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과연 중국에게 등을 돌릴 수 있을까?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장기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지만, 가장 친근한 동맹인 유럽이 미국의 편에 서줄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열린광장 세계의 시각 2021.10.29 0 COMMENTS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전략적 경쟁”에 있어 미국의 광범위한 동맹국을 참여시키려는 열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아시아에 있어서 타당합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중국의 지역패권 추구에 대해 걱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으며, 미국은 일본, 호주, 한국, 인도 등의 광범위한 협력이 없이는 중국의 패권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미국의 세심한 외교가 필요하지만 아시아의 맥락에서 중국과 대항하여 균형을 유지하려는 공동의 관심은 분명합니다.
Joe Biden & Co의 미국 행정부는 유럽의 파트너들도 비슷한 노력에 참여하기를 원하지만, 이는 내용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AUKUS로 알려진 최근의 호주, 영국, 미국 간의 방위협정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기의 협정은 중국과 균형을 유지하려는 유럽의 열망과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원하는 영국의 희망과 워싱턴과의 관계를 심화하려는 캔버라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윈스턴 처칠 이후 모든 영국 총리들이 미국의 지도력에 보인 무조건적 반응과정의 하나이지만, 그러나 런던당국이 새로운 파트너십에 토큰(별의미 없는)이상의 노력을 기울일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입니다.
더욱이, AUKUS는 프랑스를 배제함으로써 유럽대륙을 중국에 대응하는 광범위한 균형의 연합으로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약화시켰습니다. 이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유럽연합을 기준삼아 보면 비교적 부유하고 대부분 민주적이며 중요한 경제주체들이며 정교한 무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에는 또한 핵무장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회원국가가 둘이나 있으며 5억 명이 넘는 인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유럽국가들이 어떻게 정렬하느냐에 따라 세계 강대국 간의 전반적인 균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연 유럽연합이 중국과 균형에 참여할까요?
여러분들이 제게 허락하신다면, 이것을 분석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위협이론의 균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위협이론의 균형’의 핵심 주장은 일반적으로 관련 국가들은 자신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호간에 동맹을 맺는다는 것입니다. 일차적으로 위협의 수준은 역내의 군사력, 지리적 근접성, 공격능력 및 인지된 의도의 4가지 위협 구성요소의 조합으로 형성됩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경제군사적으로 힘이 강한 인근 국가가 멀리 있는 국가보다 위협적이므로 위협을 느끼는 이웃 국가들 간에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다른 조건들이 평등하다면, 대규모의 공격지향적인 군대를 보유한 국가가 영토방어를 위해 적당한 군사능력이나 군대를 보유한 국가보다 더욱 위협적입니다. 악의적인 위협을 느끼는 취약한 국가가 매우 우호적이거나 현재 현상유지에 대체로 만족하는 강력한 국가보다 더욱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전자의 국가가 후자의 국가보다 균형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려고 할 것입니다.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빠르게 성장하며 다른 국가를 공격하기에 적합한 군사능력을 획득한 국가는 주변의 위협에 대한 인식을 자의적으로 바꿀 수 있으며, 또한 다른 국가를 희생시키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려고 하거나 공개적으로 기존영토 또는 정치적 협정을 수정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주변국의 의도는 손쉽게 변할 수 있고 미래는 항상 불확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현재의 위험에 대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협환경이 변할 경우를 대비하여 다른 옵션을 열어 두는 방식으로 안전을 보장하고자 합니다.
위협이론의 균형적 관점에서 보면 아시아의 현재적 흐름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현대중국은 상기에 언급한 위협의 4가지 구성요소 모두로 주변 국가들에게 경보를 울리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아시아의 주변 국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하고자 하는 이유이며, 미국과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자 하는 배경입니다.
중국의 국력은 40년 동안 극적으로 증가했으며 배증하는 경제력은 점차 강력한 군사능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주변 국가들 모두가 중국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경계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현재의 중국 군사력은 외부의 직접적인 공격으로부터 중국본토를 방어하는 데 국한되지 않으며, 이제 인접국들과 궁극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도 전투력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대만에 대한 중국의 행동, 호전적인 “늑대전사외교”의 채택, 그리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1세기를 “중국의 시기”로 만들겠다는 거듭된 주장은 중국의 장기적인 의도에 대한 정당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위의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아시아(및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균형 조치들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유럽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한편으로 중국이 급부상한 국력을 사용하여 사소한 사안이라도 다른 국가를 압박하는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유럽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급격히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에 대한 유럽의 태도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에 대해 “비우호적”으로 보는 인구비율은 스페인 63%, 스웨덴 85%, 프랑스 70%, 독일 71%에 이르렀습니다. 중국의 대결적인 외교스타일과 수백만 위구르인을 “재교육”하여 문화적 획일성을 강요하려는 노력은 유럽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았습니다.
총체적인 국력의 증가와 더불어 중국은 제멋대로인 수정주의 강대국이라는 인식의 증가 등 여러 위협의 차원에서 많은 유럽 국가들은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역할이 증대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불안하고 편협하며 화를 쉽게 내는 중국이 세계질서의 핵심원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공통된 열망으로 대부분의 유럽(특히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국가들은 최소한 무역이나 기본인권과 같은 문제에 대해 워싱턴과 함께 연대하기를 희망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유럽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매우 멀고 베이징은 유럽 국가들의 영토 보전이나 국가안보의 다른 기본요소에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중국은 유럽을 침공하거나 핵무기로 공격하거나 대규모 테러공격을 후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 강력해진 중국 해군이 전세계를 무대로 항해하지도 않을 것이며 어떠한 해상봉쇄도 시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중국은 수백만 명의 난민을 유럽 국경으로 보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유럽이 중국에 대항하여 균형을 맞춰야 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유럽의 균형연합은 단일 유럽 강대국이 다른 강대국을 지배하고 대륙패권을 확립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형성되어 왔습니다. 궁극적으로 나폴레옹의 프랑스나 또는 나치 독일을 패배시킨 연합군, 또는 소련제국에 대항하고 결국에는 붕괴시킨 NATO동맹을 생각해 보십시오. 잠재적으로 패권적인 러시아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상상하면서 (또는 독일이나 프랑스가 패권국가로 부활하는 가능성에 대응하여) 연합의 형성을 제안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전망은 현실과 매우 동 떨어져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내-분열이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저해하는 이유는 유럽에는 패권의 위협이 없고 유럽인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유럽에 대하여 헤게모니를 행사한다는 전망 역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과 군사경쟁에서 미국의 편을 드는 것이 왜 유럽(또는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의 이익이 되겠습니까?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이번 주에 한 발언을 생각해 보십시오– “미국은 중국과 맞서기를 원합니다. 반면에 유럽연합(EU)은 중국과 관계를 맺기를 원합니다”. 그는 유럽의 핵심문제는 “미국으로부터 독립하고 경제적이든 전략적 이익이든 자신들의 이익을 방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그들의 경제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당연히 주저합니다. 독일수출시장의 중국점유율은 2000년 1.6%에서 2018년 7% 이상으로 증가한 반면, 미국점유율은 같은 기간 10.3%에서 8.7%로 하락하면서, 중국에 대한 군사적 균형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럽국가들은 경제와는 다른 이유로 여전히 중국에 대하여 균형을 유지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태평양에 산재한 광범위한 식민지와 백만 명이 넘는 자국의 시민이 있지만, 국제화된 프랑스가 침략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영토를 단호하게 방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물론 유럽은 미국이 주도하는 균형의 연합에 합류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럽이 중국에 대해 중립을 선택하면 미국이 유럽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도 유럽은 미국의 의견을 달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만 취할 것이며, 제 판단에는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유된 민주적 가치가 유럽과 미국을 거대한 반중연합으로 결속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라스무센(Anders Fogh Rasmussen) 전 덴마크 총리와 같은 매파적인 유럽인들이 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자신이 “민주주의의 동맹”을 거듭 촉구 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래와 같은 배경에서 그는 실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럽연합이 헝가리와 폴란드의 민주주의 후퇴 그리고 벨로루시의 민주주의에 대한 강도높은 탄압에 대응하는 방법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 국가의 민주주의를 옹호하거나 증진하기 위해 진지한 군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엉망진창인 상태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의 양대 정당 중 하나(공화당)가 공개적으로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고 영구적으로 소수자의 지배를 확보하려 하고 민주주의 기능장애의 증거가 매일처럼 나타나는 상황에서 세계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통합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게다가 공화당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미국의 진지한 노력을 좌절시킨다면, 유럽인들이 이를 심각한 위험으로 받아들이면서(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 간의 불협화음이라는 추가 요소로 인해 중국에 대한 공동전선을 형성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국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대서양 횡단협력의 유의미한 전망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판단으로는 미국과 유럽이 인권, 공공보건, 핵의 비확산, 세계경제질서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전부는 아니지만) 등 많은 소프트–파워적 현안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항해의 자유가 방해를 받거나 중국이 야기하는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일부) 유럽국가들과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토론을 해볼 수 있습니다. 대서양의 양측(미국과 유럽)은 때때로 인지된 말썽꾸러기들에게 상징적인 제재를 가할 용의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군사용 응용프로그램과 같은 민감한 첨단기술이 중국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유럽이 부단히 노력할 것을 미국이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상기 이상의 전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위협이론의 균형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주로 자신들의 지역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아시아의 지역적 세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 군인의 생명이나 번영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크게 꺼릴 것입니다.
유럽인들이 중국과 균형을 유지하기를 꺼리는 것을 비겁함과 잘못된 이상주의 또는 전략적 근시안으로 보는 입장이 미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그러한 비난은 너무 가혹합니다.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이후로 점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권력(및 위협)분배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부분적으로 미국의 단극시대(unipolar-era, 1993-2009)가 표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려 왔기 때문에 이것이 수면 위로 나타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편향된 다극성(lopsided multipolarity)의 하나입니다. 이는 많은 국가에 대해 매우 모호한 위협의 환경을 의미하며, 강대국 및 중견국 모두에게 다양한 선택의 범위가 주어졌음을 의미합니다. 대서양 횡단의 연대에 대한 기대는 궁극적으로 구시대 냉전의 산물입니다.
출처: 포린 폴리시 on 2021-10-15.
Stephen M. Walt,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의 정기 칼럼니스트이자 하버드 대학교 국제관계학 (Robert and Renée Belfer)의 석좌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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