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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에서 한계주의 전향을 다루기 전에 이러한 전향과 그 결과들을 사회이론과 사회연구의 더 넓은 역사의 맥락에 두는 것이 유용하다.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데도 관념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을 일반적으로 표명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그들의 분과에서 일어난 바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럽의 고전적인 사회이론에서 연구의 중심 대상은 경제, 정치, 사회 체제들(사회의 표층적 일상을 형성하고 현재 안에서 미래를 만들기 위해 경제적 자본, 정치적 권력, 문화적 권위가 사용되는 방식을 조직하는 제도적 안배들과 이데올로기적 가정들의 심층적인 구조)의 본질, 기원과 변혁이었다.

사회와 역사에 관한 마르크스의 이론은 유럽 사회이론의 최고 성과였다. 이 이론적 전통의 핵심은 사회의 기본적 안배들이 인공물이라는 혁명적 통찰이다. 우리는 한정된 이해의 혼미 속에서 우리가 선택하지 않는 여건들의 제약 아래서 기본적 안배들을 만든다. 사회의 제도적 체제나 구조를 일종의 동결된 투쟁으로 생각하는 데에는 이러한 관념을 넘어 딱 한 걸음만 필요할 뿐이다. 제도적 체제들이나 구조들은 인간 상호관계의 조건들을 놓고 벌이는 우리의 투쟁이 중단되거나 억제되는 경우 사회생활을 형성하는 안배들과 가정들이다.

동결된 투쟁의 관념은 구조가 존재하고 도전과 변화에 맞서 구축되어 있다는 의식이 가변적이고, 이러한 의식이 실제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들 중 하나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한 제도적, 이념적 체제들이 수정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결과적으로 자연성과 필연성의 그럴싸한 외관을 더욱 더 획득할수록, 그러한 체제들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결정하는 데 그 만큼 강력해진다. 그러한 체제들은 우리에게 낯선 운명처럼 보이며 마치 별과 바위를 연구하는 방식으로 연구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체제들은 본디 우리에게 속한 힘을 우리에게서 빼앗는다. 우리가 변화에 대한 체제들의 저항성을 역전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그러한 힘을 회복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인공물로서의 체제의 성격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우리는 체제를 탈구축시킬 수 없다. 우리는 제도와 관행이 자체 변혁을 촉진시키고 우리가 당연시하는 제도적, 이념적 구조틀 안에서 우리가 행하는 일상적인 운동[맥락보존적 운동]과 그 구조틀의 부분에 도전하고 이를 바꾸는 방식으로 수행하는 비상적인 운동[맥락변경적 운동] 간의 격차를 줄이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는 경우에만 체제를 탈구축시킬 수 있다. 구조틀의 일부를 바꾸는 비상적인 실천이 보통 사람들의 경험과 역량을 더 높은 수준의 맹렬함과 힘으로 향상시키는 데에 일조하면서 일상적이고 심지어 평범한 일과로 변하는 즈음에 우리가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심층적이고 널리 확산된 형태의 지식경제는 이러한 이상과 밀접한 친화성을 가지며 따분한 생산활동에서도 이러한 친화성을 범례적으로 보여준다. 지식경제는 직간접적으로 이러한 친화성을 갖는데, 직접적으로는 영구적 혁신을 유도하는 관행을 채택함으로써 간접적으로는 교육적, 도덕적, 제도적 조건을 채택함으로써 그렇게 한다.

사회체제가 만들어지고 상상된 것이라는 점에 대한 혁명적 통찰은 고전적 사회이론과 가장 분명하게는 마르크스주의에 내재한 일련의 환상들로 제약되었으며, 이러한 환상들은 사회사상의 후속적인 발전에 결정적인 결과를 빚어냈다. 첫 번째 환상은 완결된 목록 테제이다. 이에 따르면 마르크스의 “생산양식”과 같은 경제 및 정치 조직의 대안적 체제들의 완결된 목록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이러한 목록을 따라 달린다. 목록의 구성과 관련하여 우리가 가진 혁신의 권능은 어떤 것이든지 간에 심각하게 제약되어 있다. 두 번째 환상은 불가분성 테제이다. 이에 따르면 체제들은 각각 안정적인 제도적, 법적 내용을 가진 분리불가능한 체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는 하나의 체계를 다른 하나의 체계로 혁명적으로 교체하는 것이거나 이러한 체계 중 하나를 개량주의적으로 관리하는 것 사이에 양자택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불가분성 테제는 내용과 결과에서는 구조적이지만 방법에서는 점진적이거나 부분적인 변화를 아예 배제한다. 세 번째 환상은 역사법칙 테제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탈출할 수도 없고 변경할 수도 없는 고차적인 규칙들이 이러한 불가분적인 체계의 계기(繼起)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 아래서는 프로그램적인 상상력을 위한 주요한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가 우리에게 중요한 유일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회이론의 후속적인 진화는 이러한 믿음들에 관한 신앙의 상실에 대한 기록이다. 역사적 학습과 정치적 경험은 모두 이러한 믿음들을 불신하였다. 그러나 후속적인 진화의 결말은 고전적 사회이론의 환상이 제한하고 심지어 공동화하였던 중심적 통찰(사회의 만들어지고 상상된 성격)을 재확인하고 급진화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환상에 내재된 주장들을 점진적으로 희석시키는 것이었다. 마르크스의 이론과 고전적 사회이론의 전통의 계승자들은 고전적 사회이론과 특히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마르크스의 견해에 버금가는 야심찬 이론적인 견해를 이끌어내는 대신에 그 어휘를 보존하면서 원래의 사상을 희석시켰다. 예컨대, 이러한 계승자들은 자신들의 용법을 의미 있게 해주는 가정들을 더는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자본주의”를 그 예정된 제도적, 법적 논리와 초기 단계에서 후기 단계를 거쳐 예정된 위기에서 마침표를 찍는 운명적인 이행논리를 가진 체계라고 말한다.

포용적 지식경제는 자본주의의 연속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와 단절을 이룰 것인가? 지식경제의 법적 제도적 요구사항들은 다른 많은 변화들 가운데 자유노동의 지배적인 형식으로서 경제적으로 종속적인 임금노동을 극복하고 또한 생산의 자원과 기회에 대한 분산적 접근의 형식들을 다각화하는 데에서 절정에 도달함으로써 마르크스와 그 추종자들이 이해했던 자본주의와는 양립할 수 없는 경제체제를 함축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한 체계에서 다른 체계로 갑작스럽고 전면적인 변화는 존재할 수 없다. 임금노동은 사라지지 않지만 더 이상 지배적인 지위를 갖지 않을지도 모른다. 통일적인 재산권은 경제적 분산을 위한 많은 수단들 중 하나로 남을 수도 있다. 시장질서는 더 이상 그 자체로 시장의 유일 형태에 얽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 탐구한 지식경제의 형태가 여전히 자본주의로 남을 것인가의 문제는 포용적 전위주의의 옹호론이 자본주의 개념의 기초적 전제들과 양립할 수 없는 사회이론적인 전제들에 의지하기 때문에 답변될 수 없다.

20세기에 발전한 사회과학들은 환상들이 훼손한 중심적 통찰(일상적인 활동 가운데서 불변적이고 견고하고 심지어 비가시적인 제도적, 이념적 구조틀의 결정적인 영향력)을 포기하는 경우에만 환상들을 거부하였다. 이러한 과학들의 지배적인 충동은 줄곧 구조적 현실을 이해하고 구조적 대안들을 상상하는 과업을 회피하는 것이었다.이러한 과학들은 각기 그 나름대로 역사적인 시기마다 형성적 안배들과 가정들의 심층적인 구조틀과 이러한 구조틀에 의해 형성된 일상적 활동 및 갈등의 표층적 삶 간의 차이를 부인해 왔다. 이러한 과학은 구조적 불연속성과 대안들에 대한 상상을 억제해 왔다. 이러한 과학은 사회생활의 각 부분을 조직하는 방식들의 현재적 목록을 자연화하였다. 이러한 과학은 기성의 안배들을 최상의 작동방식을 향한 진화적 수렴의 결과로 또는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관계를 수용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관행들의 지속적인 잔여로 표상하였다. 이러한 과학은 비개연적인 역사에 자연성, 필연성, 권위의 회고적인 후광을 더하는 데에 이바지해왔다.

각 사회과학은 사회의 조직을 자연화하고 현실적인 것에 대한 통찰과 인접한 가능한 것에 대한 상상력의 연결고리를 단절하고 구조적 이해의 작업을 각각의 방식으로 회피하였다. 경제학이 취한 방법은 독특하게 성공적이었다. 19세기 후반에 한계주의 이론가들에 의해 재정립된 경제학은 그 분석적 성과들과 실질적인 영향력에서는 다른 모든 사회과학을 압도하였다. 그 모든 한계점들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은 여전히 우리가 포용적 전위주의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실체적인 관념들은 아닐지라도 사유방법의 가장 중요한 유일한 원천이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으로서의 경제학은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경제학이 지금 우리에게 주지 못한 것을 공급하기 위해서 우리는 경제학의 유산을 고려해야 한다.

 

저자 : 로베르토 M. 웅거 (ROBERTO M. UNGER)

역자 : 이재승

 

지식경제, 체제 전반으로 확산하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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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로베르토 M. 웅거 (ROBERTO M. UNGER) / 역자 : 이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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