격의 경계로 나뉘어 지는 것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쿠바 지도자 Miguel Díaz Canel은 칠레의 대중 및 차기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7월에 Boric이 언급한 내용 중에 그의 “연대”가 쿠바 정부가 아니라 쿠바 시민의 시위대에 있다는 언급과 관련이 있습니다.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독재자인 다니엘 오르테가(Daniel Ortega)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Boric는 최근 발언을 통해 오르테가가 4년 연속연임에 성공한 배경에는 야당 반대자들을 투옥시킨 것관 관련이 있다며 “중미 국가들은 조작선거나 상대방의 박해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온두라스의 진보적인 차기 대통령인 시오마라 카스트로(Xiomara Castro)도 지금까지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상기에 언급한 것처럼 일부 국가 지도자들이 Boric의 승리에 대한 축하행렬에 즉시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배경에는 지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하비에르 레볼레도(Javier Rebolledo)가 묘사했듯이, 전통적인 “맑스주의” 좌파 입장과 Boric의 정치적 노선인 보다 부드러운 스칸디나비아적인 견해의 간극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을 남미 대륙의 좌파와 우파 간의 전투에 갇힌 것으로 생각하는 칠레인들은 거의 없다고 레볼레도(작가)는 경고합니다. 대부분의 칠레인들은 Boric이 지난 10년 동안 웅변적으로 문제를 지적해온 현안인 부유층을 위한 적폐사회와 빈약한 복지시스템에 지쳤습니다. “Boric의 승리는 칠레가 오랫동안 걸어온 길(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입니다”.
한편에서는 베네수엘라 방식의 사회주의와 경제적 파멸에 대한 두려움이 일부 유권자들을 우익후보인 카스트(Kast)의 품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반면에 트럼프가 선동한 인종적 증오와 군중 폭력의 생생한 사례 그리고 62만 명의 브라질인을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망하게 한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치명적인 무능력이 이를 지켜본 칠레 시민들로 하여금 극우와 포플리즘에 대한 예방접종으로 Boric을 선택하도록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티아고 여성 축구클럽의 미드필더인 다니엘라 파르도(Daniela Pardo)는 “오늘 칠레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불평등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디그니티 스퀘어(Dignity Square – 칠레 정치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당선을 기뻐하는 Boric 지지자들과 합류하기 위해 종이꽃 왕관을 썼습니다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극우 정부가 대중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교훈을 배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출처 : 영국의 가디언 지, 2021년 12월 20일자
기사작성 : Laurence Blair 칠레 산디아고에 주재하는 가디언 기자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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