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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 아버지 

손흥민 선수 너무 멋있다. 그동안 나는 불쌍하게도 축구의 ‘축’자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손흥민의 월드와이드 팬북[1]을 보고 매력에 빠졌다. 축구 실력은 그야말로 ‘세계정상급’이고 성실한 연습벌레인데다가, 팬들 그리고 동료들과의 관계성도 훈훈하다. 게다가 훤칠한 체형으로 활짝 웃는 얼굴은 많은 사람들을 홀리고도 남을 인상이다. 팬북에 나온 정보들만 하더라도 그는 부상과 부침은 있었을지언정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예견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그는 성취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렇게 멋있는 사람 뒤에서 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큰 인물이 있었으니, 여러분은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을 아는가?

손웅정 씨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는 자기 아들을 향한 관심이 자신에게까지 옮겨간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며 시작된다. 그는 겸손한 자세로 그러나 담담하고 단단한 말투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해나간다. 그 또한 어릴 적부터 프로선수 생활을 했지만,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해 일찍 그만두어야만 했던 과거가 있다. 이후 손웅정은 아들 둘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였다. 특히 둘째 아들인 손흥민을 위해서 독일까지 동행하며 오랫동안 집에서 생활코치를 전담한 것은 열렬 축구팬에게는 잘 알려진 사실인 것 같다. 그 중에는 그러한 관계를 왜곡된 부모자식 관계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는 괘념치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지금은 ‘월드클래스’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자마자 그러한 판단을 확정하였고, 아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아버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려지자 대중들의 시선 또한 곱게 변한 듯 하다.[2] 한 아버지이자 한 세월을 살아온 인간 손웅정의 재발견, 그는 과연 인생에 대해 무엇을 말한 것인가? 그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축구와 인생의 공통분모 속에서 원숙한 지혜가 나타난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필드이기 때문에 매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이 최선을 다해 임하는 ‘프로선수’로 대하라는 것 등등. 지금 이 서평은 그의 인생론을, 그동안 다뤄왔던 책들을 동원한 ‘깊은 자아’의 관점에서 총평해보고자 한다.

 

기본은 어떤 기본인가요?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그 기본은 무엇인가요? 먼저 단순하고 담박하며 담대한 삶의 측면을 하나씩 살펴본다. 사실 이러한 측면에서 최신과학과 연구결과가 반영된 이전 도서들은 기본을 넘어 과다하고 부차적인 것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잘 챙겨 먹어라”는 ‘기본 중의 기본’ 명제만 해도 그렇다. 아침은 늘 씨리얼과 토스트로 해결했기 때문에 독일 삶에 처음 적응할 때에도 먹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끝. 장내 미생물군에 대한 언급은 물론이고,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 지어 건강의 비결을 밝혀낼 실마리 없이 소박하다. ‘헝그리 정신’을 간헐적 단식과 보충식품을 활용한 ‘바이오 해킹’[3]으로 풀이할 수 있는 여지도 없는 듯 하다…

그 뿐인가. 프로선수라면 필요한 ‘마인드 컨트롤(마음 다스리기)’에 뇌과학적 통찰이나 지식이 동원되었다는 대목도 찾아볼 수 없다. 이쯤 되면 ‘DNA에서 우주를 보는’[4] 세계관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인생 뜨내기의 호들갑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아니, 하지만 책에서 배웠던 다른 ‘기본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손웅정은 ‘미친듯이’ 축구를 사랑했던 것이 그렇다.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축구인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축구공과의 신체적 접촉[5]은 그의 신체를 넘어 희망과 비전을 지속적으로 깊게 자극했을 것이고, 땅을 디디며 공을 차는 동안 그의 전신은 ‘풀가동’[6]되며 그를 체력과 정신력이 튼튼한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결국 답은 ‘강도 있는 빈도’에 있다. 그는 새벽마다 개인운동과 청소를 빠뜨리지 않고 하루일과에서 독서를 빼놓지 않는다. ‘기본’이란 요즘 말로 ‘루틴’으로 칭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 반복’이라고 하기에는, 그 행위 하나하나에 ‘정신적인 것’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식(ritual)’으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그 행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장기적이고 다차원적인 것이다. 잠깐 묵는 숙소 화장실 청소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는 매일의 청소 일과는, 위생을 유지하고 미관을 개선하는 목표를 뛰어넘는 ‘억척스러운’ 것이다. 그러한 ‘비효율적’ 행동은 인지적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것을 정리정돈하고, 마음에 낀 부산물을 닦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로 꿈꾸는 세계구원

이쯤 되면 우리가 궁금한 ‘성공의 비결’은 모든 것에 있는 동시에 없다고 볼 수 있다. 그 비결이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는 비밀의 술수, 일반인에게는 감추어진 일급 정보라면 말이다. 손웅정은 말한다. 성공이 아니라 과정을 쫓아야 한다고, 그래야 기본기가 쌓여서 운이 따를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이다. 때가 어느 때이든, 주변 상황이 어떻든 ‘프로’같이 사는 삶은 매일을 준비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성공은 인생을 끝없는 과정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일시적이고 부차적일 뿐이다. 매일같이 자신을 갱신하는 생활 방식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이롭다. 외부적인 것에 매달리지 않으니 소유물에 의해 ‘소유’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인생은 한 개인이 벌일 수 있는 일의 정점을 보여준다. 그만큼 개인이 닿을 수 없는 한계라는 것도 선명하게 드러낸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맨 땅에 헤딩’하며 쌓은 선수 경력은 본인 왈 “이렇게 하면 안”되는 반면교사의 경험이다. 짧은 성공인 실적을 내기 위해 과정을 무시하고 개인의 몸을 혹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훈을 그는 축구 코칭에 녹여냈기 때문에 그의 아들은 세계적인 선수로 나아갈 수 있었다. ‘최선’이 ‘최고’가 되기까지 한 세대가 소요되었고 그동안 세상도 많이 바뀌어야 했음을 우리는 실감한다. 운이 7할 재주가 3할이라고 했다. 유전자와 후성유전적 변화[7]만으로는 안 될 일이다.

한 사람 안에서 행해지는 ‘최선의 반복’은 내면의 성장과 외적인 성공 모두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여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토대가 갖춰져야 할 뿐 아니라 개인을 세계 안의 연속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유교 불교 도교 이 삼교(三敎)가 한데 어우러진 『동의보감』[8]은, 오장육부를 비롯한 인간의 신체가 우주의 원리를 반영한다고 본다. 따라서 나 자신을 자연의 흐름에 맞추지 못하고 자꾸 사사로운 것으로 삶을 채우려고 하면, 건강이 망가지고 나아가 어긋난 욕망으로 인해 나라와 세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어떤 자기계발은 자신을 가꾸는 일이자 세상을 바꾸는 기준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시대의 배고픔

사람들은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기후위기의 더 막강한 영향 아래 놓인 젊은 세대는 아예 문명 자체가 바뀌어야 함을 느끼고 있다. 탄소에 기반한 산업문명을 생태문명으로 전환하고 기후위기를 완화하려면 ‘세상이 뒤집혀야’ 한다는 말도 과장이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주거 부담도 무겁다. 영혼을 끌어모아 빚을 내야 겨우 집을 살 수 있다는데, 빚을 갚을 수 있는 원천인 평생고용 평생소득은 노동의 자동화로 점점 어려워진다. 미래를 확실하게 준비하고 자신 있게 대면하지 못하므로 ‘욜로(YOLO: You Live Only Once)’를 ‘지금 아니면 사지 못하는’ 소비주의로 해석하고 살아가는 것이 유행하기도 한다.

그런 청년들에게 삶의 기본을 중시하는 손웅정 씨는 무슨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글을 읽건대, 그는 조언하기를 한사코 사양할 겸손한 분이다. 그렇기에 항상 ‘배고프게’ 살아가는 그에게서 기만을 느끼지 않고 ‘헝그리 정신’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는 집 팔거나 집세 받는 건물주, 비싼 차와 명품 사는 ‘힙스터’ 대신 다른 욕망을 제안한다. 그것은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말로는 쉽지만 위대한 ‘허기’를 요구한다. 더 성장하고 성숙하고 싶은 허기, 사회에 보탬이 되고 세상을 미약하게나마 바꾸고자 하는 허기.

손웅정 씨는 책에서 종교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도인의 기운을 풍긴다. 그는 생활 속에서 매일을 갱신하고 개인을 혁신하기를 원한다. 세속적으로 초월하기를 고파하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 어디를 가든 월드클래스로 인정 받을 수 있는 하늘 아래의 인간, 개벽적인 인간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1] 에이드리안 베즐리, 『손흥민 월드와이드 팬북』, 김민주 옮김, 영진닷컴, 2020.

[2] MBC 스포츠탐험대, “흥민이 월드클래스 아닙니다” 손흥민 아버지의 축구철학, 2020.6.19.

[3] 데이브 아스프리, 『최강의 단식』, 엄성수 옮김, 북라이프, 2021.

[4] 배선우, 덕분에 인간은 겨우 존재했더라, 다른백년, 2022.8.4.

[5] 배선우, 잇츠 터치 타임, 다른백년, 2022.11.10.

[6] 배선우, 달려라 브레인!, 다른백년, 2022.10.27.

[7] 배선우, 탄생은 쉽고 갓생은 어려워, 다른백년, 2022.9.1

[8] 고미숙,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북튜브, 2021.

마카야(배선우)

책읽기를 좋아해서 대학교에 진학한 신분. 전공책보다 소설과 미래학 책으로 다른 세상으로 떠나기를 즐겨하던 학생. 올해 졸업을 앞뒀지만 ‘좋아하는 철학자’는 없고 대학원은 안 갈 예정. 부모님의 주52시간 근무는 그저 존경스러울 뿐, 트렌드에 따라서 프리랜서로 생활하고 싶은 바람. 다행히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일감은 하나 둘 늘어나는 나날. 선한 영향력, 세상으로 뿜어대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지만 SNS는 하지 않는 모순. 일상 속에서 심신을 가다듬고 내 일을 사랑하면, 큰 꿈은 없지만 지구살림에 보탬이 될까 싶어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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