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성의 원칙은 사회부조제도의 구성 및 운영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원칙이자, 여러 원칙들(자구의 원칙, 선별의 원칙, 최소보장의 원칙 등)을 서로 연결시켜 사회부조제도의 토대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는 보충성의 원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보장의 원칙들과는 어떻게 대립되는 것인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는 사회보장을 올곧은 실현을 위해 보충성의 원칙은 폐기되어야 하며 따라서 사회부조제도도 폐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위한 작업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기본소득제가 이 폐기의 가장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복지국가 5.0을 위한 사회보장체계의 재구성은 기본소득제롤 포함해야 함을 보이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보충성(subsidiarity) 의미의 변천사
잘 알려진 바와 같이, subsidiarity라는 용어는 ‘보충하다’, ‘예비군을 만들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동사인 subsidior에서 파생되었다. 그리고 라틴어 subsidium은 ‘예비의 상태에 있는 물건’, 즉 부족이 발생했을 때 이를 메워주기 위해 사전에 준비해두는 물건, 특히 ‘예비군(필요한 경우에 투입되는 부대)’를 의미했다. “Subdidium ferre“라는 라틴어 표현은 “뒤에 남아 최전선에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ubsidiarity의 어원적 의미는 그 자체가 사회적 연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의 한 형태를 함축했다. 즉 부분들로 구성된 하나의 전체가 상정되고 전체가 추구하는 목표의 달성을 위해 일부는 예비군으로서 또는 전체의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나 다른 부분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보완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기적이면서 서로 협력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면들이 사회적 연대의 원칙과 연결된다. 즉 상호협력의 한 유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와 같은 라틴 국가에서는 subsidiarity 개념은 자유나 평등의 관념보다는 연대(solidarity)의 관념에 여전히 가깝다.[1]
원칙적으로는 이 용어는 ‘다른 사람들에게 원조 또는 도움을 주다’라는 의미를 항상 유지했다. 그러나 근대 초기에 이 용어는 사회의 조직화에 있어서 역할 배분의 특정 양식을 가리키는 의미가 덧붙여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의미가 더 핵심적인 위상을 갖게 되었다. 이 새로운 의미는 사회의 구성요소들이 가져야 하는 자율성(autonomy)의 원칙과 연결된다. 16세기의 유럽에서는 국가는 권력의 독점체가 되어가고 있었고, 이런 흐름에서 보충성은 자율성과 함께 사회에서 권력과 권위의 분산을 지칭하는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2]
이러한 새로운 의미는 그 바탕에 ‘사회는 개인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며 그 반대가 될 수 없으며, 사회는 아래로부터 위로 조직된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놓여 있다. 따라서 모든 사안은 우선적으로 소규모 단위 수준에서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사유와 매우 친밀한 연관을 가지면서 발전되었다. 그 결과, 보충성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정치권력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 또는 “사회적인 자발적 참여와 제안(social initiatives)의 거버넌스를 더 낮은 수준에 두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를 갖는 보충성은 오늘날 사회 내의 조직체들(개인, 가족, 친목단체, 마을, 기업, 협동조합, 사회단체, 지방정부, 중앙정부) 간의 관계를 조직화하고, 이들 사이에 역할을 배분하는 원칙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원칙은 아래와 같이 3가지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 역할 배분에 있어서 소규모 단위가 일차적으로 우선권을 갖는다.
゚ 대규모 단위는 소규모 단위가 수행할 수 없거나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업무만을 담당해야 한다.
゚ 소규모 단위가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대규모 단위가 해당 업무의 수행을 대신하거나, 소규모 단위가 해당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한다.
위 3가지의 핵심적인 의미는 앞서 어원적 의미에서 살펴 본 도움의 제공과 자율성의 보장이 동시에 포함된다. 역할 배분에서 개인이나 가족 등의 소규모 단위가 우선권을 갖는다는 것은 결국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소규모 단위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는 국가와 같은 대규모 단위가 이를 대신하거나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어원적 의미가 유지되고 있다. 요컨대, 이 보충성 원칙에 따르면, 정부는 원칙적으로 개인을 포함한 사회 내 중간조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개인 또는 중간조직의 활동에 개입할 수 있다.
복지국가 또는 사회보장체계 맥락에서의 보충성 원칙
그렇다면 복지국가나 사회보장에 있어서 보충성의 원칙은 어떻게 이해되고 있을까? 사회복지나 사회정책 학계에서 보충성 원리는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정의들은 보충성의 원칙이 소규모 단위의 우선성, 소규모 단위에의 책임 부과, ‘부족분 채우기’, 공적 개입의 최후성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 “보다 큰 사회적 기능단위는 보다 작은 사회적 기능단위가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개입해야 한다는 원칙”
゚ “국가 및 사회정책적 의미의 원칙으로서, 대규모의 사회조직단위는 소규모의 사회조직단위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그 기능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원칙”
゚ “국가공동체내에서 개인이나 더 작은 단체가 자신의 힘만으로 자신의 과제를 완수할 수 없는 경우에만 더 큰 단체가 그 과제의 수행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
゚ “개인이 스스로의 주도하에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개인에게서 박탈하여 공동체의 활동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
우선 국가와 같은 공적 주체와 개인 또는 중간조직과 같은 사적 주체를 구분하고, 사회보장 또는 사회정책에 있어서 공적 주체에 대한 사적 주체의 우선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보충성 원칙의 일반적인 모습과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사적 주체나 소규모 단위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이나 과제의 성격이 특이하다. 보통 소규모 단위의 우선성은 자율성 확보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때의 자율성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자율성이다. 그런데 사회보장에서의 자율성은 근원적 필요의 충족이라는 ‘해야만 하는 것’, 즉 책임에 대한 자율성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또는 중간조직과 같은 소규모 단위가 스스로의 힘으로 근원적 필요의 충족이라는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자구의 원칙(principle of self-help)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임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을 때에 한정해 가족, 지역공동체, 국가 등이 순차적으로 개입하여 책임 수행을 대신해준다.
그렇다면 책임 수행의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자산조사가 필요하게 된다. 자산조사를 통해 일정 수준의 소득과 재산이 있다면, 이는 자구적 방식에 의한 근원적 필요의 충족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급여가 제공되지 않는다. 반면 사전에 설정한 특정의 기준치에 못 미치는 경우에는 그리고 그 경우에만 한정해 기준치에서 자산조사의 결과를 뺀 액수만을 급여로 제공한다. 자구의 원칙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구 노력을 제외한 몫, 즉 ‘부족한 만큼’만을 급여로 제공하는 일명 ‘부족분 채우기’가 뒤따르게 된다.
이 ‘부족분 채우기’는 논리 상 공적 개입 또는 사회전체의 개입은 가장 뒤에 와야 함을 함축하고 있다. 자구 노력의 결과들이 먼저 드러나고 다른 여러 수입들이 계산된 다음에라야 얼마나 부족한 지를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측정치에 의거하여 급여액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적 개입은 가장 후순위에 위치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부조제도는 사회보장의 다른 제도들이 모두 적용된 다음에 가장 나중에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사회부조제도가 지배적인 국가에서는 복지국가가 일반적으로 보여주는 적극적인 개입이 작동할 공간이 별로 없다. 근원적 필요의 충족은 일차적으로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며 가족과 지역공동체 및 중간 조직을 경과한 다음에라야 국가의 개입 이뤄진다. 그것도 소규모 단위가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과업에 대해서만 개입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복지국가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사회부조체계의 핵심적 토대인 보충성 원칙
위에서 기술한 보충성의 원칙은 우리나라의 법제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사회부조제도의 대표격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제3조에서 급여의 기본원칙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3조(급여의 기본원칙)
① 이 법에 따른 급여는 수급자가 자신의 생활의 유지·향상을 위하여 그의 소득, 재산, 근로능력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노력하는 것을 전제로 이를 보충·발전시키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
② 부양의무자의 부양과 다른 법령에 따른 보호는 이 법에 따른 급여에 우선하여 행하여지는 것으로 한다. 다만, 다른 법령에 따른 보호의 수준이 이 법에서 정하는 수준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이 법에 따른 급여를 받을 권리를 잃지 아니한다.
위 제3조 1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자신의 생활의 유지·향상을 자신의 소득과 재산을 통해 해결하거나 일을 함으로써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자구의 노력이 먼저 이뤄지고,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제서야 국민기초생활제도의 급여들이 제공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 보충성의 원칙이 선명하게 규정된 것이다.
더 나아가 제3조 2항은 부양의무자의 부양을 전제하고 있다. 즉 자구 노력과 더불어 가장 가까운 가족의 구성원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들에 앞서서 신청자의 생활 유지 및 향상을 위해 자원을 투여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기자신 가족 지역공동체 및 중간조직 국가가 순차적으로 생활 유지 및 향상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규정한 것이다. 물론 부양의무자 기준은 순차적으로 폐지되어 왔다. 교육급여는 2015년에, 주거급여는 2018년에, 그리고 생계급여는 2021년 10월에 폐지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급여의 경우에는 유지되고 있고 생계급여의 경우에도 부양의무를 갖는 부모 또는 자녀 가구가 연기준 1억 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이거나, 9억 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생계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 여전히 완전하게 폐지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제3조 2항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보장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제도들이 제공하는 급여들이 먼저 고려되고, 이러한 것들로도 부족한 경우 부족한 부분만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가 담당하는 ‘부족분 채우기’가 명시된 것이다. 그리고 이 ‘부족분 채우기’는 다른 제도의 급여들과 중복될 수 없음도 더불어 규정하고 있다.
보충성 원칙과 사회보장의 원칙들 사이의 대립관계
보충성의 원칙은 소규모 단위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율성은 역할의 배분에 있어서 결정과 집행의 역할만이 아니라 책임과 부담의 역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보장의 영역에서 보자면, 소규모 단위는 근원적 필요의 충족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 자구의 원칙을 전제하고 있다. 근원적 필요의 충족을 자구의 원칙에 의거해 해결하는 것은 사회구성원이 서로 공동으로 부담하고 책임진다는 사회보장의 연대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보충성의 원칙은 개인에게 근원적 필요충족에 대한 책임을 부과한다. 이는 보충성의 원칙은 근원적 필요가 충족되지 않는 상태, 즉 사회적 위험을 유발한 원인에 대한 적절한 고려를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보장은 사회적 위험이 개인적 요인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책임소재 또한 연대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보충성의 원칙은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구의 원칙과 연결되어 소규모 단위에 우선권을 준다는 것도 동일하게 연대의 원칙에 위배된다. 사회보장이 사회적 위험을 연대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사회적 위험을 모든 구성원에게 분산시켜 공동부담의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장제도에서는 소규모 단위가 책임에 있어서 우선권을 가질 수 없다.
현실에서 사회구성원의 자율성이 실현되는 것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여건과 조건이 마련되어야 가능하다. 이 여건과 조건은 소규모 단위의 내적 요인들과는 무관한 것으로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보충성의 원칙은 이 외부의 조건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는다. 보다 정확하게는 소규모 단위가 해당 여건과 조건을 스스로 구축하거나 아니면 뛰어넘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입장 또한 사회보장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사회보장은 구성원의 여러 역량(capability)을 함양하는 것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으며 더 나아가 역량이 제대로 함양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도 근원적 필요의 일부로 여긴다.
또한 대규모 단위가 소규모 단위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부족분을 채우기’에 한정되어 있다. 소규모 단위가 자율성을 실현할 수 없는 경우, 대규모 단위는 이미 규정된 수준을 기준으로 부족한 부분만을 사후에 채워줌으로써 소규모 단위가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족분 채우기’는 ‘필요에 따른 급여제공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사회보장은 일반적으로 필요가 발생하면 그것 자체에 맞춰서 급여가 제공된다. 건강보험의 경우, 부족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필요의 크기가 1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간에 그것에 맞춰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급여의 최고액이 2020년 기준으로 월 227만원이다.[3] 이는 ‘부족액 채우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요컨대, 보충성의 원칙은 사회보장이 제거하고자 하는 대립적인 원칙을 토대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충성의 원칙에 기반하는 사회부조제도는 사회보장의 가장 중요한 원칙들을 위반하고 있다.
보충성 원칙은 폐기되어야 하며 따라서 보충성에 기반한 사회부조는 폐기되어야 한다
현재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국가들이 구축한 사회보장체계에서 보충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 앞서 보았듯이 보충성의 원칙이 사회보장의 원칙들에 대립되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의 원칙은 이미 우리나라의 헌법이나 다른 나라의 헌법에 사회국가의 원칙 또는 복지국가의 원칙으로 자리잡아 제도화를 달성했다. 사회국가의 원칙은 사회정의의 이념을 헌법에 수용함으로써 정의로운 사회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국가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간섭과 분배, 조정을 수행하도록 하고 개인이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건을 마련하는 것을 의무로 삼도록 하는 헌법 상의 원칙이다.[4]
이 원칙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부조체계를 여전히 유지하는 것은 사회부조체계가 기반하는 원칙들(보충성의 원칙, 자구의 원칙, 선별의 원칙)이 사회보장체계 내 모순을 야기하는 불씨를 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이 불씨를 제거할 때가 되었고, 이로부터 복지국가 5.0의 구축이 시작될 수 있다.
다만 보충성의 원칙을 결정과 집행의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근원적 필요의 충족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며 이는 곧 일반조세나 사회보험료를 통한 공동부담의 형태로 나타난다. 근원적 필요의 충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공동부담으로 마련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결정이 필요하고 실제로 결정된 바를 집행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결정과 집행의 주체는 개인을 포함한 소규모 단위가 중심이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결정과 집행의 차원에서 보충성의 원칙은 달리 보면 이용자 중심주의와 만날 수 있다. 근원적 필요의 충족을 해야 하는 당사자가 참여하고 충족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사회보장의 전달체계에서 필요한 것이다. 즉 당장의 필요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가 전달체계에 참여하여 계획하고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정책을 최대한 지방분권화 시키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정당화 된다. 중앙정부에서 근원적 필요의 충족을 조사하고 계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효율적이지도 않다. 특히 사회서비스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점에서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복지선진국은 사회정책의 지방분권화를 이미 시작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1] . Pierpaolo Donati, “What Does “Subsidiarity” Mean? The Relational Perspective”, Journal of Market & Morality, Volume 12, Number 2, p.211.
[2] . Pierpaolo Donati, “What Does “Subsidiarity” Mean? The Relational Perspective”, Journal of Market & Morality, Volume 12, Number 2, p.212.
[3] .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월 최고액은 227만원, 최고령 107세”, 『보도자료』, 2021/03/16.
[4] . 헌재 2002. 12. 18. 2002헌마52.
정책연구소 이음 선임연구위원. 파리제1대학과 그로노블정치대학에서 수학 후 밑으로부터의 복지국가운동 전개 중. 소득보장, 건강, 노후 등의 영역에서 근원적 욕구의 사회화, 정책의 정치화, 정치의 정책화 등을 연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복지국가의 재설계를 탐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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