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변) 80년대 말 당시 아버지 부시와 고르바초프 간의 협상 현장에 직접 입회를 했던 푸틴은 2007년 뮌헨의 국제안보회의에서 서방이 ‘NATO의 동진불가’라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난하면서 미패권의 행태를 강도높게 비난하여 미국을 당황하게 한 바가 있으며, 2017년에는 서방언론과 인터뷰에서 서구의 개인적 자유주의는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단언하여 서구 지식인들 사이에 격론을 일으켰습니다. 슬라브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근대화의 아버지 피터 대제를 롤-모델로 삼는 그는, 조국 러시아를 다시 강대국 반열로 올려놓고 국제질서의 축을 형성하는 중심국가로 변모시키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간 동유럽 대부분을 NATO에 편입시킨 서방의 대응과정에 대한 당연한 귀결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푸틴을 오랫동안 연구한 여성전문가의 뉴욕타임즈 기고 칼럼을 소개합니다.
모스크바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을 상대로 서스펜스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지난해 말 체스판의 정치를 걷어차고 우크라이나 국경에 십만 명의 군대를 집결시켰을 때 전세계는 경악하였습니다. 침략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고, 그 너머에는 핵보유국들이 겨루는 새로운 국제적 대결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12월 30일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사이의 통화는 지도자들 서로 간에 위협을 주고받았지만 상황에 쐐기를 박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일어나는 상황은 끔찍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크레믈린이 지역의 긴장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괴기합니다. 크렘린은 이를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간주하는 국가들에 대한 NATO의 잠식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허풍, 또는 심지어 트롤링(미끼)처럼 보입니다. 모든 것의 핑계거리로 NATO를 끌어들이는 것은 러시아가 벌이는 일종의 제스처입니다. 진실은 NATO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푸틴의 실제 목표는 무엇일까요? 즉각적인 것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훨씬 큰 그림을 위한 캔버스 상에 밑그림의 붓질한 것뿐입니다. 그의 디자인은 거대합니다. 냉전 이후의 구도를 재구성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개인적 권력을 강화하고 보장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서방과 불편하고 고뇌에 찬 대응에서 벗어나 그가 원하는 것 방향으로 접근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푸틴 대통령은 국내의 헌법을 개정하고 러시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야당 인사를탄압함으로써 러시아의 1인 통치전통을 성공적으로 부활시켰습니다. 이제 그는 안정적 시스템에 강대국이라는 골격을 입혀 지난 시절처럼 러시아를 국제정치의 중심으로 되돌리려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에서 자신의 야심을 시험하면서 구소련 지역에 대한 통제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서방 민주주의에 대한 간섭을 포함하여 전세계에 영향력의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치상황은 이를 한층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서구를 당황하게 만들면서 러시아가 다시 명성을 얻는 과정을 통해 서방이 새로운 국제정치의 시스템에 동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지정학적 변화는 푸틴의 통치를 강화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서방이 국제정치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받아들이면, 이는 러시아의 국내 의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국내외에서 러시아의 안보 제공자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상당한 도박입니다.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유럽연합이 자체적인 현안과 도전에 시달리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에 봉착하여 있는 상황에서, 크렘린은 자신의 웅대한 디자인을 추구할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언제든지 전쟁을 위한 헬멧을 착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대결은 크렘린의 목표가 아닙니다. 최종적 목표는 러시아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른 평화입니다.
지금 당장은 다음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푸틴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서방에 대하여 항복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그 자신이 퇴각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의제를 추구하기 위해 양보와 거부를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NATO의 명시적 약속과 같은 양보를 일단의 승리로 받아 들이는 한편, 이를 거부할 경우는 추가적인 침략의 확대를 위한 구실로 활용할 것입니다.
한 가지 그가 거둔 성공은 이미 분명합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라는 자선(요구) 행위에 대해, 러시아는 영향력의 확대, 외교적 성과,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의 관심이라는 보상을 받았습니다.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은 지정학적 상황을 전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쪽 손에는 무력, 다른 손에는 제재를 들고 있습니다. 긴장을 고조시킨 다음 “구속력 있는 합의”를 요구하지만, 푸틴 자신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의 실제 목표는 홉스식 세계질서이며, 파괴적 혁신이며 돌파를 통한 변화입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는 그에게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보석같은 지역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도력의 궁지에 몰려 러시아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벨로루시가 지정학적 경쟁에서 차기의 분쟁지역 후보가 될 수도 있고, 러시아가 지원하는 부패한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분출한 현재의 카자흐스탄이 후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각본에 의한 드라마는 이제 시작입니다. 자신의 내부안보를 위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주변의 이웃국가들이 러시아 생존게임의 인질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크렘린은 비장의 에이스 없이 약한 입장에 처해 있으면서도, 게임을 진행하는데 매우 운이 좋았거나 매우 능숙했습니다. 그것은 현실을 수용하면서 현상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서구의 질서체제와 내기를 합니다. 세계화의 본질은 심각한 봉쇄정책을 배제합니다. 러시아가 자신의 국가 경제 및 안보관계의 그물에 얽혀있는 상황에서 서방이 러시아를 어떻게 억제할 수 있습니까?
푸틴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점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서방 지도자들을 상대한 그는 자신의 의도대로 상황을 이끌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습니다. 미국이 신속하게 회담을 시작하기로 동의했다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전략이 효과가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서방 파트너들이 (러시아의 의도하는 대로) 열띤 협상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 크렘린궁의 긴장정책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이 분명합니다. 러시아가 과연 무엇을 하려는지 추측하게 만들고 동시에 상호모순적인 정책노선을 추구하게 하면서, 크렘린은 서방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합리적이고 위험을 회피하는 방식에 익숙한 서구는 “조직화된 혼돈”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현재로 러시아와 서방이 빠질 수 있는 몇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제재는 서방에 통합된 과거의 러시아 국가들(CIS)과 지도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평범한 러시아인들은 전쟁과 적대감을 위해 그들의 생활을 무기한 희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독립적인 Levada Center에 따르면 2021년 러시아인의 32% 만이 러시아를 “다른 나라가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강대국”으로 보기를 원했고, 16%만이 전쟁이 푸틴 대통령의 권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마디로 러시아에서도 군국주의라는 애국주의가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방을 위한 Catch-22도 있습니다. 크렘린이 게임의 글로벌 규칙을 해석하도록 허용하는 모든 거래는 서구의 원칙을 훼손할 것입니다. 그러나 거래를 거부하면 크렘린이 전체 지역을 파괴하도록 지극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핵보유 상대국과 충돌할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교착상태이며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양측은 계속해서 “누가 먼저 눈을 깜박이는지”를 경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는 동안에 러시아는 군사배치라는 무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모스크바에서 있을 러시아, 프랑스와 독일의 대표 간의 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이어 러시아와 미국(나토 회원국이 나중에 합류함) 간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합의가 가능한 영역과 불가능한 영역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무리한 주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일시적으로 상황을 진정시키더라도 상호의심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푸틴이 집권하는 한 그의 웅장한 디자인은 결코 포기되지 않을 것입니다.
출처: 뉴욕타임즈 NYT on Jan. 7, 2022.
Lilia Shevtsova, 러시아 전문연구자로 지난 수십 년간 서방과 관계에 대하여 많은 저술활동을 하였으며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Putin’s Russia” and “Lonely Power: Why Russia Has Failed to Become the West and the West Is Weary of Russia” 등이 있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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