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하는 탈북유튜버의 지형도
최근 분단시대에서 평화시대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공론장의 지형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변화를 알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북한사회에 대해 말하는 화자(話者)들도 늘어났고, 공론의 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방송하는 탈북인 1인 TV가 많이 개설되었으며, 그들이 올리는 동영상의 수나 양 등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탈북주민 유튜버들이 등장하여 북한사회를 알려주는 중요한 행위자로 진화해가는 중이다. 이들은 각자의 처지나 이념적 지향성 그리고 이해관계에 맞추어 다른 유튜버들과 손잡고 함께 촘촘한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확산되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 내가 아는 한 지인이 “탈북자 유튜버 방송을 보는게 북한사회를 아는데 정말 도움이 될까? 오히려 가짜뉴스가 확산되는게 아닌지 걱정스럽다.”라고 꼬집어 질의해왔다. 탈북 유튜버를 통해 북한 사회의 실제를 이해하기가 가능할까?
그들은 다양한 탈북동기와 이주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탈북 유튜버들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여 방송한다. 그런데, 탈북유튜버 중에는 20여년 전에 북한을 떠났거나 혹은 10살 때 북한을 떠난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과거의 북한사회와 현재의 북한사회를 혼동하기 쉽다. 여기에 계층이나 지역, 젠더적인 특수성이나 개인의 신상까지 고려하면 더 복잡한 방정식이 나온다. 오늘날 다양한 탈북자 유튜버들의 활동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살펴보기 위해 우선 탈북인 유튜브활동의 간단한 지형도를 그려보았다. 대략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유형, 태극기부대의 온라인버전인 극우반공 탈북인사 유튜버들
NK TV(김흥광), 이애란TV, 정성산TV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들은 남북관계가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것을 반대하며 문재인정부를 반대한다는 점에서 태극기 부대와 맥락을 거의 같이한다. 이들은 1990년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고난의 행군시절에 북한을 떠난 식량난민 탈북세대로서 한국에 온지 20여년이 된다. 이들은 일찍이 탈북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보수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사들이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에 정부에 의해 기용되거나, 그들이 이끄는 단체들은 정부로부터 많은 보조금을 받았고, 정치공학적인 일에 음성적으로 관여하기도 하였다. 탈북단체들은 2012년 18대 대선시 국정원이 사이버 팀을 조직하고, 모단체 소속 탈북자 100여명을 댓글 알바로 동원하여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기도 하고, 반세월호 시위 등에 탈북민을 조직하여 동원되기도 하였다. 현재 김흥광의 NK TV은 북한의 북한주민들의 처절한 삶과 폭정, 심각한 인권상황을 남한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하여 북한으로부터 직접 입수한 정보와 영상, 사진, 문서, 기기 들을 제공하다고 표방한다.
이애란 박사는 대통령 선거직전 문재인정부가 선거에서 이기면 탈북민 3,000명을 이끌고 해외로 망명하겠다는 선언으로 유명하다. 이애란 박사는 ‘김정은 수석대변인 문재인은 탈북주민을 타국민이라 불러(2018.9.28)’, ‘흑막속 김일성 주성궁 비화 제3회-김일성 아버지 김형직은 ‘마약판매상'(2017.6.17)’ 등처럼 북한 최고권력자와 문재인 대통령을 동시에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화법을 구사한다. 정성산 역시 림종석동지(북한 회자하는 임종석의 실체)와 같이 현 여당인사들을 종북으로 모는 언설을 구사한다. 구독자 수는 이애란TV 8.8만, 김흥광TV 8.8만, 정성산TV 11만을 헤아린다. 이들은 극우인사들이 운영하는 조갑제TV, 이봉규TV 등에도 자주 출연하면서 공조한다. 이들 탈북 유튜버들은 북한에 관해 부정적인 정보들을 제공하며 북한을 공격하기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북한식 거친 험오언술을 거침없이 구사한다. 이들은 탈북자단체에서 가장 오래된 그룹이며 정치적으로는 자한당 중에서도 극우에 속하는 태극기파와 비슷한 정치적 위치에 서서 북한출신주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인기있는 탈북유튜버인 것은 아니다.
둘째 유형,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이만갑출신 탈북여성 유튜버들
손봄향을 정점으로 하여 이소율, 한송이 등 20대 신세대 탈북여성들이 뒤를 따른다. 이들은 모두 <이제 만나러 갑니다> 방송에 출연했던 젊은 탈북여성들이다. 특히 한송이는 2013년에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 ‘상속자들’을 보고 한국을 목표로 탈북한 직행이주자라고 한다. 반면에 손봄향은 10살 때 북한에서 탈북해서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정착했다. 이들은 이만갑 당시부터 특유의 톡톡 튀는 솔직한 입심, 예쁜 얼굴로 주목받다가 여기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개인 유튜버로 독립하는 길을 밟았다. 특히 입심이 좋은 손봄향은 무려 26만에 달하는 파워 유튜버로 전체 유튜버 중 랭킹 48위를 차지한다. 이어 한송이 8.1만, 이소율의 3.4만 구독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방송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인생 경험들을 이야기하는데, 솔직하면서도 거침없는 말솜씨로 인기몰이 중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어렸을 때 북한을 떠났기에 북한사회에 대해 아는 사실이 적다. 비교적 기억이 뚜렷한 자신의 탈북스토리를 이야기하며, 현재 본인이 겪는 한국생활에 관해 젊은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소비생활과 탈북인으로 겪는 이색경험들을 이야기한다. 먹방, 패션, 화장, 장신구, 요리, 남북한 비교, 댄스 노래, 한국정착기 등 생활사가 중심 화제이다. 이 점에서 북한정부와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정치적 주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첫 번째 구룹과 차이가 있다. 특히, 손봄향은 열 살에 북한을 떠났지만 어려운 시절 겪은 에피소드며 고난의 행군시절 아사한 가족사까지 리얼하고 묘사한다. 청년세대 유튜버들은 입담이 좋고 재미가 있어 젊은 층들의 인기를 끌지만 이처럼 신상을 내놓고 방송에 나선 그녀들에게 꼭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때 “손봄향이 김일성을 찬양했다”는 말이 일베에 돌아 많은 일베 유저들이 손봄향의 방송이나 블로그 등으로 몰려가 분탕을 쳤다고 하니 역시 북한출신이라고 사실을 내놓고 한국사회를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그녀들은 남한의 젊은 청년들에게 가깝게 다가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기여한 바가 적지 않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북한사회의 실제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라고 보긴 어렵다.
셋째 유형, 북한의 현실을 가려서 알려주는 팩트체크 전문가 유튜버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의 유튜브 채널 ‘연통TV’가 1년전에 출발했고, 2019년 4월부터 17년간 일해온 동아일보기자 주성하가 ‘주성하 TV’를 방송한다. 주성하는 북한의 생생한 현실에 대해 알리는 것을 표방한다. 연통TV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민족의 공동선 실현을 위해 우리가 북에 대해서 잘못 알았던 사실이나 편견을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지한다. 연통 TV는 2018년 5월에 개설해서 아직 구독자 수는 1만 명이 채 되지 않지만, 일반인 사이에 잘못 유포되어 있는 오류나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한 주제의 전문가 대담을 시도해서 시민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주성하 역시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지만 17년간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얻은 자신의 경험과 풍부한 취재결과에 기반해서 그간 북한에 대해 잘못 알려진 가짜 뉴스들을 저격하는 유튜버로 나서고 있으며, 남과 북의 권력과 좌와 우를 모두 베는 양날의 검임을 자처한다.
그 외 최근에 활동하기 시작한 진보진영 민플러스TV의 왈가왈북이 있다. 다문화, 고려인, 탈북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방송을 표방하는 배나 TV 등이 있다. 왈가왈북은 남북 화해를 가로 막고 있는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해서 더 이상 우리의 평화와 통일의 길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표방하고, 탈북자들이 폭로해온 북한사회의 취약점들을 해명하는데 주력한다. 예를 들면 태영호의 거짓말(①학력위조, ②북한 학교폭력 등)을 밝히는 외에 탈북자들이 북한사회의 문제점으로 증언한 사항들 북한사회의 성상납입당이나 기쁨조를 반박하는 토크쇼도 했다. 통일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유영호가 사회자이고 평양시민 김련희, 한국에 온 후 간첩으로 몰렸다가 무죄선고를 받은 탈북자 홍강철을 게스트로 해서 토크쇼를 진행한다. 왈가왈북 고정게스트인 평양시민 김련희는 과거 북한의 이상과 제도를 마친 북한의 현실인양 설명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혼동을 주는 경향이 있다. 왈가왈북이 북한의 실제를 시청자들에게 바로 알리기 위해서는 좀더 엄밀한 사실 확인과 전문성이 필요해 보인다.
탈북 유튜버를 통해 북한 들여다보기, 가능할까?
처음 질문 탈북 유튜버를 통해 북한 들여다보기, 가능할까? 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우선 정치성을 앞세운 유튜브 방송은 피할 것을 권한다. 첫 번째 극우반공인사들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주장을 내세우기에 바빠서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주로 북한당국을 공격하고 북한과 평화로운 관계를 가지려는 문재인정부를 비난하는데 포커스를 맞춘다. 이들은 남북한 관계가 평화로울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진보진영에서 만든 왈가왈북도 북한에 대한 가짜뉴스를 몰아내고 팩트체크를 표방하고 있지만 상대의 주장을 논박하기에 바빠 오히려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일에 소홀하다. 이만갑출신 신세대여성들 역시 최근 북한의 실제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한계가 뚜렷하다. 이들 대부분이 어릴 때 북한을 떠났고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해서 북한사회를 설명하는데, 이들이 어릴 적에 경험한 북한사회는 이미 변화했다.
현재 탈북유튜버들의 점하는 지형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버는 정치적으로 대북비난을 주로 하는 반공우익인사, 혹은 이만갑출신 신세대 여성그룹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들인 시간에 비해 북한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의 질은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사회에 대한 이미지나 정보 왜곡을 염려해야 할 수준이다.
탈북인을 통해 북한사회를 좀더 생생하고 가깝게 이해하고 싶다면 전문가와 탈북인이 함께 참여하는 후발 유튜브 방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탈북인들은 북한을 떠난 이후 북한에 대한 정보가 바로 끊어진다. 유튜브에는 거의 10년 이상된 탈북인들이 주로 출연한다는 점도 우리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실상 가장 최근에 온 탈북민들일수록, 북한사회에 대해 많이 아는 탈북인일수록 북한 주류사회에 속하는 탈북인일수록 몸을 숨기고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탈북인을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탈북인이자 계속 기자활동을 해온 주성하TV나 연합통신에서 전문가와 탈북인을 기용하여 기획한 연통TV 등이 북한사회를 이해하기에 좋다. 이들이 초심대로 가짜뉴스와 혐오표현을 몰아내고 북한의 실제를 그대로 밝히는 활약을 해나가길 기대해본다.
앞으로 다양한 탈북유튜버들이 분화하면서 분단체제의 얼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역으로 얼음을 녹히고 미래지향적인 평화체제 이행기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인지 그 선택권은 탈북유튜버가 아니라 <구독>단추를 누를 권한을 지닌 우리 시민들이 가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온라인 생태계에서 명멸하는 유튜버의 양상과 변화추이를 우리는 좀더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화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인력경영학 박사, 한신대학교에서 북한 공장체제와 노동자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분단체제를 넘어 평화체제 이행기에 사람의 통일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지에 관해 고민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분단체제의 노동: 북한출신주민이 경험한 남북한의 직업세계(단독저서, 도서출판 선인 2018』, 『북한이탈주민의 직업변동과 취업지원정책의 평가(공저, 한국노동연구원, 2013)』 등이 있으며, 주요논문으로는 “생존의 정치: 북한의 ‘공장사회’와 노동자(2018)”, “탈북인의 신민적 정치참여(2018)”, “직행이주 탈북자의 탈북결정요인(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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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김화순 박사님 칼럼 늘 기다리고 있는데요, 혹시 [북한사람] 칼럼은 몇주? 몇달에 한번 연재하시나요?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는 한 달에 한번 써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두 달, 석달만에 한번 내게 되네요. 저의 게으름에 대한 꾸짖음으로 알고 앞으로는 분발해서 적어도 두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