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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론은 인간이 본래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필요(need)에 토대를 두어 이론 및 구체적 제도를 구상하였다. 반면 기본소득론은 필요를 거론하기는 하지만 그것의 위상은 애매하다. 그러나 사회의 구성 및 운영에 대한 틀을 만들고자 할 때 필요를 제외하는 것은 핵심을 비껴가는 것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론과 기본소득론을 비교하고 연계통합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토대에서 시작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며, 필요는 바로 이 토대의 핵심을 이룬다. 여기서는 필요의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회보장에서 필요(need)란 무엇인가?

필요라는 개념은 사람을 포함한 생물이나 자동차와 같은 사물 등에서 두루 사용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필요는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이란 의미로 쓰이고 있다.[1] 영어의 Need는 단순히 갖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근원적이거나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요구되는 것을 의미하는데,[2] 우리나라에서의 필요라는 의미에 요구되는 이유가 더 첨가되어 의미를 구성하고 있다. 불어의 besoin은 부족이나 결핍된 상태에 더 초점을 맞춰 의미를 구성한다. 즉 근원적이고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인데, 지금 당장에는 그것이 없으며 따라서 그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3] 

위 일반적인 의미는 사회보장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다만 의미가 좀더 특수한 대상에 대해한정적으로 사용된다. 여기서의 논의는 사회보장에 관련된 것이고 사회보장은 인간에 연관된 것이므로, 유기체에 한정해 필요의 개념을 간단하게 이해해 보자. 유기체와 관련해, 필요는 자연적으로 부여 받은 있는 그대로의 살아 있음을 최적(optimum)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필요는 그것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을 때, 이 미충족은 최적상태의 생존을 위협한다. 작게는 유기체의 기능장애를 낳아 생존을 불완전하게 하여 고통과 불행을 낳으며, 심한 경우에는 유기체를 죽음이나 소멸에 이르게 한다. 

먼저 사회보장에서의 필요는 우선적으로 생존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일반적 의미를 구성하는 근원적이거나 매우 중요한이란 의미가 사회보장에서는 최적상태의 생존과 연결된다. 이러한 최적상태의 생존에 별다른 영향을 못 미친다면 필요가 아니다. 그리고 미충족의 정도가 심하면 죽을 수도 있으므로 그 중요함의 정도가 매우 일차적이며 우선적인 위상을 갖는다. 

그리고 최적상태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인간적이고 자율적이며 사회참여적인이란 의미이다. 이는 상태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어떤 것들로 채워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들을 담아낸다. 다른 하나의 의미는 정도의 비교 개념이다. 즉 앞서 말한 기준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실현되는지를 따져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준에 이르러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보장의 필요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차원인 생존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며, 특히 인간적이고 자율적이며 사회참여적인’ 생존이 가장 적절한 수준에 이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사회보장은 필수재의 확보를 통해 근원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필요는 인과관계로 엮인 2개의 층위(stratum)를 가지고 있다. 우선 필요는 최적상태의 생존을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기능들, 역량들, 조건들을 지칭한다. 이 요소들은 비물질적이고 질적인 것으로 구체적인 대상물이 아니다(<표1근원적 필요의 목록> 참고). 이것들은 직접적으로 관찰가능한 것이 아니라 관찰된 것으로부터 추론을 통해 뽑아내야 인식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요소들을 근원적 필요(fundamental need)라 명명한다. 근원적 필요는 우리가 오감을 통해 관찰할 수 있는 대상물이나 인간이 구성해내는 요소들이 현실에서 만들어지도록 원인 짓는 심층적인 것들이다. 

표. 근원적 필요의 목록

기능

(function)

゚ 생리적 기능 (산소영양소수분 조달, 배설, 취침, 휴식, 체온유지, 안식처 등)

゚ 안전기능 (신체적 안전, 외부 물리력으로부터 보호)

゚ 건강유지기능 (정신적∙육체적사회적 안녕상태의 유지)

゚ 여가기능 (오락, 여유, 힐링, 단순 즐기기, 재미, 놀기)

゚ 사회관계기능 (타인과의 소통, 정보접근, 이동, 교통)

゚ 노동생산기능(노동, 창작, 필수재 생산)

゚ 정체성기능 (자존감 형성, 자기정체성 형성, 자아실현)

역량(capability)

゚ 신체적-정신적 건강함의 정도

゚ 기술 및 지식 습득 정도

゚ 감각능력, 감정력, 상상력, 합리적 사고능력, 성찰력

゚ 사회적 친화력(sociability)공감능력

゚ 공적 사안에 참여능력, 정치적 참여능력 – 정치환경에 대한 통제력(정치참여)

゚ 연대능력(협력 및 협동, 공동화)

조건(condition)

゚ 상호관계망(상호의존, 상호침투, 상호규정)권력관계, 자원배분망

゚ 연대망 형성 및 유지(인간은 연대적 동물이다. Homo solidaricus)

゚ 정치공동체 형성 및 유지(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 근원적 기능역량조건의 발현 구조

하지만 근원적 필요는 언제나 현실에서는 물건, 유기체의 활동, 사회적 구성물(가치체계, 제도, 법, 윤리, 도덕, 관행, 규칙 등) 등의 구체적 대상물을 통해 충족된다. 필자는 이러한 구체적인 대상물을 필수재(essential good)라 부르고, 필수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을 근원적 필요와 대별하여 현상적 필요(phenomenal need)라고 명명한다. 

건강필요를 예로 들어 근원적 필요와 현상적 필요를 기술해 보자. 건강필요는 신체적정신적인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하게 안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안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구체적인 대상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지시한다. 이 건강유지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근원적 필요로서의 건강이다. 반면 이 건강유지기능이 수행되기 위해서는 항상 구체적인 대상물이 있어야 한다. 병원, 의료인, 의료지식 및 기술, 의료장비, 운동시설, 상담시설, 상담 전문가, 운동장비, 운동공간 등이 그것이며, 이들이 필수재이다. 인간은 이러한 구체적인 대상물들도 필요로서 가진다. 이 필요가 바로 현상적 필요로서의 건강이다. 현실에서 이러한 필수재가 없다면 근원적 필요의 건강유지기능은 수행되지 않는다.

요컨대, 최적상태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 역량, 조건 등을 근원적 필요라 부르고, 현실에서의 특정의 재화, 서비스, 제도 등의 구체적 대상물들, 즉 필수재가 근원적 필요를 충족시켜주며, 현실에서 이 필수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것이 현상적 필요이다.

동일한 근원적 필요를 실현시켜주는 필수재는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다. 생존을 위해 영양분 조달이라는 기능은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근원적 필요이다. 하지만 영양조달은 쌀, 빵, 고기, 생선, 야채 등 다양한 식료품을 통해 실현된다. 즉 다양한 필수재를 통해 충족된다. 휴식을 위한 안락한 공간이라는 필요도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통해 충족될 수 있다. 

 

사회보장에서 필요는 자연적 필연성의 근원이다

사회보장과 기본소득의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 있다. 그것은 근원적 필요의 존재론적 특성이다. 근원적 필요는 인간이 본래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모든 인간은 동일한 근원적 필요의 목록을 가지고 있으며 동일한 상황에서는 동일하게 해당 근원적 필요들을 마주하게 되고, 해당 근원적 필요의 충족이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근원적 필요는 왜 그것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차원에서의 원인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그것 자체가 시작점이다. 왜 인간은 물을 필요로 하는가? 인간은 생리학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며 이 생리학적 차원을 설명하는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수분을 필요로 하도록 본래적으로 코드화되어 있고 그 근원적 필요를 내재적으로 담고서 태어나 그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살아가도록 되어 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조직과 기관이 이상 없이 작동하는 것이 최적상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도 본래적으로 코드화된 것이다. 

또한 필요는 객관적인 것으로, 의지, 감정, 이성과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갈증을 느끼지 못하거나 엄청난 의지력으로 갈증을 극복하려 할지라도,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인간은 죽음에 이른다. 영유아에 대한 돌봄은 부모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피한하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유아를 돌보지 않는다면, 그 영유아는 죽거나 장애를 갖게 된다. 

필요가 갖는 이러한 본래성, 시원성(始原性)객관성 등의 속성은 필요가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필연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이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필연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필요의 발생과 발생한 필요의 충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코드화된 것이며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필요와 필요의 충족은 인간의 활동에 있어서 매우 우선적인 위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기본소득론에서도 거듭 강조되고 있다.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소득은 그 성격상 시원적인 것이며 공유부에 따른 배당이므로 정당한 것이며, 이로부터 일종의 기본권적 권리로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창된다.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강조는 그 바탕에 기본적 필요가 위에서 서술한 근원적 필요가 갖는 본래성, 시원성, 객관성 등으로 인해 자연적 필연성을 인간에게 부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보다 더 타당하며 정당성의 강도 또한 훨씬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론과 사회보장론 사이의 연결고리로서의 필요들

위 논의들을 종합해 보면, 기본소득이 확보하고자 하는 필요와 필수재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은 사회보장과 기본소득 사이의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기존의 사회보장이 제공하고 있는 필요와 필수재들을 기본소득의 그것들과 비교하면서 어떤 필요들을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필요의 충족에 있어서 수단의 적절함이 달성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보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인간적이고 자율적이며 사회참여적인 삶의 영위는 최상위의 목적으로 사회보장도 추구하는 바이다. 즉 최상위의 목적만 놓고 본다면 사회보장과 기본소득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은 먼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어떤 부분들에 개입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데 있다. 이는 곧 충족을 보장하고자 하는 필요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두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사회보장은 앞서 기술했듯이 기능, 역량, 조건 등으로 구성되는 근원적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에 대해, 이제는 기본소득론은 어디까지를 보장하려 하는가에 답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차별점은 선정한 필요들을 충족시키는 수단과 방식에서 나타난다. 이 수단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반드시 기본소득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필요와 필수재(구체적인 재화와 서비스)가 규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논의가 헛돌지 않는다. 왜냐하면 필요의 고유속성이 어떤 수단과 방법이 보다 타당한지를 상당부분 결정하기 때문이다. 건강필요는 그것의 속성 상 보건의료서비스라는 사회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식료품의 경우에는 현물로 직접 제공하기 보다는 가격이 조정되는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식료품이 다양하고 인간의 기호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소득은 소득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소득을 통해 구매하게 될 재화와 서비스가 근원적 필요를 얼마나 충족시켜주는가에 달려 있다. 사회보장은 기본적으로 근원적 필요에 한정해서 사회적 급여들을 개발해 왔다. 따라서 기본소득과의 연결고리가 바로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선정할 것인가에 있게 된다. 만약 필수적인 것들이 아니라면, 그것은 사회보장과는 연결될 수 없는 것이며 더 나아가 필수적인 것이 아닌 것을 사회가 공동부담의 형태, 즉 연대의 방식으로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가 붉어질 것이다. 즉 기본소득론 자체가 정당성의 토대를 구축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기본소득론이 보장하는 필요의 명시가 주는 제도상의 이점들

기본소득론이 필요와 필수재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은 제도를 구성함에 있어서 몇 가지 이점도 제공한다. 먼저 기본소득의 액수를 결정하는데 기준을 제시해 준다. 현재 기본소득론은 사회서비스는 기존의 사회보장체계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건강, 요양, 돌봄, 주거, 교육(역량 강화) 등의 근원적 필요들이 사회서비스를 통해 충족되므로, 이 필요를 위한 필수재는 기본소득액의 산정과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이처럼, 기본소득이 채우고자 하는 필요들이 보다 명확하게 제시된다면, 기본소득의 액수를 정하기가 더욱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훨씬 덜 논쟁적이게 되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큰 논쟁거리가 되는 기본소득의 충분성 원칙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현금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만을 다룬다면 기본소득의 액수가 낮게 책정될 것이므로, 충분성 원칙은 충분히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이 될 수 있으며 관련 논쟁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이점은 기본소득론이 핵심 주춧돌인 실질적 자유의 이해를 크게 높여 준다. 실질적 자유는 논리상 2가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적용이 될 수 있다. 첫 번째 차원은 기본소득으로 사회경제적 토대가 마련된 이후 그 위에서 적용되는 경우이다. 기본소득으로 기본적 필요들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노동과 관련해서이든 다른 영역에서의 활동이든지 간에 보다 다양한 선택 지점들이 생겨남으로 실질적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 차원은 사회보장론과도 별다른 마찰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사회보장론이 이 영역에서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함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 자유의 두 번째 차원은 기본소득의 사용처 자체에 있다. 실질적 자유가 이 차원에서 적용된다면, 기본소득으로 받은 현금은 어디에나 사용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 지점에서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논자들은 기본소득이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하는 등으로 탕진할 수 있다며 비판한다. 더군다나, 기본소득론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액이 대출의 담보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제약을 둘 뿐, 기본소득이 충족시키고자 하는 필요와 필수재가 무엇인지 명확히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해는 더 붉어졌다. 이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론은 필요와 필수재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시는 사용처의 제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론이 기본소득의 사용처에도 실질적 자유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사회구성원은 현실에서 근원적 필요의 충족을 실제로 마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이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근원적 필요의 미충족에 의한 고통을 경험할 것이며, 이 고통은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객관적이고 필연적인 사실이다. 기본소득론 지지자들이 기본소득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래서 사회구성원이 기본소득을 근원적 필요의 충족과는 상관 없는 곳에 사용할 지라도, 위 사실은 변함이 없다. 따라서 기본소득론도 기본소득의 사용처에 실질적 자유를 적용하기 보다는 제한을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다 나은 선택이다.

기본소득을 오남용할 것이라는 비판은 그 자체로 큰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사회보장의 소득보장을 위한 현금급여도 근원적 필요의 충족을 위해서 온전히 사용되도록 하는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의 직간접적 제공은 사용처가 명확하게 제한된다. 반면 현금 급여는 사용처를 제한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사회보장론이나 기본소득론에 동일하게 적용된다.[4] 이런 맥락에서 오남용에 대한 비판은 어찌 보면 사회보장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며, 사회보장을 거부하거나 축소하고자 하는 논자들이 주로 오남용에 대한 비판을 펼쳐 왔다는 점도 명백한 사실이다. 이러한 면에서 사회보장이나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기본소득의 오남용을 말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임이 틀림없다.

  •  

[1] . 국립어학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 참고.

[2] . 옥스포드 사전,  https://www.oxfordlearnersdictionaries.com/definition/english/need_1?q=need 

[3] . 프랑스 국립어학원(CNRTL), https://www.cnrtl.fr/definition/besoin 

[4] . 최근에는 상품권이나 지역화폐 등으로 현금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처를 일정 정도 제한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다. 물론 이런 방법이 보다 개선되어 실효성을 보다 높일 가능성은 현재는 열려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한 재난지원금은 사용처를 제한함에 있어서 보다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기본소득도 이러한 도구를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이권능

정책연구소 이음 선임연구위원. 파리제1대학과 그로노블정치대학에서 수학 후 밑으로부터의 복지국가운동 전개 중. 소득보장, 건강, 노후 등의 영역에서 근원적 욕구의 사회화, 정책의 정치화, 정치의 정책화 등을 연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복지국가의 재설계를 탐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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