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변화의 시대가 아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과 어느 가톨릭 신부님이 “아베야, 고맙다”고 반어법적으로 표현할 만큼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의 우익정권이 안보와 통상을 핑계로 걸어온 싸움은 대한민국에게 미래에 닥칠 재난을 미리 대비하는 조언적 경고 조치로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본이 한국에 가하는 좀스런 무역제재는 물론 한국산업과 경제계에 중단기적으로 어려움과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지만, 이를 계기로 각고의 노력과 국민적 단합으로 내부적 취약점을 보완하고 산업적 협력기반을 일본과의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유럽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으로 확대하여 간다면 장기적으로 매우 긍정적 계기로 작동할 것이다. 물론 일정 궤도에 오르기 까지는 산업활동과 생업현장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상당한 어려움과 고통이 뒤따를 것이지만, IMF의 위기도 세계인들이 놀랄만큼 훌륭하게 극복한 우리에게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난제는 결코 아니다.
정말로 큰 어려움은 일본과 무역분쟁이 아니라 세계적 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격변의 조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의 중심축을 형성하여온 팍스-아메리카나의 여러 기둥이 동시에 무너지면서 소위 합의를 통한 신뢰와 규칙에 의한 세계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상황에 접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로마제국이나 중국의 거대한 왕조들 또는 해가 지지 않는다는 대영제국 등 강대국들의 역사적 생멸로 인해 지역과 관계국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대체로 부분적이고 제한적이었다는 점과는 달리, 비록 수많은 우연적 요소와 천혜적 지리조건에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전세계를 기반으로 형성되어온 미국 중심의 질서체제가 붕괴된다는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미증유의 상황이 전개될 것임을 암시한다. 앞으로 닥칠 격랑들을 구체적 서술을 생략한 채 다만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나열해 본다.
▪디지털 경제라는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서 오는 변화와 미중 간 신기술 주도권 다툼
▪WTO 체제의 붕괴에 따른 개방무역주의의 와해와 자국이기주의 대두
▪패권전쟁을 핑계로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력 팽창과 세계적 규모의 전쟁 위험성 증가
▪기축통화로서 달러 위상의 추락과 기존 금융질서의 혼란
▪형식적이나마 공적 신뢰와 협력의 기반을 형성하였던 미국중심의 소프트 파워 실종
▪대안적 질서 대신 중심축을 상실한 혼돈 속에 등장하는 다기적인 지역주의
▪GDP 중심의 일방적 성장주의 관행이 가져올 불평등의 확대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과 멸종위기
▪에너지와 식량공급 체계의 대혼란 등등
상기 적시한 내용들이 필자가 가지는 예언적 비관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미래에 예상되는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충분히 다루어야만 하는 주제들이다. 이들 상황들은 단순히 직선적이며 개별적으로 전개되기보다는 상호적이며 복합적인 경로를 통해서 때로는 급작스럽게 때로는 완만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조건이 돌출하면 소멸 내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상기 내용들이 단순히 예비적 경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이 몰아칠 격랑의 파고에 가장 취약한 국가군의 하나라는 점에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미래적 과제는 단순히 양적 수치를 추구하는 성장노선이 아니라 위험요소를 완화하거나 분산시키고 지속가능하고 평형적 균형(resilient balance)을 유지하면서 질적인 전환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다변화된 평형적 안정전략 (Multi-pillars equivalent & stabilized Strategy)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자연히 지정학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지경학적으로 일본에 종속된 구조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국가들과 관계를 확장하고, 경제민주화를 통해 내수시장의 급속한 확대를 기하면서도, 개방적 민족주의라는 원칙하에 가능한 독자적 산업기술체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복수적 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내륙을 관통하여 유라시아와 연결되는 것이 필수적 사항이다.
따라서 남북간 협력은 단순히 발전이 지체된 북한을 지원하고 개방으로 이끄는 수준이 아니라, 유라시아 그리고 다변화하는 전세계를 교량적으로 연결하는 돌파구적 디딤돌이며 당연히 남한 사회의 위기돌파를 위한 핵심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70여 년간 지속된 한반도의 분단체제적 조건과 현재적으로 격변하는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쌍방간에 공감대가 없이 남북간 협력을 논하는 것은 나침반도 없이 거친 대양에 나서는 무모한 모험에 견줄 수 있다.
다행히 민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불행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에는 70년대 이후 7.4 공동성명을 포함하여 6.15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등 큰 틀에서 평화와 공존이라는 합의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 기초하여 하나의 제안적 시론으로 개발이 지연된 북한의 향후 경제 개발에 대한 모델을 아래와 같이 제시해보고자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양한 발전 경로
제 2차 대전 이후 지난 70여 년의 세월은 한 마디로 미국 주도의 단일적 체제 소위 <팍스-아메리카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주요 서방세계 경제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경제력적 바탕과 절대적인 군사력을 기반으로 <워싱턴 룰>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질서를 구축(강요)하여 온 과정이었다.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대항체제가 존재하였으나 이는 미국의 존재를 더욱 강하게 부각시켜 주는 조연 또는 엑스트라적 역할에 머물다가 1990년 전후 붕괴되어 미국적 체제에 의하여 편입되어 재구성되었다.
따라서 제2차 대전 종전부터 2008년 월가에서 발생한 리먼 브라더스 금융위기의 시기까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적 발전 과정은 미국과의 관계 설정과 미국이 이들에 대하여 행한 지원적 또는 강압적 내용에 따라 상대적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신자유주의 체제의 한계가 드러나고, 유럽연합의 탄생,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재등장, 제3 세계권의 강력한 독자적 움직임이 일어나는 동시에 미국의 경제적 지배력이 약해지고,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폭력적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이에 대한 회의론과 대체재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질서체계를 유지해 왔던 소프트-파워가 사라지고 이에 기초하여 형성된 G7과 UN 등 기타 국제협력체제들이(Institutions by the agreed rules)이 급격히 붕괴되고 있는 현실에 처하게 되었다.
당연히 브레튼우드의 체제의 등장과 붕괴 그리고 이를 대체하면서 등장한 WTO라는 개방적 통상체제가 크게 위협을 받고 있으며 특히 트럼프 자신은 <America First>라는 전략으로 과거 미국 자신의 필요에 따라 형성된 기존의 질서와 기구들이 해체되기를 희망하는 가운데, 중국-러시아-제3세계를 중심으로 한 SCO(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체제가 강력한 구심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인도를 포함하여 전세계 인구의 60-70%를 포괄하고 GDP 기준 30%를 넘어서면서 SCO는 <팍스-아메리카나> 이후의 새로운 질서체제라는 대안적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미국이 여전히 강력한 해군력으로 6대양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Belt & Road Initiative)계획에 아프리카, 중동과 중앙아시아, 파키스탄 등 제3 세계뿐만 아니라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여러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대륙과 해양 간의 경쟁구도가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새로운 환경의 조성을 염두에 두면서, 지난 70여 년 간 여러 나라들의 경제발전 경로를 일별하는 것이 새로운 상황과 조건에 직면한 북한의 미래적 발전구상에 매우 중요한 암시를 던져 준다.
* 회복과 추격 형 (서구형과 일본형)
마샬 플랜과 나토 그리고 한국전쟁을 통한 미일 동맹체제 등을 통하여 기존의 산업국가들이 전전 산업기반과 기술수준 그리고 네트워크가 회복 재생되고 복구의 수준(memorial recovery effects)을 뛰어 넘어서 지원국이었던 미국과 경쟁적 상대로 성장했다.
* 남북협력에서 자원민족주의로 (중동 및 일부 동남아)
북반부의 기술과 자본에 기초한 부가가치 중심전략과 남반부의 일자리 창출형 저임금 중심 경공업 소비산업이라는 체제를 상호적으로 구축하는 남북협력이론이 50-60 년대에 유행하였으나 이는 곧 종속이론에 의해 비판을 당하면서 아-아 협력과 민족 자원주의의 부상의 계기로 작용하고 급기야 70년대 이후 석유파동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중남미의 미패권 종속 형 (자본과 기술 및 시장에 대한 미국의존형 : 예외 – 쿠바, 베네스웰라)
미국의 전미(全美)아메리카 대륙의 고립주의에 의한 장악전략으로 칠레, 아르헨티나,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에 대한 직접적인 정치군사적 개입과 브라질, 멕시코 등 강요된 산업과 경제정책을 통한 간접적(신식민지적) 개입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 동아시아 형 (로스토우 교수 이론 : 몇 가지 유형으로 재분류 : 홍콩과 싱카폴, 대만, 한국)
60년대 이후 미국의 거대한 시장과 자본력, 동맹국가인 일본의 산업적 기반과 기술력을 지렛대로 삼아 서유럽 부흥에 비유되는 동아시아적 발전 계획을 진행하여 반소반중의 봉쇄를 위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낸다. 지정학/지경학적 입지를 활용한 도시국가 싱가폴과 홍콩의 사례와 작은 일본으로 불리는 대만, 그리고 선진국 추격형의 한국 등으로 재분류가 가능하다.
* 베트남 형 (저임 인건비 중심의 경공업과 소비재 산업 + 농업의 잠재력)
미국과 정상적 국교 수립과 도이모이 개방개혁 정책에 기반하여 발전을 추진한다. 위에 언급한 남북협력의 변형적 형태로 저임금 기반의 임가공 경공업과 서방이 제공하는 수출시장 기반에 더하여 자국의 농업기반이라는 거대한 잠재력을 활용한다. 향후 대만 또는 한국과 같은 독자적인 산업화 모델로 전환 가능성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 중국형 국가자본주의 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형 : (세계의 공장에서 혁신기술 주도형으로)
미국과 국교정상화 이후 개혁개방과 WTO가입을 모멘텀으로 대국굴기하는 중국이 소비에트 붕괴 이후 <팍스 아메라카나>의 대항적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나, 이는 G2라는 또하나의 패권국 출현이 아니라, 기존 질서의 붕괴 이후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상호주의에 기반한 다양다극적(multi poles) 국제협력과 질서에 대한 중심축이라는 가능성으로 평가해야 한다.
* 인도방식 형 (국가통제와 자본제 시장의 혼재형).
영국지배가 남긴 divide & rule 의 상흔과 계층 문제, 그리고 이해가 충돌하는 20여 개 주를 경제적으로 통합하고 산업적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현재의 모디 수상에게 주어진 과제상황이다. 저개발된 농촌과 영세한 중소상공인의 현대화, 거대한 인구의 잠재력과 IT 등 신산업의 가능성, 자본제와 사회주의적 방식의 묘한 결합, 국가의 개입과 강력한 통제 등이 혼재되어 있으나, 서구 전문가들은 향후 발전에 있어 중국을 능가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때 한국의 언론들은 김정은-트럼프 회담이 싱가폴에서 이루어지자, 마치 싱가폴의 현재 모습이 북한의 미래적 발전상의 롤-모델로 과잉보도하고, 김정은-시진핑 간 제3차 회담이 중국본토에서 이루어지자 입장을 바꾸어 중국의 등소평식 개혁개방 모델이라고 소개하고, 다시 김정은-트럼프 회담이 하노이에서 성사되자 베트남식 도이모이가 정답이라는 소란을 일으켰다. 모두가 몰지각한 환상과 인기몰이적 진단이었다. 상기의 장소들과 모델은 참조 사항일 뿐, 북한은 현재에 처한 조건과 상황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실천모델을 찾아나가야 한다.
북한의 잠재력
세계적 투자자로 알려진 짐 로저스(조지 소로스와 퀀덤펀드 공동설립)는 북한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에 가득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정확한 실상과 통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단편적 정보와 탈북민들을 통한 모자이크적 파악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짐 로저스가 북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고려한 것으로 추측해 본다.
* 광물과 희토류 자원 보유
5-7조 달러로 추정하며 선진적 기술을 이용한 가공의 과정을 거친다면 몇 배로 부가가치를 확장할 수도 있는 잠재적 가능성도 있다. 장성택 사건으로 불거진 중국 등 외국자본의 침투 현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개발을 위한 인프라와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일단 평가된다.
* 높은 교육수준
포항공대총장을 역임하고 평양과학기술대학총장을 지낸 박찬모 교수의 경험에 의하면 “평양과기대 학생들 수준, 포항공대생에 못지않다”는 것이고, 탈북민 출신의 학생들은 “남한에서 수학과 과학이 제일 쉬웠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국제 과학경시대회에서 북한학생들의 우수성은 수차례 확인된 바 있다.
* 기초과학기술의 기반과 단편적 산업화 경험
화학공업 분야에서의 비날론 성공 경험, 최근 국제 경진대회에 출품된 북한 의약품 개발의 놀라운 사례들, 컴퓨터수치제어식(CNC) 가공기계의 자체개발에 따른 자동화와 유연생산 적용 사례, 미국도 접근 못하는 Intranet 정보기술의 보유 등에서 북한 기초과학 기술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손전화 보유 댓수도 6 백만 대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미래 사회를 위한 정보 인프라 구축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 군사기술(금속재료, 정밀기계, 전자통신, 우주항공 등)의 산업적 전용 가능성
ICBM, SLBM, 고성능 방사포, 인공위성발사 능력 등 세계적 수준의 군사기술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참조로 세계를 장악한 미국거대 IT 기업들의 기술 대부분은 군사기술에 기원과 뿌리를 가지고 있다.
* 군산복합적인 풍부한 동원병력
70만 -120만 명으로 추정되는 군산 복합체적 경험을 소유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산업적으로 전환하면 엄청난 산업발전의 잠재적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자본주의 발전사에 있어 잉여적 (양질의) 산업 예비군에 비견할 수 있다. 평양거리 건설과 원산의 국제적 관광단지 개발, 최근 발전사정이 좋아진 발전소 및 송전시설 건설, 기타 다양한 산업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발전을 제약하는 조건과 가능성
연전에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뒤이어 번역된 책이 한국에서도 크게 관심을 받은 책 중에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 라는 저술이 있다. 내용인즉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모든 시민들이 참여가 가능하고 포용적 제도가 발달하면 해당 국가는 발전하고, 기득권과 소수 특권 계급을 위해 수탈과 억압을 기본으로 하는 시스템을 가진 나라는 결국 망하고 역사에서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흥망의 대표적인 사례로 저자들은 자본제적 시장과 미국체제에 편입된 한국과 사회주의 진영에 속하면서 특히 스탈린식 계획경제를 받아들인 북한의 경우를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나라의 흥망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국가에 적용하여 작동되는 제도에 달려 있다는 요지이다. 정말 남북한에 대한 이들 저자들의 판단과 예시가 옳은 것일까?
미패권주의와 70년간 전쟁 중
북한사회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초강대국 미국과 상대하여 70년이 넘도록 전쟁을 수행중인 매우 특수한 조건과 상황에 처해 있는 (유일무이한) 국가이다. 2-3년간의 내전과 3년간의 열전 그리고 이후 60여 년의 정전체제에서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저강도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특수하고 예외적인 조건을 인정하고 살피는 것이 우선적이다.
미국이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세계체제로 인해 대외적 활동이 극심하게 제약되는 봉쇄적 조건에서 생존과 국가보위가 모든 것에 우선하고 대미항쟁의 현안들이 ‘공화국의 자존심’으로 법률과 제도에 선행하는 조건에서 경제적 환경이 미비하고 일반 소비재적 산업발전이 지체되고 서구적 참여민주제의 도입이 제한되는 것이 자연스런 일상으로 오랫동안 자리잡게 되었다.
이 점에서 북한의 경우에는 제도보다 지정학적 조건이 가장 주요한 제약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농업기반의 붕괴
해방 이후 소련군이 북한이 주둔한 이래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까지 북한의 농업은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형제국가들의 지원 하에 또락뜨르(트랙터)로 상징되는 기계영농을 기반으로 배급체제를 충족하는 자급자족의 농업을 발전시켜 왔다. 예건데 7-80년대 북한에서 고교를 졸업한 젊은이들 대부분이 트랙터를 분해 조립할 수 있었으며 자체 수리정비 능력을 겸하고 있었다 한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일체의 기계와 부품 공급이 차단되고 연이은 자연재해로 인하여 농업의 자급체계는 급격히 붕괴되어 오늘날까지 복원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중국 삼농주의 제창자인 윈테쥔 교수에 의하면 동아시아 전승의 노동집약적 유기농법을 무시했던 북한 농민들은 낫과 전통적 농기구를 사용하여 추수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손실만도 20%에 달하기도 하였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곡물자급율은 남한의 40-50% 수준을 훨씬 넘어 80-90 %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동시에 기존의 농업체제가 붕괴한 조건에서 새로운 농업기술과 혁신을 도입할 절호의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윈테쥔 교수는 북한 농업의 미래전략에 대하여 동아시아 전승의 유기적 생태농업을 현대적 기술과 결합하고 지역농민의 조합적 참여소유 시스템의 도입을 권하고 있다. 화학비료에 인한 환경적 폐해와 산출량의 역제한은 이미 확인되었으며, 기술과 노동집약적 생태농업은 부가가치 측면에서도 서구적 기계농업의 3-5배에 이르며, 중국 한국 일본 등 배후지 시장이 존재하여 수요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하수 시설 미비 – 보건환경
유엔의 인도적 지원조정국(UN OCHA)의 보고에 따르면, 평양을 포함한 주요 거점도시를 제외한 농촌과 지역도시의 상하수도 시설은 매우 낙후되거나 아예 없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수인성 질병인 콜레라 등 전염과 고난행군 과정과 이후 식량공급의 부족 등으로 영양실조에 따른 결핵이 발생하여 4-5백만 명의 주민들이 일상적인 질병과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영유아기에 있는 아이들의 20% 수준이 영양부족으로 육체적뿐 만 아니라 지적인 발달 장애를 보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OCHA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에 120백만 불의 긴급지원 자금을 요청하였고 한국정부도 6백만 불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시장경제 도입과정
1990년대 까지는 스탈린식 계획경제와 배급체제가 북한 경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중국조차 도움을 거부한 상태에서 생존을 위한 고난의 시절을 겪으면서 형성된 자구적 장마당이 자연스레 형성되어 현재에 400여 개의 공식적인 시장마당과 900여 개의 비공식 시장마당이 형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김정은 집권 이후 취한 개혁조치 (포전담당제, 공장과 기업소의 자율경영권 부여, 22개 권역의 경제 및 관광 특구) 등으로 시장경제를 향한 인프라가 급속히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빈부의 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는 만큼, 시장경제에 대한 해석과 접근이 북한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사회간접 자본의 미비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회의에서 스스로 인정하였듯이 북한의 교통기반과 물류기반은 매우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교통분야에서 주철종로(主鐵縱路)방식으로 주로 도시에서는 전철과 수전식 트롤러형 버스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도시간을 연결하는 기간철도 역시 화물수송을 중심역할로 설계된 매우 낙후한 구식의 DC motor 구동식 시스템을 탑재하여 중량이 매우 무겁고 효율이 지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축중이 무거운 관계로 선로보호를 위하여 속도를 높일 수 없는 물리적 제한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도로와 항만은 철도보다도 낙후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대체로 남한의 6-70년대 수준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에너지와 발전의 부족
북한을 방문한 분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전기부족이 심한 것이 사실이나, 최근 들어 수력을 중심으로 몇 개의 신규발전소가 들어서고 송배전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의 발전용량은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100GW에 비해 7-8GW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이 분야의 연구가 크게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탄 매장과 생산량으로 보면 북한의 에너지에는 근본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지만 수송체계의 미비와 석탄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최근 인공위성에서 찍은 남한과 북한의 야경사진으로 북한의 실상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북한은 미래지향적 생에너지와 환경친화적 사회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의 사회로 해석될 수 있는 반면에 남한은 자본제적 탐욕에 의한 무제한적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여 결국 지구환경파괴의 주요 국가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북한의 자체 개발과 별도로 엄청난 매장량의 시베리아 천연가스가 북한을 통과하여 남한으로 공급이 실현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이 무진장한 몽골과 내몽고를 함께 묶는 동북아 super-grid 전력망을 구상할 수 있다.
초기 자본과 금융화 기반의 초입단계
발전시설과 더불어 북한의 발전에 결정적인 장애 요인은 초기 산업화에 필요한 초기 자본과 생산물을 소비할 시장 수요의 부족이다. 고난의 시기 이후 시장마당과 비공식 무역을 통해 형성된 자본가 즉 돈주가 나타나면서 경제에 새로운 변수를 형성되고 있는 과정에, 이들 돈주가 초기 시장마당의 상업 자본 제공의 역할과 이후 주요 도시의 아파트 등 건설자금을 공급하던 관행을 벗어나 제조업에도 투자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매우 유의미한 상황의 발전으로 자원과 상품 수출대금으로 들어오는 외환 및 다양한 형태의 해외 거주자들의 북한송금, 이후 예상할 수 있는 외국 경협과 차관 등과 결합되어 매우 소중한 초기 산업자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돈주의 배경이 권력과 결탁되거나 천민적 탐욕에 물드는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은행과 금융기반이 취약하고 2009년 시도했던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주로 개인간에는 달러 선호의 현금과 신용에 기초한 사금융 등 재래적인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듯 하며, 기업 간에는 제한적으로 전자금융의 결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손전화의 경우에서 보듯이 통신기반이 제대로 갖추어지면 급속히 온라인 결제방식과 국가 책임하에 통제가 가능한 암호화폐 또는 e-Money 가 유통될 가능성도 보인다.
국제적인 환경과 네트워크의 미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및 유엔의 제재로 인하여 대외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되는 조건에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들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며 식량부족 문제도 이들 국가들의 지원으로 점차 해결되고 있고, 삼지연과 원산갈마 등 관광단지의 완공 등으로 중국인들과 유럽인들의 관광 유입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국제적 기구들과 별도로 위에서 언급한 SCO(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에 북한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 정식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면, 정치외교적인 무대인 유엔조직 가입과 더불어 경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조직의 경직화와 부패의 광범한 만연
탈북자로 한국 내에서 활발하게 북한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하는 주성하 기자의 ‘평양이야기’를 참조하면, 북한은 당 조직을 중심으로 부패가 심하고 광범하게 뇌물이 성행하는 사회로 알려져 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험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시장경제 도입 이후 부패문제가 이들 정권의 핵심적 사항으로 등장한다.
한편에서 생각해 보면, 시장제 도입에 따라 인센티브와 부의 축적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열정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커다란 동력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자생적 기업가와 혁신적인 돈주들의 출현은 독려하고 육성하되, 소비에트 붕괴에 주요 원인이었던 노멘투라같은 특권층의 형성과 이후 러시아 전개과정에서 이들이 주요 산업기반을 장악하여 수탈하는 마피아 집단으로 변질된 사례에서 보듯이, 당의 조직과 간부들이 사회발전의 장애물과 기득권으로 변질되는 것은 기필코 막아 내야만 할 것이다. 부패는 북한사회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핵심적 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북한의 발전가능성과 남북협력의 방향에 대하여
북한의 향후 발전방향을 논하기 전에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사실상 전쟁 중인 초강대국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먼저 전제되고 생존과 안전보장에 대한 해결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단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 이후 핵무장과 ICBM을 무기로 미국과 종전, 평화협정 그리고 국교정상화의 과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기되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이슈에 대하여 문제해결의 핵심은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 국내에 있다 할 것이다.
미국 내에 존재하는 호전적 집단, 사활적 이해관계를 지닌 군산 복합체, 근거도 없는 불량국가와 악의 축 논쟁, 잘못된 인식에 근거한 미국 연방의회의 혐북 정서 등으로 북미간 평화협정으로 가는 경로의 현실적 가능성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설령 어렵게 평화협정이 맺어진다 해도 조석지변하는 미국의 정치지형으로 향후 안전에 대한 보장을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평화 협정에 이른다 해도 이를 보장할 국제적 안전장치와 지역의 안보기구가 별도로 필요하다 할 것이다.
미국과 평화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조건에서는, 북한의 자위을 보장하기 위한 제한적 핵보유를 묵인하는 (de facto) 조건에서 기존의 UN 제제조치를 추가적인 핵능력 확산을 통제하는 수준으로 제한하거나, UN조직이 지속적으로 미국의 하수인 역할에만 머문다면 UN 존재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의 제재를 우회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와 공존과 번영을 위해 창립된 국제기구 UN이 미국이라는 특정 패권국에 종속되어 상호주의에 의한 대화와 협상을 방기한 채 만능적으로 제재를 남발하는 것을 이제는 중단시켜야 마땅하다.
이러한 상황들을 염두에 두면서 이후 북한의 발전 가능성과 남북협력의 가능한 영역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SCO membership과 남북경협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주의 주변국가들은 북한에 대해 위에서 언급한 최소 조건의 UN 제재를 유지하는 한편, 북한을 개방적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면서 SCO의 정식회원으로 가입을 허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각종 지원과 협력이 이루어지고, 동시적으로 AIIB 자금 등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AIIB에 상당한 지분을 지닌 한국정부는 필요하다면 북한에 대한 보증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에 SCO 가입과 AIIB 지원 등 이루어지면, 세계시장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북한의 발전에 참여하면서 중동 건설 이후 건설 및 플랜트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철도, 도로, 항만, 발전소 건설 등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수준의 기술과 시행 실적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와 발전(發電)의 분야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부족한 공급량을 즉흥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될 것이다. 중장기적인 발전 계획에 따라 에너지 원에 대한 우선 순위와 발전방식에 대한 다양한 구성과 결합( MIX plan)을 마련하면서 북한에 풍부한 수력자원과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 방식을 최우선적으로 배치하되 이후 천연가스 그리고 북한에 풍부한 석탄을 활용하는 복합화력 등을 순차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향후 남한으로 공급 가능한 러시아 천연가스 pipe line의 북한통과를 활용하고, 신재생 에너지원이 무궁무진한 몽골/내몽고의 자연환경을 이용하는 동북아 super-grid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2007 년 10월초 노무현 정부는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에 대해 대대적인 경제협력과 전력지원을 제안하였다.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에 대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남한 정부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독자적인 판단을 갖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노정부가 제시한 제안 중 일부는 국내 굴지 재벌기업들의 자본중심 투자와 이에 따른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을 결합시키는 전형적인 임가공 생산단지 계획과 이에 필요한 전력을 남한에서 200MW을 공급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는 민족 내부간에 남한의 거대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신식민지를 형성할 수 도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었고, 다행히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북한 당국의 판단으로 현명하게 일이 수습된 셈이다.
향후 북한은 발전이 지체된 약점을 오히려 발전에 장애가 없다는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이룩한 기초과학 수준과 고도화된 군사기술을 중심으로 한 추격전략을 기초하여 스스로 자립적 공업화와 순환적 경제구조를 형성해 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한국 정부가 북한에 협조할 수 있는 주요 내용은 상기 전략의 현실화에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위에 언급한 infra 건설을 지원하고 참여하는 것에 더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일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 개성공단 등 특구에 대한 투자확대와 기술중심의 국제적 산업단지로 도약에 디딤돌 역할.
– 양산체제를 위한 생산기술과 산업발전 단계에 따른 경험의 공유와 전수.
– 다양한 국제기구 참여에 대한 형제적 안내와 지원.
– 남북 합작방식의 투자 또는 민족경협적 차원의 차관 제공 등등.
상기 언급한 협력과 투자를 통해 북한의 산업역량이 일정 궤도에 오른 다음에야 비로소 남북간 높은 수준의 유기적 결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이후 전개될 역동적 가능성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예측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재해석과 활용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시장경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가’ 라는 문제가 북한의 초기 발전단계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사활적 주제일 것이다. 현재, 시장경제를 대하는 입장은 대략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1) 자유적 시장경제 (LME, Liberal Market Economy) : 시장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적 법칙으로 스스로 최선의 조건을 찾아 작동하므로 정부나 조직은 개입을 최소한의 영역에 머무른다. 이에서 한걸음 더 나가 시장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적 존재라고 믿는 것이 소위 신자유주의적 접근이다. 소위 영미식 접근이다.
2) 조정개입적 시장경제(CME, Cordinated Market Economy) : 적정 가격의 형성, 자원효율적 배분기능, 수요에 대한 정보와 혁신과 정책의 방향제시 등 기능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시장적 흐름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상황과 필요에 따라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조정의 과정을 허용한다. 노르딕 지역을 포함한 유럽대륙형이라고 할 수 있다.
3) 사회기제적 시장경제( SME, Societal/State Market Economy) : 시장이 지닌 2)번 항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되, 이를 지켜야 할 규범적 법칙으로 추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표와 지향을 실현하고자 하는 기능적 도구로 활용한다. 중국 등에서 실험중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북한에 있어서는 시장경제의 적용과 활용은 상당기간 SME적 관점을 견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사회기제적 SME로 발전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사민주의적 CME로 전화할 것이지는 북한사회의 정치적 전망과 직결되는 주제이거니와, 중국을 포함하여 21세기 전인류적 관심사이기도 하다.
산업화를 위한 초기자본 형성과정과 금융 및 통화 인프라 구축
자원도 없고 전쟁 직후 빈곤한 나라에서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한 남한은 미국의 원조와 굴욕적인 한일경협지원 그리고 6천 명에 이르는 젊은 목숨과 바꾼 월남전 참전 등으로 초기 산업화 자본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지만, 북한의 경우에는 아래에 예시하는 바처럼 색다른 경로와 조건을 통하여 초기자본을 형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따라서 이의 형성 과정에서 패권국들의 이해에 종속되지 않도록 경제정책과 결제통화 및 금융통제에 관한 주권적 사항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경제 주권을 유지한다는 큰 원칙 하에서 돈주의 등장 + 자원 수출 + 임가공 수출산업 + 관광 산업 수입 등 내부에서 형성되는 자본의 축적 과정에 추가하여 남한의 민족적 경협 지원과 조건이 없는 일본의 배상금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SCO & AIIB, WB(ADB) & IMF 등 국제금융기구들에서 제공되는 차관을 순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미래적 발전모델 또는 전략으로, 남한사회가 겪은 동아시아적 단계론 과정을 거치거나 미국 등 패권국가의 지원과 우산 아래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립형 방식을 기본으로 생존적 폐쇄 경제에서 벗어나 개방적 국제사회의 참여를 통하여 미래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직진할 가능성을 지니면서 개방과 주체의 혼합 방식을 통한 추격전략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북한의 가능성에서 열거하였지만 70년까지 높은 공업수준을 유지했던 기억효과(memorial recovery effects)도 크게 일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필자는 이를 동시다면적 고도성장 전략(Multi-Phaseal Catch-up Development Strategy)이라고 칭하면서 동아시아 전승의 유기 생태농업과 광물자원의 가공 공정에 더하여, 정밀화학, 정밀기계, 전자통신, 우주항공 등 전략적 기술들이 상호 결합하여 고부가가치를 실현하는 자립적 경제구조와 산업추격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격변하는 세계의 환경이 배달민족에겐 위기이자 도약의 기회이다.
위에 언급한 남한의 다변화를 통한 평형적 안정전략 (Multi-pillars equivalent & stabilized Strategy)과 북한의 동시다면적 고도성장 전략(Multi-Phaseal Catch-up Development Strategy)이 호혜적으로 상호 결합하여 거대한 시너지를 형성하는 배달민족의 미래를 상상한다.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철든 이후 시대와 사건 속에서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와 내가 우주이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만나야 연대가 있고, 진보의 방향으로 다른백년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 [제3섹타 경제론], [격동세계] 등의 기고를 통하여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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