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4
  • 국제사회에서 추락하는 달러화
  • 어른이 된다는 것
  •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 미국의 은행위기에서 중국이 얻는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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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현금화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시장 역시 폭락할 위험성이 있다. 마지막 안전판인 미국채권시장이 흔들리면, 세계경제의 안정성이 파괴된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미국채권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과 수평적인 통화스왑이라는 거래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취임 2년 차인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기구(NSC)를 재편하여 대규모 전염병(팬더믹, pandemic)에 대한 예방조직을 축소시켰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이는 사실 그만이 보여준 실수는 아니었다. 1998년 빌 클린턴이 설치한 NSC내의 세계보건 안전조직을 다음해 조지 부시 대통령이 폐쇄시켰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를 폐쇄시켰다가 곧바로 복원시킨 예가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팬더믹pandemic같이 가능성은 낮지만 커다란 위험을 불러오는 사안에 대해 관료적인 행정조직이 매우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현대적 행정조직이 제공한 ‘위험관리의 규정’이라는 밀폐공간에 어색하게 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상기의 예가 NSC에 해당한다면,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관료들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경제정책 집단들이 광범위하게 이야기하는 예외적 위험(tail risks)의 대응에는 공공보건의 위기에 따른 국가경제의 심각한 중단조치가 한번도 거론된 바가 없었다. 물론 금융위기가 불러온 재앙에 대해서는 이야기했지만, 보건위기에 대해서는 공식 문건은 물론 비유적으로도 언급된 바가 없었다.

2008년 당시 부동산가격 폭락에서 야기된 금융의 불안은, 시장에 제공된 서프프라임 자금경색으로 인해 주요 은행들의 재무자산 위기를 초래하면서 경제의 심장기능을 위협했다. 부동산 가격의 폭락에서 출발하여 가계의 위기를 불러오며 발생한 대규모의 재정적 충격에 따라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가장 어려운 시기였던 2008-2009년 간의 겨울 기간에는 매달 75만 명의 실업이 발생하였고,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총 87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GM과 Chrysler 같은 간판 기업들이 도산의 위기에 몰렸고, 세계경제 역시 전례가 없는 통상의 위축을 경험하였다. 다행히 대규모의 통화와 재정 정책 덕분에 불황은 더 이상 심화되지도 장기화되지도 않았다. 국내총생산이 4.2 %의 위축을 겪고 2009년 10월에 실업률이 10%를 기록했지만, 2009년 하반기부터 회복이 시작됐다.

코로나-19에 의해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위축 과정을 확실하게 예측하기에는 아직 성급한 시점이지만, 불황은 불가피하게 다가온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제조업 분야는 2019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제부터 세계 주요 경제국가들의 활동이 몇 달간 중단될 것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장과 상점, 체육시설, 주점, 초중고와 대학 그리고 음식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성급한 예측이지만 지금부터 6월까지 미국 내에서 매달 약 1백만 명의 실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8-2009년 간의 상황보다 심각한 것이다. 항공업계 분야는 훨씬 비관적이다. 석유시장 수요의 격감에 따라 OPEC,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세일가스업체 등 산유국가 간에 무자비한 가격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에너지 산업 분야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가격전쟁이 지속되고 부채-디플레라는 파괴적인 주기의 순환에 직면하게 되면, 해당 기업들은 2008년 위기의 2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면서 국제적인 교역량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경제정책의 다양한 분야 속에 노동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의 불황에 따른 재정 정책의 고전적 목표는 분명하다: 소득세의 절하와 정부지출의 확장.

현재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파산을 방지하고 장기적인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일반적인 사회안전망이 아닌, 제한적인 부양정책이다. 또한 전염병 사태를 극복하고 나면, 크고 작은 공공의료 인프라의 확충에 투자해야 한다. 모든 국가들은 질병에 대한 감시체계, 발병원인에 대한 샘플확인과정, 응급시설, 그리고 충분한 예비적 의료역량 등을 개선해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금을 효과적으로 투입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사업분야도 생길 것이다. 이미 미국 경제의 18%를 차지하고 있지만, 의료 산업 분야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의 확대와 함께, 아마존과 줌(Zooms) 등 기업들이 활동하는 배달과 회의 같은 사업분야에 비접촉 시스템이 보편화될 것이다.

그러나 2008년에 경험하였듯이, 불황을 극복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위험이 있다 – 금융적 심장발작 문제이다.  불황은 공황과는 다르다. 이미 지난 3월 8일부터 시작된 금융시장의 공황은 반복적으로 시장에 출몰하는 형태로 위기를 가져온다.

당장의 현안은 석유협상 결렬에 따라 사우디가 선언한 가격전쟁이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것에 더하여, 석유가격의 전쟁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대출의 위축과 안정성 확보라는 싸움을 가져왔다. 현금화에 대한 수요는 걷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일단 현실화 되면 생화학적 질병이 경제에 충격을 가하면서 신용의 내부적 붕괴를 가져오는 변이 종으로 변할 수 있다.

갑작스런 신용축소는 부채가 많고 수익모델이 빈약한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위험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충격은 사업폐쇄, 실업, 양질 자산의 투매 등 방식으로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실패한 기업들이 금융 부채로 사업을 운영해 온 탓에 채권자들의 재무상황에 영향을 미쳐 대출시장을 위축시킨다. 이러한 순환적 공포는 해외로까지 번져 신용경색을 확산시킨다.

2008년에는 은행들이 위기의 진원지였다. 이번 위기에는 연결된 재무제표상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유럽의 은행들은 2008년의 충격과 유럽지역의 어려움이라는 이중적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공적 재정은 위험수준에 처해 있다. 월가 역시 모든 펀드 매니저들에 의해 대규모 손실에 대비한 현금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석유의존이 높은 국가들은 국가부유기금(sovereign wealth fund)의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면서 정상적인 양질의 자산을 급하게 처분하려 하면서 악순환적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가장 단절적인 신호는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미국 국가채권의 가격 역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동시적으로 일어나서는 안된다. 미국 재무부는 안전판이라는 천국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채권이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현금화에 매진하면서 시장이 요동하게 된다.

지난 주말, 시장은 유럽은행ECB에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가드 총재가 이탈리아를 별도로 지원할 의무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녀는 이탈리아가 아닌, ECB 이사회에 사과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안을 지니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미연방준비은행(Fed)의 조처, 즉 이자율을 제로 가까이 낮춘다는 것은 설렁한 얘기로 양적완화에 따른 제4 라운드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2008년에 써먹은 구태의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조처들은 팬더믹pandemic상황에 적합한 맞춤형 정책이 아니다. 핵심은 금융의 정책이 아니라 팬더믹이 가져올 충격에 대하여 확인해 주는 것이다. 미연방준비은행Fed과 유럽은행ECB 모두 재정적 정책과제인 것만 주장했다. 코로나라는 팬더믹 상황에 대처하는 중앙은행의 핵심적 역할은 신용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위기를 예방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에는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시절만큼 중앙은행들간의 국제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를 대처할 충분한 경험과 시간을 가진 탓에 아마도 공식적인 협력체제는 불필요할지 모르겠다. 각국 은행들은 각자의 역할을 잘 알고 있으며 미연방은행Fed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다. 여전히 국제금융시스템은 달러위주로 운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요 국가 은행들간에 유동자산의 상호지원협정(스왑, swap)에 대한 지난 주말의 언급이 가장 중요한 협력조치이었다(Fed, 일본중앙은행, 영국은행, 캐나다은행, ECB 그리고 스위스중앙은행 등 간에).

재확인된 스왑swap의 규정들은 2007년 말에 이루어진 내용으로 중앙은행들과 월가의 주요 행위자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금융시스템에 필요한 자금을 달러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2013년에 항구적인 채널로 가동되었고, 지난 주말에는 해당 스왑의 조건을 연장하고, 미연방이 부과하는 이자율 마진을 낮춘다는 데 동의가 이루어졌다.

Fed의 조처는 금융자산을 매각하는데 멈추지 않았고,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지를 검토하는데 있다. 신용 시스템에 새로운 문제(bottleneck)가 발생하면 이에 응당한 조치를 세워야 한다. 우선 Fed는 자신이 발행한 채권을 포함하여 각종 채권을 현금화하는 시장의 재구매약정지원 (repurchase agreement market)을 확대했다. 더 나가 상업채권의 시장을 지원하여 대기업들이 뮤추얼기금 형식으로 3개월간 투자자들로부터 차입하는 자금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외로 향하는 중앙은행의 조처에 대한 기본적 제한을 확대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스왑 협약의 조치들을 선진 경제권 간의 내부서클 같은 내용을 지니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는 14개국의 중앙은행들이 Fed가 발행하는 달러에 접근이 허용되었는데 신흥국가군(Emerging Markets)으로 한국, 브라질 그리고 멕시코가 포함되었다. 나머지 국가들은 IMF에 의존하도록 격하되었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된 2008년 이후로 선진 경제권과 신흥국가군과의 관계가 애매모호한 상태로 변질되었다.

한국은 팬더믹 위기를 잘 견디어내는 모범적 모습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대만과 함께 공공의료분야에서 세계최고임을 입증한 듯하다. 그러나 금융공황이라는 측면에서는 달러에 기반한 안전 자산으로 중심축을 형성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유출이라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미 몇 개 신흥국가들은 심각한 금융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2020년이 시작되면서 외국투자자본의 유출이 극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지난 8주간 동안 880억불이 신흥국가들로부터 빠져 나갔는데 이는 2008년 위기 또는 2013년에 있었던 ‘테이퍼 조정(taper tantrum)’ 기간에 있었던 유출액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대규모 인구대비 공공 인프라와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브라질과 멕시코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말 중요한 관심국가는 중국이다. 2008년에는 중국이 나름대로 강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금융적 위기에서 벗어나 있었다. 독자적인 재정과 금융의 부양정책으로 국내경제를 크게 진작시켰고 중국에 수출하는 외국업자들을 고무시켰다. 당연히 Fed와 중국인민은행PBoC간에 스왑에 대해 고려할 필요성이 없었다. 이후 PBoC은 독자적으로, 달러가 아닌 중국인민폐로, 스왑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팬더믹 이후 중국산업의 상당기간 조업중단과 무역통상의 위축이 겹친 상태에서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경제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달러의 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08년 이후 다른 신흥시장과 같이 중국이 세계 속에서 급속히 경제활동을 확대하면서 달러자산을 융통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대부분이 현금이 아닌 미국정부의 채권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국채 시장이 불안하여 지면서, 현재 세계가 필요한 마지막 핵심 사항은 북경이 가지고 있는 미국채권의 처분을 지연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채권을 처분하려 하면, 미정부의 기금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미연방준비은행Fed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것이다.

역으로 중국인민화폐와 달러를 대규모로 평등하게 스왑거래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Fed는 미연방의회 내에 있는 반중국 매파들이 가하는 무자비한 정치적 공격을 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규모의 보건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공동의 이해에 기초하여미중 양국가 간에 위기를 정치화하려는 명백한 유혹(평등한 스왑거래)을 기획해 내는 테크노크라트들의 상상력을 기대하여 본다.

 

출처 : 포린 폴리시의 2020-03-18일자 칼럼기사

아담 투제(Adam Tooze)

콜럼비아 대학교 역사교수 겸  유럽연구소 소장

최근 저서로는 ‘충격, 금융위기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가 있으며, ‘기후위기의 역사’라는 책을 집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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