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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정치 건달이 너무 많다. 그리고 비루하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한 자리 차지했던 그리고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 사회에 어떠한 공적이 있어 그 자리를 얻게 되었을까? 백번 양보해서 기왕 그런 자리에 올랐다면 진정 멸사봉공해야 마땅할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무슨 일을 했는가? 촛불정신의 구현은 언급할 나위도 없다. 시민 권리의 제도화를 하나라도 이뤄냈다는 경우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아예 의지도 개념도 없다. 오로지 자리와 ‘떡고물’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 주변에 ‘정치 건달’이 너무 많다.

<출처: 데일리안>

그들은 보수 기득권세력과 너무나 닮아간다. 애초 그들의 롤모델은 보수 기득권 세력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기득권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집단의 하나로 전락해갔다. 지금의 자리는 단지 다음의 더 높은 자리로 가기 위한 스펙 쌓기 혹은 디딤돌에 불과하다. 매일 같이 고급 한정식집에 모여 자리에 관한 정보 교환하고 청와대와 연결되는 줄 찾아 줄서기에 골몰하며 인맥 구축하느라 날이 샜다. 이런 행태들, 너무 비루하다. 국록을 탐하고 거들먹거리면서 ‘진보’와 ‘공정’을 좀먹은 죄, 매관매직과 다를 게 무엇인가.

돌이켜보면, 우리 주변의 이러한 ‘비루한’ 행태의 시작점은 1987년 대선 당시 오로지 자기 개인의 영달과 출세만을 위해 정치권에 빌붙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바로 그때부터 정치권 보스에 아부하고 줄을 서는 그런 행태가 언제나 가장 정확한 노선이고 합리적인 선택지였다는 ‘교훈 아닌 교훈’을 얻게 된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정치권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선택을 한 경우는 백이면 백 모두 고립무원의 처지로 몰리며 결국 처절한 ‘인생의 실패자’로 전락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 ‘학습’으로 인해 우리 주변에 이토록 ‘정치 건달’의 비루한 행태는 일상화되었다.

 

현 집권세력이 기득권화한 것, 이것이 근본 문제다

선거 참패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잘 알려진 대로 ‘내로남불’과 ‘무능’은 대표적인 참패 요인으로 지적된다. ‘무능’은 말할 것도 없이 부동산 문제에서 여실히 드러났지만, 예를 들어,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 문제만 해도 ‘관료의 벽’에 가로막힌 채 몇 년이 가도록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실 어느 한 가지 문제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능한 인사들을 기용할 생각도 애초부터 없었고, 그렇게 모든 일이 관료 친화적으로 흘러가 용두사미되었다.

근본적으로 집권세력은 이미 뚜렷이 기득권화되었다. 무주택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고, 직업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서러움을 헤아리지 못했으며, 항상 죽음의 노동에 직면하고 있는 영세업체 하청 노동자에 눈 감았다. 또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절망에 빠진 자영업자와 이미 폐업한 전(前)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눈물’만을 연출할 뿐이었다.

사실 집권세력은 ‘국민의힘’ 때문에 이제까지 승승장구, 존립해왔다. 언제나 상대 보수진영과의 비교만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렇듯 늘 ‘비교’하면서 닮아갔다. 그리고 일상화된 ‘비교 습관’ 자체가 이미 보수 세력과 동일하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인) 기득권임을 스스로 입증해주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다면, ‘폐족신세 못 면한다

현 사태의 근원은 단지 기술적이거나 일시적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이다. 이번에도 임시미봉책으로 변명하고 ‘보여주기 쇼’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움직임이 눈에 보인다. 그러다가는 정말 망한다. 변화되지 못한다면, 공도동망(共倒同亡)한다. 문자 그대로 ‘폐족’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단일화’의 위력을 확인한 국민의힘은 대선에서도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이고, 안철수의 합류로 민주당의 ‘중도층’ 흡수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정의당과의 협력은 어려워졌다.

문재인 정부의 현재는 정확히 부동산 문제로 조락했던 참여정부 말기의 데자뷰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단지 발화점일 뿐이다. 그간의 갖가지 실정(失政)으로 상처받은 대중들의 분노는 대단히 깊고 전반적이다. 민심은 크게 이반되었다. 집권세력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절체절명의 심각한 위기다.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그리고 차기 대선 주자들은 배수진을 치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리하여 부동산 문제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 노선을 주창하면서 정국 전반을 주도해나가야 한다. 이 길만이 심각한 오늘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타개책이다.

 

소준섭

소 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국제관계학 박사. 저서로는 『광주백서』,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사마천 사기 56』, 『논어』, 『도덕경』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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