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는 큰 구멍을 남겼다. 그것을 대체하기에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충분치 않았다. 이후 중국은 모든 것을 다 갖춘 소련의 대안인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많은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이념적, 군사적, 경제적 적이 될 실력을 갖추고 있다. 마침내 주의를 집중할 가치 있는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이 내가 올해 빌더버그 회의에 참석하면서 도출해 낸 주요 결론이었다.
중국과의 전면적인 경쟁이 미국의 경제, 대외 및 안보 정책의 조직 원리가 되고 있다. 다만 그것이 도널드 트럼프가 원하는 조직원리인지는 중요치 않다. 미 대통령은 타고난 민족주의자이자 보호주의자이다. 다른 참모들은 체계와 세부사항을 보충한다. 이들의 목표는 미국의 지속적 세계지배이며, 수단은 중국에 대한 통제 또는 중국과의 분리다. 규칙에 기반한 다자간 질서나 세계화된 경제, 심지어는 조화로운 국제관계가 이러한 갈등에서 유지될 것이라 믿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착각일 것이다. 몇 주전 중국이 발표한 무역 갈등에 대한 놀라운 백서가 그 증거다. 나를 낙담케 한 사실은, 많은 면에서 중국의 입장이 옳다는 것이다.
미국이 양자 간 불균형에 중점을 두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무지한 것이다. 지적 재산의 도둑질이 미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견해는 미심쩍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의 가입 협정에 따른 약속을 중국이 완전히 위반했다는 주장은 몹시 과장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대부분의 모든 무역정책 조치가 WTO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부정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위선적이며, 이는 사실상 분쟁조정 시스템을 파괴하겠다는 의지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의 입장은 “힘이 곧 정의를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인들이 판사, 배심원 및 집행인으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위선적이다.
시장개방이나 지적 재산 보호에 관한 문제는 신중한 협상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한 해결은 국가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 시장 중심의 개혁을 촉진할 것이므로 중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방식으로 해결하기에는 무척 곤란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협상에서의 쓰라린 실패 때문이다.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와의 통합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미국의 논쟁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화웨이에 대한 공포는 국가 안보와 기술 자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유무역은 점점 더 마치 “적과 거래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과의 관계를 제로섬 갈등의 하나로 규정하는 것이 추세다. 키론 스키너 미 국무정책기획국장(냉전시대 전략가 조지 케넌이 한때 임했던 직위)의 최근 발언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그녀는 뉴아메리카가 주최한 포럼에서 중국과의 경쟁은 “전혀 다른 문명이자 다른 이념과의 싸움이며, 미국은 그런 방식을 취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우리가 백인이 아닌 막강한 권력의 경쟁상대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라고 덧붙였다. 일본과의 전쟁은 잊혀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이 전쟁을 문명 및 인종적 전쟁이며, 따라서 불가해한 갈등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며, 그녀는 여전히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이들은 갈등을 이념과 권력에 대한 것으로 설명한다. 전자에 역점을 두는 이들은 시진핑 주석의 마르크스적 언변과 강화된 공산당의 역할을 지적한다. 후자를 강조하는 이들은 중국의 경제력 상승을 지적한다. 두 관점 모두 영구적 갈등을 시사한다 이는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모든 국가들은 점점 더 한쪽 편을 들거나 중립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도록 강요당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중요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위험하기조차 하다. 비록 성가실지라도 감당할 수 있는 관계가 전면적인 갈등으로 바뀔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이념은 소비에트 연방의 이념이 그랬던 것처럼 자유민주주의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 내 우익선동가들이 훨씬 위험하다. 중국의 경제 및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한 노력은 대부분 실패할 것이 분명하며, 이는 설상가상으로 중국인들의 깊은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잘 살게된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의 자연적인 발전이 위협당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발전은 서방의 불안에 대한 중요한 원인이 아니다. 중국보다는 미국 내의 엘리트층의 무관심과 무능력이 서방의 불안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적 재산의 도둑질처럼 보이는 것은 상당부분 당대 기술에 정통하기 위한 경제부흥국의 불가피한 노력을 나타낸다. 무엇보다도 4퍼센트의 인류(미국)가 나머지 인류를 지배하기 위한 시도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 말의 의미는 중국이 행하거나 말하는 모든 것을 수용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방이 중국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유, 민주주의, 규칙 기반의 다각주의, 국제적 협력이라는 영속적 가치를 고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지난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의 많은 미국 지지자들을 만들어 냈다. 그 생각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생각들을 옹호하고 실제로 훨씬 더 강력하게 주장하는 동시에, 자연환경 상업규칙 및 평화를 보호하도록 부흥하는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과 협력의 혼합이야말로 미래로 나아가는 올바른 방법이다.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기 위한 이러한 접근법에는 뜻이 맞는 동맹국과 밀접히 협력하고 중국을 존중하는 것이 포함돼야 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비극은 미행정부가 두 강대국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동맹국들을 공격하며, 전후 미국 주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에 대한 공격은 잘못된 방식으로, 잘못된 지역에서 벌어진 잘못된 전쟁이다. 한탄스럽게 오늘의 세계, 여기가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이다.
Martin Wolf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수석경제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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