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2
  • 국제사회에서 추락하는 달러화
  • 어른이 된다는 것
  •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 미국의 은행위기에서 중국이 얻는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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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백년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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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엘 루비니, New York University 경제학 명예교수이자  Atlas Capital Team의 수석 경제학자, Roubini Macro Associates 의 CEO, TheBoomBust.com의 공동 설립자, 그리고 최근 출간된MegaThreats: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10가지 위험한 추세(Brown and Company, 2022)의 저자이다. 클린턴 행정부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ouncil of Economic Advisers)에서 국제문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근무했다

출처: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2022-11-04 일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0년이 지나는 동안 인류 누구도 기후변화라는 위기와 일자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며 “탈세계화” 및 “무역전쟁”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1914년에서 1945년 사이의 혼란스럽고 어두운 30년과 유사한 새로운 위협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뉴욕 – 심각한 초대형 위험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직업, 소득, 부, 세계경제뿐 아니라 지난 75년 동안 달성한 상대적인 평화, 번영 및 발전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러한 위협 중 상당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번영했던 시대에는 우리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중동과 유럽에서 자랐고 당시 기후변화가 지구를 파괴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한 적이 없습니다. 이 시절 인류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걱정의 대상이기에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게다가 1970년대 초 미국-소련 데탕트와 미국 대통령 닉슨의 중국 방문 이후, 나는 핵전쟁은 고사하고 강대국 간의 또 다른 전쟁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팬데믹”이라는 용어도 내 머리 속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인류재앙의 마지막 주요 사건이 1918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언젠가 대부분의 직업을 파괴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쓸모없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유사하게, “탈세계화” 및 “무역전쟁”과 같은 용어는 이 기간 동안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무역자유화는 대공황 이후 본격화되었고, 이는 곧 1990년대에 시작된 세계화로 이어졌습니다. GDP 대비 민간 및 공공의 부채비율이 선진국과 신흥시장에서 아주 낮았고 성장이 견실했기 때문에 부채위기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평생사회보장 및 의료시스템으로 인한 자금부족의 형태로 암묵적 부채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에 대해 걱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젊은 노동자의 공급은 증가하고 있었고, 노인의 비율은 여전히 ​​낮았고, 남반구에서 북반구로의 무제한적인 이민은 선진국의 노동시장을 계속 부양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70년 간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10년을 제외하고는 경기순환은 적절하게 통제되었고 경기침체의 기간도 짧고 가벼웠습니다. 선진국에서는 부채비율이 낮았기 때문에 부채라는 위기가 없었습니다. 위기를 초래하는 금융의 변동주기는 낮은 레버리지, 리스크 감수, 건실한 금융규제, 자본통제, 다양한 형태의 금융억제 등 정책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에서도 일반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선진 경제권은 현재의 미국처럼 극도의 당파적 양극화가 없는 강력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였습니다. 당시에는 포퓰리즘과 권위주의가 열악한 가난한 국가들에 일부 국한되었습니다.

 

평화 및 번영과 이별하기.

1945년과 1985년 사이의 상대적으로 “황금” 기간을 회상해 보면, 이전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롭고 극단적인 거대 위험이 현재 도사리고 있음을 즉시 알 수 있습니다. 세계는 이미 제가 지정학적 불황이라고 부르는 시기에 들어섰습니다. 적어도 4개의 위험한 수정주의(?) 세력인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동맹국이 만든 경제, 금융, 안보, 지정학적 질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역자: 지정학적 질서를 실제로 파괴하고 수정한 자는 미패권 자신이다)

강대국 간의 전쟁뿐만 아니라 핵분쟁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이 NATO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비전통적인 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핵폭탄 제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란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격을 개시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권위적 정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대만과 통일을 공식하는 한편에,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규제를 강화하면서 미중의 관계가 날로 냉각되고 있습니다. 한편, 핵무장한 북한은 일본과 한국에 로켓을 발사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이버 전쟁은 이러한 수정주의(역자: 정확히는 다자질서 추구)세력과 서방 사이에서 매일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 비동맹의 국가들이 서방주도의 제재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모든 사건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발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는지 여부를 아직 모릅니다. 결정은 미래의 역사가들에게 맡겨질 것입니다.

핵 아마겟돈의 위협을 무시하더라도 환경파괴의 위험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넷제로 및 ESG(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투자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가 단지 그린-워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에너지 전환과 필요한 기술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환경파괴와 인수공통 전염병 사이의 연관성으로 인해 성경에 나오는 전염병보다 더욱 심각한 새로운 전염병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병원체를 옮기는 야생동물이 인간 및 가축과 점점 자주 접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980년대 초반부터 우리는 빈번하고 치명적인 전염병(HIV, SARS, MERS, 돼지 독감, 조류 독감, 지카, 에볼라, COVID-19)을 경험했습니다. 모든 증거는 이러한 문제가 미래에 더욱 악화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기 때문에 동토에 수천 년 동안 감금되어 있던 위험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인류는 곧 직면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지정학적 갈등과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무역, 금융, 기술의 전쟁을 촉발하고 탈세계화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의 귀환과 중미간 디커플링으로 인해 세계경제 공급망과 시장은 더욱 분열되고 축소될 것입니다. “Friendly Shoring”과 “무역규제”이라는 유행어가 안보와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Off-shoring”과 “자유무역”을 대체했습니다.

개별 국가의 단위에서는 AI, 로봇공학 및 자동화의 발전으로 인해, 정책입안자들이 무역전쟁에 맞서기 위해 높은 보호주의 장벽을 구축하더라도, 점점 많은 일자리를 파괴할 것입니다. 이민을 제한하고 국내생산을 요구함으로써, 고령화 선진국경제권은 기업이 노동절약 기술을 채택하도록 강력한 유인을 만들 것입니다. 일상적인 작업이 분명히 위험하지만 개별작업으로 분리할 수 있는 모든 인지작업과 많은 창의적인 작업들도 실직의 위험에 처합니다. GPT-3과 같은 AI 언어모델은 이미 대부분의 인간보다 유능하며 많은 직업과 수입원을 대체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적 불안과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며 더욱 많은 사무직 및 블루칼라 노동자가 실직하거나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선택의 어려움과 고통스런 경착륙

거시경제 상황도 나을 것이 없습니다.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스태그플레이션)의 전망에 직면해 있습니다. 선진국의 인플레이션 현상은 “일시적”이 아닙니다. 너무 오랫동안 유지된 지나치게 느슨한 통화, 재정 및 신용 정책과 같은 나쁜 정책과 불운이 결합하여 오랫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초기 COVID-19 충격이 상품과 노동의 공급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글로벌 공급망에 병목 현상을 일으킬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에너지, 식품, 비료, 금속 및 기타 상품의 공급 불균형을 초래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중국은 ‘코로나 제로’ 정책을 지속해 추가 공급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요소가 서로 얽혀있는 동안, 공급 요소가 점점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제 널리 인식되고 있습니다. 공급주도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이고 통화정책 긴축이 경착륙(실업 증가 및 잠재적인 경기 침체)을 초래할 위험을 증가시키면서,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다른 주요국가 중앙은행들의 현재 긴축정책의 결과는 무엇입니까? 최근까지 대부분의 중앙은행과 월스트리트의 대부분은 “Team Soft Landing – 연착륙 기대”에 속했습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의장도 경기침체가 다가오면서 연착륙이 “매우 어려울 것”이며 모든 사람이 앞으로의 “고통”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공식화하면서 경제전망의 합의가 비관적으로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모델은 경착륙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영란은행도 영국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표명했습니다. 몇몇 저명한 월스트리트 기관들도 이제 ‘경기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삼았습니다.

역사의 경험 역시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미국의 지난 60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5% 이상(오늘날은 8% 이상 )이고 실업률이 5% 미만(현재는 3.5% )일 때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목표를 2%로 설정하면서 경기침체를 야기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대부분의 다른 선진국에서 경착륙의 가능성이 연착륙보다 훨씬 높습니다.

 

길고 지루할 스태그플레이션

단기적 요인 외에도 부정적인 공급충격과 중기적 수요요인이 인플레이션을 지속시킬 것입니다. 공급측면에서 나는 잠재적 성장을 줄이고 생산비용을 증가시킬 11가지 부정적인 공급충격의 가설을 이미 제기했습니다. 그 중에 포퓰리즘, 원주민, 보호주의 정치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추진력을 얻고 있는 반-세계화 흐름과 극심한 소득불평등과 부의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커져 가면서,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이들이 취할 조치는 위험한 임금-물가 악순환에 기여할 것입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다른 원인으로는 무역을 제한하고 자본이동을 방해하는 보호무역주의(좌파와 우파 모두)의 증가, 이민에 대한 정치적 저항의 고조가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임금에 추가 상승압력을 가합니다. 국가안보 및 전략적 고려사항은 기술, 데이터 및 인재의 흐름을 더욱 제한했으며 새로운 노동 및 환경 기준은 중요하지만 무역과 신규 투자 모두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의 발칸화(파편화)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동시에,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같은 대규모 신흥 경제국들도 인구고령화와 맞물려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더욱 생산적이고 저축하는 경향을 지닌 반면, 노인들은 저축을 줄이고 의료 및 기타 부문에서 더 많은 고가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 역시 높은 가격과 느린 성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늘날의 지정학적 혼란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러시아 침공에 따른 무역차질과 원자재 가격급등은 일회성 현상이 아닙니다. 2022년에 발생한 곡물 수확 및 식품 출하에 대한 동일한 위험이 2023년에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이 마침내 코로나 제로정책을 종료하고 경제를 재개하기 시작하면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추가될 것입니다. 또한 무역의 모든 차원(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기술, 데이터 및 정보)에 걸쳐 가속화되고 있는 중-서양 간 대결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론, 이란, 북한, 그리고 서방의 다른 전략적 경쟁자들은 머지 않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이제 미국 달러가 전략 및 국가안보 목적을 위해 완전히 무기화되면서 향후 주요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는 결국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며, 자연스레 달러 약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광범위하게 말하자면, 마찰없는 세계무역시스템은 마찰없는 금융시스템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취한 그간의 전면적인 제재 조치들은 한때 기름칠이 잘된 기계에 모래를 던지는 격으로, 무역거래 비용을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 역시 지속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야기할 것입니다. 가뭄, 폭염, 허리케인 및 기타 재난이 점점 경제 활동을 방해하고 수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탈탄소화에 대한 요구로 인해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차이를 메울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화석연료 용량을 유지하려는 투자가 부족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날의 에너지 가격급등은 불가피했습니다.

특히 다음 팬데믹을 예방하거나 대비하기 위한 조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전염병의 가능성 증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원인을 나타냅니다. 다음 전염병의 발병은 국가들이 국경폐쇄를 서두르고 식량, 의약품 및 기타 필수품의 중요한 공급을 비축함에 따라 보호주의 정책에 더욱 많은 추진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전쟁은 여전히 ​​경제활동과 공공​​안전에 대한 과소평가된 위험입니다. 기업과 정부는 생산에 더욱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거나 사이버 보안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비용이 증가합니다.

 

경제영역의 최악 시나리오

경기침체가 짧고 가볍게 오는 것이 아니라 길고 가혹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는 지속적인 단기 및 중기적 마이너스 공급충격에 직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수십 년 동안 치솟는 민간 및 공공의 부채비율는 인해 모든 위기의 어머니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1970년대의 낮은 부채비율은 위기에서 우리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부채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 과도한 가계, 은행, 정부 부채의 결과 – 우리는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겪었습니다. 대규모 통화, 재정 및 신용 완화로 만날 수 있는 수요 충격과 신용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1970년대와 2008년의 위기가 결합되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지속되는 부정적인 공급충격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높은 부채비율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우리가 경기침체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들이 긴축통화정책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스태그플레이션 부채위기로 발전될 것임에 대비해야 합니다.

중앙은행들이 더욱 매파적인 소리를 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플레이션과 싸울 의지가 있다고 공언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어야 합니다. 부채함정에 빠지면 경고의 등을 깜박여야 합니다. 부채비율이 너무 높으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 정치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경제적, 재정적 위기를 초래할 것입니다. 주요 중앙은행들은 뒷걸음질 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낄 것이며 인플레이션, 명목 화폐의 가치 하락, 호황-불황 주기, 금융 위기가 훨씬 심각하고 빈번해질 것입니다.

어쩌면 중앙은행의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최근 영국에서 드러났습니다. 퇴진한 Truss 정부의 무모한 재정부양책에 대한 시장반응에 직면하여 영란은행은 국채매입을 위해 긴급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슬픈 에피소드는 다른 많은 국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통화정책이 점점 재정포집(Fiscal Capture)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연준이 이전에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을 시사한 후, QT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가벼운 금융 압력의 첫 징후와 정책금리 인하를 혼합하여 추진하기 시작한 2019년에도 비슷한 성장둔화의 턴어라운드가 있었습니다. 중앙은행들은 거칠게 주장하지만, 과도한 부채와 경제 및 금융위기의 위험이 있는 세상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이자율로 되돌리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의지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려 높은 부채와 적자를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자국통화로 빌릴 수 있는 정부는 “인플레이션 과세”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스태그플레이션 복귀에 직면하여 금융시장과 주식 및 채권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 마찬가지로 기존자산 포트폴리오의 두가지 구성요소가 모두 고통을 받아 잠재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수익률이 상승하고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손실을 입는 채권 포트폴리오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치 평가의 타격을 받는 주식에 좋지 않습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주식과 채권의 60/40 포트폴리오가 2022년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주식이 약세장에 들어간 동안 채권수익률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 10년이 정점에 달했던 1982년까지 S&P 500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8로 떨어졌습니다. 오늘날에는 20에 가깝습니다. 이는 약세시장이 훨씬 장기화되고 심각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정치적, 지정학적 위험, 환경 피해에 대비할 자산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단기 국채와 인플레이션 지수채권, 금 및 기타 귀금속, 환경 피해에 탄력적인 부동산이 포함됩니다.

 

진실의 순간

어쨌든, 이러한 거대위험(MegaThreats)은 소득 및 자산의 불평등을 증가시키는데 더욱 기여할 것입니다. 이는 이미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엘리트의 반란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 심각한 압력을 가하면서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포퓰리즘 정권의 부상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터키, 헝가리, 이탈리아, 스웨덴, 미국(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브렉시트 이후 영국 및 기타 여러 국가들에서 이러한 경향의 우익적 표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페루,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그리고 현재의 브라질(이는 우익 포퓰리스트를 좌익 포퓰리스트로 방금 교체한)에서는 좌익적으로 표현됩니다.

물론 시진핑의 권위주의적 강행은 ‘서방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맺게 되면 불가피하게 중국이 시장에 의존하고 결국에는 민주주의적 절차에 더 많이 개방하게 될 것’이라는 오래된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알려줍니다. 시진핑의 중국은 지정학, 안보, 경제의 문제에 대해 더욱 폐쇄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해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역자: 모든 것의 원인은 애초 중국이 아니라 미패권에게 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까? 문제의 일부는 우리가 오랫동안 우리의 머리를 모래에 박혀왔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해야 합니다. 결정적인 조치가 없다면 우리는 1914년에서 1945년 사이의 30년 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40년이 아닌, 1차 세계대전의 전조시기로 접어들게 될 것입니다. 스페인 독감 대유행, 1929년 월스트리트 붕괴, 대공황, 대규모 무역 및 통화 전쟁, 초인플레이션 및 디플레이션의 악순환, 금융 및 부채 위기, 대규모 붕괴 및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짐, 결국에는 이탈리아, 독일, 일본, 스페인 및 기타 지역에서 권위주의적인 군국주의 정권이 부상하여 2차 세계 대전과 홀로코스트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새로운 세계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상대적인 평화, 번영, 증가하는 보편복지가 사라질 것입니다. 대부분은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와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다중적 트랙의 열차사고를 방지하지 못한다면, 설령 행운이 따라준다 해도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반복되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훨씬 높은 가능성은 1930년대와 1940년대의 재앙이라는 메아리이며, 이에 더하여 기후 변화로 인한 엄청난 규모의 혼란이 추가될 것입니다.

대재앙의 시나리오를 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요인들이 뒤섞인 거대위험에 대한 잠재적인 솔루션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많이 들면서 결과로서의 이점은 장기적으로만 나타납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오늘날의 거대위험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체계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가오는 재앙의 묵시록을 예방하려면 민간 및 공공 부문의 국내 리더십과 강대국 간의 국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덜 재앙적(여전히 논쟁적이고 갈등적인) 미래를 허용하는 정책의 실천을 가로막는 국내 및 국제적 함정들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덜 암울한 시나리오가 분명히 바람직하지만 명료한 분석은 디스토피아의 재앙이 도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앞으로 몇 년, 아니 수십 년은 스태그플레이션, 부채위기와 전쟁, 전염병, 기후변화, 파괴적인 AI, 탈세계화와 같은 관련된 거대위험으로 채워질 것이며, 이 모든 것이 일자리, 경제, 시장, 평화 및 번영을 방해하는 심각한 장애가 될 것입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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