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로스 P 버클리Ross Buckley & 미아 트체친스키Mia Trzecinski. 로스 P 버클리(Ross P Buckley)는 뉴사우스 웨일스 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사법 및 상법 학과 교수이며 미아 트체친스키Mia Trzecinski는 같은 대학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출처: 동아시아 포럼, 2023년 1월14일자
소개의 변) ‘변화하는 세계질서’의 저자 레이 달리오에 따르면 쇠잔하는 패권은 기축통화라는 자신의 화폐 지위가 축소되고 제 기능을 잃어가면서 결정타를 맞게 된다. 미패권은 기존에 합의된 경제와 통상 질서의 합의 틀을 깨고 자국중심의 보호주의를 강요하면서 주변국과 동맹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묵살할 뿐만 아니라, 달러의 위상을 이용하여 제멋대로 금융제제를 가하면서 이제 국제사회는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e-CNY 등 국가가 발행하는 CBDC가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하면서 향후 국제금융의 미래질서 크게 동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호주의 전문가들이 작성한 칼럼을 소개한다.
전후 거의 80년 동안 미국 달러는 세계금융 시스템을 지배해 왔습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강인함은 1970년대 초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에서도 살아남았고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이후에는 오히려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특권적 지위(기축통화와 시뇨리지)에서 나오는 많은 혜택, 즉 지속적인 자본유입, 낮은 해외차입 비용 및 다른 국가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누려왔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통화기술의 개발과 2022년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무리한 제재로 인해 이제 상황이 바뀔 수 있습니다.
CBDC(국가발행 디지털 화폐, 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는 국제무역 및 금융거래를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달러의 지배력을 혼란에 빠뜨리고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메커니즘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CBDC는 일반대중(소매) 또는 기업(도매)이 사용하기 위해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디지털 통화의 한 형태입니다. 도매 CBDC는 국제 간의 실질적 거래에 사용되며 은행 간, 무역 및 금융 결제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도록 설계됩니다. 소매 CBDC는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디지털 화폐를 일반 대중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고객은 여전히 일반 상업은행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지만 상업은행이 아닌 중앙은행이 정한 조건을 따릅니다. 고객의 경험은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겠지만 이를 지원하는 배경의 인프라는 크게 변하게 됩니다.
2021년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중앙은행의 90%가 CBDC를 연구하고 있으며 54%는 향후 6년 안에 CBDC 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주요 경제권에서 처음으로 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위안화(e-CNY)인 CBDC를 통해 이러한 노력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e-CNY는 이미 2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범 운영되었으며 1,000억 위안(미화 140억 달러) 이상의 거래에 사용되어 중국에게 상당한 선점의 강점을 제공했습니다.
소매 CBDC보다 훨씬 적은 관심을 끌었던 도매 CBDC는 미국 달러의 지배에 실질적인 도전을 제기하고 국경간 지불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CBDC의 개발은 주로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및 남아프리카)연합에 의해 ‘달러에 대한 대안’을 구축하려는 국가들의 노력과 더불어 발생했습니다. BRICS 연합은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그들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2009-10년에 결성되었습니다.
CBDC는 2022년 러시아에 부과된 전례없는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가속화된 시도로서 달러의 대안을 개발하려는 국가들에게 가장 유력한 개발 방식입니다. 미국 역시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여 디지털 달러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전의 수준에서 현재 중국에게 여전히 매우 뒤쳐져 있습니다.
소규모 경제권은 금융 포용을 촉진하기 위해 CBDC를 구현하도록 동기를 부여 받습니다. 바하마와 캄보디아는 자체의 CBDC를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금융 포용성을 개선하고 금융 안정성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기존 결제 인프라의 격차를 해결합니다. 따라서 이는 도매금융 및 국제무역 시장에 대한 신뢰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개선하며 재정 및 통화 정책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주요 경제권의 도매 CBDC와 구별됩니다.
CBDC는 재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잠재적이고 혁신적이지만 지정학적으로도 파괴적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 달러가 개발되면 오늘날 달러보다 저렴하고 사용하기 쉬울 것이기 때문에, 경쟁 국가들에게 개발한 대안이 있더라도 여전히 미국이 세계금융 시스템의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 국가들이 CBDC 기반의 대안을 개발하여 세계경제를 둘 이상의 경쟁블록으로 분할하면, 미국은 세계금융 시스템에서 지배적 위치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지정학적 여건에서 여전히 가능성이 매우 낮은 가능성이지만 경쟁보다는 협력을 특징으로 하는 다극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각각의 가능성은 호주에게도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기회와 위험을 초래할 것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시나리오, 즉 미국과 중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있는 두 개 이상의 경쟁블록으로 분열된 세계경제는 호주에게 심각한 어려움을 제공할 것입니다. 호주와 미국의 역사적인 안보관계 및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고려할 때 호주는 두 블록 모두의 CBDC 네트워크에 참여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서로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겠지만,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블록이 회원 자격에 대하여 정치적 또는 안보적 요구사항을 부과한다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중국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e-CNY 사용의 의무화를 서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금융 시스템의 글로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제재를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은 오히려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게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도전에 대한 사전의 대비를 해야 합니다. 호주준비(중앙)은행은 이미 디지털 호주달러의 용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CBDC의 발행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반면에 호주는 이런 혼란의 결과에 대하여 매우 제한적인 영향력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은 위험을 완화하고 잠재적인 이점을 실현할 접근 방식과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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