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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촌은 최고령 사회로 진입하였다. 필자가 사는 춘천의 사북면 별빛마을은 6개 리(里)에 929명의 주민들이 등록되어 있다. 주민들 중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331명으로 전체 인구의 35.6%를 차지하고 있다. 이게 2018년 통계이니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20대, 30대 인구가 100명으로 10%가 넘으니 ‘아직 젊은이들이 있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주민등록만 남겨놓고 도시에 나가 있다.

645명이 50세 이상이니 2/3가 중늙은이거나 늙은이 그리고 요즘 시쳇말로 찐 늙은이 들이다.

이들은 우리 농촌의 마지막 농사 전승세대이다.

이들이 가업인 농업을 이어받을 때까지 대대로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자식에게 농사를 물려주었다. 수렵채취생활에서 농경정착생활로 바뀐 이후 이 세대들에 이르기 까지 이렇게 농업은 대를 이어 전해져 왔다. 이런 농업계승의 마지막 세대가 이들 고령 농민들이다.

이들은 아버지로부터 농업을 물려받았지만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서 노부부가 가족농으로 농사를 지어왔다. 대부분 자기 땅에서 농사를 지었으며 도시로 나간 집들이 남겨놓은 땅들을 소작짓기도 하였다. 소 한 두 마리, 염소 십 여 마리 키우고 벼농사와 밭농사를 골고루 짓는 농사. 자급을 기본으로 하고 소득작물을 키워 삶을 영위하는 그야말로 영세가족농 들이었다. 이들이 힘써 농사를 짓던 30여 년 전 만해도 우리 농촌에는 대부분 농민들이 살았고 그들은 서로 힘을 보태 농사를 지었다.

이제 아버지가 짓던 농사를 아들이 이어서 하는 승계농의 비율은 5%가 안된다. 그나마 대농이나 축산을 하는 목장주의 자녀들로 주로 조수익이 1억원 이상 되는 농가들이다.

조수익은 농가에서 1년동안 농사지어서 나온 농산물과 부산물에서 얻는 수입으로, 매출액이라고 보면 된다. 조수익 1억원 농가를 억대 농부라고 하는데 매출 1억원이면 순소득은 사실 얼마 안된다. 이 정도라도 되어야 자식이 농사를 물려받을 생각이라도 하는데 대부분은 농사지어서 얻는 농업소득이 천만원 남짓이니 누가 부모의 농사를 물려 받겠는가?

아래 지도는 지난해 11월에 한국고용정보원의 이상호 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이다. 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1이면 돌아가시는 분과 태어나는 아이가 비례하니 그 지역은 인구 변동이 없을 것이고 이 값이 1보다 크면 태어나는 아이가 더 많을 테니 인구는 늘어난다는 통계상의 가정을 지표화 한 것이다.

지도에서 보면 빨간 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소멸 고위험’지역이다. 황토색은 소멸위험진입단계 지역이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5년 만 해도 「소멸위험진입단계 지역」은 일부 있었지만 「소멸고위험 지역」은 없었다. 그런데 2018년에 11개 시군이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고 지난 해에는 다섯 개 지역이 더 늘어 16개 지역이 소멸 고위험 지역이 되었다.

올해는 또 몇 개의 농촌 시군이 빨간색 지역으로 편입될지…

황토색과 빨간색지역은 이 땅의 마지막 승계농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자식들은 대부분 연두색과 녹색지역에 살고 있다.

사람만 녹색지역으로 몰리는게 아니고 농촌의 땅도 녹색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이미 농지의 50% 이상이 비농민 소유로 넘어가 있다. 그런데 농촌에서 농사짓고 있던 고령농민들이 돌아가시면 농지는 자식들에게 상속될 것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도 비농민들의 농지소유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인구지도에 색을 쓴 사람들은 자연의 이치를 따라 색을 선택한 것 같다. 초록의 봄과 단풍이 지는 가을의 색을 사용하여 현재의 우리나라 인구 상황을 표현하였다.

그래서 더 서글픈 농촌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국토의 상당부분이 비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인구가 늘어날 때는 행정구역이 분할되지만 인구가 줄어들면 통합을 하게 될 것이다. 통합되는 지역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 지로 주민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인구 수에 따라 책정되는 정부 예산은 인구가 없는 지역의 예산을 줄일 것이다. 주민들이 받는 공공서비스는 축소될 것이고 지역에서 사는 삶은 더욱 초라해 질 것이다. 그러면 남은 마지막 사람들 까지 도시를 향해 짐을 싸게 될 것이다. 악순환이 이어지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만 녹색으로 남고 나머지 지역은 전부 빨간색이 되는 날은 머지 않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국민의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그리고 국토의 균형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문재인정부의 시간이 우리 농업의 골든 타임이고, 심폐소생의 시단을 놓치면 우리 농업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황혼이 지는 농촌에 초록의 기운을 불어넣는 최소한의 토대라도 놓아야 다음 정권에서 지역과 농업을 살리는 정책을 세울 수 있다.

농지를 농업으로만 이용하는 농지법의 개선과 도시에서 이주해 오는 새로운 농업후계자의 안정적 정착 지원 그리고 농촌과 지방의 공공일자리 확보를 통한 지역의 인구유입정책은 국회와 행정부, 지방정부와 정부 산하기관들이 융·복합 협력으로 위기극복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자연의 황혼은 내일 새로운 해를 떠 올리지만 농촌의 황혼은 되돌리기 어렵다.

 

이재욱

이 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농민기본소득 전국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경자유전의 원칙과 농지농용을 위한 국민연대’ 추진기획단장, 춘천농민회 사북면지회장,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이사장을 함께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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