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제4차 산업의 도래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에 기초한 암호화폐 시장이 한때 큰 호황을 누리다가 결국은 사기와 조작, 은폐와 테러집단과 연계 그리고 불안정 등이 겹치면서 한때 미화 12,000불을 넘기던 가격선이 5,000불 이하로 추락하였다. FT 편집부는 아마도 암호화폐가 투기의 대상이나 일반적인 교환 수단으로서 수명을 다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미래에는 중앙은행이 책임지는 디지털화폐(CBDC)로 암호화폐가 제공한 신속하고 편리한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화폐는 기본적으로 가치의 교환과 저장 수단으로서 신용과 안정을 생명으로 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암호 화폐를 주제로 다루는 포럼이나 블로그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 달의 단어는 “파탄”이다. 2017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비트코인의 시세가 5,00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서,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의 거물들은 남을 탓하는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암호화폐의 지지하는 열성 신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기존의 신용화폐의 승리라고 생각하는 비판자들과 일종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비트코인과 이를 취급하는 업체들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폭락으로 인해 떠오른 질문이 있다. 과연 암호화폐를 주류 경제의 흐름에 편입시키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볼 만한 이유는 넘쳐난다. 그 중엔 엄청난 불안정한 휘발성 (비트코인은 지난 한 주 동안 가치가 30 퍼센트 가량 폭락했다), 사기와 조작, 초기의 몇몇 코인들은 사기로 드러났다는 점, 그리고 암호화폐가 자금 세탁을 획책하는 이들과 테러리스트들에게 사용되었다는 점 등을 열거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가는 기술산업에서 항상 고질적으로 발생하듯이, 관련 규제는 기술발전과 속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안고 제안되었던 “자율 규제”는, 예상대로 형편없었다. 지난 8월 “업계의 지지를 받는 자율 규제 단체”로서 출범했던 Winklevoss twins’ 가상상품 협회는 암호화폐의 폭락에도 침묵만 지켰다.
오히려 정부당국들은 조금 더 선제적이었다 영국의 금융규제 당국은 암호화폐에서 발생하는 파생상품들을 금지했고, 하원 특별위원회는 암호화폐-자산 시장을 “고삐풀린 황무지” 라고 매도하며 규제를 요청했다. 홍콩의 증권선물 위원회는 암호화폐 환전을 규제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9월에는, 뉴욕 법무검찰에서 암호화폐 산업에서 오는 이해충돌과 시장조작에 대한 취약함을 지적했다.
하지만 가상화폐에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암호화폐의 분권적인 성격을 두고 볼 때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일이다. 세계적인 자금세탁 단체를 감시하는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는, “가상화폐의 일부는 [자금세탁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없는 국가들의 관할권 아래에 숨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여러 곳에서 취급 금지라는 규제를 피하려는 이른바 암호 회피처들이 나타나고 있다: 암호 하드웨어 제조사인 Ledger는, 중국의 암호자산 관련 해외 업무 위탁 수요를 맞추기 위해 홍콩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이로써 암호 자산의 소유를 금지하는 중국 본토의 법을 우회하였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귀중한 교훈들을 남겼다. 현재 통용 중인 지불 시스템이 금융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정부와 은행들을 압박해 화폐가 더욱 디지털화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남겼다. IMF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제안했다. 이는 디지털 형태로만 존재하는 신용화폐로서, 거래 인증을 위해 중앙 은행의 원장 시스템과 현금의 간편함을 통합하려는 시도이다. CBDC를 도입하는 데는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 IMF의 보고서는 은행의 신용도가 낮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CBDC가 인기를 끌겠지만, 이 경우 잘못 도입을 하게 되면 디지털 은행들이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CBDC가 빠르고, 저렴하며, 안전하게 신용카드와 현금을 대체할 방법으로 점차 발전할 지도 모른다.
비트코인 5,000달러 선의 붕괴와 함께 꿈이 죽어가는 이유가 블록체인 기술의 다른 용도에도 있을 수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작년 10월 시작된 은행간 정보망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75 개 이상의 은행 간 어려운 거래들을 성사시키고 있다. 월마트는 일부 제품을 추적 관리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암호기술은 죽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미래의 돈이 되겠다는 비트코인의 꿈은 죽었다. 교환 매개물과 투기 자산이라는, 비트코인 자체에 내재된 모순이 너무나도 크다. 하지만 디지털 화폐의 가능성에 대해 비트코인이 촉발시킨 논쟁은 귀중한 것이었다.
FT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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