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서 덩치 큰 상장기업들이 탕감을 노리고 소상공인을 위한 구제금융(PPP)을 가로챈 것에 대해 알아보았다. 몇몇 대기업(61개)은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주기로 결정했으나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꿍치고 앉아 반환을 안 하고 있다. (“A Big Decision: Firms Weigh Returning Federal Aid,” New York Times, May 18, 2020).
이번 회에선 사모펀드(정식 기업도 아닌, 단지 돈 많은 자들이 사적으로 돈을 모아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투자펀드) 조차 PPP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가진 자들이 얼마나 사악한 짓을 서슴지 않고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대마불사 흉내를 내며 PPP달라 생떼 쓰는 사모펀드
연줄 동원해 정부를 자기편으로 만들고, 은행과의 돈독한 관계유지하며, 로비에 능통한 이 바닥의 귀재가 누구인가? 바로 사모펀드다. 그런 사모펀드가 PPP 보기를 소 닭 쳐다보듯 할까? 천만에 말씀. 이른바 눈먼 돈이 눈앞에서 오락가락하는 이 마당에 사모펀드가 그것을 외면할리 만무하다. 단언컨대 돈 냄새 맡는 데는 사모펀드를 따라갈 자가 없다. 해서 월가의 사모펀드도 PPP를 따내려고 전력투구 하고 있다.
그들에게 PPP 수혜의 자격여부는 고려 사항이 전혀 아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우리네 해병대 정신이 그들의 철학. 우리네 해병대 정신이야 어떠한 악조건 하에서도 맨 땅에 헤딩하는 한이 있더라도 적을 무찌르라는 군인 정신의 발로이지만, 사모펀드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열매를 따먹어야 한다는 무한 탐욕 정신을 의미한다. 돈 많은 극소수가 돈 모아서 돈 벌 곳을 찾아 이리저리 배회하고, 먹잇감을 보면 물불을 안 가리고 즉시 달려드는 것이 사모펀드다. 일반 서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 사모펀드인데 이제는 구제금융, 그것도 소상공인을 위한 PPP를 받겠다고 난리다.
그런데 PPP를 꼭 받아야만 한다며 사모펀드가 내세운 명분이 실로 가관이다. 자신들이 미국에서만 수천 개의 중소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거기의 근로자가 880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로비업체인 <미국투자위원회>(American Investment Council; 이하 AIC)는 2019년 한 해에만 사모펀드가 4,788개 회사에 3천억 달러(약 369조 원)를 투자했다면서 자신들이 나가 떨어지면 이들 노동자들도 갈 데가 없다며 PPP를 달라고 생떼다. 가히 간덩이가 팅팅 부은 언사임에 틀림없다. 바야흐로 사모펀드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제국이 되었음을 방증한다.
그들의 두 번째 명분은 더욱 섬찟하다. 모든 연기금(연방정부, 주정부, 공공기관(소방관, 교사 등))이 자신들의 사모펀드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사모펀드가 무너지면 투자자의 미래도 몽땅 날아간다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닌가?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대형은행들이 이른바 자신들의 덩치가 충분히 크기에 자신들이 망하면 결국 미국 전체가 망한다는 구실을 삼아 구제금융을 받아간 것 말이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알게 된 대마불사(too big to fail)론이다.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입에 달고 있던 것을 지금 사모펀드가 흉내 내 똑같이 나발을 불어대고 있다.
한 편으론 이렇게 대마불사론으로 위협을 가하고, 다른 한 편으로 대정치권을 향해 대대적인 로비를 해대고 있는 중이다. 블랙스톤, 아폴로(Apollo Global Managment), 칼라일(Carlyle Group) 등이 코로나19 구제금융을 받으려 지난 1분기 로비에 쓴 돈만 무려 3백만 달러(약 37억 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청(SBA)에서부터 트럼프 사위 쿠슈너에 이르기까지 물량공세를 대대적으로 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약발이 먹히지 않았는지 PPP는 타내지 못하고 있다.(“Privat Equity, Lobbying the U.S. for Help, Is Mostly Hearing ‘No’,” New York Times, May 5, 2020). 그러나 이것도 언제 풀릴지 모른다. 미국의 정치권은 단 한 번의 로비에 넘어가는 법이 없다. 애간장을 태워 더 많이 타낸 후 못 이기는 척 법안을 바꾸는 게 그들의 원래 행태니까. 그게 그들의 법칙이다. 이전 회에서 언급했던 체인점 한 곳이 종업원이 500명이 안 되면 대기업도 PPP를 준다는 법안도 여러 번의 거절 후 만들어 준 것이다.
현금 잔뜩 쌓아두고 구제금융 달라는 사모펀드
그렇다고 사모펀드가 전혀 챙긴 게 없을까? 그렇지 않다. 소상공인이 아닌 다른 명목의 구제금융을 이미 챙겼다. 아폴로는 <자산담보부증권대출기구>(Term “Asset-Backed Securites Loan Facility, 이하 TALF)대출 1천억 달러(약 123조 원)를 따냈다. TALF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가동돼 사라졌다가 이번 코로나사태로 3월 23일 부활했다. TALF는 원래 신용카드대출, 자동차대출, 중소기업대출만 담보로 인정됐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정부가 담보 자산의 종류를 확대했다. 물론 로비를 통해서 그렇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추가시켰을까? 주택담보 및 상업용부동산부채다.
왜 그랬을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 번째는, 칼럼 시리즈 초반부에 필자가 언급했듯이, 사모펀드가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었으니까. 코로나19로 부실해진 이런 담보물을 정부가 나서서 받아주었으니 똥줄이 타들어가고 있는 사모펀드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진배없다. 정부가 담보자산의 종류를 주택담보와 상업용부동산까지 확대해 그것을 담보로 대출해 준 것은 엄청난 특혜다. 아울러 사모펀드의 부실을 정부가 대신 떠안아줘 사모펀드는 시가평가손실(mark-to-market)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이다. 이것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정부가 사모펀드에게 ”빵과 버터“를 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목적은 PPP를 받아내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여기서 또 한 번 제국들의 모토를 떠 올려보자. 챙길 것을 다 확실히 챙긴다.(“Does Private Equity Deserve a Public Bailout?” New York Times, April 14, 2020; “Private Equity Firm Pushes for Broader Access to Fed Lending Program,” New York Times, April 4, 2020; “Coronavirus: private equity’s bailout moment,” Financial Times, April 24, 2020). 두고 보라. 사모펀드는 소상공인 구제금융 PPP 따내는 것을 반드시 관철할 테니까. 사모펀드가 탕감이 100% 확실한 공돈을 절대로 놓칠 리 없다. 사모펀드가 어떤 존재라고 그걸 놓치겠는가.
그런데 사모펀드가 비난 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들이 엄청난 현금을 쌓아 놓고 있으면서 이렇게 나랏돈을 빼먹을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소상공인을 위한 재정까지 탈탈 털어 먹고 싶어 안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도표를 보면, 사모펀드의 미사용투자금(as-yet-unused investment money), 일명 드라이파우더(dry powder)가 물경 1.5조 달러(약 1,841조 원)에 달한다.(New York Times, April 14, 2020; Financial Times, April 24, 2020). 그런 천문학적 현금 다발을 갖고 있으면서 구제금융까지 넘보고 있으니 양심불량도 이런 양심불량이 없다. 돈 없어서 나라가 주는 돈 1200달러(147만원)를 받아 고작 한다는 게 먹을거리 사러 식료품점으로 달려가고 있는 게 지금 미국의 서민들의 모습인데 사모펀드는 저런 엄청난 현금 갖고 있으면서도 국가에 돈 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 그것도 소상공인에게 갈 돈 뺏어서 착복하려고 말이다.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털 미사용투자금 현황>
대기업과 명문사학의 양심불량
그런데 따로 돈 쟁여두고도 정부 돈 타내려는 이런 비열한 행위는 단지 사모펀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기업과 심지어 명문사학들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의 대기업은 엄청난 현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에 현금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돈 달라고 구걸 중이다(물론 PPP뿐만 아니라 정부의 구제금융 전체 항목까지 다 포괄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현금은 다 어디다 두고 저런 구걸을 하고 있을까? 그 많은 돈들은 다 어디로 갔나? 회사의 미래를 위해 투자했을까? 아니면 평사원들의 월급을 올려줬을까? 결코 아니다. 그들이 보유했던 엄청난 현금들은 전부 자사주매입, 펀드환매, 주식 배당 등에 소진했다.(“Some Companies Seeking Bailouts Had Piles of Cash, Then Spend It,” New York Times, April 24, 2020).
자사주매입 및 펀드환매는 왜 할까? 그걸로 주식이 오르기 때문이다. 우선, 그 많은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면 덩치가 커지니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좀 더 기술적으로 말하면, 주식시장에서 자사주매입으로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가는 상승한다. 그렇게 해서 주식이 올라 이익을 보면 한 푼도 남김없이 홀랑 주주들에게 현금을 쏴버린 것이다. S&P 500기업이 과거 3년 간 주주들에게 나눠준 배당금은 3조5천억 달러(약 4,296조 원)다.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리고 그것은 같은 기간 기업들이 올린 순이익과 맞먹는 돈이다. 그러나 펀드환매나 배당은 재무제표 상에는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자기자본에 대한 비용으로 주주들에게 자본을 차입한 것이니 엄밀히 따지면 빚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차입금의 증가는 경제위기 시 기업에겐 독이다. 그것이 독이 되는 이유는 코로나로 영업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기적인 현금유출(배당)과 비정기적인 현금유출(펀드환매)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다. 현금 실탄이 소진된 상태에서도 현금유출은 불가피한 일이니 회사는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들은 이럴 때 나라에 구제금융을 달라고 손을 벌린다. 이익은 투자자들이, 손실은 국민이! 딱 그거다. 이런 장사 못할 사람 이 세상천지 어디 있나. 손해는 절대로 안 보는 장사. 이익만 보는 장사. 이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국 경제의 실상이다.
지금 코로나19로 여행사, 항공사 및 항공기제조사가 쑥대밭이 되었다. 사람이 오고 가지 않는데 무슨 관광, 여행이며 비행기가 뭔 소리람. 그래서 관련업계를 살려야 한다고 보통 난리가 아니다. 아메리칸 항공사(American Airlines)에 들어간 구제금융이 106억 달러(약 13조 원), 보잉사는 국가기간산업 범주에 들어 170억 달러(약 21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물론 이것은 PPP는 아니다). 그런데 이들 회사가 지난 5년간 주식환매 및 배당으로 쓴 돈은 각각 130억 달러(약 16조 원), 530억 달러(약 66조 원)이다.(New York Times, April 24, 2020). 이들 회사가 그 동안의 수익 낸 것을 가지고 주식 환매를 안 하고 주주들에게 배당 적게 하고 회사를 위해 재투자하거나 만일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보수적인 수익관리를 잘 했더라면 정부가 이들 기업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 붓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현재 미국의 시스템 상으로 이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알아보자).
결국 나중에 저들이 갚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다 뒤집어 써야 할 빚이다. 그럼에도 저들은 나랏돈 받아서 애먼 데 쓸 게 뻔하다. CEO의 천문학적 연봉 및 보너스, 고위직원들의 보너스 잔치, 그리고 또다시 주식환매와 부동산투기 등, 이 모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벌어졌던 것과 똑같은 스토리다. 제국들은 남의 돈으로 부자 되는 데는 무척 기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그게 그거, 뻔 한 스토리일 뿐. 식상할 정도로 수법은 똑 같다. 국민만 바보 등신. 정치인은 돈 많은 기업과 극소수 부자들과 한통속인 협잡꾼에 불과하고 그들은 한마디로 도적들에 다름 아니다.(그러나 이것과는 별개로 저 위의 사모펀드 아폴로가 받은 구제금융과 아메리칸 에어라인 및 보잉사가 받은 구제금융의 액수를 비교해 보라. 일개 사모펀드가 받은 대출규모가 자그마치 아메리칸 항공사의 약 10배, 보잉사의 약 6배다. 지금 미국에서 사모펀드의 위세가 얼마나 등등한지 감을 잡길 바란다).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의 대표 디몬(Jamie Dimon)은 “주식환매 하는 것이 나쁜 것인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우리도 주식환매를 한다. 그게 바로 자본을 낫게 그리고 더 향상해서 사용하는 자본의 이동방식이다. 그리고 그건 미국 전체를 위해서 유익하다.”(New York Times, April 24, 2020).
글쎄 과연 그럴까? 천만에. 미국 전체를 위한 게 아니고 자신들을 위한 것이겠지. 그동안 모든 게 죽을 쑤고 있는 와중에도 미국 증시가 나 홀로 승승장구한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자신들끼리 북치고 장고치고, 그래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물론 서민은 배제하고 말이다. 엄청난 유동성이 풀리고 그것을 주식시장에 집어넣어 자본이득을 따먹고 나 홀로 천문학적인 돈방석에 앉았던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위기가 급습하고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는 주식시장에서도 여전히 정부가 푸는(더 중요한 것은 “향후에도 계속해서 풀기로 한” 시장에 주는 신호다)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 의해 이들 제국들은 전례가 없는 위기의 태풍 속에서도 불사조처럼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그런데 이 게 언제까지 가능할진 모르겠다. 버블은 터지게 마련이니까).
이러한 비양심적, 비도덕적, 비사회적 제국질에 가세한 명문사학들도 있다. 하바드, 코넬, 노트르담 대학교도 구제금융을 받았다.(“Failing to Help Those Who Need It Most,” New York Times, April 24, 2020; “Harvard to Reject $8.7M In Federal Aid After Trump Cites School’s Endowment,” The Guardian, April 23, 2020). 하버드대학은 400억 달러(약 49조 원)나 되는 엄청난 기부금을 갖고 있으면서 정부의 구제금융 870만 달러(약 107억 원)를 또 받으려 하느냐는 트럼프의 비아냥거림에 한 발 물러나 안 받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동부의 명문사학들도 거센 비난 여론이 일자 안 받겠다고 표명했다. 그러나 코넬(Cornell University)과 노트르담(University of Notre Dame)대학은 각각 1,280만 달러(약 157억 원), 580만 달러(약 71억 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그 학교들이 갖고 있는 기부금 명목의 현금은 각각 73억 달러(약 9조 원), 113억 달러(약 14조 원)에 이른다.
이에 질세라 이 컬럼 시리즈 전반부에 필자가 언급했던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들, 이른바 자사고(prep school)의 경우도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예를 들면 오바마와 빌 클린턴의 자녀들이 다녔던 워싱턴 D.C.의 엘리트 학교인 시드웰 프렌즈(Sidwell Friends)는 기부금으로 5천만 달러(약 615억 원)를 갖고 있는 부자학교이면서 PPP 520만 달러(약 64억 원)를 받아 꿀꺽했다. 트럼프의 막내아들이 다니고 있는 매릴랜드 주 포토맥의 세인트 앤드류 에피스코펄(St. andrew’s Episcopal School)도 기부금을 9백만 달러(약 111억 원)나 갖고 있으면서 정부보조를 타냈다. 그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고 이 학교 역시 반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Think Twice, Mnuchin Tells Prep Schools Seeking Virus Loans,” New York Times, May 5, 2020). 모두 현금이 풍족한 부자학교들이 가난한 자들이 받아가서 생명줄을 삼아야 할 돈들을 마다하지 않고 꿀꺽 삼키고 있으니 거기서 수학하는 학생들이 도대체 무엇을 배울까. 다른 것은 몰라도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선 확실히 통달하고 학교 문을 나올 듯하다. 이런 학교를 소위 엘리트학교라고 부르다니. 엘리트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 같다.
세금횡재
그렇다면 이들 대기업과 극소수 부자들이 받은 혜택이 구제금융으로 끝났을까? 물론 또 있다. 이번에는 어마어마한 세금감면이다. 극소수의 부자들과 대기업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세금감면을 챙겼다. 엄중한 코로나사태라며 정부와 의회가 이들에게 베푼 선물은 무려 1,740억 달러(214조 원)에 달한다. 이것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세금횡재(tax windfalls)와 노다지(bonanza)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이들은 집요한 로비를 통해서 엄청난 세금감면을 받았다. 트럼프 들어 지난 2년간은 특히 더 했다. 2017년 경제 구제금융법을 시행해서 부자와 대기업이 세금감면을 받았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다며 정부를 닦달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사태가 터지자 그것을 빌미로 그들의 뜻을 기어이 관철시켜서 저 막대한 금액의 세금감면을 더 받아낸 것이다.
그들이 과거 2년 동안의 세금감면도 부족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던 것은 거기에 약간의 규제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코로나 이전에는 회사나 극소수부자가 진 부채의 이자에 대해서 세금공제를 해 달라 요구했지만 해주지 않았다. 또한 사업에서 입은 손실을 자본이득에서 공제해주지도 않았다. 이것은 5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미국 전체에서 상위 1%에만 적용된다. 코로나를 빌미로 이런 규제조차 완전히 풀어졌다.
이것은 금번 코로나 구제금융법이 이들 부자와 대기업을 타깃으로 해서 만든 핀셋 구제금융법임을 말해준다. 줄여 이야기 하면, 극소수 부자와 대기업은 한편으론 현금으로 막대한 액수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엄청난 세금감면까지 받아 이중의 특혜를 누린다. 물론 후자도 내야 할 세금을 안 내는 것이니 현금지원을 받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극소수의 부자와 대기업을 위해서라면 못 할게 없는 정치권이다. 정치권이 누구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이들이 맨입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이런 특혜를 받기 위해 모건스탠리 등의 대형금융회사를 포함해, 코카콜라, 휼렛패커드, 미국제조업연합(The 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등이 대정치권 로비에 열중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 캠퍼스의 세법교수인 플라이셔(Victor Fleischer)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구제금융법이 “부자들에게 돈을 삽으로 떠서 퍼주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이런 부조리한 구제금융 세법 수정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는 제국이 있다. 바로 사모펀드다. 이들은 속성상 많은 차입을 일으켜 최대의 수익을 도모한다. 그러니 이들에겐 차입에 대한 이자가 큰 부담이다. 세금에서 부채에 대한 이자를 공제받을 수 있으니 사모펀드의 수익은 더욱 증가할 것이 뻔하다.(“The Tax-Break Bonanza Inside the Economic Rescue Package,” New York Times, April 24, 2020).
트럼프가 빠질 리 있나
트럼프는 모두가 알다시피 부동산재벌이다. 수많은 호텔과 빌딩, 골프 리조트를 갖고 있다. 트럼프는 다른 비양심적 호텔들과 달리 소상공인을 위한 PPP를 신청 하지 않았다고 떳떳해 한다. 그런데 여기에 두 가지 웃긴 점이 있다. 하나는 국회가 어쩐 일인지 트럼프의 기업은 정부의 이번 구제금융에서 배제했다. 이 때문에 아예 지원을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치 자진해서 신청 안 한 것처럼 쇼를 하니 웃긴다.
다른 하나는 PPP는 아예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다른 형태의 정부 지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일까. 트럼프 가족 사업체는 워싱턴 D.C.의 정부 건물을 2013년부터 60년 간 장기 임대해 고급 호텔(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Trump International Hotel)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임대료로 연간 3백만 달러를 정부에 지급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호텔이 텅텅 비자 호텔 사장인 트럼프의 장남 에릭 트럼프(Eric Trump)가 구제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연방정부 관련 기관인 총무청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GSA)에 임대조건 변경을 요청한 것이다. 요지는 일시적으로 임대료 지불을 면제 해 달라는 것이다.(“Trump’s Company Asks Federal Government to Include It in Any Rent Relief Offered to Tenants,” Washington Post, April 21, 2020; “Trump (the Company) Asks Trump (the Administration) for Hotel Relief,” New York Times, April 21, 2020).
GSA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왜냐하면, 안 해주면 대통령에게 밉보일 가능성이 높아 그렇고(그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니까), 해 주면 부정청탁이라며 비난이 일 것이 불 보듯 뻔해서다. 그런데 이럴 것을 뻔히 알면서도 트럼프일가 지불 면제 신청을 한 것이다. 정말로 뻔뻔하기 그지없다. 자신은 PPP 지원신청 안 했다고 온갖 생색은 다 내면서 실제로는 정부에 임대료 지불 면제를 요구하다니 웃기지 않은가? 말인즉슨, 이것은 트럼프가 트럼프에게 구제 요청을 한 것과 같다. 이것은 공과 사를 구분 안 하고 의도적으로 그 경계를 흐릿하게 한, 매우 교활한 처사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그깟 300만 달러(약 37억 원)가 없어서 면제해 달라고 징징대는 소리를 하는가? 그것도 천하제일 대국의 대통령이?
이것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심각한 권력 남용과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의 막대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트럼프를 맹비난 했다. 아울러 GSA가 절대로 임대계약변경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Democrats Press 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 over Trump Hotel Payments,” Washington Post, April 24, 2020).
트럼프가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해대는 데는 다른 꿍꿍이도 있다. 워싱턴 호텔뿐만 아니라 시카고의 마천루 빌딩, 그리고 플로리다의 도랄 골프리조트(Doral Golf Resort) 구입 할 때 도이치은행(Deutsche Bank)에서 3억 달러(약 3700억 원) 이상을 대출 받았다. 그 이자를 낮추는 재조정을 받기 위해서도 이런 죽는 소릴 해 대고 있는 것이다.(New York Times, April 21, 2020).
사실 대통령 취임 이후 이 호텔 임대 종료를 했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민감한 이슈가 걸려있으니까. 대통령이 호텔 운영하는 것도 웃기고, 그것도 정부 건물을 빌려 하는 것도 웃기고. 더 말이 안 되는 것은 그 호텔이 워싱턴에 오는 다른 나라 정부 관료들과 로비스트들이 활약하는 공간이기에 더더욱 께름칙해서 그렇다. 그런 곳을 계속 운영하게 하는 것은 공무원과 민간기관 혹은 해외 정부 관료들 간의 금전적 거래나 교환을 금지하는 연방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솔직히,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라 저촉된다). 그러나 역시 트럼프의 관료들답게 이 사안에 대해 2019년 GSA 감사관은 트럼프가 워싱턴 호텔 운영을 계속해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놨다.(New York Times, April 21, 2020). 썩고 썩어도 이렇게 썩을 수 있을까.
영웅대접을 이렇게 해서야
이제까지 대통령을 비롯해 대기업, 극소수 부자들, 사모펀드, 그리고 명문사학에 이르기까지 코로나가 위기를 틈타 이때가 기회다 하며 먹잇감을 보면 아귀처럼 달려들어 배를 채우는 꼴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승냥이와 이리떼처럼 달려들어 자신의 배를 채우고야 마는 제국들이다. 그들에겐 피도 눈물도 없다. 그들의 입에서 어쩌다 튀어나오는 그럴듯한 말은 그저 자신들의 탐욕을 정당화하거나 가리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그 대표적인 예를 보라.
제국들이 이번 코로나사태에 한껏 치켜세웠던 인물들이 있다. 바로 의료진이다. 그들은 코로나의 전장 일선에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다해 꺼져가는 생명들을 보살피고 살리려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다. 제국은 일반 국민들과 함께 이들을 영웅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해 마지않았다. 그런데 그들에게 이들 제국이 준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첫째, 약속과는 달리 정부지원금에서 이들에 대한 위험수당을 제외시켰다. 둘째, 자칫 코로나에 감염되면 유급병가라도 가야하는데 그것도 못하게 법안을 통과시켰다.(“White House, Congress have not given any hazard pay to the medical workers they call heroes,” Washington Post, April 30, 2020; “Emergency Paid Leave Helps Some Families, Leaves Others Adrift,” New York Times, May 18, 2020).
코로나 대응 의료진들은 완전히 사선에 선 것이다. 전장도 그런 전장이 없다. 총알과 폭탄이 날아들지 않을 뿐 그곳은 어쩌면 그 보다 더한 전쟁터다. 절대적 공포 속에 노출돼 환자를 돌보는 그들에게 위험수당이 없다니. 그런데 그것은 고사하고 2주간의 유급병가도 주지 않는다니 하루하루를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의료진들에게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보상이 주어지는 것인가? 이럴 거면 아예 그 알량한 “영웅” 운운이나 하지를 말든지.
지난 3월 18일 국회는 “코로나 대응법”(The Families First Coronavirus Response Act)을 통과시켰다. 요지는 500명 이하의 종업원을 둔 사업장에선 2주간의 유급휴가를 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500명 이상은 그 조항을 면제한다는 것이다. 왜 500명으로 갈렸을까?(지난 회에서 언급한 500명으로 가르던 기준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기준선일까?).
이번에 만들어진 법으로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코로나 대응의 최전선에 섰다가 병이 나더라도 유급유가를 갈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500명 이상의 의료회사에 소속되어있으니까 그렇다. 이들은 병이 나도 마음 편히 휴가를 낼 수도 없다. 수입이 없으면 다음 달 임대료나 모기지 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병원은 병원 수술이 줄어들고 일반 환자가 줄어들어 병원의 결정적인 주 수입원이 줄어들었다며 의사와 간호사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해고하고 있다. 이렇게 의료진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의료진들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아는가? “위험수당은 바라지도 않는다. 병 걸리면 유급휴가라도 줘라. 에이 더럽고 치사하다.” (New York Times, May 18, 2020).
저런 법을 누굴 위해 도대체 만든 것일까? 물론 사측의 입장을 십분 반영해서 만들었다. 고용자의 비용이 더 들어갈까 봐. 이런 병원경영진의 입김에 의해 의회가 의료진들의 유급휴가 조항의 면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재빨리 통과시킨 것이다. 저런 법안 만드는 데는 얼마나 날랜지.
코로나와 일선에서 싸우는 병원의 의료진들 말고도 적어도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이들이 많다. 200만 명의 야채상관련종사자, 50만 명의 약국 직원, 100만 명에 이르는 트럭운전사 및 운송사 운전자 등이다. 이들을 “필수노동자”(essential employee)라고 부른다. 그런데 저 법안 통과로 이들이 병이 걸려도 유급병가를 낼 수가 없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의 킨더(Molly Kinder)의 말이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장에 나가 계속해서 타인을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것은 잔인무도한 일 아닌가? 저임금, 그것도 자신의 가족의 생계를 이끌어 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주고서 말이다. 워싱턴 정가의 사람들은 이들을 일컬어 ”사선의 영웅들“이라며 수 주 동안 칭송해 댔지만 결국은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기 위해 한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New York Times, May 18, 2020).
보상은 무슨 보상? 오히려 찬물을 끼얹고 사기를 잔뜩 떨어뜨리는 짓만 했지 않은가. 병원 의료진을 비롯해서 넓은 땅 덩어리에 전국으로 물류를 유통하는 트럭운전사와 야채상까지 이들은 모두 필수노동자이다. 이들이 없으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셧다운 되었지만 이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기에 그나마 사회가 저 정도라도 돌아가고 있다. 그나마 이들이라도 버티고 있기에 사회가 완전히 서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극소수 부자들, 월가의 투자자들, 사모펀드, 호텔의 경영주, 대기업 등의 제국들은 어떤 이들인가? 이들이 없으면 단 하루라도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그래서 그들이 “필수노동자”라도 된단 말인가? 절대 아니다. 이들은 오로지 자신들만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가족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다. 그들의 부를 더 많이 쌓지 못해 안달하고 조바심 내는 이들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 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이들이 지금 사선에 서있는가? 그들은 저 멀리 복작거리는 사회와는 동떨어진 자신만의 공간에서 원격으로 자신만의 배를 채우기 위해 불철주야 머리를 굴리고 컴퓨터를 돌리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제국들에겐 돈이 가고(그것도 국가에서 돈을 퍼부어대고), 타인을 위해 생명을 담보로 애쓰고 있는 이들에겐 아무 것도 돌아가지 않는다? 세상에 뭐 이딴 게 있나? 이건 정말 아니다. 그것도 모자라 제국이 국가에서 따낸 돈으로 더 악랄한 제국질, 투자질을 해서 더 많은 재산을 쌓아 모으는 꼴을 보고 있어야만 한단 말인가.
이런 구제금융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이제껏 보았듯 정부의 구제금융은 서민들에게가 아닌 전혀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고 있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일했던 직장인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사정은 가히 상상이상이다. 이들의 운명의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 이제 거의 코앞에 다가왔다. 마른수건에서 물기를 짜내듯 있는 것 없는 것 탈탈 털고 있지만 이제 남은 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일에 행한 미국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의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현재 수중에 있는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란 질문에 소상공인들의 거의 반이 한 달 남짓이라고 답했다.(“Time is Running Out: Small Businesses and Households Are Burning Through What’s Left of Their Cash,” Washington Post, May 14, 2020). 다른 대안이 없다면 이대로 가면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 창궐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끝나더라도 3천만 개의 소상공인이 경영하는 업체의 40% 이상이 6개월 이내에 영원히 가게 문을 닫을 것이란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의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When Does a Small Business File for Bankruptcy? And 8 More Questions,” New York Times, May 6, 2020; “Small Business Used to Define America’s Economy. The Pandemic could Change That Forever,” Washington Post, May 12, 2020). 가히 대공황 급이다. 아니 그 보다 더 심각하다.
<소상공인: 수중의 현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쯤에서 물을 수밖에 없다. 과연 정부의 구제금융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그것이 과연 필요한 것이냐고? 옥스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의 팔리포우(Ludovic Phalippou)교수는 월가의 최강자로 떠오른 사모펀드가 구제금융 타내는 작태를 보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잘 나갈 때는 더 많이 벌기 위해 대출 왕창 일으키고 세금은 적게 내며, 상황이 안 좋을 때는 그 덤터기를 고스란히 일반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이런 세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Coronavirus: private equity’s bailout moment,” Financial Times, April 24, 2020).
그런데 이게 단지 사모펀드만의 일일까? 앞서 말한 모든 제국이 이에 해당된다. 이익은 자기들 거, 손실은 국민들 거. 잘 되면 자기 탓, 못 되면 남의 탓. 손실은 구제금융을 통해 사회화한다. 돈 벌 땐 자본주의! 돈 잃을 땐 사회주의! 이렇게 불공정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구제금융은 경제와 국가를 살리기 보다는 그것을 더욱더 파멸의 길로 향하게 하는 촉진제가 될 뿐이다. 따라서 이런 오도된 구제금융으로는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리스트인 피어리스타인(Steven Pearistein)이 말하는 “파멸의 경제 고리”(economic doom loop)를 끊어내는 것은 고사하고 그 안에서 계속해서 뱅뱅 돌다가 결국 파멸하는 것밖에 남을 게 없다.(“Socialism for investors, capitalism for everyone else,” Washington Post, April 30, 2020).
그것은 차치하고, 크게 한 번 생각해 보자. 돈 찍어내서(미국만이 아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도 이렇게 한다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선언했다) 구제금융을 하면 결국은 그 돈은 누구한테 가는가? 뻔하다. 채권자에게 간다. 그들은 누구인가? 어마어마한 자산을 가진 이들이다. 제국이다. 국민의 혈세로 갚아야 할 그 막대한 돈을, 찍어서 결국 그들의 밑에다 대주는 꼴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 바로 주식, 금, 집과 땅을 아귀처럼 긁어모은다. 그 결과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그러면 어쩔 것인가?
나는 과감하게 그 “파멸의 경제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국질로 생긴 손실 그들이 떠안고 끝을 맺게 놔두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누구는 말할 것이다. 그들이 이미 충분히 커서 망하게 둘 수 없다고,(그 식상하기만 한 대마불사 망령의 부활!) 그들이 망하면 우리도 망한다고. 그러나 어차피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매한가지다. 이참에 제국도 죽게 하자. 그들만 살리고 나머지는 죽는 것은 어불성설.
2008년에도 그랬다.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금융위기가 터지자 곧장 대마불사론이 나왔고 구제금융을 했다. 그 결과 제국만 살았고 중산층은 와해되었고, 서민은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번에도 또 그럴 것인가? 대마불사에 속지말자. 어차피 팬데믹 이후론 과거의 경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그 희생을 왜 국민들만이 다 져야하는가? 대형금융회사와 사모펀드, 그리고 대기업과 극소수 부자는 놔두고 왜 그 모든 희생을 국민들이 져야하는가? 누구 말대로 자본주의가 시민종교가 되어버린(돈과 부를 숭배하는 것이 종교가 되어버린 것을 말함) 미국에서 돈 없고 “빽”없는 서민이 “상업의 제단”(the altar of commerce)의 희생제물이 되길 바라는가? 제국이 간절히 원하는 그대로?(“America’s Civil Religion is Capitalism. Trump’s Cornovirus Response Proves It,” Washington Post, March 26, 2020).
그냥 여기서 멈추게 해야 한다. 그리고 리셋하든 뭘 하든 결단내야 한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더 이상은 서민들의 운명이 제국들의 손에 좌지우지, 쥐락펴락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자본주의가 시민종교가 된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니까. 언제나 대기업이 갑이고 어느 새 사모펀드까지 극성인 나라가 되어버렸으니까).
이 세상에 완벽하게 공정한 시스템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장 완벽하게 불공정한 시스템을 차악으로 택하는 것은 명백한 자살행위이다. 남의 손실을, 그것도 탐욕에 찌든 제국이 감당해야 할 손실을 고스란히 짊어져야만 하는 서민들에게는 특히나 더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서민들이 어깨는 더 이상 그것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바싹 야위었기에….
너무 작기 때문에 죽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참고자료
“When Does a Small Business File for Bankruptcy? And 8 More Questions,” New York Times, May 6, 2020.
“Emergency Paid Leave Helps Some Families, Leaves Others Adrift,” New York Times, May 18, 2020.
“A Big Decision: Firms Weigh Returning Federal Aid,” New York Times, May 18, 2020.
“Socialism for investors, capitalism for everyone else,” Washington Post, April 30, 2020.
“Private Equity, Lobbying the U.S. for Help, Is Mostly Hearing ‘No’,” New York Times, May 5, 2020.
“Think Twice, Mnuchin Tells Prep Schools Seeking Virus Loans,” New York Times, May 5, 2020.
“Some Companies Seeking Bailouts Had Piles of Cash, Then Spend It,” New York Times, April 24, 2020.
“Failing to Help Those Who Need It Most,” New York Times, April 24, 2020.
“Coronavirus: private equity’s bailout moment,” Financial Times, April 24, 2020.
“Does Private Equity Deserve a Public Bailout?” New York Times, April 14, 2020.
“Privat Equity, Lobbying the U.S. for Help, Is Mostly Hearing ‘No’,” New York Times, May 5, 2020.
“The Tax-Break Bonanza Inside the Economic Rescue Package,” New York Times, April 24, 2020.
“Who Has Enough Cash to Get Through the Coronavirus Crisis?,” New York Times, April 23, 2020.
김광기 경북대 교수의 연재 ‘인사이드 아메리카’는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김광기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취득함. 저서로는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정신차려 대한민국』, 『부자는 어떻게 가난을 만드는가』,『대한민국의 정의를 묻다』, 『이방인의 사회학』 등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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