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 국제사회에서 추락하는 달러화
  • 어른이 된다는 것
  •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 미국의 은행위기에서 중국이 얻는 반사이익
  • 커뮤니티 변천사: 1.0부터 3.0까지
       
후원하기
다른백년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https://asiabusinesscouncil.org/2015/03/25/chinas-digital-economy-goes-global/

 

1.  신상태, 신경제

포스트-코로나, 뉴노멀이 가장 먼저 이루어진 곳이 중국이다. 코로나 이후가 아니라 코로나 이전부터 새로운 노멀이 진행되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신상태라고 한다. 2010년대에 이미 디지털 생태계가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가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와 노트북의 단계를 건너뛰고 곧장 스마트폰의 보급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단번에 모바일 경제가 번성하였다. 현금 없는 사회로 가장 빨리 이행한 것이다. 모두가 스마트폰에 인스톨된 결제 앱을 통하여 일상적 교환과 기업간 거래를 진행했다.

 양적 변화는 질적 변화를 야기한다. 14억의 방대한 인구는 스마트-모바일 경제와 접속하며 폭발적인 진화를 추동했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중국공업정보화부는 중국 경제에서 디지털 분야가 차지하는 규모가 GDP의 36.2%이며, 실질적인 경제성장률의 기여도 60%가 넘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디지털 신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양대 결제 플랫폼이 바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이다. 전자는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계열이고, 후자는 중국 최대의 SNS 사업자인 텐센트 계열이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장은 이 두 회사가 약 9할을 점하고 있다. 알리페이가 50% 전후, 위챗페이가 40% 안팎을 차지한다. 응당 두 회사가 세계 최대의 결제 플랫폼이라고 하겠다. 중국에서 1등이 곧 세계에서 1등이 되는 신상태 신경제의 최첨단에 양사가 자리하는 것이다. 

현금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명함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명함 지갑을 꺼내 종이를 교환하는 경우가 좀처럼 드물다. 상호 소개와 소통 또한 위챗이 대신한다. 위챗으로 연결되면 이름과 소속, 전화번호 등 온갖 정보가 자동으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화상회의 텐센트의 Tencent Meeting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고, 비즈니스용 SNS로는 알리바바계의 Ding Talk 텐센트계의 WeChat Work이 널리 이용된다. 즉 실리콘밸리에 대한 의존 없이도 독자적인 디지털 생태계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신상태의 신경제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구상태의 구경제가 미성숙한 탓이 크다. 후발주자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기득권의 저항이 적은 것이다. 세계 최대의 결제 플랫폼이 둘이나 생긴 것은 신용카드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가 크지 않았기에 공유 모빌리티 시장이 그만큼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디지털 결제에 디지털 금융을 종합한 알리바바의 앤트 그룹의 수익 구조가 대표적이다. 융자와 투자와 보험을 하나로 결합시킨 디지털 금융의 새 영역을 개척하였다. 금융시장이 세분화되어 발달되어 있지 않았기에 역설적으로 앤트 그룹의 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앤트 그룹은 2000개가 넘는 제휴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융자, 투자, 보험 서비스를 통째로 제공한다. 2020년 한 해만 7억 명이 넘는 유저가 이용했으며,  플랫폼을 통하여 제공되는 융자 잔고는 2조위안, 운용자산 잔고는 4조위안, 보험 액수는 520억 위안을 상회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난 2020년은 초가속적 디지털 대전환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 이전에는 없었던 뉴-뉴노멀, ‘라이브 커머스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TV 홈쇼핑을 인터넷 상으로 옮겨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판매자와 소비자의 쌍방향과 소비자와 소비자 사이의 다방향 연결도 증폭시키는 바, 판매원이 생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소비자의 질문도 실시간으로 응대하는 새로운 경제 행위가 등장한 것이다. 라이브 영상을 통하여 다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진만으로 정보를 공유하던 시절에 비하여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이 라이브 커머스라는 새 영역에서 탄생한 슈퍼스타가 바로 왕홍’(网红)이다. 중국 특색의 인플루언서들이라고 하겠다. 그 중에는 4000만 위안에 달하는 로켓 발사 서비스도 단숨에 팔아치운 슈퍼셀럽 왕홍까지 존재한다. 2020년 라이브 커머스에 의한 거래액은 9610억 위안으로, 한 해 전의 4338억 위안에서 두 배로 증가했다.

발화와 만개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싹을 틔웠지만, 산업문명의 꽃을 피운 곳은 미국이었다. 디지털혁명이 시작된 곳은 미국이었지만, 디지털문명이 만발하는 곳이 반드시 미국일 것이라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디지털혁명이 디지털문명으로 진화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이다. 그런데 중국에는 방대한 영토에서 무려 14억의 인구가 매일매일 무진장한 규모의 데이터를 폭포처럼 생산해내고 있다. 디지털과 인해전술의 결합으로 초가속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010년대에 바탕을 다진 디지털 전환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더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일찍이 중국 전한 시대에 기록된 역사서 <사기>에서 설파했던 바, 화복(禍福)은 늘 동시에 오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표리일체의 관계이다. 관건은 그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회복력과 탄력성이라고 하겠다. 2020년 오로지 중국만이 2.3%라는 플러스 성장을 이룬 나라가 되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교류가 전면적으로 차단된 2020년 한 해, 셧다운의 이면으로 진행된 중국의 전폭적인 디지털 대전환의 실상을 소상히 파악해 보아야 하는 까닭이다.  

 

2. 2020 : 뉴노멀, 뉴인프라 

실제로 디지털 기술 팬데믹을 억제하는 데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병원에서는 5G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원격 진료와 AI를 이용한 화상 진단이 이루어졌다. 감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건강 확인 앱도 높은 정도를 과시했다. 교통과 물류에서도 드론과 로봇이 왔다 갔다 하는 SF 영화의 풍경이 연출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코로나로 인하여 20년이 걸릴 디지털 대전환이 2년 만에 이루어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중국은 채 2년도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 발발부터 단 2달 만이 소요되었을 뿐이다.

우한에서 코로나 발병이 확인되고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초기부터 의료 붕괴는 예고된 사태였다. 이 미증유의 위기를 앞에 두고, 중국 정부가 총력을 다해 대책을 강구하며 가장 크게 기댄 곳이 바로 민간의 테크 기업들이었다. 중국에서는 사회문제가 일어나면 정부가 목표와 방침을 정하고, 그것을 민간 기업의 비즈니스로 해결해가는 것이 일종의 공식이 되었다. 2020년 2월 3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의 예방 억제 업무에 관한 정보기술 활용강화에 대한 통지>를 발표하고 온라인 의료 서비스의 이용을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2월 4일에는 중국의 정보통신 행정을 담당하는 중국공업정보화부에서 <감염 확대 초기 국면 대책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제안서>를 발표하여 테크 기업에 대하여 협력을 요청다. 이로써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동(JD.com) 등 거대 플랫폼 기업 뿐만이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 기술 제공을 하게 된다. 의료 현장의 진단에서 가장 크게 활용된 것이 AI 화상 해석 시스템이었다. 알리바바의 최첨단 기술연구 기관인 DAMO Academy(摩院) 개발한 시스템으로 단 20초 만에 정확도 96%를 자랑하는 검사 결과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를 통하여 진단 속도가 대폭 향상되면서 의료현장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 것이다. 국가는 조기에 전염병을 차단할 수 있었고, 기업은 엄청난 데이터 확보와 기술고도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알리바바 다모 아카데미

5세대 이동 통신 시스템(5G)를 이용한 온라인 의료는 우한시에 불과 10일 만에 만들어진 코로나 전용 병원 ‘화신산(火神山) 병원’ 신산(雷神山) 병원’에서 출발하여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 단기간에 설비를 마친 고속 인터넷 환경 통신 설비의 다수는 화웨이의 기부에 의한 것이었다. 코로나에 감염된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 수는 화신산 병원 1000개, 전신산 병원 1600개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우수한 의사가 모여 있는 북경의 병원과 온라인으로 연결시키면서우한 현장에서의 의사 부족 문제를 일거에 해소한 것이다. 가령 화신산 병원에서는 온라인 회의 시스템을 통하여 중국인민해방군 병원의 전문의사과도 환자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합동 진단을 실시했다. 인민해방군의 훈련장에 설치된 이동식 액정 모니터를 통하여 우한의 환자에 대한 원격 진찰 이루어진 것이다. 즉 화신산 병원과 뇌신산 병원은 코로나 치료를 위한 최전선이었을 뿐 아니라, 미래의 디지털 의료를 실험해 보는 최일선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게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전격 도입한 온라인 의료는 일반 질병의 환자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을 필요가 있던 만성 질환 환자들에게 유리하다코로나 유행기에는 병원내 감염의 위험도 높았기 때문에 만성질환 환자들이 곤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국가의료보장국과 위생건강위원회는 2월 28일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병 예방  억제 기간의 ‘인터넷+’ 의료보험 서비스의 추진에 관한 지도의견>을 발표한다. 온라인 의료 보험을 결합시켜 만성질환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약을 구입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민간의 온라인 보험사의 폭발적인 성장을 촉진했다. 중국에서는 핑안보험의 ‘핑안 굿 닥터’ 징동그룹의 징동건강(JD Health) 등 의료 앱 이전부터 보급되어 있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상에서의 진료 건수가 폭증한 것이다. 핑안의 굿 닥터에 등록하면 3000명 이상의 전문의에 의한 온라인 문진이 가능하다. 병원 예약은 물론이고 의약품 구매도 할 수 있다. 자신의 기본정보를 입력하고 각종 설문에 증상을 기입하고 환부의 사진을 등록하면 AI 문진을 시작하고 전문의를 소개해준다. 의사 수준에 따라 진찰료 달리 설정된다. 결제 또한 앱 상에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 처방전이 나오면 그대로  상에서 약까지 구입한다진단부터 처방까지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3억 명이 넘는 유저가 사용하는 슈퍼앱으로 성장하여 디지털 헬스케어의 프런티어를 개척하고 있다. 

핑안 굿닥터

코로나 초기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또 하나의 영역이 바로 음성인식 기술이다. 사람 간의 대면 접촉이 차단되면서 챗봇의 활용 영역이 크게 확장된 것이다. 이 분야로는 아이플라이텍(iFLYTEK. 科大讯飞) 제공한 음성 챗봇이 대표적이다. 고도의 음성인식기술로 화 내용을 정확하게 문자화 할 수 있다. 2020년 1월 21일부터 3월 3일까지, 채 2달이 걸리지 않는 기간 동안 코로나 관련 통지 전화 586만회 소화했다고 한다. 중점관리 대상자와의 전화는 455만회가 이루어졌고, 문자 메시지를 통한 연락 1687만회에 상당한다. 데이터가 늘면 늘수록 음성인식의 정확도는 더욱 올라가는 바, 전례가 없는 속도로 챗봇의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그만큼 의료 현장에서의 부담 경감되었다. 아이플라이텍 같은 대기업만이 아니라, AISpeech(思必) 같은 AI 음성 스타트업들도 우후죽순 등장했다. 코로나 발생 직후부터 전 챗봇 개발에 착수한 AISpeech 전국 28개  121개 도시에 무상 챗봇을 제공하여 3월 5일까지 600만회에 달하는 통화를 소화했다. 

iFLYTEK

코로나 감염 대책으로 중국사회에 가장 일상에 침투한 것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증명는 ‘건강 코드’이다.  건강코드가 없으면 어디에도 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국민이 일시에 등록하게 되었다. 이름과 전화번호에 얼굴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업로드 해야 한다. 비행기 철도 티켓 구입부터 호과 병원 등 이용할 때도 제시해야 한다. 즉 중국에 살고 있는 내/외국민 거의 모두의 정보가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건강 코드의 가장 일반적인 이용 방법은 관광지나 상업 시설에 입장할 때의 건강 체크이다. 입장하는 장소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이상 없음은 녹색, 자택관찰이 요망되는 경우에는 황색, 병원에서의 집중관찰이 요청되는 경우에는 적색 세 단계로 표시가 된다. 입장 시 건강 체크에 더해 이용자가 어느 시설을 방문했는지 위치 추적 가능하다. 이처럼 모든 이와 모든 곳의 모든 정보를 수합하는 데에는 정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굴지의 테크놀로지 기업의 노하우가 반드시 결부되어야 했던 것이다. 

도시간 이동에서는 건강 코드와 더불어 또 하나의 디지털 증명서 ‘통신행정 카드’도 제시해야한다. 건강 상태를 증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과거 어느 도시를 방문했는지 알 수 있는 시스템으로, 중국이동(차이나 모바일), 중국연통(차이나 유니콤), 중국전신(차이나 텔레콤)의 통신 3사가 제공하는 빅데이터가 사용된다. 스마트폰은 늘 근의 무선 기지국 전파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 기지국의 소재지에서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14일간 4시간 이상 머문 도시가 스마트폰에 표시되어,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감확대 지역에 다녀온 것은 아닌지 증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감염자 정보, 병원과 교통기관 등의 공공부문 데이터를 매일 공개하고 그것을 민간 플랫폼의 노하우와 결합하는 것으로 실시간 코로나 맵을 국민에 전달할 수 있었다.

코로나 초기부터 AI를 탑재한 드론과 로봇 또한 맹활약했다. 세계 최대의 드론 기업은 본사를 광동성 심천에 두고 있는DJI(大疆新科技有限公司)이다. 드론 산업의 최전선에 자리한 중국에서는 스타트업들도 참여하여 물류 배송과 농약 살포 등 드론을 이용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 코로나 대책의 일환으로 이 드론 대거 투입되는 기회가 급증한 것이다. 드론 물류 스타트업 antwork(迅)가 대표적이다. AI 기술과 복수의 카메라 센서를 융합하는 것으로 리모콘 원격 조작이 필요하지 않는 자율비행 드론을 개발했다. 지방 구석구석까지 우편 배송과 음식 배달에서 비약적인 실적을 쌓아 올린 앤트워크의 AI 드론은 PCR 검사의 검체 운송에도 이용되었다. 높은 안전성을 요구하는 의료 현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과시하면서 코로나 이후의 비즈니스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antwork
DJI 드론

무인배달 로봇도 전격적으로 전면적으로 도입되었다. 배송업자의 출입 제된 도심의 사무실 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 무인배달 로봇이 활약하는 장이 대폭 넓어진 것이다. 배달원이 건물 입구에 상품을 두면 로봇이 수취인의 집 앞까지 전달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었다. 로봇이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 앞에 도착하면 수취인에게 전화로 통지까지 한다. 의료 현장에서도 청소와 소독, 환자의 체온 측정, 의료 물자와 병원 음식 운반는 등 다방면에서 로봇의 공헌을 확인시켜 주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 KE Holdings(贝壳)는 독자적으로 개발 가상현실(VR) 기술을 용하여 자택에 있으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건물의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다. 종래처럼 평면의 사진 정보만으로는 실제적인 공간의 느낌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직접 가보면 이미지와 실제 사이에 낙차가 커서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VR은 영상이 선명하고 세부까지 확인할 수 있음과 동시에 360도 회전하며 공간 전체의 입체적인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집이나 사무공간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회사가 발간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플랫폼의 거래 총액은 전년 대비 64.5% 늘어난 3.5조 위안에 달했다. VR 람 횟수 또한 2019년 390만회에서 2020년은 6600만회로 20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온라인 부동산업체 KE 홀딩스

테크놀로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이 발표되고 불과 4개월이 지난 2020년 6월 17일, 중국공업-정보화부는 코로나 대책에 크게 공헌한 AI기업 79개사를 표창했다. BAT와 같은 기존의 빅테크만 호명된 것이 아니었다. 그 79개사의 기업 리스트에는 창업한지 몇 년이 안된 젊은 기업의 이름이 숱하게 등장하였다. 중국의 디지털 산업의 진정한 강점은 다채로운 분야에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경쟁적으로 솟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스타트업 기업들이 산출하는 활력과 혁신이 중국의 새로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한층 진일보한 미래사회를 추동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이 주도하는 세계의 공장과 소비가 선도하는 세계의 시장을 지나 창조와 혁신이 추동하는 신중국 3.0, ‘디지털 차이나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3. 2035 : 디지털 차이나

2020년이 라이브 커머스의 원년이었다면, 2021년은 디지털 차이나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3월에 공표된 <국민경제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장기목표>가 상징적인 문건이다. 통상적인 5개년 계획과는 상이한 이례적인 발표였다. 앞으로 15년,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AI 등 7 중점 분야를 중심으로 디지털화를 가속화시켜 2035년에 디지털 차이나를 완성시킨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이 계획서 본문에서 디지털(數字)이라는 단어는 무려 75차례나 등장한다. 13차 계획서에서는 불과 5번에 그쳤다키워드는 ‘양신일중’(新一重)이다. ‘신형 인프라 건설’ ‘신형 도시화 건설’이라는 두 개의 미래형 신인프라 건설에 집중하여 디지털 차이나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이 ‘신형 인프라’이다. 신형 인프라에는 정보 인프라, 통합 인프라, 혁신 인프라 포함다. 정보 인프라는 차세대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진화한 ‘통신 네트워크 5G, IoT, 산업 인터넷, 위성 인터넷 뉴 테크놀로지(AI,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컴퓨팅(데이터센터, 고도계산센터> 등의 인프라를 총괄한다. 통합 인프라는 인터넷, 빅데이터, AI 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종래의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것으로, 교통 인프라 에너지 인프라를 아우른다. 혁신 인프라는 과학연구 기술개발 상품개발을 지원하는 공공 인프라를 칭한다. 이 신형 인프라 건설을 위해 정부의 선도적인 프로젝트가 마중물이 되어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신형 인프라의 대표주자 격인 5G 기지국은 2021년 말에 72만 곳에 달해, 애초 계획했던 60만개를 훌쩍 상회했다. 빅테크 기업 또한 신형 인프라 투자에 호응하여 알리바바는 2022년까지 2000억 위안을, 텐센트는 2024년까지 5000억 위안 투자할 것을 표명했다.  

 2035년 디지털 차이나의 방향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표방했다.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사회, 그리고 디지털 정부이다. 디지털이 선도하는 신경제를 위해서 기초분야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개발을 강화키로 결정했다. 국가 전체의 R&D 총액을 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매년 7%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세제 우대 등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외국인 전문가와 기술자 육성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터스트리얼 인터넷, 블록체인,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확장현실의 7개 분야에 집중한다고 한다.  

종래 산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2차 산업에서 인터스트리얼 인터넷 플랫폼과 DX 추진 센터를 건설하고, 설계 제조, 경영관리 마케팅 등 일련의 업무 디지털화를 추진키로 했다. 또 중국 전역에 조성되어 있는 산업 단지의 디지털화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제조 분야에서는 로컬 5G에 의한 설비의 온라인화와 생산공정의 디지털화 촉진한다. 생산공정의 스마트화만이 아니라,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도 추구한다. 핵심적으로는 희토류와 세라믹 등 하이테크 신소재를 발굴하고, 고속철도와 비행기 및 선진공작기계 등 중대기술설비를 발전시키며 항공기 엔진과 가스 터빈, 위성측위 시스템인 북두의 산업응용도 확대키로 했다. 1차 산업 또한 디지털화의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스마트-디지털 농업의 개발과 생산, 운영 리도 강조한다. 제3차 산업에서 클라우드 소싱과 스마트 물류 등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사회는 일상생활의 모든 것에 디지털 기술이 녹아 들어 인간의 삶을 지지한다. 중국정부는 2015년 인터넷 기술과 여타 산업의 제휴를 후원하 기존산업의 새로운 발전을 촉진하는 ‘인터넷+’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인터넷+소비’ 온라인 쇼핑과 ‘인터넷+금융’의 핀테크 이미 부신 성장을 거두고 있다. 이것을 공공서비스 분야까지 확대하여 더 좋은 사회 실현하자는 것이다. 14차 계획에서 강조한 분야는 교육, 의료, 고령자 보호, 육아, 고용, 스포츠/문화, 장애인 지원 등이다. 현재 중국이 품고 있는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망라되어 있다. 특히 도농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디지털 향촌’을 통하여 원격교육과 원격의료를 전면 실시하면서 교육격차와 의료격차를 극적으로 해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농민과 고령자, 장애인 등을 포함한 전 인민들에게 디지털 라이프를 향유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교통과 물류에서도 디지털화는 일사천리다. 자율운전시스템 ‘Apollo’를 개발한 바이두는 2021년 1월, 지린 자동차와 합작 기업을 설립했다. 바이두 아폴로의 자운전 기술과 AI 기술에 보태 지도검색 서비스와 본체 운여체제(OS)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살려서 스마트카 개발에 참여한 것이다. 2021년 11월부터 이미 베이징 시내의 도로 일부에서 유료 자율운전 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2030년까지 자율운전 택시를 전국 100개 도시에서 운행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분야에는 BAT 외에도 화웨이와 샤오미 등 많은 기술 기업이 참여하여 치열한 개발경쟁 펼치는 중이다. 2021년 7월에 중국 호남성에서 일어난 우 재해에서는 드론기 활약했다. 큰 비로 기지국이 파괴되어 통신 불능 상태가 되자 차이나 모바일 대형 드론(翼龍)을 파견하여 공중에서 전파를 공급한 것이다. 피해자와 가족 간의 연락은 물론이요 원활한 구조 작업을 위해서도 전파를 제공하는 드론기의 역할이 혁혁했다. 앞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초래될 다양한 기후재난에 디지털 사회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화였다고 하겠다. 

바이두 아폴로 자율택시

경제도 사회도 디지털화되면 정부 또한 디지털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간에는 민간의 초가속적 디지털화에 견주어 정부 부문의 전환은 더딘 편이었다. 중국 앞으로 15년 간 디지털 기술을 폭넓게 정부 관리에 응용하여 행정 서비스 효율성 편리성을 대폭 높이 거기서 얻게 되는 데이터를 통하여 의사결정 능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마트 행정 증명서, 계약서, 사인, 인감, 영수증 등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여 번잡한 행정 절차,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원스탑으로 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디지털 평가 시스템의 도입으로 질 낮은 행정 서비스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정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구축하려고 한다. 빅 데이터에 기초하여 정확한 타이밍 감시, 예측, 조기 경보 능력 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렇게 축적되는 공공 데이터 공개하고 공유할 방침이다. 시민들 또한 공공기관의 데이터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증거에 기초한 정책 입안’(EBPM : Evidence-Based Policy Making)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21세기의 디지털과 20세기의 사회주의의 결합,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최적화된 정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멋진 신세계, ‘수학적 사회주의를 향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4. 글로벌 디지털 

 중국은 이미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G2 국가이다. 2035년 디지털 차이나로의 진화는 자연스레 전 지구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식 디지털화와 글로벌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지털 위안화의 도입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돈의 역사를 중국이 앞장서서 써가고 있는 것이다. 통화는 늘 역사의 발전과 함께 그 모습이 변화무쌍하게 진화해왔다. 화폐의 역사를 보면 물품에 기초한 상품화폐에서 신용화폐로 진화해왔고, 신용화폐 또한 금속부터 지폐까지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어다. 다음 차례의 새로운 형태가 바로 디지털 화폐라고 하겠다. 디지털 화폐를 선도한 것은 비트코인일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자산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두고 한창 설왕설래가 오가는 와중이다. 그래서 더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이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CBDC는 현금 기능을 디지털화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디지털 인민화가 세계적 주목을 끄는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발전에 수반되는 인민화의 국제적 위상이 있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로 미국 달러, 유럽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에 이어 다섯 번째 국제통화로 지위 확립했다. 가장 늦게 Big 5에 진입한 나라가 가장 먼저 CBDC 발행하게 된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2020년부터 지역을 한정한 실험 운영이 시작되었다. 최초 시민참여형 실험이 진행된 곳이 심천시 라호(羅湖)구였다. 홍콩과 인접 게이트웨이 도시이다. 선정된 5만 명의 심천 시민에 1인 200위안의 디지털 인민화가 지급되었다. 그리고 2020년 10월 12부터 18일 사이에 이 지역의 3389점포에서 이용되었다. 심천시의 성공적인 실험에 이어 2021년 2월에는 수도 북경도 실험이 진행되었다. 중국인민은행이 공표한 <중국 디지털 인민원 연구개발추진백서>에 의하면, 2021년 6월까지 시험운영 장소는 총 132만 개를 넘어, 음식점과 소매점, 교통기관 등에서 약 7075만 회, 345억 위안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디지털 위안화는 디지털 경제는 물론 디지털 사회와 디지털 정부로의 진화에도 필수적인 인프라이다. 보조금 등 정부에서 개인에게 지급하는 경우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심천시에서는 코로나 대응에서 공헌도가 높았던 5000명의 의료 종사자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로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 재난 상황에서도 효과적인 교환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지진과 홍수 등으로 통신 기지국이 장애가 일어나 인터넷이 안되는 경우에는 알리페이나 위쳇페이도 속수무책 무력화된다. 그에 반하여 디지털 위안화의 결제 디바이스에는 근거리 무선통신(NFC, 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이 탑재되어 통신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결제할 수 있는 점이 크다. 지급인과 수취인 방의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위안화

북경과 상해, 심천 등 대도시에서는 국적에 상관없이 외국인들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2022년 2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디지털 위안화를 경험한 바 있다즉 위안화의 디지털화와 세계화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이 오래 누려왔던 기축통화 달러에 대한 도전 시작된 것이라고 하겠다. 요체는 인민화 국제화를 기존의 시장에서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지의 신대륙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에서 기축통화의 패권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독자적인 국제결제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2021년 2월, 중국인민은행은 홍콩, 태국, UAE  중앙은행과 각국 디지털 통화를 이용하여 국제 결제를 실험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장기적으로는 G20나 브릭스 회의 등에서 국제결제의 개선에 관한 논의의 주도권을 쥐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인민화의 국제송금과 해외 이용이 편리해 진다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갈 가능성 적지 않다. 특히 연구개발력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디지털 인화의 시스템을 그대로 자국 통화의 디지털화에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양국의 통화 전환은 한층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즉 디지털 인민화가 독자적인 통화권 형성해갈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가 디지털 실크로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까닭이라고 하겠다. 글로벌 차이나와 디지털 차이나가 합류하는 길목에 바로 일대일로가 자리한다. 일대일로의 온라인 프로젝트가 바로 디지털 실크로드이다. 동양과 서양을북반구와 남반구를 가상의 공간에서 사통팔달 연결하고 있는 미래의 비단길을 탐방해 보기로 한다.

사진 출처 : baidu

이병한

20대는 사회과학도였다. 서방을 선망했고, 새로운 이론의 습득에 골몰했다. 30대는 역사학자였다. 동방을 천착하고, 오랜 문명의 유산을 되새겼다. 자연스레 동/서의 회통과 고/금의 융합을 골똘히 고민했다. 그 소산으로 1000일 『유라시아 견문』을 마무리 짓고 40대를 맞이했다. 개벽학자이자 지구학자이며 미래학자를 지향한다. 개벽학은 동학 창도 이래, 이 땅의 자각적 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뜻이다. 동녘의 오래된 유학과 서편의 새로운 서학이 합류한 문명의 융합을 거대한 뿌리로 삼는다. 그러함에도 한국학, 한 나라에 한정되지 않는다. 북구부터 남미까지, 인도양부터 시베리아까지, 지구적 규모로 정보를 수집하고, 지구적 단위로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특히 인간이 창조한 인공의 세계, 인공지구와 인공생명과 인공지능의 도래를 주시한다. 인간 이전의 자연적 진화는 물론이요, 인간 이후의 자율적 진화에, 인간만의 자각적 진화를 두루 아울러야, 지구의 진화에 일조할 수 있는 미래학자의 자격이 갖추어진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진화,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공진화, 생물과 활물과 인간의 공진화, 생명과 기술과 의식의 공진화, 만인과 만물과 만사의 공진화, 개벽학과 지구학과 미래학의 공진화,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깊은 미래(DEEP FUTURE)를 탐구하는 깊은 사람(Deep Self), 무궁아(無窮我)이고 싶다

후원하기
 다른백년은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 회원들의 회비로만 만들어집니다.
후원으로 다른백년과 함께 해 주세요.
 
               
RELATED ARTICLES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