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기념과정을 두고 두 개의 상징적인 사건이 터져 나왔다.
하나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각적인 반공개념에 미친 지만원이라는 미친 자가 광주민중항쟁은 북한에서 파견된 빨갱이에 의해서 촉발 주도된 국가전복사건이라는 주장과 다른 하나는 현직 보훈처장이라는 자가 이미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장이 된 ‘님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제창할 수 없다고 거부한 사건이다.
지만원의 사건은 내용이 매우 악질적이고 염려스러우면서도, 이는 한 사인이 저지르는 참으로 우스꽝스럽고 한심스러운 일로 대부분의 시민들에게도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그래서 화가 난 시민들에게 봉변당하는 수준의 사안이다.
그러나 현직 보훈처장이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거부하는 행위는 현 정권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보는 시각을 우회적이지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우 중차대한 사건이다. 다시 말하면 수백 수천명의 희생위에서 민주적 전진을 이루어 낸 매우 중요한 역사적 좌표인 광주민중항쟁을 국가질서를 문란케하고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불온한 자들의 폭동으로 간주한다는 간접적인 암시인 것이다. 이를 보훈처장이라는 일개의 관리를 통하여 국민의 합의없음 또는 국론분열이라는 이름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여기서 박승춘이라는 자가 이야기하는 소위 국민단체란 매년 수십억 수백억의 예산을 낭비해가며 키워온 수구반동의 앞잡이들에 다름 아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면서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나치시절 개같은 앞잡이 활동하다가 치졸한 피신 끝에 붙잡혀 사형을 당한 ‘아이히만’이라는 이름이다.
1961년 12월, 예루살렘의 법정에서 한 남자가 사형판결을 받는다. 그의 죄명은 ‘나치와 그 부역자 처벌법’ 위반, 또는 ‘생각없음’. 그의 이름은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천 만명의 무고한 남성, 여성, 아이들을 완전히 사멸시킨 악마 같은 죽음의 기계를 고안해내고 유지한 자이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대인 대학살의 전범으로 수배 중에 변장하고 아르헨티나로 도피하여 이름을 바꾸고 성형을 하면서 15년 동안 살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특수경찰에 체포되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은 살인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자신은 유대인을 죽인 적도 없을 뿐더러 피한방울도 묻히지 않았다며 자신의 죄를 부정한다. 아이히만은 자신을 오직 국가의 명령에 따라 충실히 움직인 관료라고 주장한다. 잡지 뉴요커의 특파원으로 재판과정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는 기사를 통해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을 뿐이다.” 라며 유죄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추가하여 살인자들은 광기에 사로잡혀 타인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우리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평범한 관료마인드를 지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에 불과했다고 평했다.
되풀이 하면 그에게 사형을 선고의 주요한 이유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자신의 지위에 비하여) 그가 생각이 없다는 것이였다. 이를 오늘의 주제로 되돌려 이야기하자면 역사앞에서 박승춘이 유죄인 것은 그가 정말로 멍청한 탓이다. 이는 박승춘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데 무의식적으로 협조하는 관료와 지식인 집단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재판당시 법정에서 주고받은 판사의 질문과 아이히만의 답신을 더 들어보자.
‘임무와 양심사이에 갈등한 적이 없는가 ? ’
“월급을 받으며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다.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국가는 분열되고 제각기 흩어집니다. 공직자의 용기란 조직된 위계질서입니다 ( 어디서 많이 들어본 데자뷰이다) ”
‘자신의 죄를 인정합니까 ?’
“저는 남을 해친 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제 관심은 명령받은 일을 잘 하는 것 뿐입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내 손으로는 단 한사람도 직접 죽이지 않았으니까요.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한 성실한 인간이며, 관리였을 뿐입니다”
사형선고를 받는 아이히만이 어쩌면 이토록 박승춘이라는 인간과 비슷한 답변을 했을까 신기할 지경이다.
413 총선의 애매모호한 결과에 취한 한국시민사회에 박승춘의 돌발행동은 차라리 반가운 보약이다. 그의 행위는 단순히 멍청한 또는 비겁한 ‘아이히만’처럼 취급해 버릴수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박승춘뒤에 숨어있는 수구연합들의 발톱을 숨긴 무서운 의도와 행보를 읽어내야만 한다. 수구들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라도 박승춘을 민주시민의 이름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의 명예를 위해서도 반드시 역사의 재판에 끌여내여 처단하여야 한다.
이와 대비하고자 1944년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전설적인 본회퍼 목사님의 이야기로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한다. ‘미친 버스운전사로 인해 모든 승객의 목숨이 위태한 상황에서는 버스운전사를 사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참조로 본 회퍼목사는 복음주의적 보수교단에 속한 분이였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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