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19년 7월부터 진행해온 기획칼럼 <더 많은 권력을 시민에게>는 총 17회로 구성하여 격주에 한번씩 소개하였으며,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게재하면서 마무리합니다.
“더 많은 권력을 시민에게” 제목으로 21세기 새로운 흐름인 직접민주주의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현재의 한국정치로는 미래의 희망이 없습니다. 1%의 소수를 위한 정치에서 99%의 시민을 위한 정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례성을 100%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비판하고 결정하고 통제하는 민치 – 시민권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책의 내용을 격주를 통하여 약 10개월 간 연재하고자 합니다. 직접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은 시중의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을 통하여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날 유럽에서는 많은 법규는 [유럽공동체의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직접 만들어지거나 적어도 유럽공동체의 법규와 양립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유럽연합은 대의 기관을 갖춘 주권 국가들의 연합체이지만, 그 구조 자체가 연방국가와는 다르다. 수많은 유럽 시민들은 느낌 상 유럽 차원에서 보통 시민인 자신들의 표가 그다지 중시되지 않는 반면,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소수들의 이익은 더 많이 반영되는 듯하다고 느끼고 있다. 유럽연합의 핵심 목표인 유럽연합 내의 국경없는 시장에서 경제는 초국가적인 것이 되었고 유럽연합의 집행부도 힘을 얻게 되었지만, 그들의 민주적 통제에 강한 강제력이 뒤따르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아직 국가적 울타리에 갇혀있는 듯하며, 유럽의회 내에서 초국가적 민주주의를 향한 발걸음은 너무나 소극적이다. 유럽연합은 세계최고 선진국들의 연합 프로젝트이지만, 근본 가치 중 하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아직 완성에 이르지 못했다. 그것은 민주주의이다.
유럽연합을 민주화해야 하는 이유?
유럽연합은 매우 특별한 조직이다. 국가가 아니지만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법령을 승인할 수 있는데, 이 법령은 실제로 개별국가의 법규를 침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구속력있는 법률 규정권을 지닌 유럽연합은 여타 초국가적 조직들과 확실히 구분된다. 유럽연합의 기구들은 제도화된 구조와 완전히 민주적인 민주주의 절차를 갖추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곧 기구의 중심에 시민들이 직접 선출하여 좀더 정치적 합법성을 지닌 기구, 곧 유럽의회EP가 결정권을 지니고 있지 않다. 유럽연합 리스본 조약이 유럽의회의 역량을 강화시켰지만, 국가 민주주의 특유의 권력 분산이 유럽연합에서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유럽연합은 커다란 정치적 방향의 결정은 물론 우리 일상 생활과 관련해서도 실로 폭넓은 법적 권한을 지닌다. 지속적으로 유럽공동체 차원으로 양도되고 있는 법적 권한들을 양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1998년~2004년 기간 동안 전체 법령의 83%가 브뤼셀에 양도되었다. 그러나 이런 법령들의 중요성을 잘 평가할 필요가 있다. 리스본 조약조차 법제권이 계속해서 브뤼셀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를 바로잡지 못했다. 다양한 법률 조항으로 유럽연합은 새로운 법적 권한을 지니게 되었지만, 그에 비해 시민들의 민주적 권한은 더 커지지 않았다. 대개 유럽연합에 법적 권한을 양도할 때마다 민주적인 통제력을 잃게 되는데, 유럽연합 차원에서 선출된 정치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가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종 유럽연합은 독특한 구조로, 연방국가 비슷한 특징을 지닌 국가들의 연합체로서 민주적 단일 민족 국가의 척도로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에 대한 우리의 반론은, 민주주의의 척도는 그저 좁은 의미의 국가들만이 아니라 권력을 행사하는 연합의 모든 결정에 시민들이 중심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가치와 원칙, 방법과 제도들로 이루어지며, 개별적 전통 국가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 조직에 적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럽연합 또한 민주적 권리라는 획득한 기준들에 맞춰 보아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에도 여느 국가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민주주의의 척도들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유럽연합은 다양한 정치부문에 입법 및 행정 권력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하나의 정부 조직처럼 작동하며, 1천 4백 억 유로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한다.
▪유럽의 통합과 그에 따른 유럽공동체 차원으로 법적 권한의 양도가 이탈리아 헌법에 허용되었으나 근본 원칙에 어긋나는 것일 수는 없다.
▪리스본 조약의 서문에 유럽연합 자체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연결되어” 있으며, 그러므로 유럽연합은 시민들이 그 원칙들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 줄 의무가 있다.
▪유럽의 시민들은 매우 다양한 법규와 조례의 영향을 직접 받으며, 그러므로 그에 직접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종종 유럽 통합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옹호하면서, 평화보장과 안정에서부터 시작하여 기능적인 단일 시장과 단일 통화, 노동 및 자본의 완전한 이동 가능성, 안정된 농가 수입, 대학생들의 교환 프로그램 등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들을 열거하곤 한다. 합법성이나 민주적 투명성이 부족한 것은 시민들이 누릴 직접적 이익, 곧 유럽연합의 결과물로 보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실상, 민주주의에서는 그저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바람직한 결과물인지 시민들이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은 정치 논리를 통해, 그리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각각의 구체적인 정책의 목표와 수단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재 정권들도 대체로 민주적 정통성의 부재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시민들을 위한 결과물이라는 관점에서 성과를 자랑한다. 그러므로 정치의 실제 성과가 시민들에게도 받아들여지고 승인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직접 민주주의를 하기에 유럽은 너무 크지 않은가?
230년 전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유럽 사람들 대다수를 열광시키기 시작했을 때 (이론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로서), 대개 다음 질문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었다. 어떤 환경에서 민주주의가 더 잘 시행될 수 있을까? 루소Rousseau는 더 작은 환경일수록 민주주의가 더 잘 작동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프랑스 혁명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같이 커다란 나라에서는 민주주의를 실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에도 이와 비슷하게 많은 동료 시민들에게 유럽, 곧 4억 5천 만 인구를 지닌(영국은 제외) 단일 유럽연합은 민주적 형태로 조직되기에는 단순히 지나치게 크다.
이와 상반되는 첫 번째 역사적 증거는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은 1776년 연방국이자 민주주의 국가로 건국되었다. 또 다른 증거는 인도인데, 인도는 1947년부터 연방국이자 다국적 민주주의 국가로 작동하고 있다. 2017년 인도는 13억 3천 9백 만 인구를 기록했으며, 벌써 2020년에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견되고 있다. 유럽연합 3배 인구 규모의 민주주의 체제이다. 유럽 차원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 전에, 주권자인 시민들에게 최대의 참여를 보장하려면 그 체제가 어떻게 조직되어야 할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질문을 들고 27개 국에서 인구 4억 5천 만에 이르며, 조만간 그 숫자가 더 늘어날 전망인 유럽연합 거주민들과 마주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통합된 유럽에는 5억 5천 만 명이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의회는 실행상의 이유로 선출 의원숫자 750명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유권자75만 명 당 한 사람의 의원으로 대표성이 매우 낮다. 이 경우 민주주의는 공허한 약속이 될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레퍼렌덤 권한으로 통합하는 수 밖에 없다. 유럽연합의 규모가 그 구조 안에 직접 민주주의를 끼워 넣는 것에 장애가 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대표성의 약화로 인해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2009년 새로운 리스본 유럽연합 조약은 유럽의회의 역할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 시민 발안으로 유럽 차원의 레퍼렌덤 권리를 향한 새로운 창을 열어 주었다. 반대로, 독일 연방의 전 정부 관료이자 2001-2003년 유럽 헌법 제정 협의회의 주요 주창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요슈카 피셔Joschka Fischer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전혀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 곧 유럽연합은 직접 민주주의를 하기에는 지나치게 크다는 생각이었다. 유권자 규모는 물론 레퍼렌덤 절차를 작동시키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숫자만이 어떤 시민 정치 참여 시스템이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선언하기 위한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을까?
민주적 정부 형태의 적용은 모든 차원의 정부에서 민주적 제도와 권리와 법규가 제대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지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어떤 특정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제도화는 주로 해당 주민들의 뜻에 달려 있으며, 그 다음으로 시민들의 문화적 수준에 달려있다. 유럽 시민들은 관찰하고, 성찰하고, 토의하고, 여론을 형성할 능력이 있는가? 그들은 평화롭게 서로의 의견을 대조하고 경청할 수 있는가?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과 그들 주위 공동체의 운명에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가? 그들은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입수하고 바람직한 미디어에 접근할 기회를 갖고 있는가? 그들은 전반적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이나 프로젝트를 마련할 수 있는가? 미디어들은 독립적이고 정치, 경제적 세력들을 견제하고 있는가?
이런 요인들이 유럽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결정한다. 만일 지금 유럽연합이 충분히 민주적인 조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무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력이나 의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유럽연합 지역의 민주적 체제들은 시군, 광역 및 국가적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다. 어째서 그 같은 유럽 시민들이 직접 민주주의의 도구들이 통합된 의회 체제에 기반하여 초국가적 차원에서도 강력한 민주주의를 조성할 능력이나 관심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일까?
직접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규모가 작아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극복되었지만 이는 장 자크 루소의 오랜 가설이었다. 유럽연합이 직접 민주주의에는 지나치게 크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더 커진 것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공간이며, 이 공간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살고 있을 수록, 순전히 의원들만이 직접 참여권을 지닌 대
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유럽 시민 발안: 유럽연합에서 직접 참여를 향한 첫 발걸음
2012년 4월 1일부터 유럽연합은 리스본 조약으로 도입된(제11항 4절) 시민들의 새로운 참여권인 유럽 시민 발안ECI: European Citizens’ Initiative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60여 건 이상의 유럽 발안이 제기되었지만 단 4건만이 백 만 명의 서명 문턱에 도달하여 유럽의 의사 결정 절차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는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초국가적 직접 민주주의의 첫 번째 권리 행사이다. 최소 7개 유럽연합 회원국에서 적어도 백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유럽위원회에 유럽공동체에 법적 권한을 지닌 법령 제안을 제시할 권리를 지닌다. 그러므로 유럽 시민 발안ECI은 일종의 “집단 청원”으로서, 시민들은 유럽연합 기구들에 발안을 채택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이는 유럽공동체의 입법을 위한 초기적 직접 참여 형식이며, 그렇더라도 유럽위원회에 어떤 행동을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는다. 만일 유럽위원회가 시민들의 제안을 기각한다면, 그 어떤 레퍼렌덤 투표도 따르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시민들의 모든 발안이 거기서 끝난다. 그러므로 유럽 시민 발안은 의회 측에서 기각된 후 국민투표가 따르지 않아 사라지고 마는 이탈리아 버전의 국민발안 법제안과 매우 흡사하다(이탈리아 헌법 제50조).
유럽 시민 발안은 최소 백 만 명의 시민들이 유럽위원회의 정치 의제에 영향을 주기 위한 국민 청원에 비교할 수 있지만, 레퍼렌덤 투표를 실시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완전히 무익한 도구는 아니다. 백 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유럽공동체에 법적 권한이 있는 어떤 정치적 제안을 지지한다면, 이는 어떤 로비나 비정부 기구들이 제기하는 단순한 호소와는 다른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유럽 시민 발안으로 초국가적 형태로 조직되어 일하는 시민 사회는 유럽위원회나 다른 유럽 기구들이 간과할 수 없는 강력한 제안들을 표현해낸다. 그러므로 유럽 시민 발안은 여러 조직들에 유럽공동체의 다양한 정치 부문에서 하나의 새로운 압박 루트를 제공한다.
어쨌든 유럽 시민 발안은 초국가적 직접 민주주의의 첫 도구이긴 하지만, 유럽 연합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기에는 너무나 약한 권리이다. 결정에 영향을 주는 참여는 오직 시민들이 자신들의 유럽 국민발안과 유럽 실행 레퍼렌덤에서 투표할 자격 또한 부여받아야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유럽연합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결정들이 그저 강력한 로비의 압박에 놓인 브뤼셀에 집중된 테크노크라트들이나 유럽의 정치 엘리트들에게만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시민들은 자신들이 공공 영역이나 정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느끼게 될 것이고, 유럽은 시민들 차원에서도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유럽 시민들에게 필요한 레퍼렌덤 권리들
지금까지는 유럽연합에 전통적인 직접 민주주의의 도구들이 없다. 2012년 도입된 유럽 시민 발안ECI은 전통적인 레퍼렌덤 권한, 곧 국민발안과 선택적 혹은 의무적 실행 레퍼렌덤을 대신할 수 없다. 그것은 보다 민주적인 유럽을 위해, 유럽의 입법을 통제하고 시민 사회에서 나온 제안들로 대의 기구들을 자극하기 위해 양도할 수 없는 권한을 말한다. 이 시점에서, 추후의 유럽 조약문서 개정을 염두에 두고,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레퍼렌덤 권한을 되짚어 보며 다음 세 가지 종류의 직접 참여권을 제안할 수 있을 듯하다(베네딕토, 2010).
1) 국민발안의 법제안들에 투표하기 위한 유럽 레퍼렌덤을 포함하는 국민발안 입법권 (이탈리아의 법률 용어로는 ‘유럽의 제안 레퍼렌덤’이다). 일정 최소 인원의 시민들이 오늘날 유럽위원회와 매우 제한된 형태로 유럽의회에만 국한된 권한인 유럽의 법률 입안을 제안할 권리를 지닌다. 이 권한은 세 단계로 나뉘는데, 최소 백 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제기한 국민발안의 유럽 법률 제안으로 시작하며, 이어서 의회에서 토론을 거친다. 이 제안이 기각된다면, 시민들은 서명보다 더 높은 인원으로 레퍼렌덤 투표를 요청함으로써 이를 유럽의 제안 레퍼렌덤 실행으로 가져갈 수 있다.
2) 국민의 거부권, 곧 유럽의 실행 레퍼렌덤. 어떤 새로운 유럽공동체 법령이 승인되고 나서 일정 기간 내에 유럽 시민들은 이미 유럽연합 기구들에서 승인된 법령이나 어떤 새로운 회원국의 유럽연합 가입 여부에 대해 선택적 실행 레퍼렌덤을 요청할 권리를 지닌다. 이 레퍼렌덤을 “선택적”이라고 정의하는데, 일정 최소 인원의 시민들이 그 레퍼렌덤을 요청할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3) 유럽의 의무적 실행 레퍼렌덤은 향후 헌법 조약의 개정에 대해 자동으로 규정되었다. 곧 최소 인원 시민들 편에서 특정 요청이 없이도 법으로 규정되어 있음을 뜻한다. 이런 이유로 이를 “의무적 레퍼렌덤”이라고 한다.
“유럽의 레퍼렌덤”에서 투표권을 지닌 모든 유럽연합 시민들은 잠정적으로 유럽공동체 제도권의 어떤 반대 제안에 맞서 제기된 국민발안 제안에 관하여 결정하기 위해 투표하도록 요청받는다. 유럽연합의 독특한 제도적 구성은 소수 회원국들이 계속해서 소수파의 위치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한 일련의 메커니즘을 지닌다. 그러므로 유럽의 레퍼렌덤 투표에 그런 연방적 요소를 넣는 것이 불가피할 것인데, 곧 “이중 과반수”를 규정해야 한다. 스위스에서 벌써 오래 전부터 이를 규정하고 있는데, 연방 레퍼렌덤 투표에서 총 투표자들 표의 과반수와 칸톤들의 절대 과반수가 둘다 필요하다(“Ständemehr”라고 한다). 이를 유럽 차원으로 가져가면 유럽의 투표에서 “연방”이라는 조건의 대의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 투표자들 표의 과반수만이 아니라 대다수 회원국에서 나온 표들의 과반수 또한 요청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제안에 대해 만일 투표자들의 과반수가 찬성을 표시하고 유럽연합 회원국(현재 27개 회원국 중 최소 14개국)의 대다수로부터도 승인된다면 그 제안이 수용된다는 뜻이다. “이중 과반수”는 연방이라는 의미에서 시민 숫자가 적은 회원국에 보호책을 제공한다. 유럽 레퍼렌덤 투표 또한 참여 정족수가 없는 것이 나을 것이다.
유럽의 시민들은 새로운 나라가 유럽연합의 회원 자격을 얻는 것에 대해서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나 제도권에서 공포하는 가부형 레퍼렌덤 투표(플레비사이트)는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은 이미 자국의 정치에 쉬운 환호를 얻기 위해 이용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으며, 진정한 국민발안의 표현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주의의 발전은 현재 유럽연합의 제도적 틀에서 민주적 결함을 보완할 수 있고, 유럽의 참된 여론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지만, 그것이 유럽 민주주의를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유럽연합 내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도전들
직접 민주주의의 도구 도입은 나름의 어려움에 봉착하는데, 유럽연합은 완전히 독특한 나름의 스토리와 정치적 구조가 있는데, 그것은 유럽연합을 이루는 여느 단일 국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이런 종류의 초국가적 민주주의 프로젝트가 공통으로 갖는 특유의 문제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많은 시민들이 유럽연합은 지나치게 크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긴다.
▪유럽연합은 모든 차원에서 명확한 법적 권한이 구분되어 있거나 제도권과 권력의 분명한 위계 질서를 갖춘 연방 정부가 아니다
▪유럽연합은 성숙한 의회 민주주의 조직이 아니며, 유럽의회 또한 아직은 힘이 없고 유권자들 측의 관심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의 레퍼렌덤 도구에 대해 확신이 없는데, 그것은 일부 회원국들 차원에서 비슷한 도구들에 대해 부정적인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회원국 대부분은 중앙집권국가들이며 수많은 시민들이 이미 자국에서 정치적 의사 결정을 하는 본부들과 그들 일상의 상황 사이에서 느끼는 거리감을 비난하고 있다.
▪직접 민주주의로 역사적인 혁신을 도입하고자 하며, 그러므로 우리는 정치 구조의 변혁이라는 필요에 직면해야 한다.
▪모든 시민들이 벌써 “세계적으로 의사 소통을 하는 시민들”로 변화되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대다수의 시민들은 그저 자기 모국어(게다가 지역적 방언)만 알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아직 정치적으로 다소 지방색이 강한 시각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유럽 직접 민주주의는 건설 중인 과정이자 과업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의 “민주적 후진성”에 대해, 유럽공동체 차원에서 모든 레퍼렌덤 권한이 갑자기 제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몇 개 국가군에서는 종종 레퍼렌덤 권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먼저 의무적 실행 레퍼렌덤부터 시작하여 앞으로 제정되고 개정할 수 있도록 활동하면서, 유럽의회에 입법 국민발안과 국민 청원을 할 수 있게 하며, 그 다음 계속해서 선택적 실행 레퍼렌덤 권리를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직접 민주주의의 유럽적 도구 도입에 처음부터 사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럽연합 민주주의의 초국가적 규모로 인해 유럽연합은 특별한 특징을 지니며, 이는 국가적 민주주의에서 제기되는 것들에 비해 다음과 같이 독특한 요구사항을 만들어 낸다.
▪지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발안의 결정이나 절차가 일방적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발안들은 가능한 한 여러 나라에서 모든 사회 계층에서 나온 것이어야 한다.
▪여러 종류의 엘리트 의식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재정적 권력이나 잘 조직된 비정부 기구들의 권력이 직접 민주주의를 장악해서는 안된다. 직접 민주주의의 도구들은 그저 잘 조직되고 자금력이 있는 소수들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초국가적 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함으로써 “유럽의 공적 공간” 조성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유럽 국민발안을 다루고 실행하기 위해 기간을 정할 때, 제도권과 발안자들과 다양한 이익 집단들 사이에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협상과 노력에 충분한 시간을 허락해야 할 것이다.
▪유럽 직접 민주주의의 형태는 그저 유럽의 제도권에 시민들의 의견을 더욱 경청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들 또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도록 설계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국가적 민주주의가 당면한 위기는 이중적인 위기이다. 한편으로 회원국들의 국가 민주주의는 지나치게 간접적이며, 거의 항상 선거에만 기반을 두어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들로 보완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국가적이기도 해서, 초국가적인 막강한 경제 세력들을 감당하거나 견제해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 민주적 권력들은 초국가적인 방식으로, 곧 유럽연합의 유럽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오로지 대의적 요소들을 직접적 요소들과 잘 결합시킴으로써 우리는 유럽연합에 단순히 과반수로 정해진 결정을 초국가적 차원에서 통과시키는데 필요한 민주적 합법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은 시민들과 자연에 대한 관심에서 시장의 인간화와 문명화를 위해 요청되고, 꼭 필요한 합법성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게 직접 민주주의는 한 구석에서 벗어나 그 잠재성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며, 더 이상 플레비사이트적 요소들과 혼동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백년 출범 3주년을 기념하며 자축하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더 많은 권력을 시민에게” 제목으로 21세기 새로운 흐름인 직접민주주의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현재의 한국정치로는 미래의 희망이 없습니다. 1%의 소수를 위한 정치에서 99%의 시민을 위한 정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례성을 100%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비판하고 결정하고 통제하는 민치 – 시민권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책의 내용을 격주를 통하여 약 10 개월 간 연재하고자 합니다. 직접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은 시중의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을 통하여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후원으로 다른백년과 함께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