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3일의 방미 일정이 끝났다. 제아무리 선의로 결산해보더라도 아프게도 ‘-(마이너스)’ 대차대조표이다.

구체적으로는(의전절차, 회담 형식, 기자회견 등 이 모든 것, 또 8가지 합의문 내용을 보더라도 합의내용의 구체성은 미약하고 전부 ‘외교적 레토릭’뿐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의미에서 그런 외교적 레토릭, 즉 ‘검토해보겠다’, ‘고려해보겠다’, ‘인식(의견)을 같이하였다’ 등의 언술은 그 부정의 의미가 더 있음이 상식이다. 어쨌든 이 모든 상황을 논외 하더라도) 트럼프가 기자회견 때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여러 군사 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결정했다. 거기에는 제트 전투기라든지 미사일 그 외에 여러 가지 장비가 있다”며 “이런 큰 구매 해주신 데 대해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그것도 무려 3번) 반면,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적절한 때(right time)가 되면 내가 강력히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함은 물론,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지금 수준의 제재가 적정하다”며 “계속해서 대북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고, 3차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단계적(step by step)으로 해야 한다(그는 또 ‘단계적’이라는 단어를 몇 차례 더 사용했다.). ‘서둘 일(fast process)’이 아니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리고 사족이기는 하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향후 개최될 제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가 ‘북의 의도를 좀 파악해 달라’고 한 것은 마치 남북정상회담을 북미정상회담의 자기들의 예비회담성격으로 이해하고 있는듯하여 참으로 불쾌하다. (더 거칠게 표현하면 남북정상회담을 미국이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미국의 기조대로 관철하기 위해 운용하는 또 하나의 ‘대북협상팀’으로 인식한다는 말이고, 이의 ‘수석대표’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문제이다.)
그래놓고 봤을 때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는 트럼프로부터 “감사하다”라는 말은 세 번 들어야 할 만큼 엄청난 금액의 무기를 구입해야 하는 대신, 방미의 핵심목적이라 할 있는 ‘단계적이며 등가적인’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그러한 제3차 북미정상회담 약속과 대북제제 철회약속은 받아내지 못했다. 해서 빗대어 표현하자면 미국에게는 현금 지불약속을 했고, 미국으로부터는 부도가 걱정되는 그런 어음을 받아온 격이 되었다.(그렇다하여 이를 무조건 폄훼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북미, 남북대화의 물꼬는 다시 튼 셈이니까, 해서 아쉬우나 그것은 또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분명 짧은 1박 3일의 방미와 그 정상회담은 그렇게 끝난듯하다. 얻어야 할 귀중한 교훈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과 자국정부의 정책목표를 동맹이라는, 그것도 혈맹이라는 국가의 요구보다도 더 우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은 것이라면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도-대한민국도 그 문재인정부도 확인해야 할 것은 국가이익과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동맹에만 기대여 풀어가지 않아도 됨이다. 반면교사를 도출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도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동맹을 부정하고, 한미동맹 그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그런 ‘반미’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결론이다. 주권국가로써 동맹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구분하라는 말이다.
즉, ‘그래서 동맹이다’를 명심했으면 한다. 동맹국가와의 국가이익이 100% 일치하면 좋겠지만, 일치하지 않았을 때는 그 어떤 스탠스가 필요한지가 명확하게 밝혀지는 순간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렇게 포착되어졌다면 그런데도 계속해서 그들이 그어놓은 레드라인(금지선)에 얽매인다? 별로 주권국가다운, 그것도 입만 열면 그렇게 자랑하고 있는 OECD가입국이고, 1인당 GNP가 3만 달러이고, 수출10위권의 경제대국의 국가규모에도 맞지 않는 외교방식이다.
그럼 어떻게? 간단하다. 동맹국가와의 동맹이익이 충돌할 때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익을 우선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의 집권정부가 문재인 정부라면 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전략과제와 정책목표를 우선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하기 위해 집권정부가 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그것을 해내어야 하는 것이 더 정언(正言)이고, 정권을 잡은 목적에도 부합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미국의 동맹국가 이전에 주권국가이고, 문재인 정부는 ‘위대한’ 촛불정부이기 때문이다.
문뜩 이 대목에서 다음과 같은 한 문장이 떠오른다. “그 어떤 동맹도 민족의 이익을 우선하는 동맹은 없다!” 촛불정부도 아닌, 그것도 보수정권하에서 만들어진 동맹철학이다.
또 문재인 정부가 착시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백번 양보하더라도 미국이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대북정책 전환과 관련한 바로미터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경질과 비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한 시그널 없이는 트럼프의 말장난과 ‘엇박자’ 정책은 계속될 것이다.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와 디마지오 분석관(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아시아분석관)이 자신의 트윗에 날린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옆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과정이 ‘단계적(step-by-step)’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며 “왜 하노이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선제적 비핵화를 고집하며 빅딜을 갑자기 꺼내들었다가 거절되자 뒤로 물러났나”라는 그런 비아냥이 그렇게 반복적으로 일어남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북에 대해서는 자꾸만 ‘어쭙잖은’ 중재자 역할 시그널을 보내지 않아야 한다. 즉, 무조건적인 한미동맹 원칙대신, 한미동맹의 정상화관점에서 국익우선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다자외교를 통한 평화로드맵을 만들어 가야하고,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2019년)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당면하여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와 같이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즉시 시행하여야 한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어서 더더욱 그렇다. 수많은 전문가들과 국제변호사들도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듯이 금강산 관광은 UN제재에 저촉되지도 않으며(백번 양보하여 숙박이 문제가 된다하면 크루즈에서 숙박을 해결하면 된다.), 또 관광과 개성공단의 경우 이른바 ‘벌크 캐시’가 우려된다면 제재가 풀릴 때까지 제3지대에 신탁하는 그런 방식의 우회로가 충분히 만들어 질 수가 있다. 이것이 문 대통령께서 그렇게 자주 사용하던 그 ‘창의적’해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그 한 형태이다.)
이렇듯 의지문제이다. 애초 잘못 꿰어진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꿰어야 하는 것이다. 인정하는 것이 정치적 굴욕으로 비춰질까봐 자꾸만 고집하면 창의적 해법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래 [보론]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꼭 성찰의 지점을 찾아내었으면 한다. 그런 문재인 정부를 기대해보고, 또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한 제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소식을 감히 소망해 본다.
[아주 짧은 보론]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중재안인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도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변 플러스 알파’ 조치로 비핵화 로드맵을 결단한다면, ‘인도적 지원 플러스 알파 제재완화’ 패키지를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머니투데이>, “되살린 핵담판 불씨..北 ‘로드맵’ 결단하면 美 ‘식량+α’ 패키지”(20190412)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희망적 사고는 절대 가능하지 않다’이다. 한번 생각해보시라. 북은 이번에 당 전원회의( 제7기 제4차)와 최고인민회의(제14기 제1차)를 열어 “자력갱생 전략으로 ‘제재 굴복’ 오판 타격주어야”라는 자력갱생노선을 채택하였다. 또한 ‘영변 플러스 알파’는 불가역적인 군사적 시설의 영구중단이다. 그것도 미국의 적대정책을 포기시키기 위해 그렇게 북이 인내하면서 버텨온 핵시설이자 심장과도 같은 시설이다. 그런 것을 그것도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실질적’합의내용이었던 최소한인 민생부분의 대북제재 철회가 아닌, ‘식량+α’로 그 불씨를 되살려내겠다? 희망도 이런 희망이 없다. 북이 ‘바보’국가가 아니라면 자력갱생노선을 전략노선으로 채택하고, 핵무력 군사부분의 주요시설을 영구중단하면서 그것도 불가역적으로 처리하고 꼴랑 ‘식량+α’의 인도적 지원으로 그 대가를 등가 한다. 그런 중재가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부탁컨대 그런 환상은 버리시고, 희망고문으로 국민들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 제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올시다’여서 그렇다. 오히려 정직하게 ‘미국의 그런 제안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가능하지도 않’고, 그런 가능하지 않은 제안에 집착하기보다는 ‘비록 한미동맹에는 불일치하나, 국가의 이익과 민족의 이익에는 부합하고 또 UN제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재개 노력에 더 심혈 하겠으며, 한반도의 염원인 평화체제구축문제가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평화정착의 이행경로가 막혔음으로, 지금부터는 평화를 통한 비핵화 이행로드맵으로 전환 하겠습니다’가 훨씬 더 문재인 정부답다.
민플러스, 2019년 4월 12일에 게재된 글입니다(필자와 협의하여 일부 수정 후 본지에 실린 것임).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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