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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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지나 남해 바다를 건넜다. 2022년은 배타고 섬진강을 함께 놀았다. 2023년은 배타고 대마도까지 함께 놀고 싶다. 낮에는 물 위에서 배를 타고, 밤에는 땅 위에서 쉘터를 만들고 불을 피운다. 물의 길 옆에 불의 온기는 한없이 따스했다. 부시크래프트를 통해 자연을 가까히 만난다. 다음 글은 캠핑을 통해 지구를 가까이 느끼는 감각을 탐구하고 싶다.

“이게 되네.” 바다를 쉽사리 건너며 헛웃음이 나온다. 섬진강 물따라 70km 노를 저었다. 다시 남해안 물따라 15km 노를 저었다. 허리를 비틀며 왼쪽으로 한 번, 다시 오른쪽으로 한 번 물살을 밀어냈다. 어느새 육지가 멀어져 간다. 남해안의 섬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난초섬, 엄나무섬, 때섬을 지나 남해군 갈화리에 배를 정박한다. 몸으로 바다를 건너는 감각이 스며든다.

쉽게 하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래서 몸부터 단단히 했다. 그간 열심히 케틀벨 쇠공을 돌리며 훈련을 했다. 노를 돌리는 힘이 가뿐하다. 날은 바람없이 잔잔하니 저항없이 조용하게 물살을 가른다. 때는 만조가 되어간다. 달에 밀려온 물이 섬으로 들이찬다. 물살 따라 조각배도 미끄러져 나가는 것이다.

반면 모든게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마치 표류하는 배처럼 육지가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목표는 동아시아 교류 활동을 하고 싶고, 선물 경제를 하고 싶고, 항해 학교를 하고 싶은데, 전부다 멀고 조바심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에 잠길 때면 마음 뿐만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한다. 관자놀이에서 지끈지끈한 두통이 느껴진다.

소마틱스는 몸의 왜곡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응축이다.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찌그러든 것이다. 대표적으로 어깨와 목이 말려 들어 편두통이 나타난다. 둘째는 고정이다. 360도 회전할 수 있는 몸이 좁은 각도에 갇혀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 세 번째는 편향이다.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균형이 쏠려 있는 것이다. 몸의 총체적인 왜곡은 통증의 피드백을 악화시킨다.

나는 서치라이트를 켜듯이 관자놀이에 집중해 욱신거리는 감각을 느껴본다. 감각은 이마, 정수리를 넘어 목으로 이어진다. 긴장이 느껴진다. 내 몸이 응축된 것을 느낀다. 배, 허리, 엉덩이를 집중해본다. 몸이 멈춰진 것이 느껴진다. 고개는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뒤틀린 몸의 선을 타고 두통이 심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이른바 사회 운동의 영역에서, 먼 미래의 좋은 것들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정작 지금의 내 몸 상태를 못보고 있음을 느낀다. 망각은 매번 정직하게 통증으로 이어진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일어난다. 가슴을 들고 고개를 돌리며 넓게 시선을 전망한다. 양 손으로 패들을 잡고 허리를 회전하며 노를 젓기 시작한다. 몸은 응축이 아니라 직립을 원한다. 머리는 고정이 아니라 자유로운 대면을 원한다. 마음은 좌우를 아우르는 균형감 속에서 즐겁게 솟아나는 것이다.

물의 길을 가는 행위가 운동(exercise)인 동시에 운동(movement)이 되면 좋겠다. 몸의 본질적인 기능을 살려낼 때 구조도 살아난다. 이 때 모든 것이 쉽고 편하게 되어가는 느낌이 일어난다. 수많은 관절, 근육, 신경계가 얽힌 살아 움직이는 몸처럼, 사회도 세상도 지구도 얽혀있다. 전체 속에 놓여있는 소속감을 느끼며 안도감이 든다. 강도 바다도 모두 이어진 한 물이다. 물 속에 담긴 팔이 더 큰 것과 함께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노를 젓는 나를 느끼다보니 어느새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고석수

대만, 일본, 중국, 제주 강정 등, 동아시아의 섬에서 다양한 형태로 살아왔다. 동아시아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모시는사람들)을 출판했다. 전남 곡성에 산다. 몸, 마음, 지구를 아우르는 항해학교를 만들고 있다. 물의 길을 다시 꿈꾸는 프로젝트이다. 배를 타고 섬들을 잇는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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