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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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 주역의 원문을 읽는 공부를 시작합시다.
주역은 우주와 인간의 기원에 대한 신화적 상상력과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화는 이야기로 되어 있고 주인공의 캐릭터가 눈에 그려집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주역은 이야기가 무미건조하고 사자성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개념어가 중심입니다.
거기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캐릭터를 음양 여섯 개의 줄로 코드화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 방식은 상징과 코드가 중심이어서 주역의 이야기를 읽을려면 상징과 코드를 해석하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어려워요.
오랜 시간 주역은 어려운 이야기였어요.
주역을 쉽게 가르치는 일은 동아시아 수많은 지식인과 교사들의 과제였습니다.
저도 그 열망의 한 부분이라도 실현하고 싶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자동차 구조와 이론을 다 몰라도 운전할 수 있듯이 주역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하고 무엇보다 아름답게 번역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군자의 주역에서 나의 주역으로 전환하고 싶습니다.

주역의 첫 이야기인 건곤(乾坤)은 원문이 상당히 양이 많습니다.
물론 건곤의 원문을 다 읽지 않고 핵심적인 부분만 읽기도 하지만 이번엔 한번 다 읽어보겠습니다.
이번에 담는 내용보다 더 많은데 문언전은 양이 너무 많아 이번 연재에는 뺐습니다.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데 첫 이야기만 이렇지 나머지는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주역의 저자들은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건곤의 첫 이야기에 많은 의미를 담고 싶었을 겁니다.
하늘과 땅에 대한 이야기, 우주와 인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인류 의식의 진화가 일어나던 어느 시간에 이르러 자기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왔을 겁니다.
그들은 존재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가지게 됩니다.
그 중에 자기를 하늘로부터 온 사람, 하느님의 아들, 천손(天孫)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됩니다.

건괘(乾卦)는 내 안에서 하늘을 발견한 사람, 그래서 그 하늘을 이 땅에 실현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건괘의 상징은 용(龍)입니다.
높이 높이 날아서 내가 왔던 고향, 하늘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 가득합니다.

그런 존재가 이 땅에 살아가는 의미를 건괘는 따라갑니다.
그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그의 흐트러지지 않는 마음은 그를 파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건괘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조마조마합니다.

곤괘(坤卦)는 땅의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땅에 묶여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곤괘의 상징은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어미 말입니다.
넓게 넓게 세상을 달리며 이 세상을 다 품어 안아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아름다움이 세상에 가득하길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곤(坤)은 건(乾)과는 마음을 쓰는 방법이 다릅니다.
그는 쉽게 앞서지 않고 관계를 중요하게 다룹니다.
그는 그의 꿈을 이루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공동체가 함께 성장해 가는 길을 찾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곤괘는 자기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건괘가 나의 정체성에 온 마음을 다한다면 곤괘는 자기를 잃을 수 있습니다.
분열이 시작되어 자기 안의 자기와 되고 싶은 자기, ‘둘의 나’가 충돌합니다.
하늘과 땅에서 거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01. ☰☰ 重天乾 중천건 

하늘(天) 그 위에 또 하늘(天)
하늘(天) 아래 이 땅 위에 만들어 갈 하늘(天)

元亨利貞.
건, 원형이정

맑고 밝고 따뜻하고 바른 마음.
춘하추동, 동서남북, 간심폐신(肝心肺腎), 인의예지仁義禮智
– 시간과 공간, 몸과 마음의 통합 원형이정元亨利貞

彖曰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
단왈대재. 건원 만물자시 내통천.
雲行雨施 品物 流形.
운행우시 품물 유형
大明終始 六位時成 時乘六龍 以御天.
대명종시 육위시성 시승육룡 이어천
乾道變化 各正性命 保合大和 乃利貞.
건도변화 각정성명 보합대화 내이정
首出庶物 萬國 咸寧.
도축서물 만국 함녕

건(乾)은 위대하다!
세상 만물이 건에서 시작해서 하늘과 이어진다.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내려 만물이 자란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따라 아래와 위, 사방의 자리가 정해진다. (東西南北上下)
해는 여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시간을 따라 하늘을 달린다 (春夏秋冬, 24절기)
건(乾)은 변화의 마음.
변화를 통해 만물은 각자 각자에게 하늘이 준 본성을 실현하고 평화가 이루어진다. (各正性命, 各有氣像)
만물은 자라고, 세상은 평화롭다. (一神降衷 性通光明 在世理化 弘益人間)

象曰天行健 君子以 自彊不息.
상왈천행건 군자이 자강불식
하늘이 힘차게 달리듯이 나는 나의 힘으로 일어선다. 나는 무한하고 강하다.

初九 潛龍 勿用.
초구 잠룡 물용
潛龍勿用 陽在下也.
잠룡물용 양재하야
“龍德而隱者也. 不易乎世, 不成乎名, 遯世无悶, 不見是而无悶, 樂則行之, 憂則違之,
용덕이은자야 불역호세 불성호명 둔세무민 불견시이무민 낙즉행지 우즉위지
確乎其不可拔, ‘潛龍’也.”
확호기불가발 잠용 야

물 속에 잠겨 있는 용, 잠용潛龍
아직은 때가 아니다. 빛을 밝히기에는 너무 미약하다. 陽在下也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지켜본다.
누구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다. 遯世无悶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見龍在田 德施普也.
구이 현룡재전 이견대인 현룡재전 덕시보야
“龍德而正中者也. 庸言之信, 庸行之謹, 閑邪存其誠, 善世而不伐, 德博而和.
용덕이정중자야 용언지신 용행지근 한사존기성 선세이불벌 덕전이화
易曰‘見龍在田, 利見大人’, 君德也.”
역왈 현룡재전 이견대인 군덕야

드러난 용. 현룡見龍
나는 중정(中正)의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다.
내 안에는 빛이 있고 내 안의 빛, 내 안의 용이 보이고 느껴진다.
내가 나를 볼 수 있으면 세상도 나를 알아본다.
적절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나쁜 마음이 들어오지 않게 한다.
사람들을 선하게 대하고, 넓고 조화롭게 마음을 쓴다.

九三 君子終日乾乾 夕惕若 厲 无咎. 終日乾乾 反復道也.
구삼 군자종일건건 석척약 여 무구 종일건건 반복도야
“君子進德脩業. 忠信, 所以進德也, 脩辭立其誠, 所以居業也.
군자진덕수업 충신 소이진덕야 수사입기성 소이거업야
知至至之, 可與言幾也, 知終終之, 可與存義也.
지지지지 가여언기야 지종종지 가여존의야
是故居上位而不驕, 在下位而不憂. 故乾乾因其時而惕, 雖危无咎矣.” 시고거상위이불교 거하위이불우 고건건인기시이척 수위무구의

나는 하루 종일 최선을 다해 일하고, 저녁에는 하루를 뒤돌아 본다.
내가 일하는 것이 나를 실현하는 것인지,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내가 하는 일은 나의 수련이기도 하다.
나는 내 일을 통해 마음을 바라보고 감정을 공부한다. (進德脩業)’
누구에게나 정성을 다한다.
나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서 마쳐야 할 지 안다.
나는 동료들과 책임과 우정을 나눈다.
우리는 함께 일하기에 위에 있어도 교만하지 않고, 아래에 있어도 책임을 다 떠안지 않는다.
힘들지만 나는 나의 책임을 다하고 일을 이루어낸다.

九四 或躍在淵 无咎. 或躍在淵 進 无咎也.
구사 혹약재연 무구 옥약재연 진 무구야
“上下无常, 非爲邪也, 進退无恒, 非離群也. 君子進德修業, 欲及時也, 故‘无咎’.” 상하무상 비위사야 진퇴무항 비리군야 군자진덕수업 욕급시야 고 무구
내가 사는 이 연못淵은 아름답지만 나는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고 싶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 나아가고 물러서는 것이 이리 저리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고 물러나야 할 상황과 조건에 따라 적절한 때에 움직이는 것뿐이다.

九五 飛龍在天 利見大人. 飛龍在天 大人造也.
구오 비룡재천 이견대인 비룡재천 대인조야
“同聲相應, 同氣相求, 水流濕, 火就燥, 雲從龍, 風從虎,
동성상응 동기상구 수류습 화취건 운종룡 풍종호
聖人作而萬物覩, 本乎天者親上, 本乎地者親下, 則各從其類也.”
성인작이만물도 본호천자친상 본호지자친하 즉각종기류야

비룡(飛龍). 하늘을 나는 용
나는 하늘을 날고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같은 소리가 화음을 이루듯이, 같은 기운이 서로를 찾듯이, 물이 습한 곳으로 흐르듯이, 불이 건조한 곳에서 일어나듯이, 용이 구름을 오르듯이, 호랑이가 바람을 타 듯이, 세상 만물은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서로 어우러진다.
성인이 만물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하늘과 가까운 것은 위에, 땅과 가까운 것은 아래 에 두어 서로 서로 모이게 한다.

上九 亢龍 有悔. 亢龍有悔 盈不可久也.
상구 항룡 유회 항룡유회 영불가구야

나는 순양(純陽)의 마음을 가졌다.
내 안의 열정은 멈출 수도 없고 뒤돌아 갈 수도 없다.
나는 너무 높이 올랐고 내 옆에는 나를 도와 줄 사람이 없다.
내 삶은 가득 채워졌다. 이 상태로 오래할 수는 없다.

用九 見群龍无首 吉. 用九 天德 不可爲首也.
용구 견군룡무수 길 용구 천덕 불가위수야

나는 수 많은 용들 속에서 하늘을 난다.
우리들은 하늘을 높이 높이 날지만 누구도 앞서가지 않는다.
앞만 보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옆을 보며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02. ☷☷ 重地坤 중지곤

땅을 본받아.
끝없이 펼쳐진 광야를 달리는 어미 말처럼

坤 元亨利牝馬之貞.
곤 원형이빈마지정
君子 有攸往. 先迷後得 主利. 西南得朋 東北喪朋 安貞 吉.
군자 유수왕 선미후득 주리 서남득붕 동북상붕 안정 길

나는 어미말의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달린다.
나는 앞서지 않는다. 그의 성공은 나의 기쁨이다.
누군가는 이 마음을 받아주고 누군가는 마음이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내 의지를 실현하려고 하지 않았기에 누구와도 평화롭다.

彖曰 至哉 坤元 萬物資生 乃順承天.
단왈 지재 곤원 만물자생 내순승천
坤厚載物 德合无疆. 含弘光大 品物 咸亨.
곤후재물 덕합무량 함홍광대 품물 함형
牝馬 地類 行地无疆 柔順利貞 君子攸行.
빈마 지류 행지무량 유순이정 군자유행
先迷失道 後順得常. 西南得朋 乃與類行. 東北喪朋 乃終有慶. 安貞之吉 應地无疆.
선미실도 후순득상 서남득붕 내여유행 동북상북 내종유경 안정지길 응지무량

곤은 아름답다.
곤의 힘으로 만물은 살아나고 하늘의 마음이 실현된다.
어미 말같은 곤의 마음,
나는 세상 만물을 아끼고 사랑한다.
나는 땅처럼 부드럽다.
나는 앞서지 않고 뒤에 선다. (天長地久, 聖人後其身)
땅의 마음을 가진 친구를 만나 함께 달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
나는 어머니 지구의 품에 안겨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다.

象曰 地勢坤 君子以 厚德載物.
상왈 지세곤 군자이 후덕재물

땅의 힘을 가진 곤, 나는 넓게 마음을 쓰고 만물을 아끼고 사랑한다.
(侍. 內有神靈 外有氣化 一世之人 各知不移.)

初六 履霜 堅氷至.
초육 이상 견빙지
象曰 履霜堅氷 陰始凝也. 馴致其道 至堅氷也.
상왈 이상견빙 음시응야 순치기도 지견빙야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 아침에 길을 걷는다.
옷깃을 여미며 이제 점점 더 추워지겠구나,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몸으로 변화를 느낀다.

六二 直方大 不習 无不利.
육이 직방대 불습 무불리
象曰 六二之動 直以方也. 不習无不利 地道光也.
상왈 육이지동 직이방야 불습무불리 지도광야

곧고 바르고 큰 마음은 배워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마음을 나는 땅과 자연으로부터 받았다.

六三 含章可貞 或從王事 无成有終.
육삼 함장가정 혹종왕사 무성유종
象曰 含章可貞 以時發也. 或從王事 知光大也.
상왈 함장가정 이시발야 혹종왕사 지광대야

나는 앞서지 않고 뒤에서 보호하며 가는 사람이다.
내가 무엇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하는 일이다.
이런 공동체 의식이 적절한 때에 드러나는 것은 우리의 지혜가 밝고 크기 때문이다.
일이 이루어지면 나는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无成有終, 功成而不居)

六四 括囊 无咎 无譽.
육사 괄낭 무구 무예
象曰 括囊无咎 愼不害也.
상왈 괄낭무구 신불해야

자루를 끈으로 묶듯이 입을 닫는다.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

六五 黃裳 元吉.
육오 황상 원길
象曰 黃裳元吉 文在中也.
상왈 황상원길 문재중야

노란 치마를 입고 춤춘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上六 龍戰于野 其血玄黃.
상육 용전우야 기혈현황
象曰 龍戰于野 其道窮也.
상왈 용전우야 기도궁야

나도 힘들다.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이들을 따라다녔다.
그들의 성공을 기원했고 우리가 함께 기뻐할 때 나도 기뻤다.
그러나, 지금은 힘들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살아왔던 내 삶이 정말 옳았는지 모르겠다.
다른 길과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 마음 안에서 두 마리의 용이 싸운다.
마음은 상처입어 피가 흐른다.
그 피의 색깔이 하늘을 닮아 검고, 땅을 닮아 누렇다.

用六 利永貞.
용육 이영정
象曰 用六永貞 以大終也.
상왈 용육영정 이대종야.

하늘과 땅이 영원하듯이 나는 건乾과 곤坤의 우주적 영원성 속에서 살아간다. (天長地久)
하늘을 날고 땅 위를 달리며 우주적 변화를 몸과 마음에 받아들인다.
대종지미大終之美, 아우라지의 어울림, 위대한 통합의 아름다움이여.

김재형

빛살 김재형 이화서원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이화서원이라는 배움의 장을 만들어 공부한다. 고전 읽는 것을 즐기고 고전의 의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로 읽는 주역',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 '동학의 천지마음', '동학편지' 를 책으로 냈다. 꾸준히 고전 강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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