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주:
논쟁의 중심에 있는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한국사회에 대한 단초적인 스냅사진일뿐.
소모적인 논쟁으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다가오는 총선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정작 빼고 찍어야 할 대상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좀비를 급조해낸 거시기집단이다.”
활자판 경향신문의 오랜 구독자로서 1월말 당시 놓쳐버린 임미리 교수의 칼럼을 다시 읽어 보았다. 촛불연대의 정신을 잃어버린 문재인 정권을 출범부터 격하게 비판해온 필자의 평소 생각과 임교수의 비판 내용이 너무나 유사하여 오히려 감사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를 어찌하랴! 그의 마지막 멘트 ‘민주당만 빼고 찍자”는 앞서 기술한 비판적 지성의 내용을 쓰레기로 만드는 자해행위이자, 역사적 흐름에 대한 배신이며, 기득권 체계에 시달려온 일반시민들을 우롱하는 기만적 행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을.
앞에도 언급했지만, 지난 2-3년 간 보여준 민주당의 잘못과 패착에 대한 임교수의 지적은 정당하다. 그러나 그는 눈앞에 보인 장면을 스냅사진으로 찍으면서, 현재의 시점을 이루는 역사적 맥락을 놓치고 있으며,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촛불혁명의 원인이 되었던 수구의 기득권 체계를 묵인하고 옹호하는 오류를 범한 셈이다.
이 지점에서 현대중국의 분기점을 이룬 ‘서안사건’과 주역인 ‘장학량’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도올 선생은 지난 해 공중파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오늘의 중국을 만들어 낸 일등공신은 신해혁명의 주역인 손문 선생도 아니고, 중국공산당을 이끌어 온 모택동 주석도 아닌 서안사건의 주인공 ‘장학량’이라고 분명하게 언명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지만 요약해서 적어 본다. 군국주의자들이 이끄는 일본제국의 군대가 만주와 중국의 중북부 연안지역 대부분을 점령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당의 장개석 총통은 중국민족의 해방을 위한 항일투쟁보다는 팔만대장정 끝에 연안으로 피신해 간 공산당의 괴멸을 위하여 민족전쟁이라는 명분으로 민족내부의 투쟁에 군사적 역량을 집중한다.
마침 그의 휘하에서 서부지역 부사령관직을 맡고 있던 ‘장학량’은 1936년 말 장개석이 서안을 방문하자, 그를 구금시키고 연안의 주은래를 초빙하여 국공합작을 성사시킴으로써 소모적인 민족내부의 싸움을 항일해방전쟁으로 전화시키는데 성공한다. 덕분에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과정에서 주요한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승전국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장개석이 남경으로 복귀한 이후 1990년 초까지 오랜동안 가택연금 상태에 놓이게 된다.
역사적 계기를 마련한 ‘서안사건’을 거울삼아 우리 시대의 정말 중요하고 핵심적인 현안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현재의 민주당 모습이 1936년 당시 정신나간 장개석의 국민당 정권과 흡사 닳았다고 인정하자. 그런데 국민당 정권이 패착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장개석의 처형을 요구했던 일부의 주장을 그대로 실행했더라면 겉잡을 수 없는 대혼란으로 중국대륙 전체가 일제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식민지화 되었을 것이 명약관화했던 상황이다. 당시에는 항일투쟁을 위한 ‘국공합작’만이 정답이었다.
이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서안사건’ 당시 일본 군국주의자들에 비견되는 현재 한국사회의 매판적이며 반역사적 세력이 누구인지를 꼼꼼히 헤아려 볼 일이다.
일제강점기 기간에 친일부역한 세력들의 뿌리와 잔재,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워싱턴에 팔아먹고 해방 이후에도 새로운 시대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짓밟으며 독재를 자행하였던 이승만과 추종세력, 일본군국주의와 괴뢰 만주정부의 행태를 완벽하게 재현시킨 박정희 유신독재와 하수인들,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등장한 신군부 세력과 이에 협조를 다한 속물 언론과 지식인 그룹들, 현재로 사법적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부패하고 무능한 이명박근혜 정권과 이를 태동시킨 수구정당 등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가는 우리의 발길을 가로막았던 정치적 장애물들이었으며, 다행스럽게 한국 민중들의 역량에 의해 4.19 혁명, 10.26 사건과 80년의 봄, 6월 민주화 그리고 촛불시민혁명 등으로 이미 역사적 평가를 받은 셈이다.
다가온 총선과 관련하여 지난 70여 년 민족의 역사를 더럽힌 정당이름을 역사적 순서로 나열해 보면,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이다. 더구나 촛불시민의 요구에 따라 도입되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되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취지를 무참하게 짓밟고 이를 악용하여 좀비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태동시킨 거시기 집단들이야말로 상종을 못할 무뢰배들로 총선을 통하여 이제는 용도가 폐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던가?
촛불정부를 자임하고 출범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지난 2-3년 동안에 보여준 기대 이하의 행보는 혹독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해방 이후 대부분의 선거역사에서 그랬듯이, 자연스레 그간의 업보에 대한 심판은 총선을 통하여 주권자인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잘못했다 해서 지난 역사를 그르친 적폐의 집단을 묵인하고 오히려 옹호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서안사건’이라는 극적인 계기를 통하여 참략자 일본군대를 격퇴하기 위한 ‘국공합작’이 이루어지며 중국이 회생하였듯이, 역으로 2020년 한국사회가 민주당의 패착을 빌미로 이명박근혜의 잔당들이 다시 정치를 좌우하는 암흑의 시대로 되돌아 갈수는 없는 일이다.
임미리 교수의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진정성과 본심을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의 마지막 멘트는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빼고 찍어야 할 대상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좀비를 급조해낸 거시기 집단이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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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에게 실망한 민심이 공산당 지지로 기울고 나라가 국공내전으로 분열됐다. 이때 장학량이 나서서 내전을 중지시키고 일제에 대한 싸움으로 전선을 바꾸었다. 국공합작 당시 국민당과 일제의 관계는 지금 민주당과 한국당과 같다. 이런 말씀이네요 상당히 수긍이 됩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일제를 물리치고 나서 국민당이 아닌 대안이 있었지만요. 지금은 민주당을 승리하도록 한 뒤에 다룬 대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의당이 힘이 있어서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을탠대요. 그러면 그때와 상황이 같을텐데 그것도 아니고요. 선거 승리한 뒤에 민주당이 어다로 갈까요. 저는 보수화가 더 심해질 것같습니다. 수용성 집값 규제를 하자고 했더니 이해찬이 두번이나 반대했다고 합니다. 집없는 국민들은 사람 취급 안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