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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2021년 소매용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착수하였습니다. 시범사업이 CBDC 발행에 대한 약속은 아니지만, 이러한 결정을 계기로 한국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현금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일이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지난 10년 동안 한국은 디지털화폐의 거래를 향한 길에 한걸음 더욱 나아갔습니다. COVID-19 전염병 동안 전자지불이 33% 증가함에 따라 현금사용량이 2010년 거래의 66%에서 2020년 34%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77% 가 현금없이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는 가속될 것 입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최근 몇 년 동안 디지털 금융혁신과 관련하여 대중의 깊은 관심을 받았으며 한국에서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한국은 전세계 가상화폐 거래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가상화폐)시장이 특히 활발합니다. 다른 글로벌 거래소들과 비트코인 ​​가치에 대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의 격차로도 유명합니다.

가상화폐의 발전에 따라 대부분의 세계 중앙은행들은 CBDC 또는 디지털 방식으로 발행된 법정화폐의 의미와 가능성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웨덴의 Riksbank 및 중국인민은행 PBOC과 같은 소수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이미 CBDC 시범프로젝트를 착수했습니다.

대부분의 중앙은행가들은 가까운 장래에 CBDC가 발행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UBS가 중앙은행 준비금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에 따르면, 거의 40%가 향후 3년 내에 도매 CBDC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최소한 G7 국가 중에도 몇 개의 중앙은행은 향후 3~5년 내에 소매 CBDC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CBDC의 파일럿 사업을 (카카오 계열사와) 체결한 한국은행의 결정은 미래에 금융변화의 선두에 서게 될 것 입니다.

행이 계획하는 10개월 기간의 파일럿은 분산원장 또는 블록체인에서 CBDC의 실행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초기단계이며 카카오의 Ground X 블록체인 사업부에서 구축한 Klaytn 원장을 활용할 것 입니다.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되며, 첫 번째 단계는 아마도 2021년 안에 실행되고 가상환경을 활용하여 CBDC의 발행, 배포 및 상환의 기술적 타당성과 관련된 문제를 테스트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2022년 6월까지 진행되며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 자산구매 및 국제송금에 중점을 둡니다.

시범운영 중인 모델은 민간은행의 역할 및 개인정보 보호문제와 같은 CBDC가 제시하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합니다. 개별시민이 중앙은행에 자신의 은행계좌를 직접 갖는 모델 대신 한국은행이 디지털통화를 계속 ‘발행’하되 선정된 민간은행과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배포하도록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파일럿의 2단계에서는 향상된 개인정보 보호기술도 테스트하지만 중앙은행 자체가 아닌 민간조직에 전자지갑을 배치하면 중앙은행이 CBDC와의 거래기록에 액세스할 때 발생하는 개인정보 보호문제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CBDC를 사용하는 한국 소비자의 이점 초기에는 분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BDC와의 거래는 기존의 모바일 또는 카드구매 방법을 통해 촉진되는 현재거래와 유사하지만 거래속도 증가하고 거래비용은 감소합니다. 그리고 CBDC와 가상화폐는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디지털 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수단으로 종종 홍보됩니다만, 한국의 5%만이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어 추가적인 실효성이 별로 없습니다.

기업과 소비자에게 중요한 기능은 CBDC에 대한 블록체인과의 상호운용성이 될 것입니다. 기업의 경우 외국파트너와의 무역에서 시간과 거래비용을 줄이기도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는 해외직접 구매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해외직접 구매액은 2015년 15억 달러에서 2019년 31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파일럿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스마트 계약 조건이 충족되면 기업이 자체실행 결제를 통해 거래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에 대한 지원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에서 발생하는 보안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CBDC에서 소비자와 기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이점은 분산원장 위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는 능력과 이러한 상호운용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금융혁신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범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한이 CBDC발행에 즉각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범사업 발표에 앞서 한국은행은 CBDC 관련 법적 문제에 대한 조사를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CBDC가 가상자산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어서 자본시장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며, 다만 한국은행법에 의거하여 한국은행 화폐가 디지털 방식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출처 : 동아시아포럼 in ANU on 2012-08-10

 

 

<참조자료>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를 쏜다면

중국 베이징에 사는 20만 명은 최근 200위안(약 3만4천원) 당첨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베이징시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디지털위안’ 테스트 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이들은 문자메시지 링크를 눌러 디지털위안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그리고 편의점, 식당 등에서 디지털위안 정보무늬(QR코드)를 열어 결제했다.

주요국 중 가장 일찍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도입하려는 중국의 풍경이다. 인민은행은 2014년 디지털화폐 연구를 시작해 2017년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했다. 2020년부터 선전, 쑤저우, 청두, 상하이 등에서 테스트를 마쳤다. 인민은행은 2022년 2월 겨울올림픽 개최에 맞춰 디지털위안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간편결제와는 달라

디지털위안은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1디지털위안의 가치는 종이화폐 1위안과 같다. 지폐나 동전으로 유통하던 위안을 스마트폰 안의 전자 형태로 옮겼다. 언뜻 간편결제와 유사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간편결제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번호나 은행계좌를 등록해두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페이’를 떠올리면 된다. ‘중국에선 거지도 알리페이, 위챗페이로 구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간편결제 이용률이 높다. 실제 2019년 중국의 결제 80%가 모바일 간편결제로 이뤄졌다. 그중 이용자 94%가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썼다. 간편결제가 폭넓게 자리잡은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CBDC 발행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화폐가 유통되려면 시중은행을 필수로 거쳐야 했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는 시중은행으로 흘러가고 시중은행은 대출 등으로 민간에 화폐를 유통한다. 간편결제는 그 과정을 모바일에 옮긴 것이다. 앤트파이낸셜(알리페이)이나 삼성전자(삼성페이) 등 민간업체는 시스템 개발만 맡을 뿐 사실상 돈은 시중은행이나 카드사에서 나온다.

이와 달리 CBDC는 중앙은행이 개인에게 바로 지급할 수 있다. 화폐 유통 단계에서 시중은행이 빠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CBDC가 발행된다면 전국민은 한국은행 계좌(앱)를 보유하게 된다. CBDC 시대엔 시중은행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앙은행은 CBDC를 통해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현재 시스템에서 중앙은행은 개인의 간편결제 사용 내용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탈세나 자금세탁이 의심될 때도 개인의 거래 내용을 살펴보는 건 사정기관 권한이다. 하지만 디지털위안이 상용화하면 중앙은행은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샀고 누구에게 돈을 얼마 보냈는지 알 수 있다. 현금을 통한 지하경제가 사라지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의 경제활동이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통제하거나 포용하거나

전문가들은 디지털위안 실험이 중앙은행의 권력 확대를 노린 것으로 분석한다. 노은영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가 디지털위안을 통해 결제시장에서 민간기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며 “간편결제 운영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독점하던 결제 정보를 국가통제하에 둘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국가들은 중국과 사정이 다르다. CBDC 연구가 상당히 진행된 나라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이다. 간편결제는커녕 제도권 금융 기반조차 미비하다. 이 나라들은 은행을 방문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해 CBDC 실험에 착수했다.

세계 최초로 CBDC를 도입한 바하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미의 바하마는 700여 개 섬으로 구성된 나라다. 국민 약 40만 명이 30개 섬에 분포해 있다. 이런 지리적 한계로 제도권 금융 인프라가 취약하다. 대신 국민의 모바일 기기 사용률은 90%에 이른다. 중앙은행이 개인의 스마트폰으로 디지털화폐를 유통하면 바하마 국민은 은행에 가기 위해 배를 탈 일이 없어진다.

국제결제은행(BIS)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CBDC 발행 이유 중 ‘금융포용’에 높은 점수를 줬다. 금융포용은 기존 금융 인프라를 이용하기 어려운 국민에게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의 역할을 스마트폰의 CBDC 앱이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부 선진국도 CBDC 상용화에 긍정적이다. 스웨덴은 유럽 최초로 CBDC 테스트를 시작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중앙은행은 2005년 화폐유통 업무 대부분을 민간은행에 이전했고 우체국은 2007년 금융업무를 중단했다. 화폐유통 업무를 이양받은 민간은행조차 2008년부터 10년간 3분의 1이 줄어들었다. 스웨덴 국민은 점점 현금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스웨덴 정부가 CBDC 상용화에 나선 이유다.

 

CBDC 정착하면 암호화폐 사라져?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도 금융포용을 제공할 수 있다. 2009년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화폐는 중앙은행 또는 금융기관이 발행한다는 대전제’에 도전했다. 그는 개인이 화폐를 발행(채굴)하고 이를 개인끼리 전송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비트코인을 보관하고 결제에도 활용할 수 있다.

CBDC와 암호화폐는 둘 다 금융포용을 표방하지만 주체가 다르다. 암호화폐 생태계에선 민간 참여자들이 비트코인 거래를 검증(채굴)하면서 은행 역할을 대체한다. 반면 CBDC는 중앙은행이 그 역할을 한다.

비트코인으로 금융포용을 꾀하는 국가도 있다. 중미에 있는 엘살바도르 국민 중 70%는 은행계좌가 없다. 은행계좌가 없는 사회에서 경제활동은 주로 현금으로 이뤄진다. 은행 송금은 국민의 30%만 할 수 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최근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CBDC와 암호화폐의 공통점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쓸 수 있는 디지털화폐라는 점이다. 그런데 상당수 금융 당국은 CBDC가 정착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사라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디지털달러’는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극도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라 거래 메커니즘(수단)으로 널리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CBDC가 나오면 비트코인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내재 가치가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은행법 개정안을 통해 법인과 개인의 암호화폐나 디지털화폐 발행과 판매 행위를 금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CBDC 발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를 2021년 여름 발간할 계획이다. 일본 중앙은행도 2020년 발표한 계획에 따라 2021년 4월 1차 실험에 착수했다. 한국은행도 2021년 8월 모의실험을 추진한다.

CBDC가 상용화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일부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즉각적으로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금까지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해도 실물화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접한 일본 국민은 소비를 늘리지 않고 은행에서 돈을 출금해 금고에 보관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하지만 현금이 사라지고 CBDC만 있다면,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에 마이너스 금리를 직접 적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와 바로 연결된다. 대출 수요가 늘어나 경제회복에 이바지하고, 통화가치 상승을 제어해 무역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또한 CBDC를 사용하면 신용카드, 간편결제와 달리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서도 상용화할까

금융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CBDC 상용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은 소수의 간편결제 업체가 금융 인프라를 독점하는 구조라 중앙은행이 이를 수월하게 바꿀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시중은행, 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한국은행이 CBDC를 확산시키려는 기조가 아닌데다, CBDC를 도입하려면 우리나라 결제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시중은행과 카드사 등이 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CBDC가 상용화된다 해도 재난지원금처럼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정도로만 그 쓰임새가 국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2021-06-22 한겨레 21

 

 

Troy Stangarone, 한미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의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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