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은 나폴레옹 3세조차 시기할 만큼 시끌벅적 했다. 이제는 우리가 정확히 무엇을 목도하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북미회담이라는 행사는 마치 헤비급 챔피언 쟁탈전처럼 꽤 노골적으로 홍보되어왔다. 트럼프는 끊임없이 전쟁을 들먹인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대사와 마이크 멀린 (Mike Mullen) 전 합참의장 등 강경파의 도움으로 만약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참혹한 결과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모하마드 알리(Mohammad Ali)가 조 프레이저(Joe Frazier)와의 결투 전, 반복해서 프레이저를 조롱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트럼프에게는 책임이 따르거나 지루할 수도 있는 실제 입법 행위와 정책보다 이 재미있는 과정이 훨씬 편안한 선택이었다.
리얼리티 쇼에 핵확산방지 전문가 데니스 로드맨(Dennis Rodman)까지 부록으로 붙은 이 만남을 위해 싱가포르가 낙점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싱가포르는 그냥 국가가 아니다. 아시아와 중동, 동남아시아의 세계자본이 흘러 드는, 이번 회담이 개최된 카펠라 호텔처럼 호화스러운 호텔이 무성한 초현실적 공간이다. 싱가포르의 5성 호텔들은 일반 서민이나 전문가를 위한 시설이 아니다. 빈곤인구가 적은 싱가포르는 마치 빗장도시처럼 조심스레 역내의 분쟁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시켜왔고, 덕분에 싱가포르를 일컬어 ‘사형이 있는 디즈니랜드’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번 행사는 그 의미도 모르는 자가 “CVID” 같이 현란한 단어를 주문처럼 반복해서 외는 목소리로 점철되었다. 진실과 정의에 대한 관심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전 과정이 심각하게 반(反) 지성적이었다. 미국은 트럼프가 중간선거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혼란만을 조성하기 위해 이성적인 토론없이 감성과 연계에 기대는 전략을 썼다.
우리는 언론 또는 회담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다음 사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벌이고 있는 소름 돋는 군비경쟁
2) 핵확산금지조약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미국의 차세대 핵무기 증강
3) 남북한 내 건조지 확산 등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 기후변화가 끼치는 영향
4) 남북한 모두에서 점증하는 부의 편중과 그로 인한 사회 및 정치의 왜곡
5) 더 이상 의미 있는 뉴스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쇠퇴한 언론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듣고 위안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트럼프의 대담한 행동이 과거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에게 접근했을 때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설을 읽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냉전의 종식도 그렇게 유사한가?
독일과 폴란드, 소련이 조약을 맺은 기이한 역사의 한 순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독일은 1938년 체코스로바키아를 분할할 당시, 폴란드가 보후만(Bohumin)을 원하자 이를 지지하였다. 이에 소련이 소련-폴란드 불가침조약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였으나 독일과 폴란드의 지배세력 간에 협력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1939년 8월 23일, 소련과 독일이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였고, 이윽고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고, 같은 달 17일 소련은 폴란드의 그 외 지역을 침공했다. 당사자들 간에 신뢰가 없었고, 시민 의견 청취 없이 몇몇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독점했기 때문에 협력을 위한 이러한 협약은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로부터 2년 후인 1941년 6월 22일,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며 그들의 조약을 위반하고, 인류 역사 상 가장 잔혹한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을 보면 의사결정과정이 전문가는 고사하고 의회의 의견조차 없이, 시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몇몇 인물들 곁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런 희비극은 트럼프의 정치적 천재성 때문이 아니라, 미국 내 의미 있는 정치 담론의 실패에 의해 발생되었다. 지식인들은 자신들만의 세상으로 물러났고, 형편없는 교육과 언론에 노출된 대부분의 시민은 혼자 힘으로 세상사를 버텨야 한다.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의 뮤직비디오 “This is America”는 9/11이나 찰스턴 교회 총기사고와 같이 끔찍한 폭력이 새로운 오락거리로 쉽게 잊혀지는 미국의 페티쉬적인 소비문화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미국의 시민들은 새로운 흥분을 추구하는 소비자로 몰락하고 있다.
꼭두각시 주인과 꼭두각시를 하나로 합친 마이크 폼페오
마이크 폼페오(Mike Pompeo) 미 국무부 장관이 대북 협상의 중심인물로 부상한 배경에 바로 이러한 문화적 환경이 있다. 폼페오는 미국의 역대 국무부장관들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수십억 달러 자산가인 찰스와 데이빗 코치(Charles와 David Koch) 형제의 명령을 받들며 권력을 잡았고, 극소수의 부유한 후원자 외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는 관심도 없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그는 올해 한 번은 CIA 국장으로, 최근에는 국무 장관으로 이렇게 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 북한의 비핵화계획을 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영철 부위원장과 심도 있는 만남을 갖기 위해 정부관리들과 동행했다.
트럼프 백악관에서 나오는 허위정보의 양과 국가기밀의 남용 등을 고려하면 폼페오가 정말 두 번만 북한을 방문했는지, 정부관리들만 데리고 갔는지 믿기 어렵다.
분석가들은 근거도, 논리도 없이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선제 핵타격을 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이번에는 나도 상상의 나래를 좀 펴보도록 하겠다.
평양 행 비행기에는 아마도 북한과 천연자원개발을 위한 독점계약을 맺기 위해 북한을 찾는 코치인더스트리스(Koch Industries)의 대표들이 타고 있었을 것이다. 북한에는 석탄, 우라늄, 철, 금, 마그네사이트, 아연, 구리, 석회석 및 전자산업에 꼭 필요한 희토류 금속이 상당량 매장되어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그 가치가 미화로 약 6조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광물의 양은 그보다 적다고 해도, 북한이 가진 노천 채굴이 가능한 광물의 가치는 하찮지 않다.
북한 내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독점계약을 원하는 기업들과 미국산 수입농산물을 팔기 위한 독점적 시장접근권을 얻어내려는 기업들도 타고 있었을지 모른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폼페오는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나 핵 확산금지에 대한 어떠한 진지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폼페오는 핵 확산 금지 협약을 시행하고 외교조약을 협상하는 기술적이고 까다로운 과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그는 수년간 의회에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이란과의 핵 협정을 훼손하기 노력했다. 게다가, 그의 전임자인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이 국무부의 거의 모든 고위급 공무원을 해임, 강등 또는 사직하도록 했기 때문에, 폼페오의 국무부에는 자기만 아는 냉소적 관료주의자들만 남았으며 따라서 폼페오는 말그대로 어떠한 진지한 협상에도 임할 능력이 없다.
미국이 이란 핵협상을 폐기하기로 한 결정은 폼페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미국 외교의 정통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 복잡한 조약을 위해서는 진정한 비확산 전문지식과 투명하게 문서화되는 협상이 필요했고, 다른 국가와의 협력도 요구되었다.
오늘의 미국은 국제법과 외교관례를 그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무시하고 있다.
우리는 한번도 가지 않은 위험한 해역에 와있다.
폼페오의 비즈니스 경력과 캔자스에서의 정치 이력을 보면 그가 평양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북한의 천연자원 개발을 위해 미국기업과 계약을 맺는 것, 값싼 북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미국기업과 계약을 맺는 것을 언급했을 것이다. 만약 “비확산”이라는 말이 한번이라도 나왔다면, 무력외교로서 “우리에게 석탄, 구리, 강철, 우라늄 그리고 금광 계약을 다오. 그렇지 않으면 침략하겠다”는 형식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폼페오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다국적 기업의 주도 하에 이뤄진 이라크의 개발을 모델로 삼고 있다. 당시의 개발 콘셉트는 이라크의 화석연료자원을 분할하고, 이라크는 한번도 요구한 바 없는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벡텔(Bechtel)과 헬리버튼(Halliburton)에 계약을 몰아주는 것이었다.
이 모델은 현재 폼페오의 고객들이 워싱턴에서 구상 중인 이란의 경제개발모델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벌써부터 정권 교체 또는 전쟁 후 화석연료의 분할을 계획 중이다.
폼페오는 북한에서 무엇을 논의했는가
대북 협상 내용을 가늠하기 위해 지난 5월 14일 평양에서 돌아온 후 폼페오가 기자회견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살펴보자.
“미국인들이 들어가게 될 겁니다. 일반 시민이 아니라 민간 부문이 북한에 가서 에너지 그리드 건립을 돕게 될 겁니다. 북한은 엄청난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Voice of America)
“민간 부문 미국인들”이 물밀 듯 북한으로 달려가 에너지 그리드 건립을 할 수 있다는 폼페오의 제안은 일반 납세자의 부담이 아닌, 긍정적인 무엇인가로 비춰진다. 하지만 단시간 내 이익을 탐욕스럽게 추구하는 사기업들은 북한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엉성한 에너지 그리드를 짓고 말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에너지 그리드는 폼페오의 최우수 고객인 코치 형제가 채굴한 저렴한 석탄으로 가동될 것이다.
북한이 필요한 것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아니다. 비영리 NGO와 학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한마음으로 진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을 교육시켜 채굴의 환경파괴적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비해야 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고, 이것이 미국 언론의 일반적인 논조가 되었지만 그러한 가정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 북한이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수익에 눈이 멀어 근시안적 결정을 해야 하는 기업들의 정치개입을 겪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중국보다도 저렴한 북한의 숙련 노동자를 착취해 거액을 벌 수 있는 저임금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북한주민들은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 북한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가혹한 노동착취로 부를 축적할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폼페오는 석탄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파괴력은 안중에도 없다. 그는 기후변화는 헛된 믿음이며, 또는 화석연료는 경제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조장하기 위해 코치형제가 설립한 엉터리 연구기관이 발간하는 쓰레기과학 보고서를 버젓이 홍보한 기록이 있다. 또한 그는 하원의원으로서 공장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미국의 규제에 일관된 반대입장을 취해왔다.
폼페오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발언도 했다.
“사회기반시설과와 북한 주민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개발하기 위해 북한과 함께 일할 것이며, 미국 농업계는 북한 주민이 고기를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폼페오의 상상 속 사회기반시설은 아마도 고속도로와 발전소, 정수장, 초고층 아파트단지, 부자들을 위한 호화 쇼핑몰 등을 포함할 것이다. 일반 주민의 피땀과 지도층의 무분별한 방종으로 이루어진 사회기반시설이다.
북한의 개방은 무모한 소비와 쓰레기의 촉진을 의미할 것이다. 북한이 처음부터 전문지식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외부 전문가에 많은 의존을 하도록 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내 정부기관을 파괴하고 미국 전역을 사유화 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북한의 모든 사회기반시설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다국적 기업에 의해 운영될 것이고, 그렇게 추구한 이윤은 일반 북한 주민에게는 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 뻔하다.
폼페오의 어이없는 발표 중 미국산 고기를 먹는다는 발언이 가장 거슬리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상당 수의 연구에서 미국 소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합성호르몬과 항생제가 심각한 건강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마당에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건강해질 것이라는 가정을 하다니. 나라면 미국 소는 어떻게든 피하겠다.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북한주민에게는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미국의 공장식 축산농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땅에서 소규모로 닭이나 돼지를 기르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미국 농장들은 소에게 건초 대신 옥수수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소들이 대기 중으로 탄소를 배출하게 되고, 그 결과 환경을 끝도 없이 오염시키고 있다. 수입 소고기는 북한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북한이 필요한 것은 농업산업으로 인해 지난 수십년간 파괴된 토양과 산림을 재건하기 위한 노력이다. 맥도날드처럼 정작 기초 영양소는 부족한 패스트푸드의 형태로 미국산 농산물에 중독되는 것이야 말로 북한주민이 원하지 않는 일이다.
트럼프가 아무리 트위터로 떠들어도, 이산가족상봉이나 사회 및 의료분야에 NGO가 참여한다는 소식은 없다. 북한주민의 진정한 관심은 무엇인가에 대해 지식인들이 진지하게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조차 없다.
대신, 언론이 이런 저런 중요한 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암시를 하며 우리를 애태울 뿐이다. 미 의회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불가능한 과제의 완성을 트럼프 정부가확인할 수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능력도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의 표면과 이면의 격차
미국 국무부 본청인 해리 트루먼 빌딩의 전면부는 인턴쉽을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하는 전세계대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인기장소이다. 1941년 지어진 이 석회석 전면부는 WPA (미국 공공사업촉진국) 건축양식을 정제한 양식으로 절묘하게 절제된 우아함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시즘에 맞서 싸운 외교관들이나 유엔을 설립하기 위해 조지 마셜(George Marshall) 국무장관과 늦은 밤까지 고생한 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고풍스러운 아름다음이 묻었다.
그러나 이렇게 달콤한 상상은 오늘날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일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모든 윤리적이고 능력 있는 전문 외교관들을 이 건물에서 쫓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고위 외교관들을 노골적으로 해고하거나 스스로 떠나지 않을 수 없는 불쾌한 환경을 조성했다.
국무부 종말의 마지막 단계가 다소 급하기는 했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교착 상태가 정점에 달했을 뿐이다.
국무부의 종말은 연방정부의 종말이라는 더 큰 사건의 일부이고, 그 시작은 1970년대였다. 로널드 레이건과 그의 부자 측근들이 권좌에 앉은 1981년, 그들은 연방 공무원이 기존에 누리던 보호조치를 박탈하고 이들의 노동조합을 훼손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전문 공무원들은 권위의 기반을 잃기 시작했고 더 이상 정치인을 견제할 수 없었다. 정부기관은 더 이상 지식인들에게 매력적인 직장이 아니었고, 지식인들은 변호사가 되거나 은행에 취업했다.
레이건 정부는 정책 민영화의 첫 걸음을 내디뎠으며, 장기적 정책이 아닌 이윤을 추구하는 사설 싱크 탱크, 컨설팅기업, 그 밖에 정부에 기생하는 기관들에 납세자의 세금을 배정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자체 전문성을 개발하기 위한 자금에 목말랐고, 어쩔 수 없이 컨설턴트들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이는 기업과 정부의 권력 관계가 영구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의미했다.
국무부 내 전문성을 찾으려는 전쟁은 조지 부시(George W. Bush) 정부 출범 이후 더욱 급박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언제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세계대전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우익 극단주의자들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정부 내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지 테넷(George Tenet)이 CIA에 버티고 있었고, 자유주의 성향의 공화당 출신 콜린 파월(Colin Powell)이 국무장관이 되었다. 이 둘이 영웅은 아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오래 살아남아준 덕분에 딕 체니(Dick Cheney)와 도널드 럼즈벨트(Donald Rumsfeld) 처럼 자신의 불법행위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모조리 제거해버릴 기세인 자들의 활동이 부분적이나마 성공하지 못했다. 여전히 연방정부에는 외교와 안보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훌륭하고 의욕적인 자들이 남아있었고, 이들은 체니 부통령의 임기가 한창일 때도 공개적으로 부시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러한 저항의 목소리로 인해 체니와 그 측근들의 시도한 이란과의 전쟁이 두 번이나 (또는 그 이상) 좌절되자, 우파 진영에서는 공무원 체제 전체를 무너뜨리고 그 기능은 기업에 위탁해 버리기로 결정했다. 민간 부문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명령을 불복종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정부에 남아있던 사람들도 달라졌다. 평범한 공무원들의 대우는 형편없어진 반면, 고위공무원들은 특전을 받았고, 퇴직 후 컨설턴트로 일하며 거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원래 미국의 정책결정은 정부의 기능인데 이것이 이윤추구 단체의 손에 맡겨졌으므로, 현 정책입안 제도가 위헌임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무부가 전문성을 상실하고, 의사결정과정에서 국무부의 입지가 무너졌더라도, 폼페오가 진짜 권력을 쥐고 있고 책결정을 이행할 능력이 있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그는 의회를 완전히 무시하고, 법률 절차 문제를 유린할 수 있기 때문에 역대 국무장관들보다 강력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지난 30 년 동안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전체를 둘러싼 변화의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만 위축되어 기업을 견제할 능력을 잃고, 정책입안을 이윤을 쫓는 법조계와 로비스트, 컨설턴트에게 전가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시민들은 정책입안이라는 민주적인 과정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스코치폴(Theda Skocpol)은 <민주주의의 쇠퇴: 미국 시민생활의 변모>(Diminished Democracy: From Membership to Management in American Civic Life)라는 책에서 모든 계층의 미국인들이 민주주의에 일상적으로 참여하던 관행이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과거 미국인들은 학부모 모임이나 라이온스 클럽 조찬, 동네 행사 등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만났고, 퇴역군인 모임과 여성단체, YMCA나 보이스카우트 등의 모임 등을 통해 한데 모인 반면, 오늘날 미국 시민은 혼자 지내거나 소수의 친구들과 스타벅스에 앉아 대중문화 이야기를 한다.
과거 세대에서는 그런 단체들도 선거를 했고, 많은 시민들이 이런 지역 단체들을 관리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1980년대 이후, 그 중에서도 특히 지난 15년간, 대부분의 시민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만 의견을 교환할 뿐, 참여와 헌신이 필요한 활발한 단체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선거운동과 정책입안은 여전히 계속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이 독점한 선거에는 시민의 생활 속 민주 단체가 낄 자리는 없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일상과 동떨어지게 된다. 정부는 불투명하고, 참여를 독려하지 않는 “경영” 스타일을 모델로 삼았고, 민주적 과정은 시들어버렸다.
일반 시민들이 민주주의 과정에 참여를 하지 못하는 동안, 부유 계층과 기업들은엄청난 돈을 지출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충족하는 NGO를 설립할 수 있었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신문과 잡지를 찾거나 광고예산으로 인수해서 이 뉴스 저 뉴스 다니며 북한의 위협이나 자유무역의 이점이라는 허상을 설파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자금을 댔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폼페오는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의 소위 “보수주의자”는 극소수의 우파 기업이 소유한 상업매체가 조직적으로 허위정보를 보도하는 가운데 미쳐가는 세상을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무고한 시민들일 뿐 정치적 신념에 의해 탄생된 무리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고등교육을 받은 운 좋은 사람들은 이런 트럼프 지지자들이 겪어온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도 없이 이들을 “어리석은” 유권자로 치부해버린다.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해 전문가와 언론인을 매수하고, 관객이 없는 행사를 만들어내고, 기업 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운동을 하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 과정은 미국을 지지하는 NGO 모임(NGO People for the American Way)가 1996년 발간한 보고서 “Buying a Movement” 에 세심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어두운 자본이 미국 정계를 집어삼킬 무렵 작성되었고, 이후 20여년간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기업의 영향력 확대는 미국 정책 과정 왜곡의 첫번째 단계에 불과했다. 장기적으로 소수의 개인들이 엄청난 부를 가지면서 미국은 갑부의 부 축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기업이 아니라 개인 부호들이 황제처럼 책임은 지지 않되 정책은 결정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갔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지속된 감세와 친 기업적 규제완화는 완전히 새로운 정치 세계를 만들어냈다. Wealth-X Report와 이들이 발간한 “2018년 부호 인구조사”에 따르면 부호의 재산은 2017년 24% 증가했으며, 세계 GDP의 12%인 9조2천억달러가 이들 손에 있다.
20년 전에는 기업의 대표들이 정책에 대단한 영향을 끼쳤지만 민간 부문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고, 느슨하고 관대한 능력중심주의에 대한 책임을 졌다. 그런데 이제 이들은 빌 게이츠(Bill Gates), 제프 베조스(Jeff Bezos),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워렌 버핏(Warren Buffet) 등 마치 현대의 예언자라도 되는 듯 한마디만 하면 언론을 휩쓰는 억만장자들에 자리를 내주며 물러났다.
그러나 비밀스러운 돈 더미와 언론 통제로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시킨 숨겨진 억만장자들이 있다. 강경 친 이스라엘파인 셸던 애덜슨(Sheldon Adelson)과 버나드마커스(Bernard Marcus), 로버트 머서(Robert Mercer),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석탄 석유의 큰손인 데이빗과 찰스 코치 형제가 그들이다. 이 갑부들은 정치에 충분한 돈을 댐으로써 사회 전체를 쉽게 손아귀에 넣고, 자신들의 요구에 가장 먼저 응답할 대통령을 뽑기 위한 도박을 했다. 모순덩어리의 우스운 트윗과 멍청한 보도로 세상 사람들이 혼란을 겪는 상황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지금까지는 이들의 수가 옳았다.
5년 전만해도 이런 시나리오는 불가능했다. 최근의 “세제개편”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한 부의 대물림은 이 갑부들과 그들의 측근이 권력에 취해 앞으로는 더 과감히 행동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합산 자산가치가 대략 1천억 달러를 초과하는 코치 형제가 바로 마이크 폼페오를만든 힘이고, 폼페오는 미국인이나 국제사회의 요구는 커녕, 연방정부 관료로서 자신의 의무가 아닌 코치 형제의 요구에 응답하고 있다.
물론 폼페오는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수석으로 졸업한 똑똑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코치 형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충성을 통해 이 자리까지 올랐다.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급격히 부가 집중되는 세상에서 굳이 힘없는 자들을 위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음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 현재 폼페오는 무시할 수 없는 진짜 권력을 쥐고 있고, 해리 해리스 대사및 다른 인물들과 북한문제를 두고 샅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폼페오의 권력은 미 국무부의 공무원이나 CIA 또는 국방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권력은 코치형제가 가진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폼페오가 빚을 지고 있는 다른 이익단체로부터 나온다.
폼페오는 코치형제(찰스와 데이빗 코치)와 그들과 연계된 석탄석탄채굴 이익단체로부터 미 의회의 그 누구보다 많은 돈을 받았다.
Documented Investigations의 이사를 역임 중인 리스 그레이브스(Lisa Graves)는 한 인터뷰에서 폼페오가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코치 형제와 밀접한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폼페오는 반사적으로 코치형제가 제안한 입법을 지지하고 캔자스 유권자의 문제는 무시했다. 그러다가 그는 기업을 규제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정부의 능력을 제한하자는 코치의 운동에 앞장서게 되었다.
이렇게 정부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허울좋은 싱크탱크를 만들고, 정작 정부의 권력남용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기업의 범죄행위에 맞설 능력만 제한하는 “제한된 정부” 같은 생각을 옹호해야 했다.
Food and Water Watch를 이끌고 있는 위노나 호터(Wenona Hauter)는 “폼페오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입찰자에게 자신을 팔 수 있는 기회주의자”이며, “그는 GMO 식품 표기를 요구할 수 있는 주 정부의 권한을 막았을 때 이미 캔자스 유권자를 무시했다. 그의 충성심은 유권자가 아니라 몬산토(Monsanto )와 위험한 농화학물질, 그리고 모든 농부가 이 물질에 비정상적으로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을 향해 있었다.”고 말했다.
폼페오는 의회에서 쓰레기 과학을 옹호하고, 기후변화를 부인하며, 코치형제가 출자한 단체가 출간한 가짜 연구결과를 배포해 마치 환경오염의 영향과 코치형제의 뻔뻔한 범죄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듯 주장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호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치형제가 수천만 달러를 들여 기후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부정하기 위해 쓰레기 과학을 선전했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이 완벽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과학계는 기후변화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코치형제의 노력은 이게 끝이 아니다. 코치 반대 단체인 “UnKoch My Campus”은 코치형제가 자신들의 위선적 “자유시장” 정책, 즉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는 기업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옹호해줄 교수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대학의 교수임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는지를 보여주는 문건을 발표했다. 코치형제는 여러 대학의 교수진 임용과 고용유지 결정 시 비밀리에 자신들의 발언권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또한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 법인세와 정부의 규제는 최소한으로 줄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청년기업가(Youth Entrepreneurs)”를 육성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
김정은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은 어떻게 될까?
나폴레옹 3세나 바이에른의 “미치광이 왕” 루트비히 2세에 버금가는 글로벌 리더십을 목도하고 있다.
안보와 국제관계 전문가들도 생각이 많을 것이고, Fox News와 CNN은 큰 돈 벌 생각에 들 떠있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정책 결정일수록 흥미거리에 집중하는 상업언론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다. 트럼프는 이번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Fox News를 보다가 Friends도 보다가 트위터로 아리송한 말을 끄적거리는데, 잘못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루돌프 줄리아니(Rudy Giuliani)가 언론이 호들갑스럽게 타전하기 좋도록 국내외의 폭력사태를 가슴 철렁한 메시지와 함께 알려주고 있다.
줄리아니는 트럼프가 전 FBI 수사국장인 제임스 코미(James Comey)를 처벌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전직 관료가 다른 전직 관료를 상대로 위협을 가하는 모습은 1850년대 이후 농담으로도 들은 바 없다. 줄리아니는 또 트럼프가 김정은이 회담을 구걸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후자는 논점을 흐리고, 결과가 무엇이든 개의치 않는 전형적인 관심 돌리기 수법 같지만, 최대한 모욕을 주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요상한 발언은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급격한 정부통제의 붕괴와 무력사용을 향한 움직임을 암시하고 있다.
카펠라 회담은 몇 가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선, 이번 정상 회담은 FBI 수사 막후에 있는 세력과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선택한 정치적 삼각측량의 수단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을 이기기 위해 그들의 전술을 베껴 이번에는 자신들이 강경파임을 외치면서 상당부분 우파 논리로 돌아섰다. 그들은 북한이 다섯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대북제재 완화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우경화는 (러시아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함께) 마치 트럼프가 탐욕스러운 민주당 (그리고 공화당) 주류에 반대되는 개방적인 진보성향 인사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미국 역사 상 가장 역진적이고 부패한 대통령으로서는 대단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민주당의 변혁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의 절반 가량은 군대와 정보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다수가 심각한 이해의 상충을 겪고 있어 러시아와 이란, 중국 또는 북한에 대한 강경입장을 내려놓기 어렵게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오늘날 민주당은 한 때 민주당의 이름으로 데니스 쿠시니치(Dennis Kucinich)와 폴 웨스톤(Paul Wellstone) 같이 사려 깊은 정치인을 지지한 단체들과 아주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하고 있다.
둘째, 이번 회담은 미군 내 강력한 분파가 미국과 이란, 러시아 또는 중국 (또는 셋 모두와) 직접적 군사행동을 요구하는 시점에 열린다. 그 목적지가 시리아가 될지, 남중국해, 아니면 심지어 북한이 될지는 모르지만 전면적 군사대립을 향한 움직임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평화에 대해 (법적강제성이 없는) 트윗을 날렸다는 얘기는 들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주한대사인 해리 해리스가 지난 5월 30일 “북한은 여전히 코 앞에 다다른 위협이다. 미국까지 날아올 수 있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갖춘 북한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도 아시는지?
여러분은 모르고 지나쳤더라도, 중국과 북한은 이 발언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대(對)중 압력은 극단으로 치닫았다. 중국인의 미국 방문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산업 스파이 활동을 하는 중국기업을 고발하고, 법과 국제조약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규모 무역보복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호주, 한국으로 하여금 중국에 적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북한의 미래에 관한 논의에서 중국을 완전히 소외시키도록 압박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이자 지구촌 인구의 6분의 1이 살고 있는 중국과 이렇게 억지로 대립을 조성하는 것이 좋은 전략일리 없다.
중국은 미국이 하지 못하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과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한국, 일본 및 다른 동맹국들 간의 논의를 보면 미국과의 동맹에 대한 열의가 훨씬 희미해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이들의 침묵에서 상반된 감정의 교차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현재 미국 외교정책에서 “적색거성” 효과를 보고 있다. 적색거성은 별이 소멸하기 직전 단계로 핵에 있는 수소를 소진하고, 별을 움직인 핵반응이 멈추는 시점이다. 별의 중심부는 중력에 의해 수축, 수소를 흡수하고, 힘을 잃은 중심부 근처에서 느리고 불분명한 융합반응이 시작된다. 그 결과, 이 별은 더 광대한 표면영역까지 나아가지만 그 강도는 훨씬 감소한다. 결국 이 적색거성은 에너지를 다 쓰고, 마지막으로 한번 백색왜성을 형성한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발산 중인 막대한 군사력이 아시아 전문가 육성의 실패와 대사관과 싱크탱크의 전문성 상실,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한 문화적 학술적 교류의 실종과 맞물린 모습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정책을 생산할 수 있는 중심부의 힘을 잃은 미국이 통제 불가능한 방법으로 팽창은 하겠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 팽창은 필연적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미국이 북한과 진정한 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세계대전을 향해 다가가는, 이 모순적이지만, 불가능하다고 할 수만은 없는 시나리오를 염두해야 한다. 중국과의 전쟁에 시동을 거는 미국 내 목소리에 침묵하는 주류언론이 추악하게도 우리의 귀를 막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경제의 군사화라는 미국의 치부를 가려주는 무화과 잎사귀의 역할도 했다.
우리에게는 근본적인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의 초기 추진력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정치적 의미의 합기도를 수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시작한 이 힘이 새롭고 긍정적인 방향을 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시민으로서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우리는 이 회담을 십분 활용해 애정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회담 이후, 브레턴우즈 회의(1944)와 유엔회담(1945)에서 확립된 글로벌 거버넌스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자기도취에 빠진 정치인들에게 모든 공을 넘겨서는 안된다.
한국 이름 이만열. 지구경영연구원 원장, 아시아 인스티튜트 연구원. 하버드대 언어문화학 박사. 한중일 고전문학 전공하고 2007년부터 한국에 거주. 환경운동을 하고 있으며 신문 필진으로도 활동. '한국인만 모르는 더 큰 대한민국'(2017)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2013),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2011) 등 한국어 책 5권 출간.
후원으로 다른백년과 함께 해 주세요.
북미회담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과 상황이 어떠한지 우리나라 언론 보도로는 알 수 없는 심도 깊은
분석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