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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이 성공하려면 과거로부터 결별에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풀뿌리에서 형성되는 대안들로 정책을 마련해 가야 한다. 동시에 마을단위에서 제도들이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세계를 움직이는 경제의 운동방식에 대한 체계적인 변화를 추동해가야 할 것이다.

 

지역(마을)주의의 약속과 함정

전 세계의 권위주의자들이 점차 마을단위의 언어를 더 많이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정체성에 대한 호소다. 경제의 세계화로 인해 쫓겨나고 방황하게 되면 사람들은 서로 간에 세상 및 그들에게 친숙한 장소 및 문화에 대한 유대감을 더욱 간절히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부터 마리 르펜 (Marie Le Pen), 자이르 보우소나루 (Jair Bolsonaro)에 이르는 선동 정치가들은 이러한 갈망 이용하여 이를 국가주의적인 편협한 결말로 이끌고 있다.

우리는 마을중심 지역주의와 국가주의를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사람들이 지닌 인간 본성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열망을 없앨 수는 없다. 대신 삶에 기초한 지역주의와 국가주의를 정확히 구별해야 하는 것이다.

인류는 이 행성에서 탄생하여 대부분의 시간 동안 대지, 식물 및 동물들과 밀접하게 결합된 채 긴 세대를 통해 공동체로 진화했다. 멀리 떨어진 알 수 없는 단체 및 사업에 의존하는 대신 인간은 접근이 가능한 범위 내 조직과 단체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 왔다. 마을중심의 지역주의는 공동체 및 장소성에 대한 이러한 깊은 필요에 기초하고 있다.

반면 국가주의는 인간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규모의 공동체 및 생활 환경의 상호의존성을 파괴했다. 엘리트들은 자연적 생태 지역과 문화적 관련성을 무시하는 경계선을 구축하여 중앙집권화된 권력과 대체로 전쟁 무기 생산 및 사용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가공의 정체성을 만들어 냈다.

향토적인 인간관계를 복원하려면 세계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체계적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적 심리적 불안을 줄이거나 없애면, 이러한 불안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악용하는 사이비 권위주의 리더들에 대한 흥미를 급격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경고하는 “우리 대 그들”을 말하는 허구적 지역주의는 공동체 기반의 마을이 붕괴된 후에 나타난다. 실재가 없는 경우에만 번성하는 암울한 그림자인 것이다. 필자는 인도 라다크에서 수십 년을 지내며 그 지역이 세계 경제에 개방됐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직접 목도했다.

사회의 경제적 기반은 자립 농업에서 정부 일자리 및 관광산업으로 급격히 변화했다. 사람들은 흩어진 마을에서 수도로 끌려갔다. 상호 의존하는 경제사회에서 살아가던 불교도 및 무슬림은 부족한 취업 기회를 놓고 현재 서로 대립하게 되었다. 또한 주로 광고 및 관광을 통해 서구 소비 문화에 노출되자 문화적, 개인적 열등감을 느끼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으며, 이러한 격변의 결과 중 하나로 이전에는 라다크에 존재하지 않았던 불교도와 무슬림 간의 폭력과 긴장이 발생했다. 신체적 전위, 공동체 붕괴 및 경제적 심리적 불안은 경제적 세계화의 산물로서 편협성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요인들이 현재 전 세계에서 유사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향토에 기반한 지역주의의 진정한 해방과 재생의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거시적 행동과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다국적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규제를 철회하는 한편, 국가 내 개인과 지역 기반 기업들에 많은 세금 및 과중한 규제를 부과한다는 사실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에 편중된 지원을 미래 경제의 근간을 형성할 소규모 지역 및 마을 기업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세금, 보조금, 규제 등의 변화에 압박을 가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풀뿌리에 기초한 실천을 통해 사람들이 소외된 지역사회를 회복하고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돕고, 원주민 및 향토에 기반한 생활에 대한 지식을 보존해온 이들의 목소리를 확대해 전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벽의 이론

여기서 “저항과 회복”이라는 단어로 자주 설명되는 개벽 이론의 두 갈래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개벽 이론에는 “상향식”과 “하향식”이 있다. 정책적 수준에서 기업 지배에 대한 저항은 과거 시스템이 남긴 흔적을 메우기 위해 아래로부터 생성되는 대안과 동반되어야 한다. 세계기반의 무역이나 산업 생산을 끝내는 게 아닌, 소규모로 마을에 뿌린 내린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분권화 즉, 지역사회가 통제하는 에너지, 향토적 식량 시스템 활성화 및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마을에서 부의 유출을 막는 탄탄한 지역단위 중심의 경제 환경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은 정부 없이도 시작될 수 있다. 실제로, 이 과정을 막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기 전에 정부가 편승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지방 정부와의 연대를 고려해야 한다. 시장과 지방의회는 이미 상위 수준의 정부에 무엇이 부족한지, 즉 경제적 자기 결정권과 정치적 자기 결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역사회의 권리 규정, 지역 은행, 혁신적 지역 식량 구매 프로그램과 같이 지방 정부가 어떻게 지역사회의 회복을 지원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모델들은 매우 많다.

두 “갈래”의 저항과 회복의 통합을 위한 열쇠는 투표를 통한 시민 참여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 데 있다. 우리는 소비 문화로 인해 스스로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개개인으로 바라보고 개인화된 자신보다 큰 것(공동체)에 관심을 잃어 버렸다. 그러나 지역사회 연계와 자연과의 더 깊은 관계를 재건하는 수많은 계획들이 우울, 불안, 충돌 및 폭력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또한 마을 광장과 주요 거리를 활성화하고 공공 영역에 활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지방권한 강화를 통해 국가주의자들의 분리 메시지가 거짓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지역 운동가, 소비자, 생산자, 지역 기업을 위한 제도와 열정을 활용하여 우리가 이웃과 연대할 때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역 경제가 잘 작동할 때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연대의 강화와 확장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세계적 이슈는 단연 기후 변화이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경제활동의 지역화 프로그램이 기후변화에 관해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묻는 것이 당연하다. 우선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4%를 차지하며 현행의 무역 규칙에 따라 2050년까지 17%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세계무역의 규모는 경제단위가 소규모화된 세계에서 감소될 것이다. 또한 산업화된 세계 식량 시스템에서 더욱 현지화된 다양한 식량 경제로 전환하면 탄소를 바다에 침하시키는 대신 토양에 저장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멍에에서 벗어나 플라스틱 및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상호의존적인 지역단위 식량 경제의 창조는 또한 (야생 및 농업에서의) 생물의 다양성이 더 이상 기업의 이윤을 위해 희생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이점은 전세계의 남북지역에서 보다 탄력적인 지역 경제의 출현으로 기후에 따른 이동의 규모와 영향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 규모로 마을단위의 지역 운동에 대한 공식화된 조율이 아직 부재하는 상황임에도, 이미 많은 곳에서 이들을 부분적으로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활동들이 전개되고 있다.

라비아 캄페시나(La Via Campesina) 및 글로벌 생태 마을 네트워크에서 지속가능 농업 및 생태변환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이미 수많은 지역중심 운동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동맹에서 정보 공유의 목적에서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협력을 위해, 때로는 향후 계획 관련 의견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교환적 커뮤니케이션의 통로가 열리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 기구의 기후 위기 또는 무역 정책에 대해 논쟁하기 위해 지역화 운동을 “옆으로, 위로” 확장하기 바란다면 이러한 네트워크의 참여 과정을 통해 얻은 교훈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한편, 소규모 지역단위에서 미래의 씨앗은 매일 계속해서 심어지고 있다. 필자가 속한 단체인 로컬퓨처 (Local Future)는 플래닛 로컬 라이브러리 (Planet Local library)에서 고무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들을 지속해서 수집해 왔다. 세계 경제의 문제점이 심각해 지고, 진정한 인간 관계에 대한 욕구가 더욱 절실해지자, 위에 언급한 조직들의 계획들은 단순히 영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허구적 지역(국가)주의가 가져오는 폭력, 공포, 경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Helena Norberg-Hodge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Helena Norberg-Hodge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로컬퓨처 (Local Future, 국제생태문화협회)의 설립자이자 대표

“신 경제”운동의 선구자인 그녀는 30년 넘게 개인, 사회 및 생태 복지의 경제를 강조해왔다. 그녀는 다큐멘터리 수상작인 <행복 경제학>의 프로듀서이자 공동 감독이며,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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