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의 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국내 주류언론들의 보도내용을 보면 참으로 황당하고 걱정이 앞선다. 대선을 앞두고 이들이 보인 수구적이고 반민주적인 행위 – 진보적 후보들에 대한 의도적인 조작과 흠집내기 과장의 보도에 이어서, 격동하는 국제질서에 관하여 전국민을 청맹과니로 만들려는 듯 미국중심의 서구언론들 내용을 비판도 없이 그대로 복사하여 전달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적 긴장에 대하여,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인 유럽지도자들의 서로 상반된 견해와 나토를 비판하면서 푸틴의 수용해야 한다는 미국의 진보적 시각 그리고 미국무부의 중재요청을 받은 중국의 입장 그리고 등 5건의 칼럼을 소개한다.
두 번째의 칼럼은 독일 녹색당 지도자 Joschka Fischer의 글로, 푸틴의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자는 첫 번째 소개한 유럽 지도자의 입장과는 정반대로 러시아의 수정주의적 팽창이 서유럽의 기본 원칙인 주권국가의 자결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경고하면서,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유럽의 독자역량을 형성해야 한다는 이중적 주장을 하고 있다. 참조로 최근 출범한 독일의 공동정부에서 외교분야를 맡고 있는 녹색당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친미반러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반전평화와 생태보존을 추구하던 정당의 변질된 모습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본다.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제 소연방 붕괴 이후 러시아가 겪은 역사적 쇠퇴의 굴욕을 상쇄하기 위한 제국주의적 충동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의 야망은, 유럽인들이 이를 기꺼이 인정할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럽의 미래에 대하여 지정학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베를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을 따라 군대의 배치를 완료하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직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많은 징후들이 전쟁이 임박한 사실을 암시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유럽에 미치는 결과는 심대할 것이며 냉전 이후 이제까지 설정된 유럽의 질서와 원칙(폭력의 포기, 자결권, 국경의 불가침성, 영토 보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이 폭력적인 침공을 강행한다면, 유럽은 다시 한번 동쪽의 “러시아의 영향을 받는 유럽”과 유럽연합의 유럽 즉 대륙 서부 및 중부 지역의 NATO라는 두 개의 영역으로 분할되는 위험에 처할 것입니다. 러시아 제국의 욕심으로 공동의 법치 아래 함께 일하는 서구 민주주의의 체계가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구두의 언약, 서면의 약정, 조약 등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방어를 위한 재무장이 증가하고 경제 관계, 특히 에너지 분야가 완전히 재편될 것입니다. 유럽은 위기가 다가오면 협박을 당할 수 있는 경제적 종속이라는 위험에 더 이상 빠져들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경제관계의 재구성은 EU에게 많은 부담을 가져다 줄 것이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을 것입니다. 유일한 대안은 그 동안 형성해온 유럽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현재 위기의 중심에는 푸틴의 체제하에서 러시아가 수정주의 세력이 되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는 현재의 현상 유지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 상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심지어 군사력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유럽이 이러한 제국주의적 충동에 굴복한다면,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저버리고 유럽인이 살고 싶어하는 방식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EU가 현재까지 이룬 모든 진전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의 결과는 상상할 수 없고 따라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러시아의 요구는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실제로 무엇이 문제가 될지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푸틴은 NATO가 동유럽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에서도(중립 EU 회원국들이며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스웨덴과 핀란드를 포함) 문호개방정책이 포기되기를 원합니다. 이것은 NATO에 의한 러시아의 포위망에 관한 것만이 아닙니다. 러시아 제국의 복원 여부에 관한 것이며, (서구적)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확산되면 러시아의 존립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푸틴의 염려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처할 위험은 자결권에 관한 것입니다 – 즉 주권 국가라면 누구를 자국의 동맹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신의 특권이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푸틴은 소련의 몰락 그리고 세계적 강국의 지위상실이라는 러시아의 지난 굴욕을 극복하길 간절히 원합니다. 그의 관점에서 러시아 제국은 다시 일어나 국제사회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야 합니다. 이러한 열망은 즉시 유럽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먼저 유럽에서 헤게모니의 세력으로 부상하지 않고는 세계적 강국이 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점에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이 푸틴의 도마 위에 놓여 있습니다만, 내일은 소련붕괴 이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국가로 변모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차례로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가 진행될 것입니다. 역사를 이해하는 유럽인들은 이러한 진행의 패턴에 익숙할 것입니다.
푸틴의 의제가 지닌 의미를 고려할 때, 유럽인들이 과연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눈앞에 벌어지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 유럽인들에게 더 이상 무슨 상황의 전개가 필요합니까? 사소한 갈등을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면, 바로 지금입니다. 새로운 강대국 간의 정치가 전개되고 지정학적 경쟁이 격화되는 세계에서, EU가 나름의 원칙을 지켜나가려면 EU 자체가 강대국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이 현재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러한 원칙들을 지켜나갈 것입니까?
물론 미국의 유럽에 대한 안보보장의 중요성은 현재의 상황에서 자명합니다. 그러나 대서양 양단의 협력이 지속되려면 유럽 자체가 더욱 강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독일이 자신의 역할을 재고해야 합니다. 그것은 경제적으로나 인구학적으로나 유럽연합에서 가장 큰 회원국가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오늘날의 위협의 규모를 감안할 때, 지난 시절 메르켈 정부가 GDP의 2% 이상을 국방에 지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이제 와서 다시 독일 정치의 논쟁으로 등장해야 할까요? 아니면 독일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유럽원칙 수호에 대한 명확하고 긍정적인 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후자는 크렘린에게 상황을 오해하지 말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보내는 셈입니다. 지금 당장 진행해야 합니다.
출처: 프로젝트-신디케이트, 2022년 01월 28일자
Joschka Fischer, 독일의 녹색당을 20년간 주도하였고, 사민당 연합정부에서 7년간 외무장관을 역임하였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후원으로 다른백년과 함께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